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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꽃소금 왕’ 이창호 (주)일천 대표 “소금 필수 식품임에도 소비자들 이해도 낮아 안타까워”

천일염, 환경오염으로 과거처럼 식탁에 올려서는 안 돼
국내 꽃소금 대중화에 선도적 역할

꽃소금 생산업체인 (주)일천 이창호 대표가 환경오염 등으로 천일염 또한 오염 이 많이 됐지만 소비자들의 이해가 낮아 꽃소금이 외면 받고 있다며 불순물 없이 깨끗하게 생산되는 꽃소금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세림 기자
꽃소금 생산업체인 (주)일천 이창호 대표가 환경오염 등으로 천일염 또한 오염 이 많이 됐지만 소비자들의 이해가 낮아 꽃소금이 외면 받고 있다며 불순물 없이 깨끗하게 생산되는 꽃소금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세림 기자

예부터 귀한 대접을 받았던 소금이 지금은 가장 흔한 식품이 됐다. 현 염전 방식이 사용되기 전 바닷물을 직접 끓여 생산하던 때에는 소금(자염) 1가마니가 쌀 3가마니 가격이었다. 국내 소금 가격은 70년대 이후 냉장고 보급에 따라 변질을 막기 위해 염도를 높일 필요가 줄어들게 되고 소금 생산량이 늘면서 폭락했다.

그렇다고 소금의 본질적 가치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 건강과 연결시켜 더 좋은 소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더해지고 있다. 특히 2008년부터 소금이 광물에서 식품으로 취급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소금들이 쏟아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어떤 소금을 선택할지 어려움을 겪을 정도다.

임실 오수농공단지에서 ‘꽃소금’을 생산하는 이창호 (주)일천 대표(58)를 만나 국내 소금산업의 현황을 들어봤다. 소금제조업에 뛰어든 지 올해로 10년 남짓하지만, 이 대표가 운영하는 이 회사는 국내 최대 꽃소금 생산업체로 성장했다.

 

-소금 생산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는지.

“누구나 소금 없이 못산다고, 아주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실제론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소금이 각광받는 세상, 시대가 올 것으로 생각했다. 전공이나 대를 잇는 가업이 아니지만 우연한 기회 소금에 주목한 배경이다. 경기도 포천에서 운영하던 막걸리 공장을 접고 소금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소금에 대한 노하우 없이 지금의 회사로 성장시키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굉장히 다루기 어려운 게 소금이다. 소금 부식에 견딜 수 있을게 유리와 플라스틱 밖에 없다. 콘크리트도 삭는다. 고가장비를 가져와도 그걸 다룰 줄 모르면 몇 달만 돼도 작동이 안 된다. 세척할 수 있고, 수리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소금 기술자를 모셔놓고 경험을 쌓았다. 처음 몇 년은 모든 과정을 손으로 처리했다. 반복되는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자동화·현대화를 이뤘다.”

-다른 업체와 차별성이 있다면.

“기술 변화를 준비하지 않고는 도태된다. 남보다 빨리 현대화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꽃소금을 구워서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든 제품을 만들어 대중화 시켰다. 구운 소금은 많지만 꽃소금을 구워서 만든 건 우리가 처음이다. 구운 소금은 수분이 남아 있어 축축하지만 꽃소금은 수분을 모두 날려 작은 구멍에도 막히지 않는다.”

-소금에도 품질 차이가 있을 텐데, 어떤 소금이 좋은 소금인가.

“소금에는 영양소가 없다. 짠맛이 전부다. 어머니 세대에서 2년 이상 천일염을 묵혀 먹었던 것도 쓴 맛을 내는 간수(마그네슘)를 빼기 위해서였다. 짠맛으로 음식을 맛있게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소금이다.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은 깨끗한 소금이 가장 좋은 소금이다. 용도에 맞게 소금 종류를 사용하면 된다. 아무리 깨끗한 정제염이라도 나물을 무칠 때 쓸 수는 없다. 잘 녹지 않는 정제염 덩어리를 넣을 경우 나물에 골고루 간이 배일 수 없기 때문이다.”

-천일염을 둘러쌓고 지금도 업계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데.

“환경이 깨끗했을 때 천일염 식용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공기 중 미세먼지와 황사, 바닷속 미세플라스틱 등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환역오염으로 염전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이 직접 식용으로 적합한지 의문이다. 일제강점기 때 들어온 염전은 인천에서 시작해 서해안을 타고 전남 신안까지 퍼졌으나 지금은 부안 곰소와 태안에 일부만 남아 있고 나머지 80% 이상이 신안에서 생산되고 있다. 염전 원조격인 대만과 일본의 염전은 사라졌고, 중국에서도 염전 소금은 공업용으로만 사용한다. 선진국 중 천일염을 먹는 나라는 아마도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할 것이다. 천일염은 그냥 먹어서는 안 되는 식품이다. 식품기준에 맞출 수 없다. 씻어먹는 것도 아니고 바로 먹는 것인데 불순물을 먹는 것과 같다.”

-천일염에는 정제염과 재제염 등에 없는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고, 특히 한국의 천일염이 세계적으로 뛰어나다고 정부 차원에서도 홍보하고 있지 않나.

“소금에서 미네랄을 섭취하지 않더라도 몸에 필요한 미네랄 성분은 얼마든지 다른 식품에서 보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리 천일염이 그렇게 몸에 좋은 영양소를 갖고 있다면 왜 수출이 안 되나. 천일염을 녹이면 더러운 물과 뻘이 나온다. 국가 차원에서 천일염에 대한 성분 검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어 문제다. 납과 카드뮴 분석만 할 뿐 석회가 있는지 농약성분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올 천일염이 크게 폭등했다는데.

“우리도 염전이 많이 없어지는 추세다. 올해도 30% 이상 줄었다. 염전자리가 태양광이 들어서기 좋은 입지여서 많은 염전들이 태양광단지로 대체됐다. 여기에 올 일본에서 원전수를 버린다고 하니까 소비자들이 사재기를 했다. 지난해 20㎏ 한 포 6000원이던 가격이 현재 4배 이상 올랐다. 천일염 폭등은 소비자들이 소금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당장 김장 배추 절일 때 국산 천일염이 좋다고 세뇌됐는데, 천일염보다 싼 정제염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천일염의 염도가 82%인 반면, 정제염은 99.9%여서 같은 양을 녹였을 때 가성비가 훨씬 높다. 배추는 염도에 의해서 절여지는 것이지 소금 종류에 의해 절여지는 게 아니다.”

-간장 된장 고추장도 천일염으로 만들어야 맛있다고 하지 않나.

“전통발효식품 명인들이 천일염을 전통방식이라고 하면서 그리 말하지만, 실제 숙성기 지나서 비교시켜 보면 그런 말을 못한다. 천일염을 쓰면 소금 뒷맛이 단맛을 낸다는데 어떻게 소금에서 단맛이 나느냐. 간수가 다 빠져 순해진 것을 단맛이 난다고 하는 것이지 소금은 짠맛 밖에 없다.”

-깨끗한 소금을 유통시키기 위해 용기사용에도 신경을 쓴다는 데.

“소금을 담는 용기로 마대가 사용되는데 공기가 통해 쉽게 오염되는 문제가 있다. 마트나 식당 등에서 대부분 이런 마대를 사용하다보니 오염된 공기와 들고양이나 쥐 등의 배설물에 까지 노출된다. 깨끗한 소금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유통과정에서도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도 생산자의 책무다. 우리 회사가 외부공기를 차단하는 꽃소금 봉지를 고안해 사용하게 된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현재 겪는 어려움이라면.

“젊은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다. 당장 온라인 쇼핑몰 구축 등을 관련 전문 젊은 인력을 구하고 있으나 지원자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자동화·기계화가 됐으나 인력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농공단지가 많이 비어 있다. 기업하기 좋은 여건이 될 수 있도록 행정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전북 우수중소기업으로 지정하는데 그치지 말고 ‘우리 도에서 만든 자랑스러운 제품, 비교가 안 되는 탁월한 제품’을 엄선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소금은 흰색이다. 흰색뿐 아니라 검은색 노란색 파란색 소금도 만들고 싶다.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식품과 결합해서 우리 몸에 좋은 소금을 제공하고 싶다. 내가족, 내가 먹는 마음으로 만든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을 만들고 싶다.” /김원용 선임기자

 

■ (주)일천, 어떤 회사

임실 오수면 농공단지에 자리한 (주)일천의 주력 상품은 꽃소금이다. 꽃소금은 눈꽃처럼 생긴 모양을 빗대 붙여진 이름으로, 소금 분류상 재제염(再製鹽)에 속한다. 천일염이나 정제염을 깨끗한 물에 녹여 불순물을 제거하고 다시 가열해서 만든 소금이다.

현재 일천의 하루 생산량은 20~25톤으로, 대형 화물트럭 1대 분량. 꽃소금 단일품으로 전북은 물론 전국 최대 생산량을 자랑한다. 국내 전체 생산량의 18%를 차지하는 이 회사 꽃소금은 국내 하나뿐인 정제염 생산업체인 한주소금에 주문자 생산방식(OEM)으로 납품되고 있다. 또 국내 대형 식자재유통업체인 삼성웰스토리와 식품공장 등이 주요 거래처다.

생산품은 또 ‘소곰방’이라는 브랜드로 일반 소비자들과 만나고 있다. 꽃소금 외에 고온에서 구워 만든 구운소금, 자황소금·울금소금·함초소금 등 기능성 소금도 시험연구를 거쳐 생산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들 기능성 소금을 스틱에 담아 고기나 샐러드 등에 편리하게 뿌려먹을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회사는 이들 생산품을 선물세트로 내놓을 계획도 갖고 있다.

회사명‘일천’은 이창호 대표가 회사 설립 당시 하루 1000만원 수익을 올리겠다는 의지로 붙인 이름이란다. 이 정도 수익이면 직원 복지와 사회적 기여를 할 만한 수준이 될 것이란 생각에서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소금’을 모토로, 최고의 품질·최고의 위생적인 환경·합리적 가격의 소금을 만드는 게 이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주)일천이 전국적으로 명함을 내민 것은 2년 전 농수축산식품부가 주관한 ‘2019년 식품소재 및 반가공산업 육성사업’에 선정되면서다. 전국적으로 2개 업체를 뽑아 지원하는 사업에 선정된 후 시설 현대화와 자동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소금가공 분야에서 과학적인 위생관리체계의 해썹(HACCP)을 인정받은 것도 이 회사 자랑이다.

이 회사는 깨끗한 소금을 만드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천일염 등에 1차 열을 가해서 웬만한 이물질을 태워 날리고, 자동 선별기계를 거쳐 육안으로 다시 선별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보니 생산비가 좀 올라간단다. 그렇다고 큰 비용도 아닌데 소금 업체들이 워낙 영세하다보니 이마저도 생략되는 경우가 많단다. 이 대표는 1㎏ 1400~1500원으로 4인 가족이 4~6개월 먹는, 아이스크림 1개 값도 안 되는 가격인 데 비싼 가격이냐고 되묻는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전까지 일본에 수출도 했다. 최근에는 구운 꽃소금으로 미국 바이어와 수출 계약도 체결했다. 정제염과 달리 잘 녹는 깨끗한 소금이라는 점을 높이 샀다. 이 대표는 좀 더 노력해서 품질을 높이면 수출 길이 많아질 것으로 보았다.

김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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