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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인연 그리고 긴 이별. 이것이 내가 만난 박경원 시인과의 인연이다. 한 번도 만난 적 없이 차령문학에 원고 청탁을 받고 발표한 시간이 전부였다. 박경원 시인이 199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2001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기까지 우리의 인연은 닿을 수 없는 거리가 있었다. 슬프다. 유고 시집을 받고 읽으면서 왜 시 편편마다 아픔이 서려 죽음을 예고하는지 가슴이 저렸다. 짧은 시간은 가까웠는데 그리움은 아직 멀었다 세상 모든 어둠들의 고향이 그 곳엔 있다 했습니다 등잔불 밑 깊은 졸음의 누이와 일찍 잠들면 눈썹이 희어질 탈고 안 될 전설이 그 곳엔 있다 했습니다 더 깊이 어두워져야 더 맑게 떠오를 태양과 누군가 고운 새 신처럼 닦아놓은 달력의 첫 이야기들이 그 곳엔 있다 했습니다 문은 잠그지 않아도 됩니다 발소리를 지우며 다녀갈 검은 복면의 꿈들도 새벽이 되면 푸른 길몽으로 바뀔 그곳, 오늘은 바로 그대가 그대의 낡은 이름으로 돌아와 청노새 하나 갈아타고 떠날 그리움의 맨 마지막 날이기 때문입니다 ㅡ (「그믐 전문」) 가고픈 꿈이 있다면 어디를 꿈꾸었을까요? 먼 추억의 집으로 시인은 발걸음을 옮깁니다. 일찍 잠들면 안되는 전설이 있는 곳, 꿈속에서 만나고 싶어 했던 이야기들은 이미 달력의 첫 이야기들이 되었네요. 더 깊이 잠들어야 만날 고향의 아이들과 소문들이 아직은 바람으 로 떠도는 곳이지요. 누군가 꿈속에서든 찾아오라는 귀엣말로 문은 잠그지 않습니다. 다 녀갈 사람들과 이야기들의 꿈. 깨어나면 허전함보다는 푸른 길몽이 환한 햇살을 비출 것만 같은 곳이지요. 그대가 비로소 돌아온 후에야 청노새 타고 떠날 그리움처럼. 그 마지막 날 에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요? 고향의 그리움이야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픔이니 하나쯤 안고 살아가는 게 현대인의 고통 이라면 고통이겠지요. 시인은 수원에서 소설가의 꿈을 키우다 준기(현 수원시협 회장)형의 조언으로 시인의 길을 걷게 되었지요. 유난히 담배를 좋아했던 시인은 담뱃불 같은 열정을 시 속에 햇살 환한 추억의 집을 풀어 놓고 연기처럼 사라졌지요. 어느 날 받은 부고는 또 하나의 시인을 잃었다는 것 뿐. 시인은 이미 죽음을 예고하고 있었지요. 단편적으로 시 속으로 들어가 보면 나비, 먼지, 흰빛, 햇빛 등 많은 시어들을 쓰고 있었음에도 우리는 알지 못했지요. 얼마나 아픈 생각들 이 시인을 고뇌 속 갈림길에 서게 했을지 짐작이 가지요. (「먼지사랑」)을 보면 추억은 시인 의 자폐적 감성마저 순수한 먼지에 의해 “사랑해”라는 말로 흐려지지요. 하고픈 말을 다 하 지 못하고 그리움과 함께 청노새를 타고 떠나간 시인이어서 아팠지요. 휴식에 든 산은 무겁다 잎새 몇 개로 구름의 행방을 짐작하던 골짜기도 긴 잠의 거름을 삭인다 서로의 관계를 내줘야 더 푸르게 다가온 계절들 곧고 단단한 힘으로 성장의 마지막 부피를 늘이던 것들이 뜨거운 숨을 몰아쉬고 오늘은 문득 마음의 한 끝이 이월, 혹은 베티쯤의 나무들을 헤아리게 됩니다 그 곳을 넘어올 거대한 봄을 생각하면 마음은 벌써 제비꽃이라도 환생하고 싶어집니다 그게 산이겠지요 오늘은 문득 ㅡ (「칩거 전문」) 산, 그리고 정처 없는 구름과 휴식, 환생하고 싶은 마음과 산이라는 말은 산에 들고 싶어하는 시인의 심리적 작용이 시어에 숨어 있다고 생각했지요.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자신을 비우는 일일 것이니 천천히 비워놓고 간 짧은 시인 의 생이 쓰네요. 외로이 홀로 걸었을 길에 동행이 되지 못한 아픔이 있어 이 시집으로 세상 의 끈을 놓고 청노새타고 타박타박 떠나가길 바라네요. 영원한 칩거에 들기를 기원하면서요. 박경원시인의 시어들이 아직 가슴을 찌르네요. 아마 오랫동안 우리 생의 추억을 깨우쳐 줄까요? 박복영 시인은 1997년 월간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2014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 201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기도 했다. 그는 ‘작가의 눈’ 시 작품상과 여순10·19평화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시집 <아무도 없는 바깥> 등 6권과 시조집 <그늘의 혼잣말을 들었다> 등 2권이 있으며, 현재 전북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20회 바다문학상 대상(해양수산부장관상) 수상자로 강성재(65·여수) 시인이 선정됐다. 본상은 장금식(65·서울) 수필가가 차지했으며, 평생 문학에 헌신한 문인에게 수여하는 ‘찾아주는 바다문학상’은 소재호(81) 시인에게 돌아갔다. 20회를 맞이한 바다문학상은 전북일보사와 국제해운이 공동 주최하는 가운데, 올해부터 최고상이 해양수산부 장관상으로 격상되면서 문학상으로서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 바다문학상 심사위원단은 지난 19일 최종 심사를 열고 예심을 통과한 후보작들을 검토한 끝에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작을 낙점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한 달간 진행된 공모에는 총 569명이 1401편의 작품을 출품하여 뜨거운 문학적 긴장감을 보여줬다. 대상을 차지한 강성재 시인은 ‘용골’이라는 작품을 통해 바다라는 거대한 자연을 내밀한 기억과 역사적 상흔으로 연결하는 시적 명징성을 보여줘 심사위원들에게 큰 호평을 이끌어냈다. 심사위원들은 “바다의 이미지를 정교한 언어로 포착하여 인간 존재의 단면을 깊이 있게 담아낸 문학적 창의성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본상 수상작인 장금식 수필가의 ‘바다, 어두워짐과 밝아짐 사이’는 삶을 바라보는 담백한 시선과 유연한 문체가 돋보였다는 평가다. 심사위원들은 “바다라는 공간을 단순한 지리적 배경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삶의 섭리와 사유를 이끄는 은유로 확장하며 수필 본연의 미학적 완성도를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찾아주는 바다문학상은 소재호 시인에게 돌아갔다. 소재호 시인은 198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후 전북문인협회 회장과 전북예총 회장, 석정문학관장 등을 역임하며 전북 문단의 위상을 크게 높인 공로를 인정받았다. 올해 바다문학상 심사에는 신달자·양병호·김동수·강연호·장교철·송희(시 부문), 백봉기·김저운·김형중(수필 부문) 등 문단의 중견 문인들이 참여했다. 심사 기준은 문학적 창의성과 사유의 유연성, 바다와의 연관성 등이다. 지난 11일 진행된 예비심사에서 선별된 작품들이 최종 본선에서 경합을 벌였으며, 심사위원들은 장시간 논의 끝에 이견 없이 당선작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시상식은 오는 7월 1일 오후 4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며 수상자들에게는 상금과 상패가 수여된다.
전북 출신의 국제조세 전문가로 공직과 학계를 아우르며 활약해 온 김명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현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이 최근 ‘국제조세론’ 전면개정판(삼일인포마인)을 출간했다. 지난 2021년 초판 발행 이후 5년 만이다. 이번 개정판은 급변하는 국제조세 환경을 반영해 인공지능(AI)이 일상화된 디지털 경제 시대의 국제조세체계 개혁(BEPS 2.0)과 글로벌최저한세, 역외탈세 대응 등 최신 이슈를 폭넓게 조명했다. 한편으로는 촘촘해진 조세회피 방지망을 피해 안전한 절세 전략을 짜야 하는 납세자의 고민을, 다른 한편으로는 해외거래 정보의 한계를 넘어 정교한 과세 논리를 개발해야 하는 과세당국의 난관을 균형 있게 다루며 해법을 제시했다는 평이다.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차별성은 저자의 독보적인 이력에서 비롯된다. 김 전 청장은 행시 37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주OECD대표부 세무주재관,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장, 국세청 조사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다국적기업 세무조사를 직접 기획하고 집행하며 “어떻게 과세하는가”를 가장 잘 아는 실무 권위자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실전 지침을 집대성한 셈이다. 김 전 청장은 2020년 퇴임 이후에도 학술 활동을 이어가며 학계와 실무를 넘나들고 있다.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최근에는 “국제적 B2B 용역거래의 부가가치세 납세의무”라는 논문으로 한국국제조세협회가 수여하는 2025년 국제조세 학술상을 받기도 했다. 저자는 이번 개정판에서 이전가격 과세 분야를 별도로 분권화했다. 조만간 한층 더 깊이 있는 내용을 담은 별도 전문서적으로 출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마법 같은 동시집이 세상에 나왔다. 이준관 시인이 펴낸 <별나라 문구점>(고래책빵)은 평범한 일상을 상상의 세계로 탈바꿈시키는 따뜻한 시선을 읽을 수 있다. 동시집에는 표제작인 ‘별나라 문구점’을 비롯해 80여편의 동시가 수록되어 있다. 책 속에서 ‘별나라 문구점’은 단순히 학용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다. 그곳의 물건들은 문구 본연의 기능을 넘어 상상의 힘을 만나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시인은 아이들에게 단순한 물건이 아닌 꿈과 희망이 담긴 별을 선물하며 아이들의 일상을 반짝이게 한다. 동시집의 가장 큰 특징은 주변의 흔하고 익숙한 대상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깊은 호흡이다. 시인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사물을 바라본다. 이 때문에 편편마다 녹아 있는 해맑은 눈빛과 따뜻한 시선이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여기에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부드럽게 이어붙여 독자들이 마치 한 편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듯이 자연스럽게 시에 몰입하도록 유도한다. 시집은 1부 별나라문구점, 2부 월요일이 좋아, 3부 단짝친구들, 4부 엄마 손잡고, 5부 개울물 등으로 구성됐으며 김천정 작가의 삽화로 시각적인 즐거움과 작품의 깊이가 한층 견고해졌다. 저자는 머리말을 통해 “어린이로 돌아가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고백하며 “그럼에도 어린이로 돌아가려고 골목길 아이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아파트 아이들과 만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린이로 돌아가는 일은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다. 어린이로 돌아가 어린이의 마음을 담아 쓴 시를 모아 동시집으로 펴냈다”고 덧붙였다. 시인은 1949년 정읍에서 태어나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동시로 당선됐다. 1974년에는 박목월이 창간한 문예지 ‘심상’에서 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시와 동시를 동시에 쓰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동시집 <씀바귀꽃>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쥐눈이콩은 기죽지 않아>, 시집 <가을 떡갈나무 숲> <부엌의 불빛> 등이 있다.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2학년 1학기에 동시 ‘오늘’이,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시 ‘딱지’가 실렸다. 방정환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올해로 등단 58년이 된 오세영 시인이 신작 시집 <세상이 어두워지고 있다>(서정시학)를 출간했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하며 문예를 학문의 대상으로 탐구하며 오랜 시간 독자적인 시 세계를 다져온 시인의 사유가 한층 깊어졌다. 시학의 이론과 개념을 토대로 인문학적 성찰을 시 속에 녹여내는 시인은 삶과 죽음, 자연과 인간 사이를 가로지르는 세계관의 깊은 통찰과 사유를 진솔한 언어로 펼쳐 보인다. 60여 편의 시가 실린 이번 시집은 툭 터놓듯 담백한 문장으로 이어지며 편편이 담긴 사유의 무게는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인연과 인연이 실처럼 얽히고설켜/윤회하는 중생이라고들 하더라만/(…중략…)/그럳하. 언어란/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일말의/전류// 내 노년 들어 청력이 약해지니/ 주위에서 자꾸/귀가 어둡다고 구박들을 하더라만/(…중략…)/ 난들 어찌할 수 있으랴”(‘어둡다는 것’ 부분) 시인은 시집에서 인간의 오만함을 꼬집고 “난들 어찌할 수 있으랴”라고 자조적인 진술을 하지만 덤덤하게 말한다. 그는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면서 매일 세상을 마주하게 되니 산다는 게 좋은 일이라고 감각한다. 일상 속 소박한 만족감이 돋보이는 시편들은 ‘산다는 것’ 자체로 이미 충만하다는 통찰을 담고 있다. 무감각한 사회에서 자신의 마음이 어떠한 모양을 하고 있는지조차 흐릿해지는 때에 시인의 정갈한 언어는 고요한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시집에는 간혹 “인간은 평등한 것일까”('인간론 15')와 같은 관념적이고 철학적인 주제들도 담겨 있다. 인문학적인 시선을 통해 시인은 독자들에게 사회 부조리를 이야기한다. 추상적인 글감임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난해한 은유 대신 직설적이고 일상적인 문장으로 독자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그렇게 자아를 성찰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겸허하게 그려내 큰 울림을 전한다. 오 시인은 시집 발문에서 “이 생은 과학적 진실이 아닌 바로 사랑과 같은 모순의 진실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것을 시라고 부른다”고 밝혔다. 1942년 전남 영광에서 출생한 시인은 광주와 전주 등지에서 성장했다. 서울대학교 문리과학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다. 시집 <시간의 뗏목> <봄은 전쟁처럼> <등불 앞에서 내 마음 아득하여라> 등을 펴냈으며 목월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받았다.
C.S. 루이스는 영화로도 제작된『나니아 연대기』의 작가로 이름이 잘 알려져 있다. 북아일랜드 태생의 작가는 어린 시절 북유럽 신화와 초자연적인 이야기를 좋아했으며, 19세 때 1차 세계대전에 자원입대해 복역하던 중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런 경험이 환상소설에 자연스레 녹아들었을 것이다. 『나니아 연대기』는 작가가 오십 대에 출간한 시리즈물이다. 그에 비해『순례자의 귀향』은 삼십 대 초반에 쓴 첫 소설이며, 무신론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뒤에 쓴 자전적 소설이다. 은유와 비유로 가득한 난해하고도 복잡한 책의 후기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소회를 밝혔다. ‘이 책의 모든 내용이 자전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저는 제 인생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이야기를 하려 했습니다.’ 그러므로 이것은 길 위에 선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퓨리타니아에서 태어난 소년 존은 어느 날 부모의 손에 이끌려 큰 돌집에 사는 집사를 만나러 간다. 집사는 온 땅의 주인인 지주님의 규칙에 대하여 말해 준다. 규칙을 어기면 전갈과 뱀이 우글거리는 검은 구덩이에 던져진다는 말에 두려움을 느낀 존은 규칙의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존은 우연히 숲의 끝자락, 서쪽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섬을 보게 되고 그곳을 향한 열망을 키워나간다. 지주님의 해고 통지를 받은 외삼촌이 동쪽 개천 너머에 있는 산으로 떠난 뒤 존은 숲속에서 갈색 여자를 만나고, 섬을 향한 목마름을 욕망으로 치환시킨다. 죄, 즉 갈색 여자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자, 존은 잊고 있던 달콤한 갈망을 떠올리고 집을 떠난다. 섬을 찾아 서쪽으로 향하는 순례 여정은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과 단테의 『신곡』을 닮았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와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에서도 어떤 깨달음이나 보물을 찾아 길을 떠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C.S. 루이스는 이름 붙일 수 없는 그 무엇, 아무리 애써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하고 아쉬운 그 무엇을 찾기 위해 ‘대중적 실재론에서 철학적 관념론으로, 관념론에서 범신론으로, 범신론에서 유신론으로, 유신론에서 기독교’에 이르는 지난한 길을 걷는다. 그리고 마침내 찾게 된 그 갈망에 기쁨(joy)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존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존은 ‘스릴’이라는 시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계몽 선생을 만나 평소 궁금해하던 것을 묻는다. “어쩌다 사람들은 지주가 있다고 믿게 되었을까요?” 계몽 선생이 답한다. “지주는 집사들의 발명품일세.” 덧붙여 집사들은 현대과학에 대한 지식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마음을 짓누르던 부담에서 벗어난 존은 작은 언덕에 올라서서 “지주가 없다”고 외친다. 그때 미덕이 다가온다. 존은 미덕에게 규칙을 지킬 필요가 없어졌고, 새총으로 새를 쏘아도 간섭할 이가 없어졌다고 말한다. 미덕은 새를 쏘고 싶은지 묻는다. 새총을 만지작거리던 존은 곧 아니라고 대답한다. 존은 미덕과 여행을 계속한다. 시대정신의 땅에서 두 사람은 프로이트에 갇혀 있다가 이성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그곳을 벗어난다. 그러나 거대한 협곡이 그들을 막아선다. 둘은 협곡으로 내려가는 길을 찾기 위해 북쪽으로도 가고 남쪽으로도 간다. 그들 앞에 나타난 무지와 교만과 세속적 교양과 관대와 지혜들이 무모한 여행을 만류하지만, 존은 역사라는 이름의 은자에게 인류 사상의 변천사를 배우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협곡을 건너 마더 커크(Mpther. Kirk)가 있는 곳에 당도한다. 존은 먼저 온 순례자들과 함께 바다를 바라본다. 존은 과연 섬을 보았을까? “세상은 둥글어요. 당신은 세상을 반 바퀴 돌았어요. 저 섬은 산이에요. 말하자면 산 반대편이고, 실제로는 섬이 아니지요.” 안내자의 말에 의하면 그 섬은 외삼촌이 올라간 산의 이면이었다. 존은 퓨리타니아로 되돌아간다. 그러나 귀향길은 같지만 다른 길이었고, 존은 처음으로 세상의 진정한 모양새를 보게 된다. 황보윤 소설가는 전북일보와 대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소설집 <로키의 거짓말>, <모니카, 모니카>, 장편소설 <광암 이벽>, <신유년에 핀 꽃>이 있다.
누구나 어린 시절 까닭없이 스스로가 작아지거나 가파른 산길을 홀로 걷는 듯한 막막함을 마주하곤 한다. 때로는 타인의 날 선 괴롭힘 앞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기도 한다. 박서진 작가의 신간 동화 <글자 먹는 고양이 용기의 맛>(보랏빛소어린이)은 바로 이러한 마음의 그늘진 지점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유년 시절 겪었던 자신의 아픈 기억을 담담히 꺼내어 지금 이 순간에도 홀로 떨고 있을 아이들에게 다정한 위로의 손길을 내민다. 작품의 주인공 고양이 둥이가 건네는 핵심의 가치는 ‘함께’라는 글자이다. 작가는 함께라는 글자에서 ‘따뜻한 밥 냄새 같은 맛’이 난다고 정의한다.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는 그 맛이 결국 내면의 ‘용기’를 끌어올린다는 통찰은 독자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달한다. 무서운 상황에서도 한 발을 내딛게 하고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힘이 결국 타인과의 든든한 연대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유려한 문체로 보여준다. 박 작가는 2002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로 당선된 이후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독자들과 깊게 소통해 온 중견 작가다. 이번 신작에서도 작가 특유의 문장력과 홍그림 작가의 생동감 넘치는 일러스트가 조화를 이루어 ‘글자를 맛본다’는 독창적인 상상력을 극대화했다. 특히 작가의 말에서 언급된 “괴롭힘 당하던 작가를 대신해 목소리를 높여준 친구”의 일화는 단순한 허구를 넘어 진심 어린 연대의 기록을 뒷받침한다. 그래서일까. 작가는 독자들에게 용기를 내라고 설득하지 않는다. ‘함께’라는 글자를 가슴에 품고 자신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나아가기를 권유한다. 결국 이 책은 글자를 통해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과정을 기록한다. 때문에 작가의 진심이 투영된 든든한 문장들이 외로운 이들의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치유와 정화의 시간을 제공한다. 글을 쓴 박서진 작가는 2014년 <고민 있으면 다 말해>로 푸른문학상을 받았다. 그동안 <고양이가 된 고양이> <끝내자고 고백해> <만나자는 약속보다 로그인이 더 편해!> 등을 펴냈다. 삽화 작업을 한 홍그림 작가는 <조랑말과 나> <잠이 오지 않는 밤>을 쓰고 그렸으며 <열살 달인 최건우> <출동 고양이 요원 캣스코> 등에 그림을 그렸다.
전북 지역서점 11곳이 생애주기별 독서문화 거점으로 거듭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이달부터 오는 10월까지 전국 지역서점 200곳에서 운영하는 생애주기별 독서문화활동 지원 사업 ‘인생독서×인생서점’에 도내 지역서점 11곳이 선정됐다. 이번 사업은 지역서점에서 다양한 문화활동을 통해 ‘인생의 독서 습관’을 기르고 자신만의 ‘인생서점’을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참여 서점들은 어린이, 청소년, 성인, 어르신 등 생애주기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운영한다. 지난달 진행한 공모를 통해 프로그램 기획의 독창성과 다양성, 지역별 신청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참여 서점 200곳을 선정했으며, 선정 서점에는 문화활동 운영비와 서점주 활동비 등 최대 600만 원을 지원한다. 올해 선정된 프로그램은 단순한 독서 모임이나 강연을 넘어 책 읽기 이후의 경험을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역서점 서가 탐험, 토론, 글쓰기, 생애 기록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책에 대한 흥미를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전주에서는 ‘물결서사’가 시니어를 대상으로 전주 노송동 ‘꽃글씨’ 워크숍을 진행하며, ‘소소당’은 성인과 시니어를 위한 ‘처음이지, 어른 – With Book’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책보책방’은 성인과 시니어를 대상으로 ‘나의 삶을 읽고, 다시 쓰는 시간’을, ‘호남문고’는 전 연령층이 참여하는 ‘문장수집소: 체험형 독서 팝업’을 선보인다. 이 밖에도 익산에서는 ‘기찻길옆골목책방’, ‘수록’, ‘원서점’ 등 3곳이 선정됐으며, 군산에서는 ‘봄날의산책’과 ‘한길문고 나운점’, 남원에서는 ‘살롱드마고’, 고창에서는 ‘책방해리’가 참여해 생애주기별 맞춤형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각 서점의 상세 프로그램 정보와 일정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독서인’과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서점온(ON)’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작가가 자신이 발 딛고 선 땅을 언어로 길어 올릴 때, 그 땅은 비로소 제 깊이를 얻는다. 시선집 『들어라 전라북도 산천은 노래다』(전북문화관광재단·2019)는 이러한 문학의 본질을 전북이라는 구체적인 시공간에서 증명한다. 전북 14개 시군의 산과 강, 그곳에 깃든 삶의 조각들을 150명의 시인이 150편의 시에 담아낸 이 기록은 우리 문학이 나아가야 할 올곧은 이정표와 같다. 특정한 공간을 표지판 위의 글자를 넘어 더 의미 있는 장소로 바꾸는 힘은 무엇일까. 이 시선집은 이야기와 기록에서 그 답을 찾는다. 수록된 시들은 진안 장날부터 장수 어전리, 부안 곰소와 내소사에 이르기까지 지역 곳곳에 영혼을 불어넣는다. 시인이 세밀하게 포착한 풍경과 사연은 독자의 감각을 생생하게 깨운다. 이소애의 「전주천 여울목 섶다리」를 지나며 물소리를 듣고, 우미자의 「강천산에 단풍 들 무렵」에선 문득 붉은 마음을 들킨다. 신재순의 「군산 경암동 철길 마을 이야기」를 통해 근대의 흔적을 밟는 독자는 전북을 이전과는 다른 정서적 유대감으로 마주한다. 송희의 「어청도 등대」가 비추는 외로운 불빛과 김남곤의 「안국사에서」 느껴지는 깊은 사색은, 문학적 공간이 어떻게 독자의 가슴속에서 생생한 실체로 살아 움직이는지를 깊이 새겨준다. 기록은 곧 보존이며, 동시에 정체성의 확인이다. 문병학의 「전봉준의 눈빛」이 깨우는 강인한 역사의식과 이희중의 「중인리의 봄」에 담긴 계절의 미학은 이 땅의 뿌리를 단단하게 지탱한다. 김도수의 「진뫼로 간다」와 박형진의 「모항1」, 신형식의 「웃동네 통시암」, 유순예의 「말하는 더덕」 같은 작품은 점차 희미해지는 향토적 정서와 사투리, 공동체의 원형을 언어로 붙잡아 둔 소중한 자산이다. 글 쓰는 이들이 지역의 구체적인 모습을 외면하고 관념에만 빠질 때 문학은 생동감을 잃는다. 반면 안성덕의 「목어」, 이봉명의 「입동, 단풍들」, 장교철의 「귀래정에 앉아」, 장현우의 「화백나무」, 전병윤의 「멀미 앓는 뜬봉샘」, 조미애의 「정읍 가는 길」처럼 땅의 구석구석을 세밀하게 살피는 시선은 전북의 저력을 한데 모은 인문 지도가 된다. 시선집을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전북이 지닌 이야기의 힘에 압도된다. 김영의 「동령 느티나무」 아래서 잠시 숨을 고르고, 전선자의 「가을 적상산 그리고 나」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며, 이용범의 「줄포에서 보내는 봄 편지」를 읽는 경험은 전북의 산천이 그 자체로 거대한 시적 영감의 보고임을 깨닫게 한다. 시인들이 남긴 흔적은 이 땅을 마주하는 모든 이의 가슴을 채우는 따뜻한 온기가 된다. 이 시선집은 전북의 땅과 그곳을 사랑한 문장가들이 합작해 만든 위대한 합창이다. 지역을 기록하는 문학적 실천이 어떻게 공간의 가치를 일깨우고 대중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지를 이 책은 분명하게 보여준다. 전북의 산과 강이 노래가 되는 순간, 그곳은 지도 위의 굳은 이름을 벗어나 풍성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흐르는 우리 문학의 깊은 젖줄이 된다. 전북의 산과 강은 언제나 노래였다. 시인들은 다만 그 노래를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언어로 정성껏 옮겨 적었을 뿐이다. 최기우 극작가는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소설)로 등단했다. 희곡집 『상봉』,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은행나무꽃』, 『달릉개』, 『이름을 부르는 시간』, 어린이희곡 『뽕뽕뽕 방귀쟁이 뽕 함마니』,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 『쿵푸 아니고 똥푸』 등을 냈다.
서정시의 맥을 이으며 시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김현조 시인이 시선집 <우스운 일>(신아출판사)을 출간했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지나온 삶을 조용히 되돌아보며 삶의 비의(悲意)와 존재의 근원을 탐색한다. 시인은 시인으로서의 존재와 시 쓰기의 행위를 경유하며 자신의 시력과 인생론을 펼쳐 보인다. 특히 우리 사회의 장면을 더듬어 그 속에 스며있는 오래된 기억과 삶의 진실을 담담히 길어올리는 솜씨가 인상적이다. 단아한 시 정신과 담백하고 진솔한 언어가 어우러진 시선집은 정숙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보여준다. “비가 온다. 고려인 협동농장에 살고 있는 김 노인은 비를 보고 있다. 낙숫물이 눈물 같다. 이웃나라 알마티로 나가 있는 자식들은 걱정 말라지만 아무래도 거짓말 같다. 나라가 왜 이 모양인지 자꾸 내 잘못인 것 같다 자식들 얼굴 보기는 더욱 어려워졌다.//(…중략…) 도시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꼭 먼지를 동반한 사막의 바람소리 같다. 지금 내리는 빗물은 김 노인의 걱정을 더 키운다. 만리타국에 나와 있는 나를 걱정하고 있을 어머니가 보고 싶다.”(‘낙숫물소리’ 부분) 김 시인은 오래된 기억 속으로 걸어 들어가 지나온 삶의 흔적을 차분히 응시하며 인생을 성찰한다. 지나온 시간에 대한 기억들은 과거의 회상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지탱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는 삶의 고단함과 슬픔을 품어 안으며 서정의 힘으로 작고 소박한 것들이 함께하는 사람살이의 본래의 면목을 노래한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작품해설에서 “서정시에서 다루어지는 기억이란 시인이 지나온 시간의 의미를 형상화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된다”며 “김현조의 시편은 내면의 출렁임과 경험적 서사가 기억 속에서 견고하게 결속하는 특성을 지니면서 가장 근원적인 기억들을 향한다”고 분석했다. 시집에 수록된 126편의 시들은 화려하지 않지만, 문득 아득해지는 순간을 선사하는 조용한 힘이 있다. 인간과 삶과 세상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는 시인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독자들은 사람과 자연과 일상의 풍경이 한데 어우러지는 경험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는 시인의 말을 통해 “졸작들이 안목을 가리고 있었다. 시선집이라고 시를 골라보니 쭉정이 뿐”이라며 “‘인쇄된 문장은 도끼로도 파낼 수 없다’는 러시아 속담이 더욱 부끄럽게 한다”라고 고백한다. 정읍 출생인 김현조 시인은 1991년 <문학세계> 시로 등단했다. 시집 <사막풀> <당나귀를 만나 목화밭> <비사벌에는 달 냄새가 난다> 등과 번역서 <요절복통 나스레진 일화집>을 출간했다. 전북시인협회 회장과 전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하해(夏海) 김영진 작가가 신간 <구름이 머흘레라>(신아출판사)를 펴냈다. 이번 수필집은 작가의 고향에 대한 회상으로 문을 열며, ‘금강에서’, ‘바람이 부는 곳으로’, ‘그리운 사람들’, ‘구름이 머흘레라’, ‘시와 노래로’ 등 5부로 구성됐다. 총 50편의 수필에는 유년의 기억과 삶의 결이 잔잔하게 스며 있다. 책에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따뜻한 기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어릴 적의 일이다. 밖에 나가 실컷 놀고 저녁 무렵 집에 돌아오면 어머니는 나를 붙잡아 씻기시곤 했다. 얼굴에 땟국물이 쪼르르 흐르고 땀내가 나는 나를 번쩍 안아 우물가에서 차디찬 샘물로 얼굴과 눈, 코, 볼을 뽀득뽀득 씻어 주셨다.”(‘어머니의 향기’ 중) 또 다른 글에서는 고향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담아낸다. “나의 고향 웅포 제석, 나를 태어나게 하고 어린 시절 꿈을 키워준 곳. 나는 그곳에서 자라고 길러져 세상으로 나와 유영하고 있다. 엉성한 거푸집에 살을 붙여 몸을 키우고 오늘을 살아가지만, 근본인 고향을 벗어날 수는 없다.”(‘내 고향, 웅포’ 중) 이처럼 김 작가의 수필은 가족과 이웃, 그리고 지나온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바탕으로 한 정겨운 정서를 품고 있다. 특히 일상의 소소한 장면들을 섬세하게 포착해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글 전반에는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작가의 소망과 따뜻한 시선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김영진 작가는 현재 호스피스 자원봉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한국문인협회, 자유문학회, 민조시협회, 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전북수필가협회, 표현문학회, 석정문학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미당문학 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2011년 목포문학 시 부문 시인상을 비롯해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강호형 작가가 여섯 번째 수필집 <사람 사는 이야기>(수필과비평사)를 펴냈다. 이번 신작은 다섯 번째 수필집 <목마른 사람들> 출간 이후 약 5년 동안 꾸준히 써온 글들을 모은 것으로, 작가의 오랜 문학적 사유와 삶의 결이 고스란히 담겼다. 강 작가는 평생 “수필은 한가한 음풍농월이 아니라 사람 사는 이야기여야 한다”는 신념 아래 글을 써왔다. 이러한 문학관은 신간의 제목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특히 이번 수필집은 기존처럼 개인의 체험에 머무르지 않고, 시선을 ‘나’에서 ‘온 세상의 인간’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다양한 삶의 단면과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통해 보다 보편적인 공감과 울림을 전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책은 ‘1달러짜리 하느님’, ‘별이 도니 소녀’, ‘스승’, ‘늙어서 좋다’, ‘마지막 선물’ 등 총 5부로 구성됐다. 각 부에는 작가가 오랜 시간 동안 보고 듣고 읽으며 마음에 담아온 동서고금의 일화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50여 편의 수필이 실렸다. 짧은 글 속에는 삶의 소소한 진실부터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까지 다양한 주제가 녹아 있으며, 담담한 문체로 풀어낸 이야기들은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강 작가는 책머리에서 “내 생애 마지막이라 여겼던 다섯 번째 수필집이 세상에 나온 지도 벌써 5년이 흘렀다”며 “그동안 모아온 50여 편의 글을 그냥 묻어두기엔 아쉬움이 커 주변의 권유에 힘입어 책으로 엮게 됐다”고 출간 배경을 밝혔다. 이어 “이 글들을 접할 당시 느꼈던 감동이 독자들에게도 온전히 전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용기를 북돋아 준 문우와 친지들, 그리고 책 제작에 도움을 준 출판 관계자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광주 출생인 그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중퇴했으며, 1988년 월간 <문학정신>을 통해 등단했다. 저서로는 수필집 <돼지가 웃은 이야기>, 수필선집 <정류장에서> 등이 있으며, 현재 그는 수필문우회와 양재회, 이수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비평문학과 문화이론을 넘나들며 예리한 시각과 무게감 있는 연구를 선보여 온 예수대학교 간호학부 최경윤 교수가 신작 <문학과 영화>(신아출판사)를 출간했다. 이번 책은 단순한 매체 간의 비교를 넘어 디지털 기술이 재편한 오늘날의 서사 환경 속에서 이야기가 어떻게 생존하고 진화하는지를 논리적인 시선으로 추적한다. 저자는 서사가 더 이상 거대한 성벽 같은 책 속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우리 일상의 틈새를 채우는 유연한 생명체가 되었음을 주목한다. 제1장 ‘문학의 이해’에서는 문학의 특성과 기능을 통해 서사의 원리와 이론적 흐름을 정밀하게 해부한다. 제2장 ‘영화의 이해’에서는 장르와 연출기법에 따른 미학적 구조를 분석함으로써 영상언어만의 독자적인 문법을 규정한다. 저자에게 있어 문학과 영화의 결합은 단순한 기술적인 공정이 아니다. 언어적 기호가 내포한 추상적인 함의를 눈에 보이는 장면으로 치환하는 예술적 과정이다. 특히 매체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서사를 생성하는 창조적인 일이라고 정의한다. 책의 후반부인 제3장 ‘문학과 영화의 상호 텍스트성’은 현대 문화 지형을 읽어내는 예리한 통찰을 보여준다. 저자는 OSMU(One Source Multi Use)와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웹툰과 웹소설이 영화로 전이되고 게임과 가상공간으로 확장되는 서사의 무한 증식 과정을 살펴본다. 저자는 과거의 문학과 영화가 상호 독립적인 매체였다면, 오늘날의 서사는 플랫폼을 넘나들며 스스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처럼 매체의 변용은 서사의 본질을 강화하는 수단이며 문학의 깊은 사유와 영화의 시각적 황홀경이 맞물릴 때 비로소 완전한 생명력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머리말을 통해 “종이 위에서 고요히 잠자던 글자들이 활자의 굴레를 벗어나 눈앞에서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순간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문학이 품은 깊은 사유의 결이 영화라는 역동적인 생명력과 결합하여 감각과 인식을 새롭게 깨우는 서사의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대학교 영어영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저자는 예수대학교 간호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Feeling the Sound> <엘리엇 시 비평연구> <Art of war> <말의 힘> 등이 있다.
최근 2023년 뉴베리상과 코레타 스콧 킹 상을 동시에 수상한 『프리워터』라는 책을 읽었다. 노예 서사를 다룬 것이지만 어린이의 시선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흔히 흑인 노예에 대한 고전이라고 하는 『톰 아저씨의 오두막』과 차이가 있었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 흑인 노예의 고통을 공론화하며 노예제 폐지론에 불을 지폈지만, 거기에 나오는 인물들은 시혜의 대상이거나 인내만을 강요받는다. 그러나 『프리워터』는 그 시선을 완전히 뒤집는다. 노예제라는 폭력 앞에서 ‘견디는 인간’이 아닌, 스스로 길을 내는 ‘투쟁하는 인간’의 서사를 보여준다. 소설은 노예 농장이라는 억압의 공간에서 시작해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늪지 속 공동체 프리워터로 이동하며 인간 존엄의 근원을 파헤친다. 『프리워터』는 18세기 미국 남부의 습지와 깊은 숲속으로 도망간 탈주 노예 공동체에서 영감을 받아서 쓴 이야기로, 열두 살 소년 호머와 동생 에이다의 눈을 통해 공포와 희망을 동시에 보여준다. 즉, 소설은 억압의 공간인 농장과 해방의 공간인 늪지라는 두 공간을 대비시킨다. 프리워터는 뱀과 악어가 득실거리고 발이 푹푹 빠지는 위험한 늪지다. 하지만 이런 가혹한 자연은 노예 사냥꾼인 추격자들로부터 지켜주는 천혜의 성이다. 노예 농장은 흑인을 사람이 아닌 재산으로 취급한다. 호머에게 허락된 것은 주인의 명령을 듣는 귀와 노동하는 손과 발뿐이다. 생각이나 감정은 사치이며 가족과의 유대마저도 주인의 기분에 따라 끊어진다. 탈주를 시작하는 사람들 대부분 가족과의 단절이 요인이다. 팔려나간 어린 자식이나 남편을 바라보며 목숨을 걸고 농장을 벗어난다. 반면 깊은 늪지 속에 숨겨진 프리워터라는 공동체는 단순히 숨어 지내는 공간이 아니다. 호머가 프리워터에서 목격하는 것은 단순히 살아내는 생존만이 아니다. 프리워터에서는 지시하거나 채찍을 휘두르고 겁을 주는 사람이 없다. 오직 지시하는 것은 늪지였고, 비가 내려 땅이 젖으면 집에 가라는 뜻이고, 흙이 마르고 안개가 걷히면 일을 하라는 뜻이다. 호머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나’를 위해 선택하는 삶을 배운다.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아이들이 하늘을 바라보며 웃고,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결정하는 행동은 농장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광경이다. 프리워터에서 누리는 자유가 단순히 속박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관계를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임을 알게 된다. 호머는 프리워터에서 서서히 노예로서의 사고와 행동을 지워간다. 그래서 농장에 애나라는 노예를 데리러 갔다가 붙잡힌 엄마를 구하러 공포스러운 농장으로 향한다. 프리워터에서 주체적인 삶을 만들어가는 자유를 알게 되면서 혼자만의 자유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직시한다. 즉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지 않는 자유는 또 다른 고통이라는 걸 알게 된다. 호머가 어머니를 구출하러 가는 과정은 물리적 탈출을 넘어 정신적 해방처럼 보였다. 과거의 호머에게 농장은 도망쳐야 할 공포의 대상이었으나 이제 프리워터에서 얻은 용기를 품고 농장의 질서를 무너뜨리러 가는 전사인 셈이다. 이를 보면서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억압적 시스템에 대항할 힘은 결국 타자에 대한 연대와 사랑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2023년에 뉴베리상을 받은 이유가 단순히 과거의 비극을 다루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현대인들은 물리적인 채찍은 마주하지 않지만 자본의 논리나 타인의 평가, 혹은 끊임없는 경쟁이라는 ‘현대판 농장’에 갇혀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프리워터 속에서 질문을 발견한다. 우리는 숨 가쁜 세상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우리만의 늪지’가 있는가? 호머가 늪지에서 발견한 것은 자유를 향한 의지였다. 그것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생존 전략이라고 여긴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게 소진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호머의 용기를 전해주고 싶다. 이경옥 동화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두번 째 짝>으로 등단했다. 이후 2019년 우수출판제작지원사업과 지난해 한국예술위원회 ‘문학나눔’에 선정됐으며, 2024년 안데르센상 창작동화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의 저서로는 <달려라, 달구!>, <집고양이 꼭지의 우연한 외출>, <진짜 가족 맞아요> 등이 있다.
길 위에서 우린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생각한다. 걷고 생각하며 미래의 방향성을 찾고, 새로운 인연을 맺기도 한다. 길은 지금의 나와 또 다른 나, 과거와 미래 시간과 공간을 연결해주는 통로이기 때문일 것이다. 송경호 수필집 <안녕, 가리비 –산티아고 순례 프랑스길>(인간과문학사)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길이 주는 치유와 사색의 힘을 발견한 저자의 통찰이 담겨 있다. 순례길은 루르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편지를 떠올리며 시작됐다. 생장 피드포트에서 피레네산맥을 넘어 스페인 북부의 4개 자치주를 가로질러가는 여정을 따라간다. 책에는 길이 사람을 시험하는 시작의 땅 나바라주, 땅의 풍요가 신의 은총이 되는 곳 라리오하주, 침묵 속에서 산을 만나는 광야의 카스타 이 레온주, 끝이자 완성 그리고 새로운 시작인 가리시아주에서 만난 소소한 인연들이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다. 저자는 귀하고 특별한 인연을 소개하는 방식의 전개가 아닌,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저자는 길은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자신을 변화시켰다고 고백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이제 하나의 문화가 됐다. 전 세계인들 길 위에서 희망을 찾고 자신을 성찰한다. 수필집 <안녕, 가리비>에는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길이 왜 필요한지, 천천히 걷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곱씹게 한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백만 보 이상의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순례길에서 발이 제일 먼저 기도를 한다고 한다”라며 “물집은 질문이고 통증이 대답이다. 단순한 도보여행이나 고행이 아니라 내면에 자리 잡은 어리석은 생각을 흔들어 보고 싶은 바람이었다”라고 밝혔다. 전주 출생인 송경호 수필가는 2022년 <인간과 문학>으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걷고 싶은 길> 등이 있다.
“고향 집은 양천동에 있다/ 공동 우물에서 따뜻한 물이 나와/ 그렇게 부르고 있다/ 초가 4칸 집 뒤에는 대나무숲이/ 겨울에 북풍을 막아주고/ 집 앞에있는 냇가에서는 물고기들이/ 놀고있는 남향 집이였다/(중략) 고향집은/ 말만 들어도 추억이 살아나고/ 그리움이 앞서고 설레이는 집이다”(시 ‘고향집’) 삶의 번잡함 속에서 잊혀가는 ‘쉼’의 가치를 고향의 기억으로 풀어낸 시집이 출간됐다. 김준식 시인의 시집 <고향집>(신아출판사)은 자연과 유년의 정서를 바탕으로, 현대인의 고단한 삶에 따뜻한 위안을 건네는 작품이다. 이번 시집은 시인이 직접 경험한 고향의 풍경과 정서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대숲이 바람을 막아주던 겨울 풍경, 집 앞을 흐르던 냇물, 그리고 들녘이 펼쳐진 남향집의 기억은 단순한 회상이 아닌, 마음의 안식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형상화된다. 시인은 이를 통해 복잡한 사회 속에서 지친 이들에게 ‘머물 수 있는 자리’의 의미를 되짚는다. 김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신이 만든 위대한 작품은 산이고 인간이 만든 위대한 작품은 책”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글쓰기의 본질을 되새긴다. 이어 “인간은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보존함으로써 세상을 발전시켜왔다”고 밝히면서도, 한편으로는 “복잡한 사회 속에서 고뇌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결국 ‘편안한 삶’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지며, 그 해답을 고향집이라는 공간에서 찾는다. 특히 시인은 “어려울수록 쉬어가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고향이 주는 정서적 안정이 곧 삶의 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며, 마음에 걸림 없이 잠들 수 있는 상태를 행복으로 정의한 한 탤런트의 말을 덧붙이며, 고향집이 주는 편안함이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으로 확장되기를 소망한다. 김 시인은 정읍에서 동초, 정읍중, 호남고 등을 거쳐, 광주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2013년 <문예사조>로 문단에 등단해, 현재 정읍문화원 이사와 한국문인·전북문인·정읍문학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정읍에 살리라>, <내 삶의 보물> 등이 있다.
“사람은 뾰족뾰족/ 사랑은 둥글둥글/ 사람이 사랑을 한다는 게/ 깎여 부드러워지는 것일까”(시 ‘사랑과 사람’ 전문) 삶의 본질을 향한 사유를 간결한 언어로 길어 올린 신예 시인의 첫 시집이 독자들과 만난다. 도명환 시인의 시집 <사랑이 죽은 빔하늘에 별을 쓰다>(신아출판사)가 출간되며, 사랑과 죽음,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내면의 기록을 담아냈다. 이번 시집은 다섯 가지 키워드 '사랑, 죽음, 밤하늘, 별, 쓴다는 것’을 축으로 구성됐다. 시인은 이 다섯 개의 주제를 통해 인간이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감정과 사유를 교차시키며, 젊은 시선으로 세계를 응시한다. 각각의 시편은 거창한 서사보다 함축된 언어를 통해 감정의 결을 드러내며, 독자로 하여금 사유의 여백을 채우도록 유도한다. 도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현대 사회를 “복잡하고 소란스러운 사회”로 진단하면서, 그와 대비되는 시의 본질적 특성을 강조한다. 그는 “시라는 미지의 문학은 단순하고 명료하다”며 “삶과 죽음, 현실과 이상, 선과 악 등 본질적인 것을 다루는 함축성은 마치 수학이나 물리학 공식과도 닮아 있다”고 밝히며, 시를 단순한 감정 표현의 도구가 아닌, 세계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바라보는 인식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시집은 시를 통해 자기 탐색의 여정을 시작하려는 시인의 의지가 뚜렷하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는 “아직 미숙하여 시를 많이 읽지도 않았고 시학이라는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지 못했다”고 고백하면서도, 이번 출간을 계기로 “좀 더 시를 탐구하는 동기부여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완성된 문학적 성취라기보다, 앞으로의 가능성을 향한 출발점으로서 시집의 의미를 부여한다. 다섯 가지 주제에 대한 선택 역시 시인의 내면적 경험과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 사랑에 대한 갈망과 진정한 의미에 대한 탐색, 극한의 상황에서 마주한 죽음의 공포와 유혹, 밤하늘과 별을 향한 동경, 그리고 글을 쓰는 행위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시적 세계를 형성하는 근간이 됐다. 시인은 이 같은 요소들이 “삶 속에서의 배움과 지적 여정을 통해 더욱 깊어질 것”이라며 앞으로의 변화를 예고한다. 도 시인은 2023년 6월 <백제문학>을 통해 문단에 등단했다.
“자신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때 ‘너 때문이야’라는 변명이 아니라 ‘내 탓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늘 남을 칭찬하고 배려를 아끼지 않는 사람. 나이 든 이들에게 꼭 필요한 삶의 태도 아닐까 생각해본다. 습관처럼 배려가 묻어나는 사람을 보면 그 따뜻한 마음에 행복해지고, 나 또한 따라 하고 싶어진다. 남을 헐뜯기보다 칭찬하며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결국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지름길처럼 보인다.”(소책자 ‘웃음으로 사는 삶’ 중 발췌) 90여 년의 세월을 살아온 한 인물의 삶의 궤적을 담은 소책자가 세상에 나왔다. 평생을 긍정과 웃음으로 살아온 임무정 씨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기록한 소책자 <웃음으로 사는 삶>(대흥정판사)을 펴냈다. 총 60여 쪽 분량의 이 책은 임 씨의 90평생을 간결하면서도 진솔하게 담아낸 기록이다. ‘내가 태어난 고향’을 시작으로 학창 시절의 기억, 국방의 의무를 다했던 군 복무 시절을 담은 ‘육군 사병으로 지원 입대’ 등 개인의 삶을 따라가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이어 전북지방병무청 재직 시절 등 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시기를 지나, 퇴직 이후의 일상과 경험, 그리고 다양한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특히 이번 소책자에는 2024년 본보 기사에 소개됐던 ‘의사 이기주의에 실망, 시신기부 약정 철회’ 관련 글과 당시 심경도 함께 실려 눈길을 끈다. 이 책은 단순한 회고록을 넘어, 젊은 세대에게 전하고자 하는 삶의 가치와 태도를 곳곳에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임 씨는 ‘인생의 중요한 세 가지’와 마지막 장 ‘조언의 말씀’을 통해 △당신에게 보내는 나의 메모 △이런 자세가 바람직합니다 △말 한마디 △우리 마음을 다스리는 글 등을 제시하며, 자신의 삶을 지탱해 온 신념과 철학을 전한다. 임 씨는 머리말에서 “사람의 죽음은 정해져 있고, 인생은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안개와 같다”며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내가 겪은 흔적들을 남기고 싶어, 걱정과 근심 없이 기쁘고 즐겁게 살아온 나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늘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성실히 살아가길 바란다”며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꾸준히 실천하며 용기 있게 살아가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저자 임무정 010-5221-9883
전북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강영자 시인이 캐나다의 권위 있는 문학기구인 캐나다작가연합(TWUC)과 캐나다시인협회(LCP)의 정회원 자격을 동시에 획득했다. 캐나다 오타와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은 한국 문인으로서 현지 문단에서 최고 수준의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게 됐다. 현재 캐나다 시인협회에서 유일한 한국계 정회원으로 이름을 올린 시인은 작가연합 내에서도 한국계 정회원은 시인을 포함해 단 2명뿐이다. 이번 정회원 자격 획득으로 그는 캐나다 연방정부가 공인하는 전문 예술가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그의 대표작 ‘시간의 맷돌(The Millstone of Time)’은 캐나다 국립도서관과 기록보존소(LAC)에 국가기록유산으로 영구 등재되는 영예를 안았다. 지난 1995년 캐나다로 이주한 뒤 2002년 영문 시인으로 먼저 등단했다. 이후 2012년 한국 문단에서도 정식 등단했다. 1995년 캐나다로 이주한 강 시인은 한국에서 KBS 리포터, 엑스포 방송 아나운서, 휴먼저널 기자로 활동하며 언론․방송 분야 경력을 쌓았으며 캐나다 이주 후에는 세종학당 한국어 강사와 한글학교 교사로 재외동포 사회의 언어·문화 전승에 기여해 왔다. 강 시인은 “(앞으로) 오랫동안 디아스포라 서사를 완성해 나가겠다”며 “이번 LCP와 TWUC 가입을 발판 삼아 한국계 문학이 북미 주류 문단과 더욱 깊이 연대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계간지 <수필과비평>(수필과비평사) 2026년 4월호(통권 294호)는 ‘삶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공동체’라는 주제 아래 수필의 예술적 지향점과 인문학적 성찰을 밀도 있게 담아냈다. 이번 호에는 고전과 현대, 창작과 비평의 균형을 통해 수필문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특집 및 연재 섹션에서는 지적 사유의 깊이를 들여다본다. 문학인신문의 김은중 편집국장은 몽테뉴를 통해 생각이 문장으로 치환되는 찰나를 조명한다. 또한 이치운 평론가는 이탈로 칼비노를 통해 고전 읽기의 가치를 역설하며 인문학적 배경을 제공한다. 특히 ‘무용지용(無用之用)의 미학’을 다룬 유한근 작가의 작품론은 실용성만이 강조되는 현대사회에서 수필이 지니는 쓸모없음의 역설적 가치를 논리적으로 규명해낸다. 문단의 역동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도 풍성하다. 한복용, 박용수, 박종기, 신순미 등 신인상 당선자들의 작품을 비롯해 엄현옥 작가의 월평을 통해 ‘봄’이라는 계절적 상징 속에 담긴 생명과 회복의 메시지를 객관적으로 고찰한다.
전북지사 후보 ‘문화산업화’ 공약 한목소리…구체성은 ‘빈약’
전주설화 담은 인형창극 손맛 어떨까
제20회 바다문학상 대상, 강성재 시인 선정
'다시 서는 남자이야기' 21일 소리문화전당
[이 영화 한편!] '스파이더맨3' 더 화려해진 CG...줄거리는 식상
출판계, 출판진흥기구 설립 지원
한승헌 변호사 '…고백과 증언' 자서전 출간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기우 작가 - 전북도 ‘전라북도 방언사전’
[한자교실] 건배(乾杯)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박복영 작가-박경원 ‘등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