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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의 알쏭달쏭 우리말 어원] (101) 뜬금없다, 생뚱맞다 - 거래의 기준이 되는 가격 '뜬금'

한수산의 소설 〈유민〉을 보면 “강 씨네 찰벼 논을 지나는데 뜬금없이 개구리 한 마리가 소리를 높여 울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또 TV 드라마를 보면 “뜬금없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라고 말한다. 여기서 ‘뜬금없이’라는 말은 무슨 뜻이며, 어원은 무엇일까? 요즈음도 시골에는 5일마다 장이 서는 데가 있다. 소나 돼지 같은 가축과 갖가지 농산물을 시장에 가지고 나와서 손님과 흥정을 한다. 농산물은 공산품처럼 일정한 값이 없기 때문에 흥정해 값을 매긴다. “2000원에 합시다.” “2500원은 받아야 되지. 쪼금 더 쓰시오 잉.” 줄다리기해 값을 매기고 정한다. 이렇게 서로 값을 매기는 것을 ‘뜬금’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뜬금’은 ‘일정하지 않고 시세의 변동에 따라 달리 정해지는 값’을 말한다. 명사 ‘뜬금’이라는 말과 형용사 ‘없다’라는 말이 합쳐져 ‘뜬금없다’라는 낱말이 만들어지고 이것의 부사어가 바로 ‘뜬금없이’가 된 것이다. 그래서 ‘뜬금없이’라는 말은 보통 사람들이 분위기나 주제에 맞지 않게 엉뚱한 가격을 부르는 말이나 행동을 할 때 쓰는 말이다. 그리고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는 말도 비슷한 경우에 쓴다. ‘전혀 관계없는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여기서 봉창은 주머니를 뜻하는 전라도 방언과는 다른 말이다. 옛날 흙벽돌집에 문틀 없이 그냥 창문을 흉내 내어 종이만 발라놓은 것이 봉창이다. 빛은 조금 투과돼 들어오는 상태인데 잠결에 문인지 창인지 구분 못 하고 봉창을 문인 줄 알고 열려고 더듬거리다가 내는 소리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가 된 것이다. 비슷한 뜻으로 ‘생뚱맞다’는 말이 있다. ‘생뚱맞다’는 행동이나 말이 앞뒤 상황에 맞지 않고 엉뚱하다는 뜻의 순수 우리말이다. 생소하다의 ‘생(生)’과 엉뚱하다의 ‘뚱’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합성어다.

  • 문화일반
  • 기고
  • 2018.08.02 20:08

한지공예의 은은한 멋

송미령 공예가의 네 번째 개인전 韓紙美感이 오는 12일까지 전주 교동미술관에서 열린다. 송미령 공예가는 20여 년 전 김혜미자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60호 색지장을 만나 한지 공예에 입문했다. 작업과 강의해 열중해 현재는 예원예술대 한지공간조형디자인학과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송 작가는 실용적인 디자인과 예술을 전통과 접목한다. 전통이 갖는 고유의 기법과 아름다움, 긴 역사를 거쳐 응집되는 정체성을 현대의 실용성보편성과 적절히 융합하는데, 이에 따라 새로운 기법도 창안했다. 오색전지 기법에 기본을 두고 조각나누기 기법을 변형해 문양을 새기는 조각나누기 양각기법, 색 한지를 2~3장 미리 배접해 나전이나 자수처럼 문양을 그대로 오려 붙이는 자개박이 기법, 자수의 도드라짐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가지 색지를 미리 붙여서 양각형식으로 오려 붙이는 자수기법 등이다. 전시되는 작품들은 작가만의 창의적인 기법과 전통 기법을 적절히 보여주는 것들로 구성된다. 자수문오층장, 조각보머릿장, 단청문버선장, 약장 등 한지로 만든 가구와 소반, 항아리, 팔각반짓고리 등의 소품을 선보인다. 송 작가는 20여 년간 색색으로 배접된 한지를 칼질하면서 손마디가 모두 변형됐지만 그만큼 발전했다고 믿는다며 강단에 서고 있는 작가로서 제자들에게 발전과 도전을 심어주는 교육자의 마음가짐까지 함께 지니고 더 변화하고 발전하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보현
  • 2018.08.02 17:52

[불멸의 백제] (149) 8장 안시성(安市城) ⑤

“어서오너라.” 이세민이 떠들썩한 목소리로 계백을 맞았다. 계백이 20보쯤 떨어진 거리로 다가왔을 때 소리친 것이다. 파격이다. 계백도 놀라 주춤거렸을 정도였으니 둘러선 당의 장수들은 숨까지 죽였다. 이세민이 다시 소리쳤다. “가까이 오라. 가까이.” 계백이 두 손을 모으고 다가갔다. 뒤를 우보성과 윤건, 하도리가 따른다. 진막 안이 조용해졌다. 계백과 사신들의 발자욱 소리만 난다. 10보 거리에서 계백이 발을 멈추고 이세민을 보았다. 이세민의 속눈썹까지 보인다. 당태종, 정관19년, 제위에 오른지 19년째다. 47세, 계백을 내려다보는 눈빛이 강하다. 진막 앞에 걸린 곽영탁의 머리통과 우성문의 결박된 모습은 계백에 대한 압력이다. 계백에게 참패한 무장들인 것이다. 그때 계백이 허리를 굽혀 절을 했다. “백제 은솔 계백이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어떠냐?” 이세민이 대뜸 물었다. “대당(大唐)의 분위기가 어떻다고 돌아가서 말할 테냐?” “폐하의 기세에 눌려 제대로 보지 못 했다고 말할 것 같습니다.” “앗하하.” 소리내어 웃은 이세민이 지그시 계백을 보았다. “너희들 왕, 의자와 비교하면 어떠냐?” “감히 어찌 비교를 하겠습니까? 말씀을 거두워 주옵소서.” “그래야지.” 선선히 머리를 끄덕인 이세민이 정색하고 말했다. “네가 오기 전에 말이 많았지만 살려서 보내주마. 다만 이 말 한마디는 명심하고 돌아가거라.” “예. 폐하” “내가 대륙을 평정하지 못 하고 저승에 갈 지도 모른다.” 이세민의 목소리가 진막을 울렸다. “인생(人生) 50년, 피었다가 순식간에 지는 꽃처럼 세월이 흐르지만 사는 동안 만이라도 보람을 느껴야 하느니라.” 계백도 숨을 죽였고 이세민의 말이 이어졌다.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도 다 부질없다. 귀신이 되어서 뭘 듣고 자랑으로 여기겠느냐.” “……” “순간의 영화를 위하여 나는 비열하게 살지 않는다. 이것이 군주의 마음가짐이다.” 이세민은 결국 자신의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계백이 허리를 굽혔다. “폐하. 명심하겠습니다.” “돌아가서 내 말만 전해라.” “예. 폐하.” “고구려왕, 백제왕의 자질이 나보다 나을지도 모르지만 하늘은 준비한 자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 계백이 다시 허리를 숙였을 때 이세민이 문득 물었다. “너는 다음 신라왕이 누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 난데없는 질문이어서 계백은 쳐다만 보았고 뒤에 선 우보성과 윤진 등은 몸을 굳혔다. 이세민의 얼굴에 웃음이 떴다. “백제왕도 신라왕을 겸할 수가 있겠지. 하지만 신라인으로 누가 여왕의 뒤를 잇는 것이 나을 것 같으냐?” “김춘추가 낫겠지요.” 계백이 똑바로 이세민을 보았다. “김춘추는 왕이 되면 백제와 통합을 한다고 각서를 썼습니다.” “앗핫핫.” 다시 소리내어 웃은 이세민이 말했다. “그런가? 김춘추가 뛰어난 놈이다.”

  • 문화일반
  • 기고
  • 2018.08.01 19:57

[더위 탈출, 문화체험] ⑥ 아캉스(art vacance) - 비행기 티켓 대신 공연·전시 티켓을

최근 아캉스라는 신조어가 많이 들린다. 아트(art)와 바캉스(vacance)를 결합한 용어로, 도심 속 문화공간에서 여름휴가를 즐기는 것이다. 긴 시간 멀리 가지 않아도, 쉽게 기분을 전환 할 수 있어 호응이 크다. 올 여름엔 항공권 대신 공연전시 관람권을 끊어보는 것은 어떨까. △ 전시+공연, 온종일 놀자 전북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주의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비롯해 익산예술의전당, 군산예술의전당은 공연과 전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복합예술공간. 연일 기록을 세우고 있는 무더운 낮 기온을 피해 온종일 놀 거리가 있는 곳이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장에서는 9월 2일까지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의 이름을 건 앤서니 브라운- 행복한 미술관전이 열리고 있다. 기발하고 유머러스한 그림책 원화를 전시하고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도 마음껏 읽을 수 있다. 또 5일까지 전국청소년연극제 무대가 이어진다. 전주시립교향악단의 정기공연, 그림자 극으로 만나는 환상의 음악여행 기획공연, 판소리 창작 뮤지컬 달아 높이 올라 등 이달에도 공연이 풍성하다. 익산 예술의전당에서는 19일까지 원로 화가 박남재와 젊은 미술가 홍남기의 2인전 두개의 시간이 열리고 있다. 매주 화요일에는 익산시립예술단의 상설공연이 있고, 주말에는 태권발레, 연극, 판소리 공연 등도 열린다. 군산예술의전당에서는 오는 3일과 4일 여름 특집으로 방송뮤지컬 댄스와 클래식 공연을 마련했고, 가수 BMK콘서트, 가족뮤지컬 정글북 등 크고 작은 무대가 계속된다. 전시는 여름 시설점검으로 인해 11일부터 재개한다. △미술관 투어, 이색 공간도 추천 상대적으로 전시장이 많은 전주와 군산에서는 미술관 투어를 해도 좋다. 전주는 한옥마을 내 교동미술관, 서학동 예술마을 내 서학동 사진관, 천변길 따라가다 보면 만나는 우진문화공간, 신시가지 도심 속 누벨백미술관, 구도심의 문화공간 기린 등이 있다. 군산 창작문화공간 여인숙, 이당미술관, 예깊미술관 등은 관광지 인근에 있어 1석 2조다. 나들이 겸 근교 전시장을 찾아가는 것도 추천한다. 완주 모악산 자락에 위치한 전북도립미술관에서는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의 현대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교류 기획전 변방의 파토스가 9월 9일까지 진행 중이다. 남원 수지미술관에서는 26일까지 사랑을 표현하는 남원 출신 작가 6명을 초대해 전시를 열고 있다. 폐교를 재단장한 수지미술관은 전시뿐만 아니라 야외 조각공원, 쉼터 등 아름다운 자연경관도 매력적이다. 서해의 드넓은 갯벌을 앞에 둔 부안 휘목미술관 역시 전시장과 함께 야외 조각공원이 인상적이다. 양곡창고를 개조한 순창의 옥천골 미술관과 섬진강 미술관, 올 여름에 운영하는 진안의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 완주 연석산 미술관, 정읍시립미술관 등도 감성을 살찌우는 곳이다. <끝>

  • 문화일반
  • 김보현
  • 2018.08.01 19:57

'조선 마지막 무동' 김천흥 기리다

조선의 마지막 무동(舞童) 고(故) 김천흥 명인을 조명하는 기획전이 9월 30일까지 국립무형유산원 어울마루 1층 무형문화재기념관 중앙홀에서 열린다. 무형문화재기념관의 첫 기획전인 음악과 무용의 명인, 김천흥을 기리다. 올해 3월 1일 개관한 무형문화재기념관은 국가무형문화재 종목을 소개하고, 역대 보유자들의 업적과 가치를 조명하는 전시관이다. 국립무형유산원은 이곳에서 특정 보유자를 집중 조명하는 기획전을 정기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이 김천흥 명인이다. 김천흥(1909~2007) 명인은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의 해금과 일무(여러 줄로 벌여 서서 추던 춤) 부문, 제39호 처용무의 무용과 가면 제작 부문 보유자였다. 1922년 14세에 이왕직아악부의 아악부원양성소에 입소한 후부터 2007년 99세의 나이로 영면하기까지, 근 한 세기에 걸친 그의 삶은 우리 전통음악과 무용의 역사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천흥 명인이 직접 사용했던 악기, 의상 등 유품과 생전 공연 영상 등을 통해 음악과 무용 두 분야에서 뚜렷한 발자국을 남긴 그의 예술세계를 알린다. 이와 관련 그가 즐겨 추었던 궁중무용 춘앵전의 의상을 선보인다. 궁중무용 기본 동작과 발동작 영상을 함께 상영해 춤사위의 멋스러움도 살펴본다. 또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종목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통 예능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그의 생전 공연 영상들을 통해 궁중 예술과 민속예술을 아울렀던 면모도 확인해본다. 전시 관람은 무료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18.07.31 19:34

[더위 탈출, 문화체험] ⑤ 미술치유 - 나는 퇴근하고 그림 그리러 간다

직장 업무도 녹록지 않은 데 날씨까지 짜증스럽다. 지친 일상에 활력소가 될 돌파구가 필요한 요즘, 미술 치유가 인기다. 직장인 취미 미술과 비슷하지만, 자기가 그린 그림을 설명하며 관계를 맺고 일상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학교 미술 시간에만 그림을 그려본 기자가 지난 7월 26일 강습이 열리는 전주 문화파출소 덕진에서 직접 미술 치유에 참여했다. 이날 기존 교육생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4컷 카드 액자를 만들었지만 첫 수업인 기자는 엽서 만들기를 했다. 수박을 그리겠다고 하자 김혜인 치유 미술 강사가 질문했다. 왜 수박을 그리시려고요? 여름에 어울리는 제철과일이고 시원해 보여서요. 또 제가 요즘 수박주스를 즐겨 먹기 때문입니다. 하하. 그림만 그리면 되는 줄 알았더니 주제에 관해 말도 해야 했다. 자연스럽게 기자의 일상 이야기가 나왔다. 기자, 강사, 수강생 사이에서 요즘 즐겨 먹는 제철과일에 관한 대화가 오갔다. 대부분 비전공자들이기에 사진을 보고 그린다. 연필로 밑선을 그린 후 지우개를 눕혀 살살 지워준다. 연필 흔적만 남겨야 깔끔하게 채색할 수 있다. 바탕색을 칠할 땐 비슷한 두세 가지 색으로 그러데이션을 줘야 단조롭지 않아요. 테두리는 연필처럼 날카롭게 깎아 얇고 진하게 그려주세요. 선을 선명하게 살려내야 기성품 같은 그럴듯한 디자인이 되죠. 강사가 색을 섞거나 채색하는 법 등을 맞춤형으로 가르쳐줘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10여 년 만에 색연필을 잡아본 기자도 제법 멋진 엽서를 완성했다. 뿌듯함과 만족감이 차오른다. 기자의 옆에서 4컷 카드 액자를 만들던 정유경(26) 씨는 주중엔 수업이 있는 목요일만 기다린다고 말했다. 우연히 신청했는데 이정도로 힐링이 될 줄 몰랐어요. 직장 생활을 하면 수, 목요일쯤엔 지치거든요. 머리 아프게 생각하지 않고 예쁜 색깔을 보니까 기분 전환이 됩니다. 소소하지만 매번 내가 만든 성과물이 나오는 것도 좋아요. 현실은 내 맘처럼 안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각자 작품을 완성한 후 내용에 관해 설명했다. 정수연(21) 씨는 가족과 여름을 맞아 워터파크로 놀러 갔던 기억을 꺼냈다. 집 안 베란다가 화원이 될 정도로 식물을 좋아하는 50대 아주머니의 식물 관찰 이야기도 나왔다. 김혜인 강사는 미술 치유는 그림을 매개로 사람들이 즐겁게 소통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수업은 쉽고 함께 하는 활동이 많다. 첫 시간은 무조건 인물 컨투어 라인드로잉이다. 참여자들이 서로의 얼굴을 3초간 본 후 선을 한 번도 떼지 않고 그려주는 것. 수차례 반복하면서 특징을 파악, 그림의 완성도를 높여간다. 주변 사람에 관한 관심을 높여주고 이를 통해 서로 대화하고 관계 맺기에 좋다. 김 강사는 나 역시 직장 생활을 하면서 기계적인 일상에 회의감을 느껴 그만뒀다며 미술 치유가 삶이 공허한 현대인들의 인간관계공동체 회복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김보현
  • 2018.07.31 19:34

연석산미술관, 입주작가 마티 밀러 발표전…민화교육 결과전도

완주의 연석산미술관(관장 박인현)이 8월 10일까지 레지던스 1기 입주작가인 마티 밀러(Marty Miller미국)의 발표전을 연다. 마티 밀러는 지난 6월부터 입주해 조관용 미술평론가와 작품 담론을 나누는 등 예술 활동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수집한 사진 750장을 전시장의 벽면 3개, 약 6.2 미터에 걸쳐 전시한다. 사진의 앞면이 아닌 뒷면을 전시한 것이 특징이다. 사진은 한국의 폐가에서 수집한 것들인데, 사진 뒷면에는 장소날짜 등 사진에 관한 정보가 적혀 있다. 마티 밀러가 사진의 뒷면을 전시하는 것은 관객이 사진을 보고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사진이 찍힌 장소와 시간을 보며 자신이 그 장소나 시간에 겪은 일, 떠오르는 사건을 생각하게 하자는 의도다. 이와 함께 연석산 미술관이 진행한 예술교육 민화강좌도 같은 기간 결과물을 선보인다. 7월부터 두 달간 인근 주민 15명이 장우석 한국화가로부터 민화그림을 배웠다. 박인현 연석산 미술관장은 예술 교육이 주민들의 평범한 삶속에 문화예술의 바람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날로 신기록을 달성하고 있는 찜통 같은 더위에 우리 이웃이 펼치는 일상의 예술, 예술의 일상전을 보며 여유의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김보현
  • 2018.07.30 19:10

속담놀이터·전통물총 만들기·웹툰 그리기… 여름방학을 더 신나게 하는 것들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여름방학 프로그램이 하나둘 문을 연다. 국립전주박물관은 여름방학을 맞아 8월 한 달간 어린이를 위한 문화체험 속담놀이터, 북 토크 지혜가 열리는 박물관, 종이컵 인형극 제랄다와 거인을 운영한다. 7월 24일부터 8월 23일까지 매주 화요일목요일 어린이박물관에서 열리는 문화체험 속담놀이터에서는 더위를 이겨낸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속담을 통해 알아보고, 연관된 만들기를 체험해본다. 전통물총 만들기, 봉선화 물들이기, 모기퇴치제 만들기 등 여름에 꼭 필요한 체험들로 꾸렸다. 북 토크 지혜가 열리는 박물관은 8월 13일 어린이박물관에서 진행한다. 유치원초등학교 보호자를 위한 시간으로 아이와 역사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나누는 방법에 관해 알아본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등 다년간 박물관에서 활동한 옥재원 씨가 강사로 나선다. 8월 16일 국립전주박물관 문화사랑방에서 공연하는 종이컵 인형극 제랄다와 거인은 프랑스 작가 토미 웅거러의 그림책을 바탕으로 만든 연극이다. 공연 전후 어린이박물관 로비에서 토미 웅거러의 책 <제랄다와 거인>도 만날 수 있다. 국립무형유산원은 8월 두 차례 라키비움 책마루에서 인문학 강연을 한다. 이번 인문학 강연은 어린이부터 청소년, 일반인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문화행사로 책:탐(주목할 만한 인문학 저자 강연)과 책:런치(지역단체 협력 프로그램)로 나눠 운영한다. 8월 18일 책:런치 프로그램으로 웹툰 작가 이난(배인환)의 웹툰 그리기를 마련했다. 이난 웹툰 작가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고, 웹툰을 함께 그려본다. 8월 29일 책:탐 프로그램은 <식물 산책>의 저자 이소영 식물 세밀화가의 강연이다. 이소영 식물 세밀화가는 식물 그림을 함께 감상하면서 우리네 삶과 연관된 다양한 식물 이야기를 들려줄 계획이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18.07.29 19:20

산사에서 마주한 쉼 근심·걱정 훌훌…

지난 27일 오후 4시 30분 겨자색 조끼를 입은 무리가 금산사 안을 자유롭게 이동한다. 다른 사람들이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보내고 있을 때, 이들도 나름의 불금(불교에서 금요일)을 나고 있었다. 새벽 예불에 참석해야만 아침 공양이 가능하다는 건 옛말이다. 템플스테이가 중생의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왔다. 전북지역 최대 사찰인 금산사도 문화유산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로 템플스테이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문화재청의 전통 산사 문화재 활용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마음 쉬는 금요일 프로그램이 그것. 마음 쉬는 금요일은 금산사의 중심이자 미륵 신앙의 상징인 국보 62호 미륵전을 통해 문화유산을 향유하고, 전통 산사의 가치를 깨닫는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현시대에 맞춰 삶을 통찰하는 안목과 지혜를 키워 나간다. 특히 미륵전이 담고 있는 유식(唯識)사상을 기반으로 자유로워지는 길을 찾고 진정한 쉼을 누리게 된다. 이날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참석자들은 조춘희 문화해설사의 안내로 국보 제62호 미륵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어린이들까지 부처님의 키와 미륵전이 국보 몇 호인지는 줄줄 꿰고 있었다. 탁본 체험은 원광스님의 지도로 이어졌다. 한 테이블당 5~6명이 팀을 이뤄 전식득지(轉識得智), 천천히 끝까지, 나는 쉬고 싶다 등이 새겨진 미륵전 판각을 탁본했다. 참가자들은 솔, 종이, 솜방망이, 먹 그릇 담당자를 정했다. 목판에 종이를 얹고 분무기로 물을 뿌린 뒤 흰 천을 덮어 솔로 두드리자 글귀가 나타났다. 찹쌀이 든 천에 먹물을 묻혀 옅게도 진하게도 표현했다. 대전에서 온 임성식(50) 씨는 매일 업무에 치이다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쉬고 싶다는 생각으로 찾게 됐다며 유서 깊은 사찰에서 하룻밤 머물면서 탁본 등 색다른 경험까지 하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금산사를 찾은 윤여창(73논산) 씨는 일상생활 속 관계에 시달리다 산사에 오면 숨이 트인다며 참가자들과 종교를 떠나 서로 마음이 하나 되는 일체감이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압권은 창작 판소리극 떴다, 물에가 풍이었다. 참가자들과 일반인들이 뒤섞여 관람한 떴다, 물에가 풍은 불교적으로 해석한 심청전과 국보 제62호 미륵전에 깃든 설화를 결합한 작품이다. 심봉사, 심청이, 안봉사, 월매 등 젊은 소리꾼 4명과 악사 4명 등 총 8명이 이끌어가는 이 작품은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미륵전은 그 어떤 무대 장치보다 극적인 효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관객들은 번뇌의 바다에 뛰어든 심청이를 보면서 지혜의 보배를 얻었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18.07.29 19:20

태권도 명예의 전당 9월 착공

전 세계 8000만 태권도인의 거점이 될 ‘태권도 명예의 전당’ 건립이 오는 9월부터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26일 전북도에 따르면 무주군이 지난 13일 건축허가를 최종 승인하면서 태권도 명예의 전당을 오는 9월 착공해 내년 말까지 건립할 계획이다. 태권도의 성지로 조성된 무주 태권도원 내에 들어서는 명예의 전당은 총 사업비 176억원(국비 70억원, 지방비 30억원, 기부금 76억원)이 투입된다. 명예의 전당에는 태권도 고단자들의 정신수양 공간인 명인관(363㎡)과 수련생들간의 교류확대를 위한 태권전(1091㎡)이 조성된다. 태권도 본연의 가치와 철학을 보존·발현하는 태권도 명예의 전당이 건립되면 태권도원이 태권도 성지로써의 모습을 갖출 것으로 도는 내다봤다. 현재 태권도원은 도전의 장, 도약의 장, 도달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도전의 장(체험공간)에는 T1경기장, 국립태권도박물관, 체험관 Yap!, T1공연장이 있으며, 도약의 장(수련공간)에는 도약관(숙박시설), 도약센터(수련·교육·체력단련시설)가 있다. 도달의 장(상징공간)에는 전통 정원인 호연정과 선배 태권도인들에 대한 존경 및 기념의 공간인 명예기림, 태권도 정신을 깨닫는 오행폭포, 태권도원과 백운산의 파노라마 뷰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 문화일반
  • 강정원
  • 2018.07.26 20:54

부엌칼 스친 자리, 예술이 되다

생선 비린내만 맡던 도마에게도 꽃비 맞을 날이 있을까. 일 년에 한두 번 빗장을 여는 진안의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관장 김지연)가 기지개를 켰다. 이번 기획전 주제는 태어난 순간부터 온몸에 칼을 맞고 살아야 하는 기구한 운명, 바로 도마다. 전시는 8월 3일부터 26일까지, 금토일 오전 11시부터 6시까지만 열린다. 오픈 행사는 8월 3일 오후 3시다. 참여 작가는 양순실(서양화), 이일순(서양화), 한숙(서양화), 이봉금(한국화), 고형숙(한국화) 작가와 전주에서 제재소를 운영하는 유성기 씨, 김지연 계남정미소 관장(사진작가), 김영춘 시인, 장우석 소목장 등이다. 전시는 유성기 제재소 사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김지연 계남정미소 관장은 공간을 계속 운영하기엔 인력이 여의치 않아 좋은 기획이 있으면 단발성으로 문을 연다며 도마라는 주제가 매우 흥미로워 바로 수락했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계남정미소가 문을 여니 멀리서 찾아오는 관객에게 색다른 전시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김 관장은 봄부터 매일 도마를 보고, 쓰다듬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도마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고 그것의 운명을 가늠해보게 됐다. 도마처럼 단순하고 처연한 삶이 또 있을까. 김 관장은 온 몸으로 날선 아픔을 견뎌야 하지만, 수억 만 번 이어지는 시간의 부대낌 속에서 때로는 칼보다 더 질기게 버텨내는 게 도마의 삶이라며 그 무던한 견딤이 서럽다고 말했다. 어쩌면 평생 아픔이 숙명인 도마 위에 화사하게 덧댄 그림과 조심스러운 손길이 필요할까 싶지만, 순전히 도마를 위해 이번 특별전을 연다. 익숙했던 것에 마음을 주고자 하는 따뜻한 전시다. 나무를 다루는 것이 업인 제재소 사장의 도마와 놀기를 좋아하지만 일도 잘하는 장우석 소목장의 작품(도마)이 관객을 맞는다. 전주에서 왕성히 작업하는 미술가, 고형숙양순실이봉금이일순한숙의 토막잠 같은 그림이 각자의 개성으로 자리를 잡는다. 김영춘 시인의 시 어머니의 도마, 김지연 관장의 사진이 평범한 어머니들이 만든 도마와 함께 어우러진다. 지난 2006년 5월 문을 연 계남정미소는 지역에서 사라져 가는 작지만 소중한 역사를 기록전시하는 공동체박물관이다. 2012년 9월 잠정 휴관에 들어갔다가 2015년 전국에서 모인 젊은 사진작가들의 요청으로 다시 전시를 열었다. 이후 매년 한, 두 차례 특별기획전을 열고 있다.

  • 문화일반
  • 김보현
  • 2018.07.26 17:28

올 전주소리축제, 콜라보로 '확장성' 꾀한다

올해 전주세계소리축제는 다양한 콜라보로 전통음악의, 월드뮤직의 확장성을 꾀한다.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는 25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프로그램 발표회를 열고 올해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주안점과 라인업을 공개했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10월 3일부터 7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주 오송제 편백숲에서 소리 판타지를 주제로 150여 차례 공연을 펼친다. 공연 콘텐츠는 크게 전통음악, 월드뮤직, 전통음악월드뮤직 콜라보로 나뉜다. 전통음악은 진지하고 폭넓게 조명한다. 가장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한국의 5대 굿 시리즈이다. 한국전통예술의 원형인 굿의 예술적 가치와 민속학적 의미를 되짚는 자리. 닷새간 음악의 집에서 서해안배연신굿과 진도씻김굿, 강릉단오굿, 남해안별신굿, 동해안별신굿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5개 굿을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 이밖에 종교를 넘어 예술이 된 전북 영산작법, 터키 메시크앙상블도 굿 시리즈와 궤를 같이하는 프로그램이다. 전국 6개 국악관현악단(전북도립국악관현악단, 국립국악원창작악단, 진도군립민속예술단, 대구시립국악단, 대전시립연정국악원,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의 연합 무대도 관심을 모은다. 전주세계소리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인 산조의 밤은 허윤정(거문고), 이용구(대금), 이태백(아쟁), 김청만(장구) 명인이 출연해 기악 독주의 절정을 선보인다. 월드뮤직의 경향도 조망한다. 특히 라이제거프란예실라 트리오의 무대를 눈여겨 볼만하다. 아프리카 음악과 재즈, 클래식의 완벽한 융합을 보여주는 이들은 월드뮤직 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팀이기도 하다. 중세음악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되살리는 오도 앙상블, 재즈 플루트와 아랍 우드 연주자가 만난 앤더스 해그베르그-멜로딕 멜란지, 한국 거문고 연주자 이정주와 프랑스 기타리스트 페테리코 펠레그리니가 함께하는 문고고 등이 관객을 기다린다. 또 전통음악과 월드뮤직의 콜라보로 동시대 음악가들의 독창적인 시각과 예술적 지향을 제시한다. 한국의 판소리&스페인의 플라멩코 프로젝트는 올해 전주세계소리축제를 시작으로 네덜란드 플라멩코 비엔날레를 오가는 국제 공동 제작 프로젝트. 양국을 오가면서 콜라보 콘텐츠의 제작 과정을 보여줄 계획이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주관한 문화동반자사업에 선정된 2018 아시아소리프로젝트도 주목할 만하다. 전북 최초의 전통음악 창작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한국과 베트남, 몽골, 우즈베키스탄 음악가들이 협업한 결과물을 축제 기간 선보일 예정이다. 공간 구성에도 변화를 준다. 기존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놀이마당은 더블 스테이지로 개발해 이종(異種) 음악이 쉴새 없이 펼쳐지는 무대로 만든다. 모악당 앞은 리듬&플레이존, 명인홀 앞은 키즈존 등으로 특성화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배치한다.

  • 문화일반
  • 문민주
  • 2018.07.25 20:31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