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민주주의를 위한 모색
■ 제시문(가) 플라톤에 따르면, 국가의 계급은 생산자(농민 등), 수호자(군인), 통치자(철인 왕)로 나뉜다. 교육은 이 가운데 수호자, 곧 사회 지도층인 군인을 양성하는 데 집중된다. 이들의 선발과 교육 과정은 스파르타처럼 출생과 동시에 이루어지는데, 이들은 음악과 체육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는다. 그리고 수호자 중에서 뛰어난 자가 통치자가 된다. 검약과 절제를 몸에 익히고 참된 지혜를 갖춘 철학자를 양성하고, 그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 이것이 바로 플라톤이 그리는 유토피아다. 그리고 이렇게 되었을 때 생산자, 수호자, 통치자 계급은 각각 절제, 용기, 지혜의 덕을 이루며 국가는 정의롭게 된다. 쉽게 말하면 생산자는 절제의 덕, 수호자는 용기의 덕, 통치자는 지혜의 덕을 잘 구현하여 개인과 사회가 온전히 제 기능을 다하게 되면 정의가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절제, 용기, 지혜, 정의는 사실 스파르타가 지향했던 덕목들이다. 결국 플라톤이 그린 꿈의 나라에는 스파르타가 소름 끼칠 정도로 정확하게 구현되어 있는 것이다. -안광복, '철학, 역사를 만나다' 22-24쪽(나) 아리스토텔레스는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아테네에 잔뼈가 굵은 그리스인답게 독재정권을 싫어했다. 그는 그 이유를 '적은 양의 물은 쉽게 썩지만 많은 양의 물은 쉽게 썩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거기다 그는 '기술자 자신보다 물건을 직접 쓰는 사람이 제품에 대한 평가를 더 잘 내리듯', 정치에 있어서도 정치 전문가보다는 일반 대중이 더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면서 그는 독재와 민주주의의 중간에서 이상적인 정치 체제를 찾았다. 민주주의의 최악은 어리석은 대중이 수를 앞세워 정치판을 온통 엉망으로 만드는 중우 정치다. 실제로 아테네가 바로 이런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를 할 수 있는 대중이란 적어도 생계문제에서 벗어나 초연하게 무엇이 올바른지 판단할 수 있는 사람, 곧 여유를 가진 사람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장 이상적인 정치 형태는 이들 중산층이 통치하는 '중산(中産) 정치'라고 주장했다. 부족하거나 넘치지 않게 중도를 지키며 살고, 삶의 여유를 누리며 문화를 이해하고 올곧은 정치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계층,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상적인 국민들도 따지고 보면 지금의 웰빙족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안광복, '철학, 역사를 만나다' 36-37쪽(다) 우리 정치는 나라는 없고 권력 쟁취를 위한 투쟁만 있고 선거에서는 페어플레이는 없고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나 사기만이 판치고 있는 저급의 정치로 전락했다. 이러한 우리의 정치 현실에서 또다시 선거공학이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보면 선(善)이고 어떻게 보면 악(惡)이며, 어떻게 보면 독(毒)일 거 같은 괴물이 나타났다. 미국의 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가 민주당이 공화당에 두 번이나 진 원인을 분석한 책 "코끼리는 생각하지마."(2004년)가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서도 널리 퍼졌다. 레이코프가 예로든 구호 중 하나가 '세금 인하(tax out) 대신 세금 구제(tax relief)'였다. 세금 인하라면 '고맙다'정도인데 비해 세금 구제는 '감동을 느낀다'는 것.선거 공학은 마치 금융 공학이 금융을 과학화했듯이 정치나 선거를 과학화했다는 점에서 선(善)일 수 있으나 태생적으로 표를 얻기 위한 전략의 하나이므로 부정적 측면이 더 많다. 즉 당선지상주의가 우리 선거 풍토에서 가장 더러운 항목이었는데 이로 인해 더 심화되고 있기에 그렇다. 선거공학이 악인가 선인가 하는 문제는 결국 국민이 옳은 정보에 의한 자유의지의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는가 아니면 나쁜 정보에 의해 그리고 설득당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하는가에 달려있다. 이는 옛날부터 대중은 현명한가, 그렇지 아니한가하는 논쟁과 관계된다. 즉 '민심이 천심'이라는 쪽은 집단 지성이니 대중의 지혜니 하며 대중을 치켜세우고, 그와는 반대인 '중우정치'라는 역사 경험을 중시하는 쪽은 군중심리니 집단사고니 집단행동하며 부정적 측면을 내세우기도 하기에 그렇다. 가령 옳은 정책을 두고 선거공학적 운동에 이끌려 엉뚱한 선택을 한다면 과연 국민의 선택이라는 이름으로 용서되는 일일까.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나치 정권에서의 국민 선택이 그러했다. 국민의 선택이기는 했지만 선전 선동에 의한 결정이었다. -서상호, 대구일보 우담칼럼, 2012년 9월 24일 우담칼럼■ 쟁점 논제1. 논술 논제(가)와 (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서술하고, (다)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을 (가)와 (나)에 함의된 내용을 활용하여 논술하시오.(900자) 2. 면접 논제우리는 왜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3가지 말하시오.(친구와 함께 묻고 답해보세요.)■ 논제의 포인트 및 평가기준■ 쟁점 확대하기1. 중우정치중우정치(衆愚政治, ochlocracy, mob rule)는 다수의 어리석은 민중이 이끄는 정치를 이르는 말로, 민주주의의 단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플라톤은 다수의 난폭한 폭민들이 이끄는 정치라는 뜻의 폭민정치라고 하였고,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다수의 빈민들이 이끄는 빈민정치라고도 하였다. 이런 중우정치는 올바른 민주제가 시행되지 못하고, 하나 또는 몇몇 집단이 수를 앞세워 정치를 이끌어가는 형태로, 민주주의의 단점이 심해지면 만들어지는 정치이다. 플라톤은 아테네의 몰락을 보면서, 그 원인으로 '중우정치'를 꼽았다. 그에 따르면 '중우정치'의 병폐는 첫째, 대중적 인기에 집중하고 요구에 무조건 부응하는 사회적 병리 현상, 둘째, 개인의 능력과 자질 그리고 기여도 등을 고려하지 않는 그릇된 평등관, 셋째, 개인이 절제와 시민적 덕목을 경시하고 무절제와 방종으로 치닫는 현상, 넷째, 엘리트주의를 부정하고 다중의 정치로 흘러가 중우정치의 양태로 변질될 가능성 등이 있다. -위키백과2. 포퓰리즘근래에 들어 포퓰리즘(Populism)이란 용어가 언론에서 빈번하게 쓰이고 있다. 포풀리즘은 라틴어 '포풀루스(populus)'에서 유래된 것이고 이는 '인민', '대중', '민중'이라는 뜻이라 하니, 포퓰리즘은 '대중주의' 정도로 직역할 수 있다. 언어적 의미만 본다면 데모크라시(민주주의)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포률리즘은 '인기영합주의'와 같이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두산백과사전에서는 포퓰리즘을 정책의 현실성이나 가치판단, 옳고 그름 등 본래의 목적을 외면하고 일반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하여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치행태로 정의한다. 현대 민주정치는 국민이 투표를 통해 새로운 대변인과 통치자를 뽑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한다. 하지만 단지 표를 얻기 위해 정책의 합리성이나 실효성을 망각하는 정치 형태도 포퓰리즘에 해당한다.■ 쟁점 기출문제1. 논술 1) 서강대 2013학년도 수시 모의[문제1] 다음 제시문 〈가〉<나〉의 공통 논제를 밝히고 그 논지를 비교 대조하라. (800자-1,000자, 40% 배점)2) 국민대 2012학년도 수시 1차 논술우수자전형(Ⅰ)[문제1] 선거철이 되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복지관련 및 지역경제개발을 약속하는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선거에 당선된 정치인은 공약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면서 무리한 예산편성 및 사업의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제시문 가)~(라)의 논지를 바탕으로 제시문 (마)의 현상을 설명하시오.2. 면접 : 2012 서울대 지역균형 사회과학영역 모집단위1)포퓰리즘의 의미와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2)포퓰리즘의 폐해를 예를 들어 설명하시오.■ 쟁점 관련 도서1. 안광복, 〈철학, 역사를 만나다〉2. 플라톤, 〈국가〉■ 쟁점 관련 영화1. 조슈아 마이클 스톤 감독, 〈스윙보트〉2. 호세 루이스 꾸에르다 감독, 〈마리포사〉■ 쟁점 관련 영상지식채널e 영상자료 〈눈물의 룰라〉, 〈어떤 임시직〉■ 학생 글과 교사 총평1. 학생 논술문(가)는 플라톤의 이상향, 즉 이데아를 나타내고, (나)는 아리스토텔리스의 중산 정치를 서술한다. (가)와 (나)의 공통점은 우선 두 지문 모두 철학자들 나름의 이상적인 사회, 정치 체제를 드러낸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두 제시문이 정치를 하는 계층에게는 올바른 정치적 판단을 내리는 지혜의 덕이 필요하고 이들이 음악이나 체육 같은 문화를 누리고 이해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가)와 (나)의 차이점은 첫째 (가)가 철인 통치를 이상적으로 보아서 국가의 계급을 나누고 엘리트주의 혹은 독재정치 체제를 긍정한 반면, 제시문 (나)에서는 독재정권을 부정적으로 보고 이상적인 정치 체제로 여유를 가지고 올바른 판단을 하는 중산층이 국가를 통치하는 중산 정치를 제시하였다. 제시문 (다)는 혼탁한 우리나라의 정치에 양면성을 지닌 선거공학이라는 소재를 제시한다. 선거공학은 정치를 과학화했다는 좋은 측면도 있지만, 그 자체가 표를 얻기 위한 전략이므로 부정적인 측면이 크다. 또한 선거공학이 대중을 치켜세우면서 중우 정치라는 틀을 이용하기에 더 곤란한 문제가 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가)와 (나)를 참조하여 해결한다면 첫째 정치 주체가 지혜의 덕을 갖추어야 한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선거권을 행사하는 주체인 국민이 지혜의 덕을 갖춘다면 올바른 판단, 다시 말해서 자유의지의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제시문 (나)에서 제시된 중산정치를 활용한 해결방안은 일반 국민들을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중산층에 가까워지도록 하는 것이다. 복지 제도를 통해 사회를 안정시키고 이를 통해서 서민층이나 차상위계층의 중산층 귀속 의식을 확대시킨다면 그들이 올바른 도덕적 판단을 내려 선거공학이 내포하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김종훈(전주해성고 3학년)2. 교사 총평이번 논제는 비교유형과 문제해결유형이 혼합된 형태로, 비교유형에서는 수렴적 사고를 평가하고 문제해결유형에서는 논리적 흐름에 따른 발산적 사고를 평가하고자 하였습니다. 비교유형은 키워드에 초점을 맞춰 간결 명료하게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문제해결유형은 제시된 방향 안에서 다각적이고도 심층적이며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도출해야 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김종훈 학생의 답안은 전체적으로 논제가 요구하는 바를 파악한 모범답안에 가깝습니다.△독해력두 제시문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서술하였습니다. 특히 공통점으로 철학자의 이상적 정치 체제를 드러낸 점뿐만 아니라 정치하는 주체가 가져야 할 덕목에 관한 점도 정리한 점까지 다각적으로 분석하였군요. 차이점의 키워드인 엘리트주의와 중산주의도 명료하게 분석하였습니다. △논리력해결방안을 논술하라는 논제는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며 서술하는 것이 좋습니다. 즉 추상적인 '해결방향'이 아닌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창안해 내어야 합니다. 김종훈 학생은 정치의 주체가 지혜의 덕을 갖출 것과 복지제도를 통한 차상위계층의 중산층화라는 두 가지를 해결하였는데요, 후자는 좋은 '해결방안'에 해당하지만 전자는 '해결방안'이 아니라 '해결방향'입니다. 정치의 주체가 지혜의 덕을 갖추게 하기 위한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지요. △표현력 세 번째 문단에 '좋은'과 같은 어휘는 의미의 폭이 너무 크므로, '긍정적인'으로 바꾼다면 문맥상 더 적절할 것이며 뒤에 이어지는 문장의 '부정적인'과 대응할 것입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어휘선택의 적절성, 문장의 논리적 구사력, 단락의 체계적 구성면에서 두루두루 안정적인 능력을 갖추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