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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사의 과제] ③가야사

전북 가야사는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이하 역사문화특별법)의 범주에 들어갔지만 전국 고대사학계에서는 가장 쟁점이 많은 분야다. 전북 동부지역에 대가야가 존재했다는 통설을 뒤집고, 독자세력 존재를 주장하는 이론이기 때문이다. 근거로는 지표조사로 발견된 봉수와 제철, 중국과 일본의 문헌사료를 든다. 그러나 봉수의 조성시기, 제철의 입지, 문헌사료의 해석을 두고 논쟁이 치열하다. 아직까지는 통설(전북 동부지역=대가야)이 힘을 얻고 있다. 전북 가야사를 둘러싼 쟁점과 가야할 길을 두 짚어본다. 전북도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북 동부 지역에서 지표조사를 통해 발견된 제철, 봉수, 고분은 800여개다. 특히 남원 유곡리두락리 고분은 역사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프랑스)의 완성도 검사까지 통과한 상태다. 가야세력의 존재여부를 유추해주는 문헌사료도 있다. 중국문헌인 <양직공도>와 일본의 <일본서기>다. 두 사료에는 반파(가야소국)가 봉수를 쌓아올린 기록과 남원에 있던 소국으로 추정되는 기문국이 나온다. 이들 유물과 문헌을 근거로 대두한 학설이 전북 독자가야설(장수 반파가야설)이다. 곽장근 군산대 역사철학부 교수는 반파의 위치는 역사 고고학적 시각으로 봐야 한다며 전북 동부에서 발견된 110여곳 8갈래 봉화로의 최종 종착지가 장수군 장계분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서기에 반파가 513년 기문과 대사를 두고 백제와 전쟁을 벌일 때 봉후 기록이 나오는 데, 그 물증이 전북 동부지역 봉화망이라고 부연했다. 전북 동부 지역에서 발견된 117개 봉수는 조성시기가 주된 논쟁거리다. 논쟁은 고대시기부터 구한말까지의 문물제도를 망라한 <증보문헌비고>에서 촉발된다. 이 사료에 따르면 조선시대 각 봉수당 거리는 11.6km이다. 봉수분야 전공자인 김주흥 LH밀양사업단장은 이를 두고 (거리상으로 볼 때) 가야시대에 (특정 한 지역에서) 110여 개의 봉수를 운영했다는 게 맞지 않을 수 있다며장수 지역 봉수는 삼국, 고려, 조선 등 다양한 시기에 걸쳐 분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한다. 형태를 둘러싼 논쟁도 치열하다. 110여개의 봉수가 가야시기에 지어졌다면 구조상으로 공통점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과 전쟁이 많은 고대시기에 급조해서 만든 봉수는 형태가 제각각이며, 양식도 토축암반석축형으로 다양하다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제철은 입지 문제가 화두다. 조선시대 지리지인 세종실록지리지에는 고대시기부터 존재했던 모든 제철산지가 나오는데, 전북과 관련된 기록은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장수에 고대부터 제철산지가 존재한 게 아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남규 한신대 한국사학과 명예교수는 입지상의 문제로 장수 대적골과 같은 산간에서는 제철이 생산되긴 힘들다며 고대시기 유통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면 곽 교수와 조명일 군산대가야문화소연구원의 입장은 다르다. 이들은주변을 지표조사 했을 때 삼국시대 토기편이 적지 않게 수습됐다며 특히 대적골에서 발굴된 유물은 통일신라 문화층까지 접근했다고 반박한다. 많은 가야사 전공 학자들은 반파를 대가야로 보는 통설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반파=장수가야설을 주장하는 학자들처럼 사료인 <양직공도>와 <일본서기>를 근거로 들고 있다. 다만 유물유적과 연결지어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다. 우선 이들은 반파를 백제가 대가야를 낮춰부르는 용어로 해석하고 있다. 5~6세기 백제와 대가야가 적대적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일본서기>에 등장한 반파 관련 내용은 중국문헌 <삼국지>의 내용을 윤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사료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유물유적과 연관한 해석에서도 △반파가 성을 지은 자탄은 경남 거창 , 대사는 경남 진주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 △고령토기의 확산지점이 넓다는 점 등을 들면서 통설에 힘을 실고 있다. 정재윤 공주대 사학과 교수는 반파 장수 독자세력 이론에 대한 근거도 고고학적 자료인 봉화뿐만 아니라 문헌사료인 일본서기로도 들고 있다며 사료의 문제점이 제기된 이상 논리보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통설을 뒤짚은 학설인만큼 검증을 통한 논리보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우선 장수가야 독자세력설을 입증하려면 봉수봉화뿐만 아니라 국가체제의 상징인 산성, 왕궁, 왕릉, 수취체제인 창고도 발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가야=연맹왕국이라는 틀을 깬 이론인만큼 시각을 유지하면서 연구검증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영식 인제대 인문문화융합학부 교수는 정치체를 놓고 중심과 변두리라는 등식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며 장수와 진안일대, 남원 운봉고원에 존재했던 정치체의 자율적 발전론에 무게를 두고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 문화재·학술
  • 김세희
  • 2021.07.18 17:12

고창의 풍류문화 · 전통가요 전승과 문화적 활성화 방안 모색

고창의 풍류문화와 전통가요를 전승하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학술대회가 열린다. 전북대 농악풍물연구소는 16일 고창읍 동리국악당에서 고창의 풍류문화 전통가요 전승과 문화적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는 관련학계 전문학자 5인의 발표와 6인의 토론으로 이뤄진다. 제1부에서는 부산대 최헌 교수가 현전 백제가요 전승 자료들과 그 문화-역사적 가치: 고창지역을 중심으로, 전북대 김익두 교수가 최근 새로 발굴된 <선운산곡禪雲山曲>의 발견기록화 과정과 그 역사문화적 특성가치의의를 발표한다. 토론에서는 나승만 목포대 교수를 좌장을 맡아 안후상(고창북고) 진동규(전북대) 호병탁(원광대) 선생의 논의를 진행한다. 제2부에서는 전남대 나경수 교수가 고창지역 주요 전승가요/민요들과 그 문화적 활성화 방안, 숭실대 성영애 교수가 고창지역의 선비 풍류문화 : 이재 황윤석의 <현금악보>에 나타난 자료적 성격과 풍류생활, 전북대 권민정 박사가 고창지역 풍류문화의 근현대적 전승과 미래: 고창지역 관련 율계를 중심으로를 발제한다. 이어서 전북대 하우봉 교수를 좌장으로 김헌선(경기대)최선아(서울대)이용찬(전북대) 선생의 토론이 진행된다. 제3부에서는 강릉원주대 강등학 교수를 좌장으로 발표자 토론자 및 청중들이 참여하는 종합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유기상 고창군수는 이번 고창학 학술대회는 지역이 보존해 온 풍류문화가요문화를 오늘날의 문화적 맥락에서 재발견한 뒤 미래문화로 재창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는 고창군이 주최하고, 전북대 농악/풍물굿연구소 및 사단법인 민족문화연구소가 주관한다.

  • 문화재·학술
  • 김세희
  • 2021.07.15 18:12

전북산림박물관 기획전 ‘산은 높고, 물은 깊네’

순창군에 위치한 전라북도산림박물관(소장 황상국)이 10월 3일까지 여름 특별기획전 <산은 높고, 물은 깊네> 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산림과 예술의 조화를 통한 대중성과 다양성의 추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전시는 자연을 주제로 서정성 짙은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현대작가 3인(곽풍영김용석박경식)을 초대해서 구성했다. 곽풍영은 드론을 이용, 대자연을 독창적 방식으로 시각화하고 있다. 작가는 20년 넘게 한국의 산하를 누비며 수천 점의 항공사진을 촬영해왔다. 김용석은 쪼개는 듯, 채를 써는 듯한 필법으로 사계절 풍경을 밀도 있게 드러내고 있다. 봄여름가을겨울 풍광 속에서 생몰하는 초목에 대한 변화와 신비를 응축하고 있다. 설치작가인 박경식은 곧게 자랄 수 없는 야생 환경에서 자생한 나뭇가지의 거친 선을 작품으로 드러냈다. 굽은 것은 굽은 대로 옹이가 있는 것은 옹이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자연의 생명력을 온전하게 포용하고 있다. 황상국 산림환경연구소장은 도민들이 작품에 드러난 자연을 통해 코로나19로 지친 심신을 위로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박물관 입장 전 발열 검사 실시, 마스크 착용여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철저한 방역지침을 준수하여 진행하고 있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07.15 17:45

[전북사의 과제] ② 마한사(하)

전국 역사학계에서 전북에 마한소국이 존재했다는 이론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마한을 구성하는 종족의 분포양상과 영역 범위, 고조선 준왕이 익산으로 이동했다는 설 등을 두고는 이견이 있다. 우선 전북에 마한 세력만 존재했을 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권오영 서울대 교수는 한반도 중부 이남에 마한이란 용어만으로 규정할 수 없는 다양한 집단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권 교수는 마한을 구성한 여러 정치체가 전라도-경기-충청 지역에 존재했던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다만 호남 동부지역을 마한이라는 이름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종족도 많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문헌사료에 누락되거나 이미 다른 세력에 통합돼 실체가 사라진 종족도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승옥 전북대 교수도 마한 등 여러 고대문화의 정체성이 주거지나 무덤에서 발견된 한두 가지 유물로 규정될 수 없다며 주거지와 무덤, 성곽, 수혈, 패총 등 모든 유구의 특질과 출토된 유물에 대한 과학적 해부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조선 준왕이 남쪽(익산)으로 내려왔다는 기록도 역사적 사실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박대재 고려대 교수는 중국 문헌 <삼국지>에 나온 준왕은 후대의 역사가들에 의해 윤색된 기록이며, 기자가 고조선에 와서 문화를 교화시켰다는 중화적 인식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또 마한에 정착한 조선계 유민이 준왕과 가계를 연결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관련분야 연구자 육성과 고고학적 보완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최완규 전북문화재연구원 이사장은 마한사를 전공하고 연구하는 연구자가 적다며 전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역사인 만큼 지역 대학에서 관련분야 연구자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근까지 지표상으로 확인된 유적유물을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최 이사장은 혁신도시와 만경강 일대에 마한사와 관련 있는 다수 유물유적이 확인됐다며 그러나 이 부지에 유물유적이 묻혀있다는 표식조차 없는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확인된 유물유적을 빨리 발굴한 뒤 보관할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드는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산지역에 3~4세기 이후 존재했다고 보이는 마한소국인 건마국의 실체도 규명해야 한다고 거론했다. 최 이사장은 이 지역에서 다른 지역과 뚜렷이 구분되는 자료가 발굴되지 않고 있다며위치비정에 대한 새로운 검토가 요망된다고 했다. 이어 건마국이 익산이라는 전제로 전개된 마한의 성장과 세력변천에 대한 견해도 재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문화재·학술
  • 김세희
  • 2021.07.15 17:45

[김용호 전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전통문화바라보기] 높을 고, 고창의 저력

전라북도 고창의 하늘은 높고, 푸른 대지는 영롱하다. 전통문화와 예술이 언제나 삶에 녹아있는 곳. 바로 이곳은 전라북도 고창이다. 전라북도 고창에는 모양성이라 불리는 천고의 고창읍성이 있고, 세계 최대 규모로 밀집되어 있는 고인돌 유적지가 있으며, 천하일색 선운산의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또한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과 희귀종이 거주하는 국가생태관광지인 운곡습지도 있다. 그뿐이랴, 온천과 서해안 천의 얼굴을 가진 보물창고 고창갯벌도 있으니 천혜 자원과 아름다운 삶이 있는 곳. 바로 전라북도 고창이다. 전라북도 고창은 한국의 세익스피어라 불리는 신재효 선생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는 구전되어 온 판소리를 글로 기록하고 다듬었으며 또한 정리하고 문서로 남긴 분으로 저술가이자, 학자, 행정가, 교육가 그리고 예술가로 알려져 있다. 고창에는 이러한 신재효 선생의 생가와 판소리박물관을 잘 정비하여 한국 전통예술인 판소리의 본가를 만들었다. 서민들의 마음속 희로애락을 말하며 울고 웃게 하던 우리의 판소리. 고창의 매력은 바로 판소리에서 더욱 빛난다. 판소리박물관에 들어가면 구수하고 정감어린 소리 한 자락이 항상 흘러나오며 명창의 애정이 어린 유품을 관람할 수 있다. 당대의 여류 명창이자 고창이 고향인 김소희 선생의 유물과 자료 또한 잘 보관되어 있다. 그 옛날 이곳의 남녀노소가 판소리를 좋아하고 지역의 명창도 많이 나왔으니 높을 고. 고창은 전통 예술혼이 깊은 역사적 고장이다. 고창의 예술혼은 영국의 자존심처럼 강하다. 인도와 바꾸지 않겠다는 셰익스피어처럼 신재효 선생의 업적은 소중히 보존되고 있으며 한국 판소리 맥을 지키고 있다. 가람 이병기 학자는 신재효가 이룩한 업적을 국문학 사상 기적인 사업으로 칭하며 민족의 큰 은인이라 말하고 있다. 이렇듯 신재효 선생의 업적과 혼은 고향인 전라북도 고창에서 소중히 보존되고 있다. 고창에는 판소리와 함께 멋진 농악이 있다. 전라북도에는 지역마다 마을 지명을 따 전통 농악이 전승되고 있는데 고창 역시 고창농악이란 명칭으로 영무장 농악의 계보를 잇고 있다. 영무장 농악은 호남우도농악 중 영광, 무장(고창), 장성, 함평에서 발달한 농악으로 그 연희 한판은 단연 한국 최고이다. 고창농악 중 멋 하나를 말하자면 단연 고깔소고춤을 추천한다. 장단에 맞춰 꾸리북(소고를 빨리 감아치는 것) 동작을 멋지게 구사하는 것이 특징인데, 가슴 벅찬 감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화려한 설장구, 열두잡색의 놀이도 발달하여 다른 지역의 농악과 차별됨을 알 수 있다. 전통예술의 성지 전라북도 고창. 오늘은 고창에서 생산된 높은 품질의 농특산품 높을고창을 사서 맛난 저녁을 해 먹어야겠다. 우리의 전라북도 고창 출신 명인. 명창들은 그렇게 고향에서 태어나 삶의 터전에서 배우고, 지역의 기운을 받아 자신의 꿈을 이뤘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1.07.15 17:45

[신간] 등단 40년 만에 낸 첫 시집

소설가이자 시인인 이병천이 등단 40년만에 첫 시집 <모든 사랑은 첫 사랑이다>(바람못)를 펴냈다. 이번 시집은 지난해 제주도로 이사간 뒤 일 년 동안 썼던 400여 편 시 가운데 사랑과 연애와 관련한 시만 따로 추려서 엮었다. 생애 첫 시집인 만큼 각 작품은 과도한 상징과 은유, 비약을 철저하게 배격했다. 이 때문에 인간의 순수한 감정이 눈에 띈다. 특히 사랑의 다양한 형상을 단순한 묘사만으로 뽑아낸 직관과 순수성은 관심을 끈다. 돌아보았더라면 / 서 있는 내가 보였을 것이다 / 너는 끝내 돌아보지 않고 / 나는 얼어붙은 섬이 되었다 // 볼 수 있어서 봄이었던 봄이 가고/ 서서 선 채로 서 있는 섬 (섬전문) 작품들은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소재가 가득하다. 또 쉽고 짧은 시 조각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간결한 시가 담고 있는 세계는 심오하며, 가볍게 넘겨버릴 수가 없다. 소설가 김양호는 이병천의 시에 대한 숨결은 한결같다면서 다른 시인들과 비교ㅏ기 쉽지 않은 독특한 자신만의 시풍이 있다고 평했다. 완주군 출신인 이병천은 전북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우리의 숲에 놓인 몇 개의 덫에 관한 확인, 198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더듬이의 혼이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사냥>, <홀리데이>, <모래내 모래톱>, <마지막 조선검 은명기(전3권)>, <저기 저 까마귀떼>, <에덴동산을 떠나며>, <90000리> 등의 소설, 어른을 위한 동화 <세상이 앉은 의자> 등을 썼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7.14 17:13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헌수 작가 - 찰리맥커시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여름은 울창하게 뻗어간다. 마음의 구멍들은 저녁거리를 헤매기도 하고 밤하늘에 수많은 별을 세기 바쁘다. 유쾌하지 않은 나른한 삶, 살다보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과 마음이 축 처지는 날이 있다. 딱히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괜시리 심통이 나고 힘들다는 생각에 주저앉을 때가 많다. 팍팍한 삶 앞에서 부족한 나를 발견하고, 완벽함을 쫓느라 마음이 불편할 때면 오롯이 집중하며 그림을 그리고 그림책 보는 걸 즐긴다. 수많은 선들이 교차하는 해칭연습을 하면서 그 안에 무거운 짐도 풀어놓고 스트레스를 날리곤 한다. 책상위에 놓인 그림책 하나가 눈에 띄었다. 찰리맥커시의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이다. 논리적인 설명도 없고 미사여구도 없고 삽화도 화려하지 않았다. 어디서나 펼쳐보기 좋은 얇은 두께, 글밥이 적고 드로잉이 맘에 들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선문답처럼 주고받는 대화와 절묘하게 어울리는 그림에 빠져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집으로 가는 길에 소년은 두더지, 여우, 말을 만난다. 삶의 궁금한 점이 많은 소년과 케이크를 좋아하는 두더지, 상처받아 말 수가 적은 여우, 다양한 경험과 지혜를 지닌 말이 나온다. 서로가 견고한 유대와 사랑을 나누며 삶의 문제를 대화하며 나아간다. 주인공 소년이 동물에게 질문하고 그 동물이 질문에 대답해 주는 것으로 전개되는 그림책이다. 네 명의 친구들이 주고받는 소박하면서도 애틋한 대화와 우정, 그리고 반려견이 밟고 지나가 그림에 그대로 남은 강아지 발자국까지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각각 그대로 완결된 작품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짧은 글과 그림, 좋은 글귀들이 가득했다. 네 컵은 반이 빈 거니, 반이 찬 거니? 두더지가 물었어요. 난 컵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은데. 소년이 말했습니다. 난 아주 작아. 두더지가 말했어요. 그러네. 소년이 말했어요. 그렇지만 네가 이 세상에 있고 없고는 엄청난 차이야. 살면서 얻는 가장 멋진 깨달음은 뭐니? 두더지가 물었어요.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는 것. 소년이 대답했습니다. 어떤 것도 친절함을 이길 수 없어 말이 말했어요. 친절함은 조용히 모든 것을 압도해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많이 남았어. 소년이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래,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많이 왔는지도 뒤돌아 봐. 말이 말했습니다. 멀찍이 걷던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은 서로에게 기대어 토닥여주며 힘든 길을 걸어간다. 덤덤한 말투로 대화하는 장면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128페이지 분량의 서정적인 그림체와 짧은 글귀들을 천천히 음미하며 내 안의 답을 찾기에 충분했다. 말없는 여우의 의미심장한 한 마디와 듬직한 말의 위로의 문장들까지 마음에 큰 자유를 줬다. 짧지만 담백하게 풀어나가는 대화 속에서 진정한 나는 다른 이와 비교하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나라는 것을 느꼈다. 삶의 여러 단면이 이들의 대화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찰리맥커시는 사실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림은 언어의 바다를 통과해야 닿을 수 있는 섬과 같다라고 말하며 글과 그림에 서사를 따라 가지 않고 무언가 따뜻하고 편안한 긍정의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힘들어도 버틸 수 있다는 것을 말하며, 모든 살아가는 힘의 근원이며 원천이 사랑이라고 말한다. 때론 무척이나 포괄적인 사랑 앞에서 나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삶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타인에 대한 미움과 의심은 우리 주변의 아름다움에 집중해 보면 보잘 것 없어 보인다. 서로에게 기댈 수 있다면 어떤 큰 문제가 닥쳐도 호젓하게 지나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한다면 폭풍우도 무사히 넘길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며 타인을 사랑할 줄 아는 존재로 살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존재를 인정하는 소년의 말에 깊은 성찰을 갖게 된다. 코로나19의 끝이 보이지 않아 참담하다. 묵묵히 자기자리에서 일상을 지켜내고, 어려운 상황을 잘 대처하고 있는 모두를 토닥토닥 해주고 싶다. 가볍게 읽어도 좋고 깊게 읽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책, 내면의 두려움에 귀를 기울이며 마음 한 자락을 잡고 싶을 때 꺼내보면 좋은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지치고 힘든 어른들에게 위로가 되고 삶에 대한 고찰이 녹아있는 그림책, 두고두고 아껴 읽고 싶은 책이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1.07.14 17:13

[신간] 흥얼흥얼 흥부자

한국 아동문학을 지켜온 이준관 시인이 등단 50주년 기념 동시집 <흥얼흥얼 흥부자>(도서출판 고래책빵)를 펴냈다. 이 동시집은 시인의 50년 문학정신과 그 세계를 결산하는 의미에서 80편에 달하는 풍성한 작품을 실었다. 각 작품은 자연과 일상, 가족과 친구, 동물과 골목길 등 어린이의 시선이 머무는 모든 것을 다루며, 순진무구한 동심을 담아냈다. 그러면서 세상이 빠르게 변해도 언제나 소중히 간직해야 가치를 어린이들에게 전하고 있다. 이에 더해지는 윤지경 작가의 그림은 아이들에게 상상의 날개를 달아준다. 이준관 시인은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동심이라며 언제나 흥얼흥얼거리는 흥이 많은 흥부자 아이들처럼 세상이 흥겨웠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담아 등단 50주년 동시집을 펴냈다고 말했다. 이준관 시인은 1949년 정읍에서 태어났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시로 등단하고 1974년 쓴 작품인 <심상>으로 신인상을 받았다. 동시집은 <씀바귀꽃>,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쥐눈이콩은 기죽지 않아>, <웃는 입이 예쁜 골목길 아이들>, <방실이 곰실이>, 시집은 <가을 떡갈나무 숲>, <천국의 계단> 등을 펴냈다.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교과서에 너도 와, 3학년 1학기 교과서에 그냥 놔두세요가 실려있다. 시인은 대한민국문학상과 방정환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영랑시문학상, 이주홍아동문학상 등을 받았다. 윤지경 작가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며 상상하기를 좋아해해서 지금까지 어린이 책 그림을 그리고 있다. <꼴찌 연습>, <기쁨은 이런 맛>, <바라만 보아도 좋아>등 여러 동시집과 동화집의 그림을 그렸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7.14 17:13

[신간] 자연치유의 권위자 이승헌의 신간 '오늘부터 수승화강'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는 세계인들을 위해 스스로 자기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저서가 출간됐다.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은 최근 신간 <오늘부터 수승화강>(한문화 간)을 펴냈다. 저자는 책에서 어떻게 하면 내 몸과 마음을, 더 나아가 자연과 지구를 건강하게 지킬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그동안 개발해온 수많은 심신수련법을 꿰뚫는 궁극의 건강 원리로서 수승화강을 제시했다. 세계적인 명상가이자 자연치유 권위자로 지난 40여 간 다양한 심신수련법을 개발하고 보급해 온 이승헌 총장은 오랫동안 건강과 장수의 비결이자 명상의 원리이기도 한 수승화강을 통해 에너지 순환의 원리를 이해하고 그것을 생활습관으로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수승화강은 한마디로 머리는 시원하고, 아랫배는 따뜻하게 하라는 말이다. 우리 몸에서는 아랫배의 따뜻한 에너지가 신장에 있는 수水기운을 밀어 올려 머리를 시원하게 하고, 그 에너지가 심장의 화火기운을 아래로 내려 아랫배를 덥히는 선순환이 일어나는데 이를 수승화강水昇火降이라 한다. 신장의 수기와 심장의 화기, 두 에너지가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순환을 잘 하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수승화강 상태일 때 우리 몸 안에 있는 최고의 의사인 면역력과 자연치유력을 키울 수 있다. 저자는 수승화강이 잘 안 되는 이유를 세 가지로 꼽았다. 첫째, 디지털 라이프스타일과 정보 과부하로 과열된 뇌가 식을 새가 없다. 둘째, 스트레스가 쌓여 화기가 내려가는 길이 꽉 막혀 있다. 셋째,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과 만성적인 운동 부족으로 하단전과 하체의 힘이 약하다. 한마디로 몸은 적게 움직이고 머리는 많이 쓰는 라이프스타일 때문에 에너지의 흐름이 뒤집혀 시원해야 할 머리는 뜨겁고 따뜻해야 할 아랫배는 차가운 역逆수승화강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수승화강 상태로 회복할 수 있을까? 에너지의 정체를 바로잡고 에너지의 흐름을 건강하게 바꿀 수 있는 방법으로 호흡, 명상, 운동, 관찰을 제시했다. 수승화강 실천편에서는 간단한 체크리스트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볼 수 있도록 했다. 수승화강 상태로 회복하기 위해 아랫배를 따뜻하게 하고, 꽉 막힌 가슴의 정체를 풀어주고, 과열된 뇌를 식혀주는 구체적인 운동법과 호흡법 그리고 마음의 힘을 키워주는 명상법을 그림과 함께 소개했다.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 싶을 때, 감정의 균형을 잡고 싶을 때, 집중력을 유지하고 싶을 때, 면역력을 높이고 싶을 때, 잠을 잘 자고 싶을 때 활용해볼 수 있다. 실천편 말미에는 수승화강의 건강 원리를 생활 속에서 꾸준히 실천할 수 있도록 세 가지 루틴을 소개했다. 활기찬 하루를 여는 아침 루틴,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저녁 루틴, 숙면을 위한 취침 전 루틴으로 초심자들도 쉽고 간단하게 동영상을 보며 따라 할 수 있도록 QR코드를 수록했다. 한편 <오늘부터 수승화강> 책은 미국에서 영문으로 작년 11월에 출간이 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 문학·출판
  • 이강모
  • 2021.07.14 17:11

[전북사의 과제] ② 마한사 (상)

전북 마한문화권을 둘러싸고는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이하 역사문화특별법) 개정안 포함 여부가 관심사다. 당초 전북에서는 지역 마한문화권을 역사문화특별법의 범주에 넣으려고 했으나 충북중원문화권 추가 의견이 제기되면서 무산됐다. 이후 전북도는 충북의 중원문화권, 강원의 예맥문화권과 병합심사를 염두에 두고, 지역학계와 마한문화권 포함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 개정안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위에 올라가 있다. 도와 지역 역사학계는 문헌사료와 고고학적인 유물을 근거로 전북 서남북부에 마한 11개의 소국이 존재했고, 이들 소국이 중심부를 형성했다는 이론을 주장하고 있다. 전국 역사학계에서도 마한이 전라도에 존재했다는 이론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다만 존속했던 기간과 종족의 분포양상, 고조선 준왕의 남쪽 이동 등을 두고는 이견이 존재한다. 전북 마한문화권에 대한 이론과 쟁점, 과제를 짚어본다. 중국 문헌사료인 <삼국지>와 <후한서>, 한국 사료인 <고려사>, <제왕운기>, <동국통감>, <동사강목>에 따르면, (고)조선왕 준(準)이 위만에 패한 뒤 남쪽으로 내려와 마한을 정복하고, 스스로 한왕에 올랐다고 나와 있다. 특히 <제왕운기>, <동국통감>, <동사강목>에서는 준왕이 내려온 지역을 금마군(익산)으로 지목하고 있다. 관련 유물유적도 계속 발굴되고 있다. 최근 만경강 이남과 황방산 일대에서는 대형 군집묘와 구상유구(U자 모양 수로)가 발견됐다. 김승옥 전북대 교수는 관련 연구를 통해 국읍을 중심으로 상당한 규모의 인구가 밀집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익산 영등동과 율촌리에서는 각각 주구묘와 분구묘가 잇달아 발견됐는데, 특히 주구 내에서는 마한 초기 문화권을 보여주는 점토대토기들이 다량으로 발견됐다. 중국-마한-변진한 왜로 연결되는 국제교역망을 설명해주는 유물도 발굴됐다. 철기, 푸른 유리구슬, 덩주식 동검, 중국산 동경 등이 대표적인데, 이는 만경강 일대와 완주 갈동과 신풍 익산 평장리 등에서 확인된다. 최완규 전북문화재연구원 이사장은 마한에 대한 기록이 적은 상황에서 각종 고고학 유적과 뮤이 출토돼 역사상을 복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했다. 전북 역사학계는 문헌사료와 유물유적을 근거로 전북 서북부 지역이 마한의 중심부였다는 설을 제기하고 있다. 학계는 중국문헌사료 <삼국지>에 등장하는 54개 마한소국 가운데 11개~12개 정도가 전북에 위치했다고 보고 있다. 익산의 감해국, 고창 모로비리국, 김제 벽비리국, 부안 지반국, 정읍 구소국, 군산 만로국, 익산 건마국, 정읍 초산도비리국, 전주 불사분사국 등이다. 묘제와 토기문화권에서 나타난 공통적인 특징을 바탕으로 결론을 도출한 곳이다. 최 이사장은 특히 감해국, 벽비리국, 모로비리국은 연구자들 사이에 견해가 일치한다고 말했다. 존속했던 시기도 기원전 3세기 말~기원 후 6세기 중엽까지로 보고 있다. 총 4단계로 나눠진다. 조기(기원전 3세기 말~기원 전후)는 만경강 등 서남해안 일대, 전기(기원전 1세기~3세기 중반) 서울인천 경기충청전라 일대, 중기(3세기 중반~4세기 중후반) 인천경기 일부와 전라일대, 후기(4세기 후반~6세기 전후) 고창과 영산강 일대에 존재했다고 보고 있다. 전북 마한소국이 사라진 시기도 4~5세기로 보고 있다. 백제가 서울경기를 중심으로 점차 영역을 확대해가는 과정에서 병합됐다는 것이다.

  • 문화재·학술
  • 김세희
  • 2021.07.13 18:31

미스터트롯 전주 공연 전면 취소

한국소리 문화의전당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내일은 〈미스터트롯〉 TOP6 전국투어 콘서트가 코로나19 확산세로 취소됐다. 13일 한국소리 문화의전당에 따르면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야외공연장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미스터트롯 콘서트를 이날 오전 11시께 취소했다. 당소 미스터트롯 콘서트는 수원에서 열리기로 했으나, 수도권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취소됐고, 코로나19 1단계 지역인 전주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이에 한국소리 문화의전당은 이날 오전부터 예매에 들어가려 했으나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자체적으로 최종 콘서트 취소를 결정했다. 당초 한국소리 문화의전당은 사회적거리두기 3단계를 적용해 야외공연장(8000여명 수용)에서 2800석 규모로 콘서트를 개회할 예정이었다. 전주는 사회적거리두기 1단계가 적용돼 공연장은 인원 제한이 없고 식당 등에서의 모임은 8인까지 허용된다. 한국소리 문화의전당 관계자는 오늘부터 예매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최종 자체 회의를 거친결과 코로나19 확산 소지가 있어 미스터트롯 콘서트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며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안겨주는 콘서트 개최도 중요하지만 시민 안전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이강모
  • 2021.07.13 17:30

빼앗긴 삼례의 아픔 예술로 승화

삼례는 100년 전 일제가 쌀을 수탈해 가기 위해 지은 양곡창고와 기차역이 있는 아픈 역사의 현장이자, 이를 문화예술 정책으로 극복해낸 곳이기도 하다. 완주군이 2013년 일제의 쌀 수탈 만행의 현장인 양곡창고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시켜 삼례문화예술촌으로 세상에 선보이면서 전국이 주목하는 문화예술과 도시재생의 핫 플레이스가 된 것이다. 또, 완주군은 지난 2016년 일제가 양곡창고를 짓기 위해 파괴한 생태습지를 복원, 금와습지생태공원으로 만들었다. 과거 이 일대 습지에는 금개구리가 서식할 정도로 건강한 습지였지만, 금개구리는 일제에 의해 보금자리를 빼앗겼다. 그러나 최근 금개구리가 이곳 금와습지로 돌아왔다는 보고가 있었다. 완주군이 지난 6월 양서류 전문가와 함께 금와습지생태공원 일대를 관찰한 결과, 그간 사라졌던 금개구리(멸종 위기 2급, 한국 고유종, 일명 금줄개구리)가 포착된 것이다. 100년 전, 일제에 의해 보금자리를 빼앗겼던 금개구리가 돌아오고, 일제가 금개구리를 내쫓고 지은 양곡창고는 문화예술공간으로 거듭났다. 그 옆에 도도히 흐르는 한내천변에는 완산팔경 중에서도 비비낙안 절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곳, 비비정이 20년 전 복원됐다. 이런 가운데 삼례의 건강한 생태 환경과 문화예술 등을 보여주는 가족 뮤지컬 삼례, 금와의 꿈(총감독 정상식)이 오는 17일 삼례문화예술촌에서 3개월 장기 공연에 들어간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사전 예약 단체공연은 목요일 오전 10시30분)에 막을 올리는 뮤지컬은 삼례 양곡 수탈의 역사와 문화, 건강한 생태 습지환경을 바탕으로 한 유수경 작가의 동화 한내천의 돌아온 맹꽁이와 금개구리를 각색한 작품으로, 오는 10월23일까지 이어진다. 완주군이 주최하고 (사)한국연극협회 완주지부가 주관하는 삼례, 금와의 꿈 공연은 2021 전라북도 대표관광지 육성사업으로 선정돼 전북도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정상식 총감독은 삼례문화예술촌 자리에 양곡창고가 지어지기 전 한내습지에 살고 있던 맹꽁이와 금개구리 이야기를 뮤지컬로 재구성한 작품이라며 작품을 통해 이 공간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같은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 전시·공연
  • 김재호
  • 2021.07.13 16:54

[최완규 교수의 ‘마한이야기’] 전북지역의 마한 소국 1

중국의 역사책인 「삼국지」에는 마한과 관련하여 54개 소국의 국명과 아울러 대국은 만여가, 소국은 수천가로서 총 십여만호나 된다고 기록되어 있다. 현재까지 고고학적으로 밝혀진 바에 의하면, 마한의 공간적 범위가 경기, 충청, 전라지역에 해당하기 때문에 마한의 소국들도 이 지역 내에 자리하고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각 지역에는 마한 성립과 관련되는 조기단계의 토광묘에서부터 마한의 발전기에 확산되는 분구묘계통의 분묘들이 광범위하게 연속적으로 축조되어 왔다. 또한 마한의 정치문화 중심지였던 지역의 경우에는 백제에 편입된 이후에도 마한 분구묘의 전통이 기층문화로서 지속적으로 축조되어 왔다. 그러나 『삼국지』에 기록되어 있는 마한 소국이 실제로 어느 지역에 위치했었는지에 대해서는 연구자에 따라 각각의 견해가 매우 달라 소국의 구체적인 실상에 대한 접근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마한의 소국에 대한 위치는 주로 지명의 음운학적인 유사성에 따라 비정되었거나, 역사서에 기록된 국명들이 북에서 남으로 위치한 순서에 의해 기록되었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추정되어 왔다. 이에 따르면 전라북도에는 20여개의 마한 소국이 위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명을 음운학적인 방법만으로는 위치를 확증하기 어렵고, 견해 차이도 심해 마한 소국의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연구자들 사이에 견해가 일치된 전라북도의 마한 소국을 보면, 고창의 모로비리국(牟盧卑離國)을 비롯해서 익산 함열의 감해국(感奚國)과 김제의 벽비리국(闢卑離國)을 들 수 있다. 다음으로 다수의 의견이 일치하는 곳은 부안의 지반국(支半國)과 정읍 고부의 구소국(狗素國)을 들 수 있다. 이외에 군산 회미의 만로국(萬盧國)과 익산의 건마국(乾馬國), 그리고 정읍의 초산도비리국(楚山塗卑離國)과 전주의 불사분사국(不斯?邪國) 등도 2명 정도의 일치된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나머지 11곳의 마한 소국위치 비정은 학자들 마다 다른 견해를 제시하고 있어 문헌자료 분석의 한계를 실감하게 한다. 따라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고고학적인 자료인 분묘와 생활유적을 활용하여 밀집도에 따라 소국의 위치를 비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자료에 의하면, 각 군집된 유적군 가운데 마한관련 유적이 백제 영영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축조되고 있는 곳이 확인되는데, 그만큼 마한문화의 전통이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의미는 백제 영역화 이전부터 강력한 세력을 가진 마한의 정치 사회적 집단이 있었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그것은 『삼국지』에 보이는 만여가(萬餘家)인 대국으로 비정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대국은 주변 천여가(千餘家)로 구성된 소국 연맹체의 수장국으로서 역할을 담당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마한유적의 분포 밀집도를 바탕으로 분류해보면, 지도에서 보듯이 3개의 군집으로 대별할 수 있는데, Ⅰ군은 금강과 만경강유역을 중심으로 6개의 작은 군집들이 분포하고 있고, Ⅱ군은 동진강과 고창 흥덕을 경계로 하는 공간적 범위에 3개의 소군이 해당하며, Ⅲ군은 고창지역에 3개의 소군집이 배치되어 있다. 이들 각각의 Ⅰ.Ⅱ. Ⅲ군은 마한의 성립이나 성장과정과 백제와 상호관계 설정에 따라서 그 특징을 달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1.07.13 16:46

[전북사의 과제] ① 후백제사

2021년 6월 10일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이하 역사문화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전북 고대사의 역사적 실체 규명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법은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마한, 탐라 6개 문화권으로 구분한 뒤, 국가가 이 권역에 맞춰 보존, 관리, 발굴, 복원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전북은 백제와 가야문화권이 포함됐다. 그러나 관련 문화권 유물의 시기비정, 도성의 정확한 위치파악, 백제사에서 익산이 차지했던 위상규명 등이 숙제로 남아있다. 아직 법에 포함되지 않은 마한문화권의 심사통과 여부도 과제로 거론된다. 전주가 후백제의 왕도(王都)로서 역사적 정체성을 갖고 있는 점을 고려, 후백제 문화권도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근 법에 포함될 필요성이 제기됐던 문화권부터 과제를 짚어본다. 후백제의 사료는 <삼국사기> 열전 견훤전, <삼국유사> 후백제 견훤전에 제한적으로 드러난다. 이들 사료에 따르면, 견훤은 900년 나라의 도읍을 완산(전주)에 정하고 후백제 왕이라 칭했다. 관부(官府)도 설치했으며 직책까지 나눴다. 영토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전주의 인구 확충을 위해 신라 등에서 노획한 포로들을 옮겼으며, 백제 부흥을 선언할 때 고조선-마한-백제 계승의식을 드러냈다. 이외에는 견훤과 관련한 설화와 평가가 대부분이다. 조선시대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완산지>에는 토성과 왕궁 등 전주에 존재한 도성관련 시설의 존재가 드러난다. 사료는 도성 고을의 방향, 읍성(邑城)을 쌓을 때 사용한 석재, 궁터, 도성의 규모와 방어체계, 도시 구조 등을 보여준다. 다만 정확한 위치가 제시되지 않아 학계에서 계속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도내에서 후백제 역사와 관련이 있다고 주목되는 산성은 전주 동고산성, 익산토성(오금산성, 보덕성), 익산 미륵산성, 정읍 고사부리성, 임실 월평리 산성, 장수 침령산성, 장수 합미산성이다.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 군산대학교 박물관 등이 이들 산성을 중심으로 발굴조사를 진행한 결과, 9세기~10세기경 토기, 수막새, 집수시설 등이 발견됐다. 그러나 전주 동고산성을 제외하고는 후백제의 특징을 찾기엔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이 성은 1991년부터 총 8차례에 걸친 발굴조사를 통해 13개 건물터, 25동 건물지가 있던 것으로 밝혀진 상태다. 주 건물터에서 출토된 수막새와 암막새에 새겨진 全州城(전주성) 글자는 이곳이 견훤이 쌓은 산성이었음을 보여주는 근거로도 거론된다. 반면 전주성글자만 두고 후백제의 성으로 확증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서정석 공주대 문화재보존학과 교수는 지난 3월 전주시가 개최한 후백제전주성(동고산성) 국가지정 승격 학술대회에서성돌이 크고 돌출된 것을 봤을 때 익성(翼城)의 최초사례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익성은 대몽항쟁기에 처음 출현한 성으로 춘천 삼악산성 내성, 원주 영원산성, 충주 대림산성, 속초 권금성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동고산성 일대를 왕궁하는 비정사흔 설과 배후를 방어하는 방어성으로 보는 견해가 여전히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후백제 왕궁위치와 관련해서는 고토성, 물왕멀 일대, 동고산성, 전주부성, 인봉리 일대 등 연구자들이 다양한 견해를 내놨다. 1940년 간행된 전주부사에서는 물왕멀(현재 중노송동) 일대를 궁성지로 꼽았다. 근거는 기와자기편왕성 초석 등을 내세웠다. 고(故) 전영래 원광대 교수는 1980년 동고산성 개괄 조사를 통해 발굴한 全州城(전주성) 명문이 새겨진 암막새, 84.2m14.1m의 대형 건물터 등을 근거로 이곳을 왕궁지로 주장했다. 성정용 충북대 교수는 전주부사의 견해를 토대로 풍남문에서 북쪽으로 2km 떨어진 지점을 왕궁지로 추정했다. 조법종 우석대 교수는 이전 KBS가 있던 자리인 거북바위를 주목, 전주왕도에 사령(四靈) 수호개념(기린용거북봉황)이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이 개념에 맞춰 동고산성 일대를 궁성지로 추정했다. 조 교수는 기존에 전주 왕궁과 도성유적을 확인하기 위한 기존 연구는 단편적 편린만 보여줄 뿐, 아직 구체화된 성과를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며이에 대해 체계적이고 심도있는 조사연구가 요청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논산에 있는 견훤왕릉에 대한 공간적 내용적 포섭문제를 두고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주성 전주교대 교수는 통일신라 시대에 있던 격자형 도로, 전라감영 등을 통해 유추한 통일신라 시대의 행정치소 등을 근거로 궁성을 전주 천변인근의 평탄지대로 봤다. 곽장근 군산대 교수는 중노송동 인봉리와 문화촌 일대에 왕성을 두른 궁성 혹은 왕성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확인됐다고 밝혔으며, 현 전주정보영상진흥원 뒤쪽의 토축을 궁성의 서벽으로 제시했다. 차상민 전주시 전통문화유산과 주무관(전 전라문화유산원)은 후백제의 성곽시설은 도시구조 변화과정에서 일부 흔적만 남고 대부분이 멸실된 상태라며 고대도시 구조라는 시각을 전제로 왕실사찰, 왕궁, 도성유적, 왕릉, 유적의 위치를 연계해서 심도있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문화재·학술
  • 김세희
  • 2021.07.12 18:49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