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왔으니 일찍 가는 걸까요? 추석 전부터 영랑 시인의 장광에 날아 오던 골붉은 잎, 벌써 거진 돌아갔습니다. 감잎은 늦게 오지요. 다른 과실나무 꽃 피워 열매 앉힌 뒤 오월에나 나오지요. 잎 돌아가는 가지에 밝힌 꽃등 더욱 밝습니다.
감나무는 기원전 3, 4000년 전부터 가꾸었다던가요? 뒤란에, 텃밭 가에 흔히 볼 수 있는 배고프던 시절 요기가 되던 나무지요. 늦 피는 꽃이 꼭 복주머니 같습니다. 주머니 가득 복을 채워 줄 것만 같지요. 지금 나이 지긋한 이들은 새벽보다 먼저 일어나 줍던 시금털털한 꽃 맛을 추억할 겁니다. 감, 우리네 인생처럼 젊으나 젊었을 땐 떫기만 하지요. 홍시도 곶감도 찬바람에 된서리까지 견뎌야 단물이 배지요. 배, 매실, 참외처럼 가까운 과실입니다. 스스로 방석을 깔고 스스로 접시를 받친, 한때는 큰 대접 받았지요.
풍년입니다. 감밭 가득, 감나무 밑동마다 수북수북 환합니다. 가을 캔버스가 너무 작은 걸까요? 저 프레임 밖에는 분명 끙끙 감 바구니를 든 밝은 주인이 있을 겁니다. 시인 김남주가 “조선의 마음”이라 했던 고수레 까치밥이 꼭대기에 붉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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