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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풍경] 전깃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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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전기(電氣)는 선(線)입니다. 선을 타고 가 집집에 환하고 따스한 불을 켭니다. 찌릿찌릿 잘 흐르라고 접속점은 단단히 조여야 합니다. 되도록 이음매는 없어야 합니다. 세상도 선입니다. 사람도 서로 손 꽉 잡아야 마음이 통하고 정이 흐릅니다. 악수는 잘 통하자고 서로 맨손 잡는 것입니다. 건성 잡는 손에 전기가 흐를 리 없지요.              

 

요즘 도시에서는 전깃줄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안전상, 미관상 땅속에 묻기 때문입니다. 듣고 싶은 것만 골라 듣고 말하고 싶은 것만 잘라 말하는 우리, 여간해서 가슴에 불 켜지지 않습니다. 쿵쿵 모터 소리 들리지 않습니다. 사람도 땅속같이 깜깜한 곳을 좋아하니, 세상엔 별일이 많고 어지러운 소문만 요란합니다. 

 

길을 잃어도 전깃줄을 따라가면 사람의 마을이 있었습니다. 모퉁이 감아 돌면 따스하게 불 밝았습니다. 악수 없이 헤어진 그 애 집까지 전선주가 몇 개였더라, 까마득한 기억에 반짝 불이 들어옵니다. 그래요, 전깃줄을 걷어버리니 삼짇날에도 제비는 감감무소식입니다. 아침마다 깍깍거리던 까치가 오지 않으니 집에 손님도 끊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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