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죽을 만큼 힘든 시간을 보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무심코 책장을 넘기다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한 구절을 읽고 비로소 위로를 얻게 된다.
조혜경 작가가 펴낸 에세이집 <멀리 있지 않은>(지혜의언덕)이 바로 그런 책이다.
작가는 “이 책의 글들이 생애 가장 힘든 시간에 쓴 것”이라고 말한다.
책은 지난 4년 동안 작가가 월간 잡지에 연재했던 에세이 24편을 모은 것이다.
작가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에 쓴 글들을 마주하면 복잡한 세상사에 텅 비었던 가슴이 어느새 감동으로 잔잔하게 스며드는 위안을 느끼게 한다.
“언제라도 원치 않는 일이 우리 앞에 예고 없이 닥친다. 긴 싸움이 될 질병이 ‘생각하지 않은 날’ 느닷없이 찾아와 일상이 휘청이기도 하고, 어느 날 ‘알지 못하는 시각에’ 사랑하는 사람과 생의 경계를 넘는 이별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한 치 앞도 예견할 수 없으며, 내일 일은 그러므로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사람은 헛것 같고 그의 날은 지나가는 그림자 같은 것이다.”(책의 본문 중에서)
작가는 감당하기 벅찬 현실을 옆에 두고 노트북을 펴 아련한 과거 속에 빠져들었다.
이로써 지난 시간의 기억이, 그리움이, 위로가 멀리 있지 않음을 알게 됐다고 고백한다.
작가는 누구라도 삶이 버겁다면 멀리 있지 않은, 어쩌면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있는 따뜻한 기억, 그리운 사람, 격려해주는 사람을 붙잡아 다시 힘을 내보라고 권면한다.
“많은 것들이 사라져간다. 사라지는 것이 어찌 물건과 장소뿐이랴. 거스를 수 없는 일이다. 다 놓고 가야 하는 날도 올 것이다. 뒤돌아 지나온 날에 그리움의 그물을 던지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따뜻하고 행복했던 기억들이 가득 건져 올라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책의 본문 중에서)
책은 작가의 오랜 친구가 따뜻한 시선으로 찍은 감성적인 사진이 함께 실려 글과 글을 이어주고 있다.
디자이너가 된 작가의 딸은 책의 표지와 이야기가 있는 사진의 일러스트를 그려 넣었다.
작가는 전주 출신으로 전주여고와 전북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석사(M.Div.) 학위를 취득했다.
2004년 한국소설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토지문학제 평사리문학 대상, 기독신춘문예 대상 등을 수상했고 단편소설집 <꿈꾸지 않는다>를 펴냈다.
현재 지혜의언덕 출판사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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