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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근혜 작가, 김란희 '금딱지와 다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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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딱지와 다닥이 표지/사진=교보문고

SNS에서 우연히 『금딱지와 다닥이』(비공)란 동화책을 접했다. 제목이 특이해서 내용이 궁금했던 차였는데 그 책이 얼마 전 내게 왔다. 인연이란 이렇게 부지불식간에 맺어지는 것이었다.  

작가 김란희는 91년도 통일문학상공모전에서 통일상을, 2005년에 <창비어린이>에 「외삼촌과 누렁이」로 등단했다. 지금은 전주에서 동화작가이자 문화해설사로 활동 중이시라니 모르긴 몰라도 오다가다 마주쳤지 싶다. 그래서인지 동화집에 더욱 애정이 간다.  

『금딱지와 다닥이』는 ‘글 쓰는 일이 세상에 덜 부끄럽고 사람들에게 조금만 미안하면 좋겠다’라고 말한 김란희 작가의 첫 단편동화집이다. 작가가 긴 시간 가장 정제된 단어로 직조한 아홉 편의 단편은 블링블링한 필터 대신 원본 그대로의 현실을 담아냈다. 덕분에 동화를 읽는 내내 공포 영화를 보듯 섬뜩하면서도 통쾌했고, 불편하면서도 복숭아 스파클링을 마신 듯 달콤하고 짜릿했다.

김란희 동화의 또 다른 묘미는 사투리 구현에 있다. 한 지역에 오래 살았다고 해서 지역 사투리를 문장으로 맛깔나게 구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김란희 동화에 실린 사투리는 자연스럽다 못해 능청스럽다. 소리 내어 읽으면 더 찰지고 실감 난다.  

단편 각각에 등장하는 할머니 캐릭터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외국인들 돌보면 돈이 나오냐 쌀이 나오냐’라며 아들만 보면 잔소리를 쏟아붓는 「외삼촌과 누렁이」의 할머니가 외강내유형의 우리네 어머니 모습이라면, 천애고아인 착한 솜이를 위해 새 부모를 점지해 준 「아기가 된 솜이」의 당산나무 할머니는 삼신할머니나 마고할미 같은 여신의 모습이다. 

소외된 어린이를 향한 작가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는 「엄마 밥 줘」와 「가슴이 자라기 시작할 때」도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자신의 결핍을 아이에게 전가하고, 성공을 위한 도구로 여기는 이들이 부모라는 이름으로 자식에게 휘두르는 폭력은 다른 어떤 폭력보다 진한 상흔을 남긴다. 사랑이라는 핑계로 가하는 폭력 앞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김란희 작가는 에둘러 말하기보다 극사실주의적으로 현실을 보여준다. 그러니 이 책은 어른이 먼저 읽어보기를 권한다. 욕망을 좇느라 그간 잊고 있던 진짜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일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광재 소설가는 ‘글은 그 사람이 가지고 태어나는 재주로 쓰는 게 아니라 문학을 삶의 영역 안에 끈질기게 보듬고 있는 자가 쓰는 것이다. 지금 쓰는 글이 어느 지점에 가 있는지, 과연 무엇이 되기는 하는 것인지 그런 계산 따위 아예 없이 그저 한 발짝 씩 걸음을 떼는 사람(P.188)’이라는 말로 쓰는 김란희 작가를 정의한다. 재주로 글을 쓰기보다 끈기로 글을 쓴 결과가 『금딱지와 다닥이』에서 오롯이 느껴진다. 

명징한 문장과 분명한 주제 의식을 겸비한 김란희 작가의 차기작이 무척 기대된다.

김근혜 작가는

201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동화)에 당선됐다. 장편동화 『나는 나야!』, 『봉주르요리교실 실종사건』, 『다짜고짜 맹탐정』, 『베프 떼어 내기 프로젝트』, 『들개들의 숲』, 『사춘기, 우리들은 변신 중』(공저) 과 청소년 소설 『유령이 된 소년』, 『너의 여름이 되어 줄게』(공저), 등이 있다.  동화『베프 떼어 내기 프로젝트』는 2025년 전주올해의 책에 선정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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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 #동화 #어린이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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