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카페 김정일 대표
3D프린터 이용 가루 뿌려
남북 역사적 순간 담아
“감동” 고객 호의적 반응
전주의 한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한 20대 남성은 깜짝 놀랐다. 자신이 주문한 카페라테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던 것. 너무 신기해 카페 점원에게 “이게 뭐냐”고 묻자, 점원은 웃으면서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기념한 커피”라고 대답했다.
최근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2가의 I카페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공통적으로 맞닥뜨리는 모습이다. 남북 정상의 얼굴이 새겨진 I카페의 커피가 최근 SNS 등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3일 오전 기자가 I카페를 방문해 직접 카페라테를 주문해봤다. 제조 과정을 지켜보니 직원은 우선 스팀으로 만든 우유거품을 유리잔에 담은 뒤 바로 옆에 설치된 3D프린터 위에 잔을 올려놓았다. 이어 프린터 상단에 있는 작은 화면에 뜬 사진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포옹하는 모습을 선택했다. 프린터가 작동했고, 커피 가루가 잉크젯 방식으로 뿌려졌다. 10초 만에 두 정상의 얼굴이 카페라테 위에 새겨졌다.
왜 하필 문재인 김정은 두 정상의 얼굴일까. 지난 4월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본 이 카페 김정일 대표(49)가 생각해 낸 것이다.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동명인 그는 “남북정상회담을 생중계로 지켜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며 “남북 분단의 아픔을 덜어주는 두 정상의 모습에 감동해 커피에 역사적 순간을 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커피점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로, 덕분에 이 카페의 고객 대부분은 다른 커피점보다 다소 비싼 5000원을 커피값으로 지불하면서도 놀랍고 신기한 마음에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I카페의 카페라테는 최근 일부 손님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면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 모았다.
SNS에 실린 댓글에는 “우아 멋집니다”“시대정신이 뛰어난 김정은 아빠”“감동적인 하루였어” 등 호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전북대학교 화학과 88학번 출신인 김 대표는 대학 재학시절 교내 밴드부 활동에 심취해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문제점에 목소리를 많이 내지 못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학교생활 대부분을 통기타를 치면서 보냈다”며 “지금도 수강생을 모집해 카페 한쪽에서 기타 교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는 기타 대신 드론을 조종하며 ‘박근혜 탄핵’ 운동에 앞장섰다. 전북지역 드론 동호회 ‘JB드론마니아’멤버인 그는 지난 2016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박근혜 탄핵을 촉구하는 드론 시위를 벌였다.
김 대표는 “드론 4대에 ‘박근혜 퇴진’ 팻말을 걸고 전주시 관통로 사거리에서 진행된 촛불집회에 참여했다”며 “역사적인 순간을 현장에서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요즘 방탄소년단보다 문재인·김정은 두 정상의 얼굴이 들어간 커피가 더 인기”라는 김정일 대표의 말이 우리 사회에 또다른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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