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에 국립 공공의료전문대학원을 설치하도록 하는 일명 ‘남원 공공의대법’이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무려 6년이나 끌어온 이 현안이 21대 국회에서도 무산되면서 그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중앙 정가에선 “전북 현안이 다른 지역 현안과 맞물린 경우 모두 좌절되고 있다”면서 “경쟁적 관계에 있는 현안을 관철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전북은 최근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문턱을 넘은 전북특별자치도법 전부 개정안 처럼 다른 지역과의 이해관계가 상충되지 않는 법안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현안이 좌절됐다.
20대 국회 남원 공공의대법과 21대 국회 남원 국립 공공의전원법이 상임위 문턱조차 못 넘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여당과 의사단체의 반대에 있었다. 이제 의사단체의 반대 동력이 약해지자 지역 의사의 의무근무 규정에 대한 위헌요소를 놓고 신중론이 제기됐다. 지난 21일 보건복지위 제2법안소위에선 아예 남원 공공의전원법이 제대로 다뤄지지도 못했다.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자신의 지역구에 의대를 신설하거나 기존의 의대에 정원을 늘리겠다는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맞닿아 있다.
다른 의원들의 지역구 문제가 얽힌 만큼 민주당 전북도당이나 전북도에서도 이번 법안 심사와 관련해선 손을 놓고 있었다. 전북특별자치도 전부개정안 법안 심사와 남원 공공의전원법 법안 심사를 둘러싼 전북정치권의 온도차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실제 보건복지위에 소속된 국회의원 대다수가 본인의 지역구에 공공의대나 의대정원 확충을 바라는 이들이 포진해 있다. 여당 간사인 강기윤 의원(경남 창원 성상)은 창원의대 설치 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당사자다. 야당 간사인 강훈식 의원(충남 아산을) 역시 충청권 의대 정원 확대를 관철해 달라는 지역구의 요구를 받고 있다.
인천, 전남, 충북지역 정치권도 해당 지역의 의료인력 부족을 호소하며 의사정원 확대나 공공의료대 설치 등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국회에는 전남 목포·순천·여수, 경남 창원, 경북 안동·포항, 충남 공주, 부산 기장, 인천 등에 공공의대 설립을 염두에 둔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국회에 발의된 의대 신설 관련 법안만 11건이다. 보건복지위 내부에선 공공의전원법이 통과되면 자신의 지역구에서 ‘남 좋은 일만 해주고 자기 할 일은 못한다’라는 평가를 들을까 염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제3금융중심지 지정도 마찬가지다. 2009년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서울과 부산의 견제로 금융중심지 현안은 계속 후퇴했다.
내년 착공이 가시화하면서 ‘50년 희망고문’이 끝날 것으로 기대됐던 새만금 국제공항도 비슷한 맥락이다. 다른 지역들 또한 신공항이 지역 최대 숙원으로 새만금 등 전북권에 국제공항이 생길 경우 자신들의 지역구 현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염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겉으로는 새만금 국제공항을 지지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뒤에서는 ‘새만금 국제공항 무용론’을 떠들고 다니는 인사들도 적지 않다는 게 전북 정치권의 지적이다. 그럼에도 전북정치권은 새만금 공항에 반대하는 이들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취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전북의 현안은 항상 타 지역 현안에 밀리는 후순위 신세가 됐다.
공공의대나 신공항 모두 전북에서 먼저 태동했던 지역 숙원과제로 그 명분과 당위성이 확실하다. 공공의대는 원래부터 남원에 배정된 의대정원 49명을 활용하는 것이며, 전북권 공항 문제는 50년을 끌어온 현안이다.
철도도 마찬가지다. 새만금 인입철도는 물론 동서횡단 고속철도, 전라선 고속화 등은 충청, 영남권에 그 우선순위가 밀려있다.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충북 ‘오송역’의 존재다. 호남고속선은 충청정치권의 영향으로 꺾여 돌아오는 기형적 선형을 보여주고 있다.
새만금 신항만 건립과 점차 쇠락하는 군산항도 당장 다른 지역 주요 항만과 비교할 때 굉장히 초라한 국가적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북의 이같은 상황은 지역 정치판에서 여야 균형이 실종된데다, 인구도 점차 감소하면서 중앙에서 정치적으로 배려해 줄 효율성이 사라진 탓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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