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古하고 新인가, 古해서 新인가
■ 쟁점 자료 분석하기〈자료1〉 문장은 어떻게 써야 하는가? '반드시 옛것을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리하여 세상에는 마침내 옛것을 모방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는 주나라 제도를 본떴던 역적 왕망(王莽)이 예약(豫約)을 수립했다는 격이며, 공자의 얼굴이 닮은 양화(陽貨)가 만세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격이다. 그러니 어찌 옛것을 모범으로 삼을 수 있겠는가?연암 박지원, 〈초정집〉서문 중에서〈자료2〉 그러면 새것을 만들어야 하겠지. 그리하여 세상에는 마침내 괴상하고 허황되고 지나치고 치우친 글을 쓰면서도 두려워할 줄 모르는 이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는, 임시 조처로써 세 길 높이의 나무를 옮기게 함이 통상의 법령보다 중요하다는 격이고, 이연년(李延年)의 새로 만든 간드러진 노래가 종묘(宗廟)의 음악으로 연주되어도 좋다는 격이다. 그러니 어찌 새것을 만들겠는가?연암 박지원, 〈초정집〉서문 중에서〈자료3〉 옛 사람 중에 글을 잘 읽은 이가 있었으니 공명선(公明宣)이 그 사람이요, 옛 사람 중에 글 잘 쓴 이가 있었으니 회음후(淮陰侯) 한신(韓信)이 바로 그 사람이다. 어째선가?공명선이 증자(曾子)에게 배우면서 3년이 지나도록 책을 읽지 않았다. 증자가 그 이유를 묻자 공명선이 이렇게 대답했다."저는 선생님께서 평소에 댁에서 지내시는 모습도 보고, 손님을 접대하시는 모습도 보며, 조정에서의 모습도 보면서 배우고 있으나 아직 제대로 익히지 못하였습니다. 제가 어찌 감히 아무것도 배우지 않으면서 선생님 문하에 있는 것이겠습니까?"강을 등지고 진을 치는 법은 병법에 안 보이니 장수들이 복종하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이에 회음후는 이렇게 말했다."병법에 들어 있는데, 모두들이 제대로 보지 못했군. 병법에 '죽을 땅에 들어간 다음에야 산다'고 하지 않았던가?"그러므로 배우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잘 배웠다고 할 만한 것은 노(魯)나라의 어떤 남자가 혼자 거처한 일이요, 아궁이 수를 줄이는 전술을 역이용해 아궁이 수를 늘림으로써 적을 속인 것은 우승경(虞升卿)이 보여준 변통이다.-연암 박지원, 〈초정집〉서문 중에서〈주해〉 "노나라의 어떤 남자가 홀로 거쳐한 일"이란 다음의 고사를 말한다: 노나라에 혼자 사는 어떤 남자가 있었는데, 그 이웃에 혼자 사는 어떤 여인이 있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어느 날 밤 그만 여인의 집이 무너졌다. 여인은 이웃집 남자의 집에 잠시 유숙할 것을 청했으나 남자는 여인을 집안으로 들이지 않았다. 여인은 유하혜(노나라의 현자)가 일찍이 비슷한 상황에서 여자를 집 안에 들였으나 아무도 유하혜가 문란하다고 비난하지 않았던 일을 말하며 남자를 힐난하였다. 이에 그 남자는, 그건 유하혜와 군자에게는 가능한 일이나 자신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므로, 자신은 유하혜와 다른 방식으로 같은 가치를 지키고자 한다고 대답하였다.'우승경'은 후한 안제 때 여러 차례 무공을 세운 우후를 말한다. 우후의 군대가 무도를 침입한 강족에게 쫓기게 되었을 때 우후는 군사들이 밥을 해 먹은 아궁이의 수를 실제보다 더 많이 만든 다음 이동함으로써 구원병이 이른 것처럼 보이게 하는 속임수 전술을 구사한 적이 있다. 이 고사는 〈후한서〉 〈우부개장 열전〉에 보인다. 이는 전국시대의 손빈이 병력을 줄어든 것처럼 보이도록 아궁이 수를 줄이며 이동하여 적을 방심하게 만든 뒤 대승을 거둔 전술을 역이용한 것이다.-박희병, 〈연암을 말한다〉, 333쪽■ 쟁점 논제1. 논술 논제제시문은 연암의 '법고창신(法古創新)'에 관한 내용이다. 〈자료1〉과 〈자료2〉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그에 해당하는 사례를 제시한 후, 〈자료3〉의 해결 원리를 적용하여 자신이 제시한 사례의 해결책을 논하라.보낼 곳: nettesvoll@hanmail.net2. 면접 논제가. 전통의 개념을 사례를 들어 설명하시오.나. '온고지신'의 이면적인 의미에 대해 말하시오.(면접은 주변 학생들과 6단 논법으로 역할을 나누어가며 해보세요.)■ 쟁점 자료 비판적 읽기〈자료1〉 옛것의 어떤 부분을 본받아야 할까?단도직입적으로 글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물음을 툭 던진 다음, 옛것을 본뜬다는 '법고'의 문제점을 '왕망'과 '양화'의 사례를 들어 지적하고 있다.'왕망(王莽)'은 전한(前恨)의 평제(平帝) 때 제상을 지냈던 인물로, 훗날 평제를 시해하고 평제의 아들을 황제로 세운 뒤 섭정을 하다가 결국 황제의 자리를 찬탈하여 국호를 '신(新)'으로 바꾸었다. 왕망은 고대의 이상적인 국가를 재현한다는 명목 아래 신나라의 관제를 제정하였다. 하지만 신나라는 허울만 그러할 뿐 그 내부 모순 때문에 백성들의 원성이 높았다.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건만 부끄러워해야 할 일인 줄을 모른다. '왕망'이 왕위를 찬탈하고 세운 국가의 제도는 주나라 제도의 정신이나 취지와는 관계없이 단지 그 껍데기만 본뜬 것에 불과했다.'양화'는 노나라의 대부 계평자의 가신(家臣)으로, 계평자가 죽자 그 아들인 계환자를 유폐시킨 뒤 국정을 제 마음대로 하였다. 공자와 용모가 비슷했다고 한다. 그러나 겉모습이 비슷하다고 성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외양이 아니라 그 정신이다. 요컨대 눈에 보이는 외양의 모방으로 귀결되곤 하는 것이 법고의 문제인 것이다.법고를 강조하는 입장은 모방에 치우치게 된다. 특히 옛것의 본질을 읽어내지 못하고 그 외양만 본받으려 한다면 그것은 의미 없는 모방으로 끝난다. 우리 주변에 옛것의 외양만 고수하다 폐단이 드러난 사례가 없는지 생각해 보자.〈자료 2〉 새것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새것을 만들어내는 '창신'의 문제점을 두 사례를 통해 밝히고 있다."임시조처로써 세 길 높이의 나무를" 운운한 말은 '임시적인 법령'을 뜻한다. 〈사기〉의 〈상군열전〉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진나라 때 새로 등용된 상앙이라는 자가 새로운 법령을 공포하기에 앞서 세 길 높이의 나무를 도읍 남문에 세워 두고 이걸 북문으로 옮기는 자에게 큰 상을 내리겠다고 했다. 백성들이 그 말을 믿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을 때 어떤 한 사람이 시험 삼아 나무를 옮겼다. 그러자 약속대로 상을 주었다. 이 일이 있은 뒤 백성들은 나라의 법령을 의심하지 않고 지켰다고 한다."이언년의 새로 만든 간드러진 노래"란 사람들이 좋아하는 당대의 유행가를 뜻한다. '이언년'은 한나라 무제 때 노래 잘하기로 이름났던 사람으로 새로운 곡조를 잘 만들었다고 한다.창신을 강조하는 입장은 새것 만들기에 힘을 쏟는다. 그래서 종종 괴상하거나 허황되거나 도를 넘거나 편벽된 글을 쓰는 데 힘을 쏟는다. 상앙이 제시한 방법은 법치를 확립하기 위해 임기응변을 부린 것이다. 임시방편이 통상적 법령보다 중요한 것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언년은 간드러진 유행가를 잘 지었다. 그러나 이 유행가를 종묘의 음악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깊이와 중후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깊이와 중후함이 결여되곤 하는 창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자료1〉의 문제점과 마찬가지로 대상의 본질을 보지 못하여 나타난 문제라고 할 수 있다.〈자료 3〉 법고창신은 어떻게 가능한가?〈자료2〉와 〈자료3〉사이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생략되어 있다. "아아! 옛것을 모범으로 삼는 사람은 낡은 자취에 구애되는 것이 병이고, 새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은 상도(常道)에서 벗어나는 것이 탈이다. 참으로 옛것을 모범으로 삼되 변통할 줄 알고, 새것을 만들어 내되 법도가 있게 할 수 있다면, 지금 글이 옛날 글과 같을 것이다." 이 구절은 〈자료1〉과 〈자료2〉의 문제점과 〈자료3〉에 나타난 원리를 직설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학생들의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일부러 생략하였다.〈자료3〉에는 대표적인 글쓰기 방식인 법고창신에 관한 실례로 4가지를 들고 있다. 공명선의 이야기, 한신의 일, 노나라 어떤 남자의 일, 우승경의 일이다.공명선은 3년간 증지 밑에서 공부하면서 도통 책을 읽지 않았다. 그런데 연암은 공명선이 독서를 잘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독서를 통해 자신의 인격을 도야하고 자신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옛사람들은 독서를 통해 행실을 닦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책을 읽지 않았지만 독서의 요체를 구현한 셈이다. 새로운 창조란 진정한 독서에 대한 전통적 관념을 적절히 변통하여 가능했다.한신의 배수진은 유명한 이야기다. 기존의 병법을 기계적으로 다루던 사람과 달리 한신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게 수정하고 재해석해 냄으로써 새로운 전술을 창조했다. 즉 옛것을 묵수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실의 요구에 따라 주체적으로 해석해 낸 것이다.노나라의 어떤 필부는 젊은 여자가 방에 들어오려는 것을 거절했다. 여자는 노나라 현자 유하혜의 사례를 들어 설득하려 했지만, 그 필부는 자신이 군자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임을 잘 알고 있었다. 이 남자는 유하혜와 정반대되는 행동을 함으로써 오히려 그 가치를 실현할 수 있었다.우승경은 손빈의 전술을 역이용하여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손빈을 배우되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게 적절히 변통함으로써 새로운 전술을 창안해 낸 것이다.이 네 가지 예화는 진정한 '법고'는 창신적일 수밖에 없고, 진정한 '창신'은 법고와 연결됨을 보여준다. 과거로부터 이어온 것은 주체가 놓여있는 시공간과 현실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변통되어야 한다. 전통과 혁신, 과거와 현재, 고(古)와 신(新)의 관계에 대해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주체의 입장에서 성찰해 보길 바란다.■ 쟁점 확대하기1. 옛것을 본받아야 한다.가. 문화, 정치 제도 등 모든 사회적 관습은 과거가 없다면 그 존재 자체의 의미가 없어진다. 특히 오랜 세월 변치 않고 인류에게 남아있는 가치라면 그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이어가야 한다.나. 현재를 과거와 연장선상에 파악해야 한다. 현재를 과거의 연장선으로 파악하면 과거 세대의 지혜와 통찰력을 배울 수 있다. 과거로부터 이어온 것을 존경하는 것은 그 자체로 훌륭한 것이다. 그것은 사회를 존속시키고 사회의 도덕적 안정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2. 새것을 지어내야 한다.가. 아침에 눈을 뜨면 새로운 기술 문명이 쏟아져 나오는 사회이다. 변화가 빠른 시대 속에 옛것을 본받는 태도는 발전에 뒤처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날마다 변화하는 시대의 상황 속에 과거보다는 미래, 옛것보다는 새것을 추구하며 살아야 한다. 나. 혁신과 다각화는 그 자체로 유익하다. 깨끗한 정치를 주창하는 혁신적인 생각들을 단지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공격하는 사고방식은 낡은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이다. 혁신적인 사고는 전통적 사고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현대화된 방식의 기준을 만들어준다.■ 쟁점 기출문제1. 한국의 전통 장례 풍경을 보이는 제시문 [바]와 [사]의 분위기는 매우 다르다. 이 두 분위기는 상충하는 것인가, 아니면 양립 가능한 것인가?(단, 논의 과정에서 한국의 전통 문화의 특성 및 삶과 죽음에 관한 한국인의 인식적 특성 등을 고려할 것. 제시문 [가]~[라]의 논거를 활용할 것.) 서강대학교 2007 정시2.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보편적인 인류 문화 창달을 위한 올바른 방향은? 2003 성균관대 정시■ 개념 정리△ 법고창신박지원의 문학 정신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옛것을 본받되 변화를 알고 새롭게 지어내라"는 의미다. 그는 문학의 참된 정신은 변화의 정신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글을 쓰는 데 있다고 생각했다. 비슷하게 되려는 것은 참이 아니며, '닮았다'고 하는 말 속엔 이미 가짜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연암은 억지로 점잖은 척 고상한 글을 써서는 안 되며 오직 진실한 마음으로 대상을 참되게 그려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하여 그는 틀에 박힌 표현이나 관습적인 문체를 거부하고 그만의 독특한 글투를 지향했다. 이러한 그의 글쓰기에 대해 세상 사람들은 '연암체'라고 불렀다. 나아가 옛날 저곳이 아닌 지금 여기를 이야기하고자 했다. 중국이 아닌 조선을, 과거가 아닌 현재를 이야기할 때 진정한 문학 정신을 구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를 일러 '조선풍(朝鮮風)'이라고 하는데 '조선의 노래'란 뜻이다-박지원 저, 박수밀 역, 〈연암집〉 중에서■ 쟁점 관련 도서·영화1. 관련 도서박희병, 〈연암을 읽는다〉, 돌베개정민, 〈비슷한 것은 가짜다〉, 태학사강수연(전주해성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