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강 시인, 1940년 이후 친일성향 작품 잇따라 발표
전주시, 자문위 구성해 전주시민의 노래 개정 추진
11월께 윤곽 드러날 전망
‘태평양 상에 힘차게 펄럭이는 욱일승천의 깃발 아래/ 고요회 잠자는 아홉 장사의 영령이여!/ 천고에 빛나는 불멸의 무훈과 함께/ 황국만대에 영원한 영광을…’
1942년 매일신보에 전주 출신의 김해강 시인(1903~1987)이 발표한 ‘돌아오지 않는 아홉장사’라는 시의 구절이다. 해당 시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진주만을 습격할 때 일명 가미카제로 불렸던 자살특공대를 칭송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같은 해, 김 시인은 ‘아름다운 태양’, ‘호주여’, ‘인도 민중에게’ 등 황국신민화와 대동아공영권을 찬양하는 작품을 잇따라 발표했다.
김 시인은 1922년 신흥고등보통학교를 거쳐 1925년 전주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조선문단에 ‘달나라’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이후 ‘초적’과 ‘새날의 기원’ ‘봄을 맞는 폐허에서’ 등 여러 편의 저항시를 발표하면서 ‘태양의 시인’이라는 칭호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일제의 본격적 강압이 진행된 1940년 이후 김 시인은 이전과는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전북예총 초대 회장을 역임하는 등 평생 전북문단의 버팀목 역할을 하며 대시인으로 존경받았지만 이런 친일 행적 논란 때문에 전주시는 김 시인이 작사한 ‘전주시민의 노래’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전주시는 지난 31일 한일 무역 분쟁으로 촉발된 반일감정 고조 등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 친일 행적으로 논란이 된 김해강 시인이 쓴 ‘전주시민의 노래’를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는 음악·문학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자문위원회를 구성, 추진 방향을 설정하고 전문 제작자를 선정해 노래를 새로 만들 예정이다.
새 노래는 시민 선호도 조사와 자문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11월쯤 윤곽을 드러낼 예정이다.
시는 내년 1월 조례 개정을 통해 새로운 전주시민의 노래를 공표하고 시민에게 홍보할 계획이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우리는 역사를 기념하는데 머물지 않고, 일제 잔재 청산을 통해 스스로의 자긍심과 역사의식이 성장하는 정신적 토대를 쌓아야 한다”면서 “새로운 ‘전주시민의 노래’를 모든 시민들이 즐겨 부를 수 있는 노래로 만들어, 대한민국 지역문화지수 1위인 전주의 문화를 널리 알리는 전주시 대표 상징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재호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장은 “김해강 시인의 친일 작품은 4작품 정도가 있는데 당시 그 어떤 친일 작품 중에서도 강도가 쎈 작품들”이라며 “친일 행보를 보였던 김해강 시인이 작사한 전주시민의 노래도 개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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