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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전북가족영화제 대상은 김은성, 최연우 감독

제5회 전북가족영화제(집행위원장 곽효민) 일반 부문 전주시장상에 김은성 감독의 <Mercy killing>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청소년 부문 전북대총장상에는 최연우 감독의 <VANO>이 차지했다. 제5회 전북가족영화제는 23일 시상식을 열고 영화제 폐막을 알렸다. 제5회 전북가족영화제는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전주시네마타운 7, 8관에서 진행됐다. 영화제 동안 비경쟁 부문 5편, 일반 부문 5편, 청소년 부문 5편으로 총 15편이 상영됐는데, 이중 비경쟁 부문을 제외한 일반 부문, 청소년 부문은 치열한 경쟁 끝에 이들 수상작이 선정됐다. 일반 부문의 대상인 전주시장상은 김은성 감독의 <Mercy killing>이 받았다. 이 작품은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부문에 올랐던 작품이다. 김 감독은 감독 본인이 바라보는 죽음에 대한 시선을 담았다. 범법 도시 속 안락사 약을 마시려 하는 어머니,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보는 아들 부부 사이의 대립을 돋보이게 그렸다. 흑백 영상으로 갈등을 더욱 고조시켰다. 청소년 부문의 대상인 전북대총장상은 양현고에 재학 중인 최연우 감독의 <VANO>에게 돌아갔다. 최 감독은 인간의 욕망이 인간을 어디까지 추악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실험을 했다. ‘소원’이라는 단어를 욕망과 가장 가까운 형태로 설정해 인간의 욕망을 보여 줬다. 사소한 소원이 욕망으로 변질돼 인간의 추악함이 드러나는 작품을 만들었다. 자매 서연, 서아가 전교 1등을 가지고 갈등하는 이야기다. 23일 열린 시상식에 김은성, 최연우 감독 모두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다. 곽효민 집행위원장은 “내년부터는 전북가족영화제가 아닌 ‘가족영화제’를 만들 예정이다. 전국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할 계획이다. 더 많은 작품이 참여하고,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전국으로 확대하고 가족에 관련된 영화를 상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 영화·연극
  • 박현우
  • 2022.07.25 16:22

[이승우 화백의 미술 이야기] 예수는 사기꾼이다? - 프란시스 피카비아 2

다다는 여러분의 희망처럼 아무것도 아니다. 다다는 여러분의 천국처럼 아무것도 아니다. 다다는 여러분의 우상처럼 아무것도 아니다. 다다는 여러분의 영웅처럼 아무것도 아니다. 다다는 여러분의 종교처럼 아무것도 아니다. 다다는 여러분의 예술가처럼 아무것도 아니다. 다다는 여러분의 정치 지도자처럼 아무것도 아니라고 해서 사람들의 이성적인 사기술을 파괴하고, 자연스럽고 비이성적인 질서를 재발견하려는 음모를 여러분은 우리가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사실은 우리도 ‘여러분보다 더 모르고 있습니다’라는 말로 모호하게 처리해 버리고 마는 그런 상황이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뒤샹과 더불어 주인공 역할을 떠맡은 피카비아는 나폴레옹처럼 작은 키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굽 높은 구두를 신고 거만스럽게 몸을 젖혔다. 가슴은 튀어나오게 한껏 부풀린 허풍스러운 모습으로 골목마다 마치 앵두나무 밑에서 앵두를 줍는 것처럼 쉽게 미인들을 사귀어 데리고 다녔던 사내다. 뉴욕에선 맨발의 무용가 이사도라 덩컨을, 론느 강 계곡을 내려가면서는 우연히 만난 시골 유부녀를 쉽게도 사귄다. 겨우 18살에 주루날이라는 잡지 이사의 부인을 빼앗아 제네바로 사랑의 도피를 감행한 전과도 있는 사내다. 그는 파리 주재 쿠바 공사관이던 아버지와 우산 제조업자의 딸로 부유하게 지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외가는 미술이나 문학에 관심을 가진 교양 있는 분위기의 집안이었다. 다궤르(은박 사진술의 발명가)의 친구인 그의 외조부는 미술에 나름대로 일가견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런데 기계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미술이 현실의 표현 수단으로써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며, 그런 상황에서 미술은 정신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일찍부터 자기의 손자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그 외조부는 “너는 어떤 풍경을 사진 찍을 수 있지만 내 머릿속에 들어 있는 형상만은 못 찍는다”고 말하곤 했다. 훗날 피카비아는 그 말에서 광범한 의미들을 캐내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2.07.25 16:21

유백영 사진작가의 카메라에 담긴 기찻길 이야기

유백영 사진작가는 8월 7일까지 서학동사진미술관(대표 이일순)에서 전시 ‘유백영의 길’을 연다. 그는 이제는 사라진 오래된 기차역, 낡은 철로, 은퇴를 앞둔 역무원, 새로운 희망을 찾아 떠나는 젊은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노부부, 여행하는 연인 등을 카메라에 담았다. 여행의 출발지이자 종착지인 기찻길에서 만난 인연들을 사진으로 남긴 것이다. 전시된 사진 모두 의미가 있지만, ‘2016.04.03. 양보역’의 사진은 더욱더 의미가 남다르다. 다른 사진보다 의미가 있는 것은 양보역이 폐쇄되기 전인 2014, 2015년의 모습과 함께 2016년 양보역에서 내린 마지막 손님의 모습까지 사진으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이곳은 경상남도 하동군 양보면 우보리에 세워진 간이역이었지만, 2016년 폐쇄됐다. 이밖에도 유백영 사진작가는 임피역, 오산역, 횡천역 등도 사진으로 남겼다. 서학동사진미술관은 지금 보는 사람들의 마음에 여운을 남기는 사진으로 가득하다. 무언가를 찾아, 누군가와의 행복한 추억을 위해 길을 나선 사람들의 발자국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전시다. 유백영 사진작가는 천주교 전주교구 가톨릭사진가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 유백영 법무사무소 소장, 전라북도사진대전 초대작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속 사진작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전시·공연
  • 박현우
  • 2022.07.24 16:22

"국가유산은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고창군은 지난 23일 군민과 함께하는 '2022년 고창학 아카데미'중 2회차 탐방프로그램 '고창의 천연기념물과 명승 둘러보기' 행사를 진행했다. 2020년부터 시작해 올해 3번째로 운영되는 고창학 아카데미는 ‘고창 자연유산의 인문학적 사유와 현장론적 탐색’이라는 주제로 학계 전문가에게 듣는 ‘고창학 강연‘과 지역의 명사들과 함께하는 ‘고창 지역문화 탐방’으로 구성됐다. 이날 진행된 '고창의 천연기념물과 명승 둘러보기' 는 윤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이자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 소장의 지역문화 해설 강의형태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이날 △고창 교촌리 멀구슬나무(천연기념물) △고창 하고리 왕버들나무숲(전라북도기념물) △고창 중산리 이팝나무(천연기념물) △고창 병바위 일원(명승) △고창 선운사 동백나무숲(천연기념물)을 탐방하고 윤 소장으로부터 해설을 들었다. 이날 윤 소장은 "자연유산 등 국가유산은 보존과 활용으로 그 가치를 연계하고 있다"면서 "그것이 바로 일상 속에서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자연유산"이라고 강조했다. 윤 소장은 기후위기에 맞서 자연유산의 중요성과 지역에서 함께 보존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동백숲에서는 사찰 숲에 관한 설명과 가수 송창식의 '선운사' 노래를 들어보며 자연유산을 향유하는 방식을 전달했으며, 이팝나무이야기를 전하며 활용하는 사례를 전했다. 올해 고창학 강연은 △고창의 바다와 문화자원(나경수, 전남대 명예교수) △생물권보전지역과 습지(김창환, 전북대 교수) △고창의 들녘과 강(신정일, 우리땅걷기 이사장)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또 고창 지역문화 탐방은 △세계유산 고창갯벌과 주변 둘러보기(김준, 광주전남연구원 박사) △생태계의 보고, 운곡람사르습지(신영순, 운곡습지생관협 사무국장) △고창 물줄기의 시원을 찾아서(이병열, 고창문화연구회 박사) △고창 자연경관과 6차산업의 현재(류영기, 상하농원 대표)가 진행된다. 고창군 오태종 문화예술과장은 “고창의 자연유산에 대한 인문학적인 이해와 현장에 대한 직관적인 탐방은 고창 지역문화를 체계적으로 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지역민들이 함께 소통하고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 문의는 고창군 문화예술과 예술진흥팀(560-2457).

  • 문화일반
  • 백세종
  • 2022.07.24 11:51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시이성인是以聖人

將慾取天下而爲之, 吾見其下得已. 天下神器, 不可爲也, 爲者敗之, 執者失之. 故物或行或隨, 或歔或吹, 或强或羸, 或載或隳. 是以聖人, 去甚, 去奢, 去泰. <장욕취천하이위지, 오견기하득이. 천하신기, 불가위야, 위자패지, 집자실지. 고물혹행혹수, 혹허혹취, 혹강혹리, 혹재혹휴. 시이성인, 거심, 거사, 거태.> 앞글은 노자 도덕경 중 29장의 문장으로 한글로 풀어 말하면 "만일 천하를 취하고자 억지로 도모한다면 나는 그것은 반드시 불가능하다고 볼 뿐이다. 천하는 神이 만들어 놓은 신묘한 그릇이기에 억지로 도모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도모하고자 억지로 행하는 자는 실패하게 될 것이요 붙잡고자 억지로 행하는 자는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이렇게 세상만사는 앞서 가기도하고 뒤에 쳐져서 따르기도 하며, 들여 마시는 것이 있으면 내뿜는 것이 있고, 강한 것이 있으면 약한 것도 있다. 북돋아 오르는 것이 있으면 무너지는 것이 있다. 그러므로 성인은 지나침을 버리고, 사치함도 버리며, 과분함을 버리는 것이다."란 글이다. 글과 함께 전통에서 그러한 뜻과 의지를 다지는 음악이 있으니 그것은 궁중정악 "수제천"과 민속음악 "시나위"이다. 수제천이 내포하는 주제 의미는 국가의 태평과 민족의 번영으로 노자의 도덕경처럼 절제와 포용, 협치의 상생을 이루고자 하는 뜻이다. 화평을 이루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요건임으로 수제천은 그러한 의지를 다지고 다양한 음악적 표현 방식을 통해 탄생하였다. 수제천의 아명은 정읍사이기도 하다. 백제가요로 전라북도 정읍이 곡의 배경이 되고 있으며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극진한 마음이 표현된 가사가 특별하다. 만인이 바라는 사랑의 진실이 내제되어 있으니 그 안에 공경과 애정의 마음은 도덕경과 같으리다. 민속음악 "시나위"를 살펴보자. 시나위는 기본적인 틀은 있지만 고정된 선율이 없고 유동적이며 즉흥적인 선율이다. 하지만 절대로 흩어지지 않는 규율을 갖고 있으며, 음악의 흐름 속엔 화합의 원칙이 존재한다. 서로를 범하지 않으며 포용하는 온전함으로 지나침과 과분함을 조화롭게 이룬다. 마치 도덕경의 한 구절처럼 음악의 한음 한음은 선인의 고언과도 같다. 시대를 움직이던 옛 명인들의 가르침은 지금도 우리에게 남아 삶을 지탱하게 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특별한 유산이 되었다. 또한, 우리 선조의 음악도 마음을 움직이며 의지를 다지는 선율이 되었으니 고결한 선인의 명언처럼 잊지 못할 교훈으로 남을 것이다. 과하지도 지나침도 없는 세상. 조화로움으로 우리의 삶이 더욱 아름답게 이루어지기를 소원하며 잠시 선조의 어록과 음악을 돌이켜 본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2.07.21 16:53

적재 X 스텔라장, 오는 23일 ‘2022 로맨틱컬러콘서트’서 호흡

사운드 포레스트 익산 ‘2022 로맨틱컬러콘서트 : 적재X스텔라장’이 23일 익산 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로맨틱컬러콘서트’는 ‘두 아티스트의 색깔로 가득 채워진 가장 로맨틱한 순간을 선물한다.’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각 아티스트를 표현할 수 있는 색깔을 컨셉에 녹여낸 브랜드 콘서트이다. 2014년 정규 1집 ‘한마디’로 정식 데뷔했으며 이후 ‘별 보러 가자’, ‘나랑 같이 걸을래’, ‘반짝 빛나던, 나의 2006년’, ‘타투 (Tattoo)’ 등 특유의 섬세하고 독보적인 감성과 음악성으로 탄탄한 팬덤을 쌓아올려 현재 예능 프로그램, 페스티벌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싱어송라이터 적재. 그리고 2016년 EP ‘Colors’를 시작으로 ‘L’amour, Les Baguettes, Paris’, ‘빌런 (Villain)’,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 ‘YOLO’ 등 공감과 재치가 느껴지는 음악을 통해 다수의 대중과 뮤지션들에게 명반으로 인정받아 글로벌 인기까지 힘입은 싱어송라이터 스텔라장이 공연을 선보인다. ‘로맨틱컬러콘서트’는 ‘위플레이사운드(WE PLAY SOUND)’, ‘㈜레드컴퍼니(RED COMPANY)’, ‘모티컴퍼니(MOTY COMPANY) – 前 일삼이프로덕션’이 공동 제작으로 참여한다. 제작사 측은 ‘로맨틱컬러콘서트’의 첫 시작을 안전하고 쾌적한 공연이 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이후 다수의 회차를 기획하여 브랜딩 콘서트로서 다양한 지역과 관객분들에게 양질의 공연으로 찾아뵙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운드 포레스트 익산 ‘2022 로맨틱컬러콘서트는 익산 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오후 5시부터 약 100분간의 러닝타임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 문화일반
  • 이강모
  • 2022.07.21 16:52

나해철 신화 서사시 ‘물방울에서 신시까지’ 펴내

환인과 환웅, 단군에 이르는 건국신화와 홍익인간, 제세이화 등 건국이념은 멋지고 훌륭한 우리의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 신화는 우주와 세계의 시작을 묘사한 창세신화가 풍부하지 않다는 아쉬운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대 사회에서 신화가 지니는 의미는 뭘까. 그리고 5000년 넘는 역사 수레바퀴에서 많은 부분이 상실됐을 것으로 여겨지는 우리 신화의 본모습은 어떠할까. 이런 고민 끝에 나해철 시인이 솔시선 34권으로 독자들에게 선보인 신화 서사시 ‘물방울에서 신시까지’는 그간 신화에 의문을 품어온 독자들에게 내놓는 하나의 대답이다. 시인은 제1부 물방울에서 제2부 마고의 전쟁, 제3부 신시에 이르는 72편의 시를 통해 한국 신화를 얘기한다. 거대한 신화의 상징과 서사가 현재적인 장소와 삶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자리 잡도록 한다. 태초의 충만함과 혼돈으로 가득한 신화적 공간 안에서 시인은 신이 아닌 ‘너’를 부르고, 그 너는 마고나 환인, 환웅, 단군과 같은 신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모든 생명체를 지칭한다. 여신 마고의 손길 안에서 생명과 신이 탄생하고, 세계가 만들어지는 기나긴 여정에 그 ‘너’는 함께한다. 신화학자 이안나씨(한국이대 연구원)는 “이 신화서사시는 창세로부터 건국에 이르는 길고 긴 시간의 여정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보여준다. 인간의 정형화된 사고의 틀을 넘어 상상력이 극대화된 스펙터클한 파노라마 형태로 이어진다”고 추천했다. 문학평론가 임우기씨는 “단군신화가 남긴 오래된 과제이자 한국문학사에 주어진 중요한 과업에 대한 응답이다”며 “오늘의 물질 문명이 부닥친 벽을 넘어 새 인간성을 찾고 새 세상을 여는 이른바 ‘음(陰) 개벽’의 신화 이야기를 영혼의 목소리로 들려준다”고 평했다.

  • 문학·출판
  • 김재호
  • 2022.07.21 15:04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아현 작가 - 이순자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작년 겨울, 친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던 글이 있었다. 바로 이순자 작가의 「실버 취준생 분투기」다. 메시지나 SNS를 통해 간간이 본 적 있는 제목이었다. 게다가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를 자극했기 때문에 시간이 나면 읽어야겠다는 마음을 늘 품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에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일이 늘 그렇듯 쏟아지는 메시지의 파도에 밀려 채팅창 저 뒤편으로 넘어가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결국 마음먹은 지 한참 지난 올해 봄에야 링크를 눌러 첫 문장을 마주했다. 해당 글을 포함한 산문집이 단행본으로 출간되면서 한차례 링크가 다시 돌고 있던 덕이었다. 그동안 미룬 것이 무색하게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었다. 그리고 곧장 단행본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그 책이 「실버 취준생 분투기」로 상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난 그의 유고 산문집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였다. 이 책은 늦은 나이에 창작을 시작한 그의 노트북 안에 있던 산문 여럿과 소설 한 편을 엮어 만든 것이다. “일흔을 소리 나는 대로 읽으면 이른이다. 이른(일흔) 전(前) 나의 분투기가 이른(일흔) 후(後) 내 삶의 초석이 되길 기원한다. (중략) 사방 벽 길이가 다른 원룸에서 다리미판 위에 노트북을 펼쳐놓고 글을 쓴다. 하나, 둘 작품을 완성하는 기쁨은 나를 설레게 한다. 이제 시작이다. 정진하리라, 죽는 날까지. 이른 결심을 축하받고 싶다.”(『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中) 그가 다리미판 위 노트북에 그려낸 호흡을 따라, 삶의 궤적을 따라 나도 때때로 비장하기도, 무력하게 무너지기도, 숨을 가삐 몰아쉬기도 하며 글을 읽었다. 잊고 있던 즐거움을 되짚기도 했고, 흘려보낸 다짐도 다시 새겼다. 기록하는 사람의 궤적인지라 매 순간이 생생하고 꼼꼼했다. 하지만 이 책을 관통하는 것은 비장함도 아니었고, 창작에 대한 욕구도 아니었다. 고소하고 따뜻한 냄새를 솔솔 풍기는 그의 단단한 다정함이었다. “과거의 경험은 현재의 나를 완성하는 참고서 같은 것이라, 그 일이 있고 난 후 나는 달라졌다. 생각을 접고, 계산을 접고, 나눔을 했다. 그래 보니 나눔이란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니다.” “가만있어도 누군가 살며시 기대온다면 반은 성공한 삶이요, 멀리 있으나 생각만 해도 누군가가 힘을 얻는 이라면 그는 이 세상에 없어도 있는 사람이다. 나는 아직도 누군가의 든든한 벽이고 싶다.”(『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中) 그의 산문 속에는 단단한 심지와 사려 깊은 어른의 다정함이 곳곳에 담겨있다. 작가와는 일면식도 없지만, 책을 덮고 난 지금까지 내내 다정하고 든든한 벽을 만난 것 같아 기뻤다. 누구나 그렇듯 그도 수많은 정체성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런저런 경험을 하고, 자주 경계인의 자리에 서 있었다. 동시에 늘 곁에 손 내미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그 손은 마치 내 앞에도 있는 것 같다. 언제든 나와도 손을 맞잡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최아현 소설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아침대화>로 등단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2.07.20 17:02

곽진구 시인, 일곱 번째 시집 '시의 소굴' 출간

곽진구 시인이 일곱 번째 시집 <시의 소굴>(시산맥)을 펴냈다. 이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돼 있으며, 67편의 시가 담겨 있다. 곽진구 시인의 모든 감정이 담겨 있는 시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시집 곳곳에 만지면 터질 것 같은 슬픔을 표현했다. 그리움의 감정부터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 사랑의 감정 등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이 담겨 있는 듯하다. 시집은 보통 뒷부분에 해설을 담지만, 곽진구 시인은 본인의 시와 시론을 정리한 내용을 수록했다. 해설은 주요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곽진구 시인이 정리한 시와 시론은 시집에 담긴 모든 작품, 더 나아가 작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가 얼마나 오랜 시간 고민해서 시를 쓰는지, 시를 쓸 때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시에 대한 열정과 사랑까지 엿볼 수 있다. 시 보는 재미에 작가를 알아가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는 시집이다. 전북 남원 출신인 곽진구 시인은 원광대 한문교육학과와 동 대학원 한문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예술계’에 시 <중년의 섬>, 1994년 ‘월간문학’에 동화 <엄마의 손>으로 등단했다. 현재 표현 이사, 전북문인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문인 탄생 백주년 기념 사업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07.20 16:54

"여순항쟁의 역사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주철희의 여순항쟁 답사기 2

전주에 위치한 흐름 출판사는 주철희 작가가 <주철희의 여순항쟁 답사기 2>를 펴냈다고 밝혔다. 그는 여순항쟁의 진상을 알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단순한 답사기를 넘어 역사 연구자답게 겹겹이 쌓여 있는 사료로 역사를 바로 잡는 데 힘쓰고 있다. 1권에서는 여수가 간직한 항쟁의 흔적을 찾았고, 이번 2권에서는 여순항쟁의 또 다른 지역인 순천에 남겨진 항쟁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번 두 번째 이야기는 민간인 학살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세워져 있는 여순항쟁 탑부터 시작한다. 제14연대 봉기가 확대되는 지점인 순천역을 지나 봉기군과 경찰의 전투지였던 순천교(장대다리)와 동천, 학구삼거리를 거친다. 순천 시내를 넘어 민간인 학살지였던 생목등 수박등과 매산등(매곡동) 일원, 진압군의 주둔지였던 농림중학교와 북국민학교까지 이어진다. 주철희 작가는 여수와 순천으로 모여드는 여순항쟁의 역사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을 출간한 것이다. 여순항쟁을 바로 알고, 그동안 편견과 거짓된 정보에 파묻혀 있던 여순항쟁의 역사를 바르게 보기 위해 기획했다. 그는 사대주의 사관과 국가주의 관점의 역사 서술 체계에 문제를 제기하며 자주적 관점과 사람 중심의 관점을 바탕으로 역사를 연구하며 강연과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지역의 근현대사에도 관심을 두고 있는 역사 연구자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07.20 16:54

"자기만의 길을 걷고자 하는 모든 열여섯, 마흔여섯에게"

2년 전 열네 살 소녀는 중학교에 입학한 해 여름방학에 부모님 책상 위에 ‘홈스쿨링’ 계획서 하나 올려놓고 스스로 학교 밖 청소년이 됐다. 자유롭게 배우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이런 딸에게 엄마는 삶의 힘, 걷기의 힘을 보여 주고 싶었다. 열여섯의 딸과 마흔여섯의 엄마는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에 올랐다. 두 사람이 보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어떤 길일까. 딸 태윤 작가는 <조금 일찍 나선 길-열여섯의 산티아고>, 엄마 김항심 작가는 <너에게 보여주고픈 길-마흔여섯의 산티아고>(책구름)를 펴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김항심 작가의 오랜 버킷리스트였다. 꿈이 현실이 된 것은 열네 살에 학교를 나와 스스로 학교 밖 청소년이 된 태윤 작가 때문이다. 김항심 작가는 태윤 작가에게 걷기가 삶에 얼마나 큰 힘을 주는지 직접 느낄 수 있도록 산티아고 순례길을 생각해 냈다. 순례길에 오르고 그곳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을 모아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를 책으로 만든 것. 태윤 작가는 <조금 일찍 나선 길-열여섯의 산티아고>에 웃으며 읽을 수 있는 글을 담았다. 그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고 어른과 친구 되어가는 방법을 배웠다. 함께 걷고, 먹고, 웃고, 울고, 지지하며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생생하게 담는 데 집중했다. 김항심 작가는 <너에게 보여주고픈 길-마흔여섯의 산티아고>에 스페인 할머니를 보며 미래 작가 본인의 모습을 상상하고, 옥탑방에 누워 생을 비관하던 스물셋의 작가 본인을 소환하기도 했다. 지금의 김항심이 있게 해 준 사람들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태윤 작가와 김항심 작가는 부모와 자식을 위한 책을 출간했다. ‘삶의 단독자’로 아이 삶을 찾아주기 위해 애쓰는 부모에게는 다정하고 단단한 길잡이 역할도 한다. 이 책은 연약하고 흔들리지만 자기만의 길을 걷고자 하는 열여섯, 마흔여섯의 모든 우리들에게 바치는 책이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07.20 16:53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