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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안성덕 시인의 풍경]변산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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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기다리는 것은 쉬이 오지 않습니다. 사람이 그렇고 계절이 또 그렇습니다. 기다림의 법칙이지요. 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더디기만 합니다. 경칩이 내일인데 강원도는 폭설에 주저앉았습니다. 전라도는 여름 같은 소낙비에 발목 잡혔고요. 남도 어딘가 꽃소식 실은 화물차가 강풍에 넘어졌다는 뉴스를 본 듯합니다. 

 

내장산에 갑니다. 지난 가을 끝물 단풍에 쫓기듯 다녀온 뒤 첫걸음입니다. 바람꽃을 보려는 내 바람이 통했나요, 한 선생께서 연통을 넣으셨지요. 일주문 어디 바람꽃 소식에도 바람처럼 달려가지는 못했습니다. 이 핑계 저 핑계 사나흘 뜸이 길었습니다. 

 

1993년에야 알려진 ‘변산바람꽃’, 누구는 ‘변산아씨’라 부른다네요. 오래도록 몰랐던 것은 식물조사를 4월에 시작했기 때문이라지요. 2월에 피어나서 3월에 져버리니 눈에 띄지 않았던 거라지요. 너도 바람꽃 변종쯤으로 알았던 꽃이 가냘프게 흔들립니다. 

 

바람 불어 흔들려야 비로소 꽃으로 보여 ‘바람꽃’일까요? 작은 키에 수수하기만 해, 궁여지책 다른 꽃 없는 봄의 첫머리에 피어났겠습니다. 쉬이 눈에 띄지 않아 행여 발밑에 밟히기도 했겠습니다. 바람만바람만 다가서서 채 당도하지 않은 봄바람인 듯 기웃거려야겠네요. 인연도 시절도 더디 오면 빨리 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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