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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풍경']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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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이 길일까? 저 길일까? 비몽사몽 헤맸습니다. 도대체 문은 어디일까요? 바늘귀만 한 구멍이라도 보여야 헤어날 텐데, 얽힌 꿈길 실마리를 찾을 수 없습니다. 뜨고도 감은 눈 더듬더듬 신발을 꿰신습니다. 새벽 다섯 시, 어찌어찌 꿈 밖으로 나와 일없이 걷던 천변길에 섭니다. 머리를 남으로 두르고 싶건만, 어디가 동쪽이고 어디가 서쪽인지 어림도 못 하겠습니다. 

 

점치듯 발길에 맡깁니다. 안개 때문인지 백태 낀 눈 때문인지 이어졌다 끊기는 길, 그저 더듬이 쫑긋 세우고 달팽이 걸음입니다. 등대 같던 샛별이 깜깜 지워졌습니다. 건너편 그 높던 아파트 간곳없습니다. 몸 따로 마음 따로, 흔들리던 내 속엣말도 수신되지 않습니다. 지금 눈앞에 없는 하늘과 땅과 나, 세상은 헛것일까요?

 

앵앵 앰뷸런스가 적막을 깹니다. 어라, 발밑에 개똥이 밟힙니다. 돌아가 대문 앞, 나를 기다리는 게 개일지 늑대일지 더욱 혼란스럽습니다. 멀리 제자리 우뚝 선 모악산이 보면 나는 겨우 오 리 안개에 갇혀서 갈팡질팡하겠지요. 이마에 묻은 안개가 간밤 꿈속을 헤맨 식은땀만 같습니다. 새벽안개 짙은 가을날은 쨍하다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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