정읍·김제·남원·장수 등 사업자 과반수 타지역 거주
“자연 경관 훼손” 주민 반대여론에 ‘돈 봉투’까지 건네
전북지역에 태양광 ‘광풍(狂風)’이 분다. 한적한 농촌 마을에 태양광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은 허가만 낸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사업자와 주민 간 갈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도내 시군 태양광 시설의 상당부분은 해당 지역 주민이 아닌 외지인(外地人) 소유다. 결국 외지인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의 태양광은 농촌 마을을 보호하는 아무런 장치가 없는 데다 투기장으로 전락했다는 게 문제다. 도내 태양광의 실태와 문제점, 대안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마을 한복판에 들어서는 대규모 태양광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겁니까.”
지난달 31일 오전 30가구가 사는 정읍시 신태인읍 백산리 노량산마을. 52만892㎡(1만 6000평)에 달하는 부지에 잡초가 무성하다. 오는 5월 설치를 앞둔 태양광 발전사업 부지다.
마을 주민은 “마을 조망권을 훼손한다” “주변 과수원에 빛 피해를 준다” “태양광 패널 때문에 비가 오면 토사가 흘러내릴 거다”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이들은 태양광 반대 서명을 모아 시청에 내고, 현수막을 마을 곳곳에 내걸었다.
지난해 4월 14일 마련된 ‘정읍시 개발행위허가 운영지침’에 따라 도로 100m 이내에 태양광을 설치하려면 주민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해당 지역은 지난해 4월 14일 이전에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당장 공사를 진행해도 규정상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이런 가운데 사업자가 악화된 주민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돈 봉투’까지 제공했다는 주장이 나와 갈등이 커지고 있다. 마을 이장은 “나도 모르게 일부 주민을 개발위원장으로 선정해 태양광 사업을 몰아붙였다”며 “몇몇에게 돈 봉투를 줘 태양광 사업을 벌이는데, 주민들끼리도 갈라서는 지경”이라고 주장했다.
도내에서는 태양광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사업자와 주민 간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외지인의 비중이 꽤 높다는 점이 눈에 띈다.
3일 본보가 정읍시·김제시·남원시·장수군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태양광 발전허가를 받은 사업자의 주소지를 분석한 결과, 지역 주민보다 외지인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읍에서는 지난달 2일 기준 도내에서 가장 많은 3841건의 태양광 허가가 났는데, 이 중 2112건(54.9%)이 외지인으로 집계됐다. 정읍에 주소지를 둔 사업자는 1735건(45.1%)에 그쳤다.
김제는 더 심각하다. 총 3171건의 허가 건수 중 무려 2437건(71.8%)이 외지인이었다. 김제 시민은 734명(23.1%)에 불과했다.
남원과 장수의 경우에도 외지인이 64%(1705건)와 72.2%(488건)로 큰 비중을 차지했고, 현지 주민은 35.9%(958건)와 27.7%(187건) 수준이었다.
온갖 잡음을 몰고오는 이들은 어디서 왔을까. 외지인 중에는 해당 지역이 아닌 도내 타 시군 주민도 있지만 전북 이외의 타 시도 사람들이 적게는 22%에서 많게는 33%를 차지했다. 특히 서울과 경기, 광주, 전남 순으로 타 시도 주민들이 많았다.
외지인들의 노후 대비용 태양광 투자가 땅 값이 저렴한 농촌을 휩쓸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남원시 혼불문학관 인근 태양광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남원시 관계자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를 두고, 지역 주민들은 자연경관 훼손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면서도 “이 부지의 태양광 업자가 45명에 달하는데, 이 중 43명은 외지인”이라고 밝혔다.
상당수 공무원들은 태양광으로 각광받는 전북을 ‘투기장’으로도 비유한다. 정읍시 관계자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시설은 일반인이 분양을 받고 운영하는 구조”라면서 “많게는 수십 명의 사업자가 있는데, 그 만큼 이해 관계가 복잡해 주민 간 갈등이 해소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태양광 허가 건수가 높은 정읍, 김제, 남원, 장수가 특히 외지인의 비중이 높다”며 “태양광 산업이 신재생에너지 차원에서는 장려할 부분이지만, 농촌 마을의 보호를 위한 장치도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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