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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주년] 군산시 ‘서수면’이 '일본열도' 의미?...111년간 사용된 일제 잔재

2019년 명칭 변경 추진⋯시가 적용한 '3분의 2 이상 찬성' 조항에 좌절
주민들 명칭변경 갈망⋯민족문제연구소 "일본 식민지배 역사 청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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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면 행정복지센터. 김경수기자

8세기에 만들어진 일본의 역사서 일본서기에는 '천신(天神)이 이장락존과 이장염존이라는 두 신에게 말했다. 풍위원(豊葦原)주에 천오백추(千五百秋)주의 서수(瑞穗)주의 땅이 있다.'는 구절이 나온다.  

서수(瑞穗)는 한자로 상사로울 서(瑞)와 이상 수(穗)가 합쳐진 글자다. 해석하면 푸른 벼 이삭이 넘실거리는 풍요롭고 상서로운 땅이라는 뜻으로 해당 역사서에서는 '일본열도'를 의미한다.

20세기 제국주의 일본은 동아시아를 침략하면서 서수(瑞穗)라는 명칭을 사할린, 대만 그리고 전북에 사용했다. 현재의 군산시 서수면이 그것이다. 

13일 역사학계에 따르면 1914년 조선총독부령에 의해 임피군이 옥구군에 통합되면서 서수면이 신설됐다.

당시 임피군에 거주하던 일본인 지주 가와사키 토타로(1877~1921)는 서수리, 마룡리, 관원리, 취동리, 화동리, 신기리를 합해 현재의 지명인 서수면(瑞穗面)으로 변경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의 농장은 악명 높은 고율의 소작료로 식민지 조선 소작인들을 착취했다. 해당 농장은 일제강점기 3대 농민항쟁인 이엽사 옥구 농민 항쟁의 배경이다.

지난 2019년 도내에서는 '일제 잔재'로 남겨진 지명 교체에 대한 움직임이 활발했다. 이에 일본 미쓰비시 창업주 이와사키 야타로의 호(동산)를 사용하던 전주시 덕진구 동산동이 90.7%의 찬성률로 여의동으로 변경됐다. 

당시 서수면도 명칭변경 절차에 동참했다. 당시 주민투표에서 79%가 명칭변경을 찬성했다. 그러나 변경할 명칭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후보군이던 ‘항쟁면’(58.1%)과 ‘용천면’(12.6%) 등에서 표가 갈렸다. 투표 당시 군산시는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옥구읍의 항쟁을 기념하는 ‘항쟁면’이 과반수를 넘겼으나 해당 조항에 발목을 잡한 것.

현재 군산 서수면 주민들은 명칭변경을 갈망하고 있다.

서수면의 한 마을 경로당에서 만난 주민 A씨(70대·여)는 “서수가 일제에서 만든 이름으로 알고 있어 바꿔야 한다는 생각은 있지만 나서는 사람이 없다”며 “어르신들이 많이 사는 지역의 특성상 그냥 그대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한 마을 이장 조모 씨는 “과거에 투표를 했을 때도 변경하는 데 찬성했었다”며 “지금은 아무도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  

전북특별자치도 관계자는 “과거 용역을 진행했고, 명칭변경을 해야 하는 개선과제가 있어 계속 지자체 측에 명칭변경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법으로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주민들의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관심을 가지고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군산시 관계자는 "과거 명칭 변경을 추진했으나 왜 변경이 좌절됐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명칭 변경에 대해서는 따로 시에서 논의되거나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전북본부 김재호 지부장은 “2019년에 주민들 대부분이 찬성했지만 지자체에서 법에도 없는 규정인 의결정족수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규정을 내세워 명칭변경을 막았다”며 “일본의 식민지배와 작위적 역사가 짙게 배어있는 서수라는 명칭을 온전히 놔두고 일제 잔재 청산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2025년을 서수명 명칭변경의 해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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