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호모 루덴스> 라는 ‘놀이하는 인간’을 다룬 책이 있었다. 이 책에서 인간은 놀이에서 지금의 문명을 이루어냈다고 했다. 우리가 흔히 놀이는 시간의 소비쯤으로 여기지만 사실 예술과 스포츠, 과학까지도 놀이적 성격을 띤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어른도 아이도 놀이를 잊은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놀이를 빼앗긴 우리 아이들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호모>
얼마 전, 김근혜 동화작가의 첫 장편동화가 나왔다. 등단 후, 몇 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선보인 책이라서 소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마음껏 풀어놓았다. ‘제롬랜드’라는 공간이 가지는 선명성 때문에 제목부터 시선을 끌었다.
또한, 가상세계를 하나하나 만들어 수많은 몬스터를 탄생시키고, 그 과정에서 인물들의 우정과 자신들의 일상을 기억하며 제롬랜드를 빠져나오게 하기 까지, 창작 과정의 수고스러움이 눈에 선했다.
<제롬랜드의 비밀> 은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는 게임과 관련한 동화다. 주인공과 친구들이 게임 세상에서 돌아오지 않는 친구를 찾아 나선다. 친구를 찾기까지 많은 가상공간 속에서 몬스터들과 대항하며 결국 친구인 ‘찬서’를 찾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다. 게임은 지나치지만 않다면 집중력이나 판단력, 순발력까지 키워준다. 하지만 게임은 한 번 잡으면 놓을 줄 모르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함정이다. 놀이를 할 수 없는 아이들이 선택한 게임, 하지만 그 대가가 혹독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게임을 무한대로 할 수 있다는 유혹으로 시작된 것이다. 제롬랜드의>
작가는 아이들이 쉽게 유혹에 빠지기도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도 보여줬다. 하지만 지금처럼 학교에서 학원으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면 아이들은 언제든 다시 게임의 유혹에 빠져 일상을 탈출하고픈 생각이 들 것이다. 끊임없이 솟구치는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는 유일한 해방구가 게임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곳은 새로운 자극이 함께 하고 단순하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짜릿함과 박진감, 생동감이 있다. 이처럼 가상공간은 모험을 제공한다. 아이들이 밖에서 놀 수 있는 것이 허락되지 않기 때문에 대리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고, 어른들이 관여하지 않는 자신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은밀한 곳이기도 하다. 놀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모험과 이야기가 게임에는 가득하다. 그러니 어찌 게임을 멀리하겠는가!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눈만 뜨면 골목길을 누비던 아이들이 많았다. 지금은 환경도 시설도 좋은 놀이터가 많지만 빈 공간으로 남아 있고, 아이들은 모두 경쟁으로 몰려 학원을 전전하고 있다.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지금 기성세대들이 맘껏 누렸던 것처럼 고무줄놀이, 술래잡기, 말뚝박기, 망까기, 말타기 등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 놀다보면 하루가 너무나 짧을 만큼 노는 것만을 위한 시간을 확보해 주지 않는 한 게임의 유혹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작가는 <제롬랜드의 비밀> 을 통해 아이들이 가상세계가 아니라 현실에서 맘껏 놀 수 있는 세상의 필요성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 제롬랜드의>
“잊힌 기억은 온몸으로 느낄 때 되살아 나!”라는 주인공의 말처럼 이 땅의 아이들이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놀이의 장을 펼쳐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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