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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를 우리는 과연 얼마나 감각하고 있을까?” 이 질문을 출발점으로 한 예술 실험이 전주 팔복예술공장에서 펼쳐진다. ‘2026 무해한 예술실험 워크숍 : 챱챱, 툭툭, 샥샥’이 20일부터 오는 22일까지 팔복예술공장 B동 2층 마루방에서 진행된다. 이번 워크숍은 그린르네상스 실험프로젝트의 심화 과정으로, 예술가와 시민, 지역과 생태 환경의 관계를 ‘채집’이라는 실천을 통해 재사유하고 확장적으로 탐색하는 프로그램이다. 결과물 중심의 작업이나 해답 제시보다는, 작고 사소한 감각의 회복을 통해 기후와 환경을 다시 느끼는 방법을 함께 실험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프로그램은 총 3회로 구성된다. 20일에는 정강 작가가 진행하는 ‘공간 채집: Skin of Space’가 열린다. 바닥과 벽면, 모서리 등 공간의 표면을 ‘피부’로 인식하며, 커피박 클레이를 활용해 공간의 흔적을 채집하는 작업을 통해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쳤던 감각을 되짚는다. 21일에는 한준 작가의 ‘무해한 귀는 당나귀 귀’가 마련된다. 기록하고 발화하는 과정을 통해 흐려진 인식과 언어화되지 못한 감각을 드러내고, 이를 해체하며 보다 명료한 감각으로 나아가는 경험을 시도한다. 마지막 날인 22일에는 조민지 작가와 함께하는 ‘페이퍼 얀 스테이션’이 진행된다. 종이를 실로 전환해 바느질하는 과정을 통해 이동과 생존의 역사 속에서 인간과 환경이 맺어온 감각적 관계를 탐색한다. 워크숍 대상은 장르와 관계없이 예술인 10명이며, 회차별 참여 사례비는 3만 원이다. 전주문화재단은 “감각과 기후 변화, 관계의 문제를 실천과 대화를 통해 함께 탐구할 예술가들의 참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현아 기자
전북지역 근대 서양화단을 구축한 1세대 작가 고(故) 김현철 화백(1924–1980)의 예술세계를 집대성한 전시가 열린다. 우진문화재단(이사장 김보라)은 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김현철 화백의 유작 26점을 일반에 공개하는 소장품전을 우진문화공간에서 2월 11일까지 선보인다고 밝혔다. 월요일 휴관. 이번 전시는 지난해 기획전과 2009년 전북도청사 갤러리 대여 전시 이후 15년 만에 마련된 세 번째 소장품 공개 전시다. 전시에서는 김현철 화백이 해방 직후인 1945년부터 작고 2년 전인 1978년까지 제작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부안 출신인 김 화백은 경복고와 서울대 미대(중퇴)를 거쳐 1947년 대한미술협회전 특선, 1948년 문교부전 입선 등을 통해 화단에 이름을 알렸다. 그는 20여 차례의 개인전을 열어 척박했던 지역 미술 현장에서 창작활동을 지속했다. 전시 작품들은 화백 특유의 조형언어인 ‘나이프 기법’의 변천 과정을 싫증적으로 보여준다. 붓 대신 나이프를 활용해 화면을 긁어내거나 겹쳐 쌓아 독특한 질감을 표현한다. 그리고 절제된 색채와 엄격한 구도는 그가 천착했던 부안의 산과 바다, 보리밭 등 향토적 소재를 현대적인 미학으로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화백은 생전 작가 활동 외에도 전북 미술의 제도적 기틀 마련에 헌신했다. 그는 권영술 화백과 함께 ‘신상미술회’를 창립해 지역 근대미술 형성을 주도했으며 1969년 전북미술대전 창립위원과 1970년 전북미술연구소 창설 등을 통해 미술행정의 토대를 닦았다. 또한 30여년간 중·고교 미술교사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재단은 전북 서양화단의 1세대 작가로서 독자적인 표현양식을 구축한 화백의 작품이 소실되거나 흩어지는 것을 우려해 유작 일체를 매입하여 소장해 왔다. 재단 관계자는 “이번에 공개되는 작품은 전북 서양화단의 출발점과 그 정신을 되짚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진문화재단은 1991년 (주)우진건설의 기업 메세나로 출발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 조성과 지역 거장 재조명을 실현해 재단의 설립 취지를 재확인할 방침이다. 박은 기자
전북문화관광재단이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10년간 예산과 조직 규모 면에서 비약적인 양적 성장을 이뤘으나, 비대해진 조직에 비해 현장 예술인들이 체감하는 지원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18일 재단에 따르면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총 13만6670명의 예술인에게 창작 지원이 이뤄졌다. 도민의 문화예술 향유자 수 역시 2016년 40만 명에서 2025년 99만명으로 약 2.4배 확대됐다. 특히 2018년 전국에서 두 번째로 예술인복지증진센터를 설립해 청년부터 중·장년 원로까지 아우르는 생애주기별 복지지원체계를 가동해 현장 중심의 창작 생태계 구축에 힘써왔다. 관광 분야 성장도 두드러진다. 설립 초기 연간 2300여 명 수준이었던 관광객 유치 실적은 올해 209만 명을 돌파하며 800배 이상의 증가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관광 스타트업 490개소를 발굴하고 527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관광을 단순 소비가 아닌 산업의 영역으로 구축했다는 것이 재단 측의 설명이다. 2016년 출범 당시 180억 원이었던 예산 규모는 2025년 450억 원으로 2.5배 증액됐다. 조직은 초기 1처 1단 5팀 체제에서 1처 3본부 1센터 7팀으로 확대됐고 인력은 15명에서 60명으로 4배 늘어났다. 운영 공간 또한 전북관광기업지원센터, 하얀양옥집 등 7개소로 확보된 상태다. 하지만 외적인 성장과 달리 예술 현장의 체감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비대해진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행정비용은 늘었지만, 예술인에게 직접 전달되는 사업비는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재단 예산 450억 원 가운데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을 돕는 ‘지역문화예술육성 지원사업’ 증액분은 전체의 약 0.6% 수준인 3억원에 그쳤다. 10년간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예술현장에 투입되는 지원금 규모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재단 규모는 커졌지만 정작 창작환경 개선으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재단 관계자는 “14개 시·군 지원과 사각지대 예술인 등을 위해 투자를 확대해야 할 시점이지만 현장에 투입되는 사업비는 매년 정체되는 구조적 어려움이 있다”며 “안정적인 정책 수행을 위해서는 조직 규모에 걸맞은 사업비 재편과 재정적 확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출범 10주년을 맞은 전북문화관광재단이 행정 중심의 조직 체계를 현장 위주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에 놓였다. 비대해진 조직이 행정에만 매몰되지 않고 예산을 예술 현장으로 돌리는 구조적인 내실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은 기자
조상진 전 전북일보 논설위원을 위원장으로 선출한 제8기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제8기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9명을 위촉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위촉은 기존 위원 임기 만료에 따른 것으로, 위촉된 위원은 비상임이며 임기는 3년이다. 위원회는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에 따라 지역신문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설치된 기구로서, 지역신문 발전지원계획 수립에 관한 의견 제시, 지역신문잘전기금 조성과 운용에 관한 사항 심의, 지역신문 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사 선정 심의 들의 업무를 수행한다. 제8기 위원회 위원은 △김진이(전 고양신문 편집국장) △김창우(전 강원일보 미래전략기획실장) △안상호(전 매일신문 이사) △오세욱(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부교수) △우희창(시민미디어마당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임한순(경일대 특임교수) △정후식(전 광주일보 논설주간) △조상진(전 전북일보 논설위원·현 후백제시민연대 대표) △최창렬(용인대 특임교수) 등 총 9명(가나다순)이다. 문체부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언론 관련 단체(한국신문협회·한국기자협회·한국언론학회)가 각 3명을 추천하여 언론 및 지역신문 관련 전문성과 현장 경험이 풍부한 인사를 중심으로 위촉했다. 제8기 위원회는 14일 첫 회의를 열러 조상진 대표를 위원장으로, 최창렬 위원을 부위원장으로 선출하고 향후 위원회 운영 방안을 논의했다. 문체부 김영수 제1차관은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 급격한 미디어 환경 속에서 지역신문이 마주한 어려움이 크지만, 이럴 때일수록 위원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라며 “지역신문이 지역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견인함으로써, 지역 민주주의의 견고한 토대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위원회가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현아 기자
㈔호남오페라단 제9대 조양동 이사장 취임식이 지난 16일 전주 베스트웨스턴플러스 전주 호텔 1층 연회장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호남오페라단 고문과 법인이사, 운영이사,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와 내외빈 등 70여 명이 참석해, 3년간 공석이었던 이사장직의 새출발을 함께 축하했다. 이번 취임식은 장기간 수장 부재 속에서도 활동을 이어온 호남오페라단이 새로운 리더십을 갖추며 조직 안정과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참석자들은 민간 오페라단으로서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단체를 지켜온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향후 도약에 대한 기대를 공유했다. 조양동 신임 이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40년 전 조장남 단장님이 품으셨던 그 첫 마음을 결코 잊지 않겠다”며 “역경을 딛고 일어선 불굴의 의지를 이어받아 호남오페라단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조력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어 “호남오페라단이 전북의 자부심을 넘어 세계의 빛이 되는 여정에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호남오페라단의 역사적 뿌리도 강조했다. 그는 “1986년 오페라의 불모지였던 전북에서 첫 씨앗을 뿌리고 40년 세월의 비바람을 견뎌온 조장남 단장님의 눈물과 헌신이 오늘의 호남오페라단을 만들었다”며 “전임 이사장들과 관계자들의 노고가 없었다면 지금의 위상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취임식에서 조 이사장은 향후 운영 방향으로는 두 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오페라의 문턱을 낮춰 도민 누구나 일상에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조 이사장은 “오페라가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도민의 삶 속에 스며드는 예술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로는 ‘우리 가락 오페라’를 통해 전북의 역사와 정서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호남오페라단이 창작해 온 11편의 작품을 토대로, 가장 한국적인 오페라를 세계 무대에 소개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축사를 통해 “3년간 공석이었던 이사장 자리가 채워진 것은 호남오페라단뿐 아니라 전주 문화예술계 전반에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새로운 리더십 아래 호남오페라단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주는 전통과 현대 예술이 공존하는 문화도시로, 오페라는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중요한 장르”라며 “전주시는 앞으로도 호남오페라단이 지역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행정적·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행사에 참석한 문화예술계 인사들 역시 이사장 체제 복원을 계기로 호남오페라단이 보다 안정적인 운영과 지속적인 창작 성과를 이어가길 기대했다. 한 관계자는 “이번 취임은 단체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조양동 이사장은 전북대학교 의과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전북대병원 내과 전문의를 수료했으며, 현재 김제 믿음병원 병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제시 의사회 회장, 전주CCC나사렛 회장, 전북의대 총동창회 상임이사, 이웃사랑의사회 상임이사 등을 맡아 지역 사회에서도 활발한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전현아 기자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이애선)은 전북미술사 연구시리즈 ‘허산옥, 남쪽 창 아래서’의 일환으로 남전(藍田) 허산옥(1924–1993)의 삶과 예술을 분석하는 대화형 전시연계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오는 24일 오후 2시 미술관 1층 세미나실에서 진행된다. 이번 프로그램은 가족의 회고와 학술적 해석, 전시 기획 의도를 한데 모아 허산옥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허산옥의 조카인 허영순의 구술을 통해 인간적 면모를 살피고, 미술사가 최열의 강연과 담당 학예연구사와의 대담을 통해 그의 삶과 예술적 성취를 미술사적 관점에서 재정립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주 풍남문 인근에 위치한 카페 행원에서 소규모 전시 ‘허산옥, 살구나무 아래서’가 열리고 있다. 행원은 과거 허산옥이 직접 거주하며 예술인들과 교류했던 장소로 현재 이곳의 소장자가 보유한 ‘팔군자 병풍’과 ‘매화’ 등 작가의 대표 유작들이 전시되어 생동감을 더한다. 도립미술관은 본관 전시와 행원의 연계전시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스탬프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관람객이 두 장소를 순차적으로 방문해 그림엽서를 완성하는 방식으로 미술공간이라는 공간과 작가의 삶이 투영된 일상적 공간을 잇는 새로운 관람 동선을 제안한다. 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허산옥을 기억하는 개인의 목소리와 학술적 해석, 전시기획의 시선을 한 자리에 모으는 자리”라며 “행원에서의 작은 전시와 본관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함께 경험함으로써 허산옥의 예술세계를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작은전시 ‘허산옥, 살구나무 아래서’는 2월 22일까지 행원에서 진행된다. 대화형 프로그램과 스탬프 투어를 포함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미술관 공식 홈페이지를 확인하면 된다. 박은 기자
섬벅, 피가 솟습니다. 면도날에 베였습니다. 놀란 거울 속 낯선 내가, 엉거주춤 나를 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을 보지만 면도할 땐 턱만 보았고 출근할 땐 넥타이 코만 보았습니다. 거울 속 내가 낯선 것 당연하겠습니다. 먼 옛날 고대인들도 그랬겠지요. 돌아오는 사냥길 호수에 코를 박고 벌컥벌컥 타는 갈증 끄며 만난 제 얼굴이 낯설었겠지요. 나무에서 나무로 건너뛰는 원숭이를 닮은 저를 보고 당황했겠지요. 번번이 먹을 것을 훔쳐 가는 산 너머 족속들만 같아 뒷걸음쳤겠지요. 물낯에 비춰보다가 청동을 갈고 닦았으며 유리에 수은을 발라 거울을 만들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저 보고 싶은 것만 보았습니다. 보였습니다. 지난해 여름 국립전주박물관 전시실에서 보았던 산산조각이 난 잔무늬 청동거울이 떠오릅니다. 고대인들은 일부러 거울을 깨트려 무덤에 묻어주었답니다. 죽은 이와의 이별을 의미하는 애도였다지만, 이제 망자가 눈코조차 비춰볼 일 없을 테니 산산조각 낸 것 아닐는지요? 거울 속 얼굴의 턱만 보다 섬벅 면도날에 베였습니다. 베인 자리가 쓰립니다. 낯선 얼굴이 저였습니다.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이애선)이 2026년 한 해 동안 국제적 화제성과 지역 미술사의 깊이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전시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올해 도립미술관에서는 현대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를 조명하는 대규모 특별전을 비롯해 전북 미술의 뿌리를 찾는 연구 전시, 전북 청년 작가들의 세계화를 돕는 전시회가 열릴 예정이다. 올해 7월에 개막하는 특별전은 현대미술의 거장인 파블로 피카소의 예술 세계를 조명한다. 피카소가 프랑스 남부 발로리스 지역에 머물며 제작한 도자기 작품들을 통해 보여준 조형 실험과 예술적 사유를 도민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지역 협력 사업 ‘MMCA 지역동행’의 명작전 순회 기관으로 선정된 결과다. 이에 앞서 3월에는 정읍 출신의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전수천(1947~2018)을 재조명하는 ‘전수천: 언젠가 거인은 온다’가 개최된다.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을 수상하며 한국 미술의 위상을 알렸던 그의 실험정신을 통해 전북 미술이 지닌 매체적 다양성을 확인한다. 또 10월에는 1980년대 후반 전북민중미술의 거점이었던 ‘온다라미술관’을 다루며 지역 미술 운동의 형성 과정과 연대의 역사를 기록한다. 지역 청년 작가들을 위한 지원 방식도 달라졌다. 매년 유망한 작가를 발굴하는 ‘전북청년 2026’은 올해 전시 장소를 본관에서 서울분관(서울 종로구)으로 옮긴다. 국내 최대 국제 아트페어인 키아프(KIAF)와 프리즈 서울이 열리는 9월 초에 전시를 열어 김규리(사진)와 조민지(설치) 작가를 국내외 미술관계자들에게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미술관은 모악산 등산로와 산책로를 활용해 야외전시 ‘남쪽으로 지는 해’를 선보인다. 아울러 3월부터는 미술관 대강당에서 독립영화와 영상작품을 상영하는 ‘JMA 필름’을 운영해 장르의 확장을 꾀한다. 시·군 공립미술관과의 협력 전시와 찾아가는 미술관 사업을 통해 도내 전역으로 문화 향유 기회를 넓혀 나갈 예정이다. 이애선 관장은 “지난 3년간 추진해 온 전북 미술사 연구와 지역 간 협력의 성과를 올해 전시를 통해 가시화하고자 한다”며 “거장 전시부터 지역 미술의 정체성을 담은 기획까지 도민들이 미술관과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은 기자
김화숙과현대무용단 사포의 작품 ‘다시, 간이역에서’가 2025 춤비평가상 ‘올해의 작품상’을 수상했다. 한국춤비평가협회는 지난 13일 전체 회의를 열고 ‘2025 춤비평가상’ 수상작과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선정은 지난 한 해 동안 국내에서 발표된 공연과 활동 가운데 공공무용단을 제외한 민간단체와 개인의 예술 활동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선정 기준은 작품상과 베스트 작품상의 경우 예술적 완성도와 참신성, 공감대 형성 여부와 시의성을 중심으로 평가했으며, 연기상은 무대 장악력과 개성, 작품에 대한 기여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이에 따라 올해의 작품상에는 김화숙과현대무용단 사포의 ‘다시, 간이역에서’가 선정됐다. 김화숙과현대무용단 사포 관계자는 “지역의 무용단으로서 작품을 통해 도내 지역의 공간과 예술성을 알리고자 시작된 공간탐색프로젝트가 많은 이에게 감동을 주는 작업이 돼 영광스럽다”며 “좋은 기운으로 시작된 사포의 올해 활동에도 많은 기대를 부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밖에 베스트 작품상은 ‘고도를 기다리며’(함도윤 안무), ‘블랙 다이아몬드, Black Diamond’(변수민 안무), ‘신왕대신기’(문진수 안무), ‘아무도,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아닌’(이윤정 안무), ‘흐르는’(장혜진 안무) 등 5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춤 연기상 수상자로는 ‘This is competition’의 안남근 무용가, ‘클라라 슈만’의 이윤희 무용가, ‘Highlight’와 ‘휘이’에 출연한 이이슬 무용가가 선정됐다. 특별상은 김추자 국립부산국악원 선임기획단원, 박경숙 광주시립발레단 예술감독, 장지영 국민일보 문화부 선임기자에게 돌아갔다. 시상식은 오는 22일 오후 2시 서울 예술가의집에서 ‘2026년 춤계 신년 교례회’와 함께 열린다. 한국춤비평가상은 1996년 ‘무용평론가상’으로 출발해 2010년 ‘한국춤비평가상’으로 재정립됐으며, 올해로 29회를 맞은 국내 최장수 춤 부문 상이다. 이와 별도로 한국춤비평가협회는 춤비평의 학문적 심화를 목표로 2021년부터 한 해 동안 발표된 관련 학술·학위 논문 가운데 우수 논저를 선정해 ‘춤비평논저상’을 수여하고 있다. 올해 ‘춤비평논저상’ 수상작은 오는 3월 발표될 예정이다. 전현아 기자
동학농민혁명 관련 단체 대표자들이 최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당대표를 만나 동학농민혁명 2차 봉기 참여자 서훈 추서를 위한 법률 개정의 당론 채택을 건의했다. 정 대표는 “동학농민혁명은 민주와 평등, 인간 존엄을 일깨운 우리 민주주의의 뿌리”라며 서훈 필요성에 공감하고 입법 절차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2차 봉기가 항일 독립운동임에도 서훈 대상에서 배제된 현실을 지적하며 명예 회복을 촉구했고, 정 대표는 국회 토론회 개최와 공론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용규 동학서훈국민연대 상임대표를 비롯해 정탄진 동학농민혁명유족회 회장, 고재국 전국동학농민혁명연대 대표, 이윤영 동학농민혁명기념관 관장, 주영채 동학민족통일회 상임의장, 최인경 천도교 사회문화관 관장,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관계자 등 전국 동학혁명 관련 단체 대표자 10명이 참석했다. 전현아 기자
한옥마을에 위치한 최명희문학관이 2년 가까이 파행 운영되고 있다. 전주시가 부실 운영을 이유로 수탁기관인 최명희기념사업회에 민간위탁 협약 해지를 통보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고 소송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과 단체의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문학관은 무단 점거된 채 기능을 상실했고 시민들의 문화 향유권만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주시가 사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행정력을 발휘하기보다는 모든 해결의 공을 소송 결과로만 미루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15일 전주시에 따르면 시는 수탁기간이 만료된 최명희기념사업회를 상대로 건물 명도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으나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기념사업회 측이 제기한 항소와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시는 승소 판결을 받고도 시설을 인도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문학관은 사업회가 무단 점거한 상태로 문화시설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잃어버린 상태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위탁 해지의 정당성과 저작권 보장 문제이다. 전주시는 문학관을 정상적으로 운영하지 않은 사업회에 책임을 묻고 계약을 해지했다. 하지만 사업회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의 권리를 가지고 협약을 맺었다”며 퇴거를 거부하고 저작권에 대한 금적적인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전주시의 대응이 지나치게 수동적이라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수탁단체 설득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현재 법적인 절차를 밟고 있어서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 제기된 문제 역시 답보 상태다. 당시 전주시의회 이성국 의원이 촉구한 부당이득금 반환 및 사업비 환수 문제에 대해 전주시는 “사업비 통장의 특성상 가압류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사실상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손을 놓고 있다. 기념사업회가 이달 말까지 법원에 항소심 이유서를 제출한 뒤 항소 이유가 인정되면 소송은 최소 1년 정도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후 문학관 방향성에 대해 검토하고 다시 운영에 나선다고 해도 실제 문학관이 재개관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재발방지책 역시 미비한 수준이다. 전주시는 향후 최명희문학관을 ‘전주문학관(가칭)’으로 전환해 운영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갈등의 핵심인 저작권 문제 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민간위탁으로 다시 문학관이 운영될 경우에는 협약서상 문구를 수정해서 저작권 관련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지역 문화예술계 한 인사는 “공공자산인 문학관이 개인의 점유물이 된 것은 전주시의 관리 소홀과 행정력 부재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재판 결과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문화시설로서 문학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행정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은 기자
국제PEN한국본부 전북지역위원회(회장 장교철)는 지난 9일 전주연가 무궁화홀에서 ‘제18회 작촌문학상 및 제5회 고천예술상 시상식’을 성황리에 마쳤다. 이날 행사에는 김철교 국제PEN 한국본부 부이사장,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 최무연 전북예총 회장, 백봉기 전북문인협회 회장 등 주요 내빈과 회원, 수상자 가족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올해 작촌문학상은 구연배 시인이 영예를 안았으며, 고천예술상은 김명자·이점이 시인이 각각 수상했다. 전주 이강주 조정형 대표가 매년 후원하는 작촌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만원이, 고천예술상 수상자에게는 각 100만원의 상금과 부상이 수여됐다. 소재호 심사위원장은 심사평을 통해 구연배 시인의 작품을 “인생사와 시적 경지의 눈부신 교집합”이라 평했다. 김명자 시인에 대해서는 “사랑을 품는 시적 판타지의 결기”를, 이점이 시인에 대해서는 “뛰어난 시적 기교와 회화적 요소를 특성화한 삶의 구조”를 높이 평가했다. 전북일보 윤석정 사장은 축사에서 “‘전북PEN’은 국제적 문학단체인 만큼 폭넓은 문학세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영역을 확장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장교철 회장은 인사말에서 “전북 PEN의 특질을 살려 회원들에게 신선한 창작의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상식에 앞서 열린 제23차 정기총회와 ‘전북펜문학’ 제24호 출판기념회에서는 김여울 시인과의 대담을 기획특집으로 다룬 연간집이 공개되어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날 행사는 수상작 낭송과 축하공연, 기념촬영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박은 기자
2023년 가을에 출간된 이희단의 첫 소설집 『청나일 쪽으로』는 2025년 10월 17일부터 11월 11일까지 그림 전시로 확장되어 독자를 다시 만났다. 전시는 작가가 공동 대표로 있는 인천 남동구의 ‘인문예술공간 점’에서 열렸다. 노란버스로 알려진 ‘길 위의 화가’ 한생곤이 소설 속 이미지를 회화로 옮겼다. 이런 작업은 텍스트 예술이 소비되는데 걸리는 물리적 시간을 단축하고 회화의 감각을 빌어 텍스트를 재생산하는 효과가 있다. 이렇듯, 문학이 텍스트를 벗어나 문화적인 실험을 이어가는 것은 시대가 요구하는 일인 듯하다. 텍스트로 읽은 저자의 여러 작품 중 「페트라의 돌」은 시공간의 경계를 뛰어넘는 서사가 압권이었다. 작품을 처음 접했을 당시, 나는 기출문제를 풀 듯 신춘 문예나 문예지의 당선작과 기성 작가들의 단편을 분석하며 읽던 시절이었다. 낯선 타국 생활을 통해 주제를 형상화한 작품 중에서 유독 「페트라의 돌」이 기억에 남는 것은 서사 공간을 완전히 고대도시로 옮겨 놓았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 작가는 3D프린터를 이용한 돌 제작으로 능청스럽게, 문명 이전이나 이후나 인간의 감정을 돌에 새기기는 매한가지라 말했다. 작가는 인류의 손때가 묻은 돌을, 부조리의 감내를 요구하는 시지프스의 바위에 비견될 만한 고원한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그 작업의 시작에 소년이 있었다. 정확히는, 고대 유적지를 삶의 터전으로 하는 소년이 돌기둥을 쳐서 떨어트린 돌멩이에 있었다. 인류가 경험한 오랜 기억과 감정이 바스라져 모래가 될지도 모를 원 달러짜리 돌에 축적되었다. 그 돌에서 오늘날 화자의 구원 서사가 움텄고 독자는 한없는 위안을 받았다. 표제작 「청나일 쪽으로」는 상실의 시간을 푸른빛 원두라는 이미지로 응축했다. 소설 속 나는 암과 싸우는 그녀를 뒤로하고 남편과 함께 청나일로 향한다. 그녀는 친정엄마가 사는 빌라 아래층 여자로 J라는 딸과 산다. 나는 친정아빠가 죽은 뒤 홀로 남은 엄마를 돌봐준 그녀와 가깝게 지내고 J는 나를 이모라 부르며 의지한다. 청나일에서 푸른 커피콩을 보고 싶은 것은 마음뿐 용기가 나지 않는 나에게 힘을 준 것도 그녀다. 최종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 그녀의 죽음을 듣게 된 나는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하지만, 그때 나는 그녀의 영혼과 함께 청나일에서 만나는 정서적 경험을 한다. 그녀의 죽음이 원초적 생명력으로 대변되는 나의 욕망이 슬픔 안에 교차되면서 나는 그렇게도 보고 싶었던 푸른빛 원두를 본다. 이국적인 풍경 안에 감정의 신파를 감추고 담담히, 그녀에 대한 애도를 인류의 기원인 나일강에 담근다. 개인의 욕망이 타자의 실존 앞에 무너지는 가슴 아픈 경험은 때로 고귀하다. 이렇듯, 형언할 수 없는 체험을 낳기 때문이다. 개인적 슬픔을 집단적 기억으로 확장시켜 애도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작가의 서술 방식이 품격 있게 진솔했다. 저자는 감정의 비약 없이 쓱싹쓱싹 읽기 쉬운 문체로 써 내려갔다. 서사의 추동으로 사건을 밀어붙이기보다, 기억이나 객관적 상관물이 빚어낸 이미지가 서사를 이끄는 방식으로 말이다. 더불어, 소설집 『청나일 쪽으로』의 회화적 확장은 현대소설이 이미지의 예술임을 재확인시켰다. 한 장면 한 장면이 오랜 관조를 요구하며, 문학이 시각예술과 어떻게 접속할 수 있는지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오은숙 소설가 2020년 ‘납탄의 무게’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6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14일 전북일보사 7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전북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올해 새롭게 출발하는 당선자들은 시 부문 ‘원탁’의 최은영, 소설부문 ‘캠핑’의 양준희, 동화부문 ‘롤러코스터가 멈춘 날’의 최재민씨. 당선자들에게는 상패와 상금이 주어졌다. 안도현 심사위원장은 심사위원을 대표한 심사총평에서 “영상미디어가 활자와 문자를 앞질러 가는 시대에 신춘문예 응모 편수가 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이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가 추동한 측면이 강하다고 생각한다”라며 “한강 작가는 자기의 글을 쓸 때 누구보다 집중할 줄 아는 작가이다. 당선자 세 분께서도 한강 같은 훌륭한 작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선자들에 대한 격려도 이어졌다. 서창훈 전북일보 회장은 “올해는 수필 부문을 공모하지 않았는데 걱정과 달리 응모량이 많았다”라며 “당선자들의 특징을 보면 과거보다 연령대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젊은 작가를 발굴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오랜 세월 창작에 매진한 분들이 세상에 드러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AI(인공지능)가 사람을 몰아내고 디지털 세상이 심화된다고 해도 아날로그의 가치는 이어질 것”이라며 창작활동을 통해 문학의 가치를 이어가는 문학인이 되길 당부했다. 백봉기 전북문인협회 회장도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치열한 작가정신을 보여주길 바란다”며 “문학의 여정이 힘들 때도 있겠지만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등단했던 때의 마음과 각오를 잊지 말고 항상 기억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당선자들은 “노력하는 자세로 성실히 글을 쓰겠다”며 “문학정신을 일깨워 준 전북일보에 감사하다”고 답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심사를 맡은 안도현 시인과 김종필 아동문학가, 김남곤 소재호 서정환 류희옥 김철규 정군수 백봉기(전북문인협회장) 복효근 조미애 김사은 이형구 왕태삼 이병초 정동철(전북작가회의 회장) 씨 등 문인들과 신명호 가천문화재단 팀장, 수상자들의 가족·친지 등 50여명이 자리해 당선자들을 축하했다. 김유석 박태건 최기우 안성덕 김근혜 이경옥 장은영 정숙인 이진숙 김서현 씨 등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 문인들도 함께했다. 올해 전북일보 신춘문예 응모작은 모두 1948편(시 1640편, 소설 146편, 동화 162편)이 접수됐다. 지난해에 비해 529편이 증가했으며 올해는 동화 부문의 응모가 활발했다. 박은 기자
2026 전북일보 신춘문예의 주인공들과 등단의 첫 순간을 응원하는 중견·원로 문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4일 전북일보 7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6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은 새로운 후배 문인들의 등단을 축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시상식에는 지역의 중견·원로 시인들과 당선 작가, 당선자들의 가족·친지, 전북일보 임원 등 50여 명의 내외빈이 참석해 최은영(시)·양준희(소설)·최재민(동화) 작가의 첫 출발을 응원했다. 시상식에서 각 부문 당선자들은 저마다의 언어로 ‘쓰는 시간’과 ‘당선의 순간’을 되짚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원고를 고쳐 쓰던 고독의 시간부터 뜻밖의 당선 통보 전화까지, 수상 소감에는 문학을 향한 각자의 태도와 삶의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시 부문 당선자 최은영 씨는 첫눈이 내리던 날을 떠올리며 수상 소감을 시작했다. 그는 “신춘문예 투고를 위해 우체국을 다녀오는 길, 아이들이 눈을 보며 뛰어가는 모습을 보며 원고가 든 가방을 가슴에 안았다”며 “첫눈과 함께 보낸 시들이 첫눈처럼 환대받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당선 연락을 받기 전까지 결과를 체념한 채 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는 최 씨는 “한 편의 시를 수십 번 고쳐 쓰며 마음에 들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걷다 보니 기쁨이 조금씩 실감났다”고 전했다. 단편소설 부문 당선자 양준희 씨는 소설 쓰기를 ‘고독한 암중모색의 과정’에 비유하며, 이번 당선을 “캄캄한 밤길에서 등불 하나가 켜진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소설을 쓰며 더 나은 독자이자 더 나은 인간이 되고자 노력해왔다”며 “과분한 격려를 발판 삼아 매일 성실하게 써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가족과 친구들, 특히 첫 독자가 되어준 딸과 이날 함께한 부모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동화 부문 당선자 최재민 씨는 오랜 영상 기획·제작 경력을 소개하며 비교적 늦게 동화를 쓰기 시작한 계기를 밝혔다. 그는 “동화를 쓰기 시작한 뒤 아이들의 움직임과 말소리가 이전과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다”며 “아이들의 마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글을 계속 써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발걸음 같은 시작이 이번 당선으로 이어졌다며 심사위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전현아 기자
전래 설화 ‘견우와 직녀’를 새롭게 변주한 김란희 작가의 신작 <까치와 까마귀>(비공)는 하늘나라의 사랑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이 작품은 만나지 못하는 존재들의 간절한 마음이 어떻게 다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섬세한 은유로 풀어낸다. 이야기 속에서 까치와 까마귀는 비가 쏟아지는 하늘 아래서 두려움과 고통을 감수하며 자신의 몸으로 다리를 놓는다. 누군가 대신해 주지 않는 일을, 작고 약한 존재들이 스스로 해내는 장면은 아이들에게는 용기와 협력의 의미를, 어른들에게는 화해와 연대의 가치를 전한다. ‘나 하나쯤이야’가 아닌 ‘나라도 할 수 있다’는 태도가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책은 어린이를 위한 동화이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서로를 향한 작은 손짓과 날갯짓이 결국 거대한 비극을 멈춘다는 서사는 평화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일상의 용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하늘의 비극은 땅 위의 약한 존재들이 보여준 연대로 변화한다. 작품은 정확하면서도 서정적인 문장, 민중적 감각이 살아 있는 의성어·의태어를 통해 장면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특히 까마귀의 일상 속에서 길어 올린 사색의 언어는 이야기 전체에 깊이를 더한다. 각각은 단절된 시간 속에 흩어진 존재처럼 보이지만, 실은 모두 ‘영원’의 일부라는 사유가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김 작가는 작가의 글을 통해 작품의 출발점을 분명히 알린다. 그는 “남과 북으로 갈라진 가족 상봉 장면에서 느낀 깊은 인상이 단 하룻밤의 만남 뒤 흘려야 했던 눈물은 견우와 직녀 설화와 겹쳐졌다”며 “해마다 내리는 비를 만나지 못한 이들의 눈물로 상상했고, 그 눈물을 멈추게 하는 존재로 까치와 까마귀를 불러냈다”고 밝혔다. 이어 작가는 “이야기 속에서 기적을 만드는 것은 신도, 영웅도 아닌 작고 약한 새들이 자신의 몸을 내어주는 선택이 하늘의 강을 건너게 한다”며 “이를 통일의 이야기이자 평화를 향한 발걸음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전주 출신인 작가는 1991년 8.15범민족대회 청년통일문학상공모전에서 동화<까치와 까마귀>로 통일상을 수상했고, 2005년 창비어린이 9호에 <외삼촌과 누렁이>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동화집 <금딱지와 다닥이>가 있다. 현재 그는 전주에서 문화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전현아 기자
이진숙 수필가가 첫 수필집 <나는 오늘도 괜찮다>(수필과 비평사) 펴내며, 독자들에게 일상의 언어로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오랜 시간 삶의 현장에서 써 내려간 글들을 엮은 이번 산문집은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잠시 걸음을 늦추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책에는 가족과 함께한 희로애락의 기억을 비롯해, 일상을 함께 걷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얻은 위로와 연대의 감정이 담겨 있다. 또 자연 속에서 꽃밭을 가꾸며 느낀 감사, 농장에서 곡식을 기르며 비로소 깨닫게 된 삶의 태도와 인내의 의미가 작가 특유의 담담한 문체로 풀어져 있다. 소소하지만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순간들을 포착한 글들은 독자들에게 잔잔한 공감과 깊은 여운을 전한다. 이 작가는 이번 수필집이 작가 본인에게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책 속에 담긴 작품들은 어머니가 생전에 꼭 출간되기를 바랐던 원고였으나, 어머니가 지난해 3월 별세하면서 그 뜻을 미처 전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며 “결국 이번 수필집은 떠나간 어머니를 향해 부르는 늦은 목소리이자, 삶과 기억을 건네는 조용한 헌사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 글들이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덜 무겁게 하고, 스스로 ‘오늘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수필가는 201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부문에 당선됐다. 전직 교사 출신인 그는 최명희문학관에서 <혼불> 완독 프로그램을 14년간 진행했다. 저서로는 오디오북 <우리, 이제 다시; 피어날 시간> 등이 있다. 전현아 기자
김수곤씨의 첫 수필집 <황방의 아침>(북매니저)이 출간됐다. 전주 만성동 옥계에서 태어난 저자의 소년시절 에피소드부터 중년이 된 현재까지의 기억이 차곡차곡 담겨 있다. 책은 수필집이지만 특유의 섬세한 시선과 담백한 문장으로 생의 철학을 써내려간 시집에 가깝다. 예를 들면 고덕산을 올라가는 길목에서 마주한 진달래꽃과 산들바람에 ‘살아가야 할 맛’을 느꼈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대단한 사건은 아닐지라도 평범한 일상에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한 편의 시를 연상시킨다. 저자가 우연히 마주쳤던 이웃과의 대화나 사계절 풍경에서 느낀 감정 등을 일상의 언어로 엮어낸 161편의 수필은 한 번의 커다란 행복보다 사소하게 자주 느끼는 행복의 소중함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그저 붓 가는 대로 끄적거렸다”며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공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쓴 글들을 모았다”고 밝혔다. 전북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저자 김수곤은 1979년 임관해 전북도청과 전북도의회에서 근무했다. 저서로는 <중국의 경제 1‧2> <중국 투자관련 법규집> <할아버지가 쓴 민준이의 육아일기> 등이 있다. 박은 기자
초여름 6월 무주군 일대에서 열리는 낭만 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가 오는 6월 4일부터 8일까지, 총 5일간의 행사 일정을 확정하며 열네 번째 여정의 시작을 알렸다. 올해로 14회를 맞는 무주산골영화제는 ‘자연, 휴식, 영화’라는 고유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영화와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독보적인 영화제로 자리매김해왔다. 특히 올해 무주산골영화제는 예년과 같이 일정을 다시 5일로 확장해 운영한다. 2025년에는 3일로 축소 개최되며 아쉬움을 남긴 만큼, 이번 일정 확대는 관객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될 전망이다. 개최 일정 확정을 시작으로 무주산골영화제는 국내외 엄선된 영화 상영은 물론, 창작자와 관객이 직접 소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자연과 어우러진 공연·이벤트 등 풍성한 콘텐츠로 관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현재 공모가 진행 중인(2월 28일 토요일까지) 한국장편영화경쟁 부문 ‘창’ 섹션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선과 동시대적 감각을 담은 작품들을 대거 선보인다. 무주산골영화제는 “14회를 맞는 2026년은 지난 시간 동안 쌓아온 영화제의 정체성과 가치를 더욱 단단히 다지는 해가 될 것”이라며 “자연 속에서 영화를 매개로 관객과 창작자가 함께 머무르고 교감하는 영화제로서의 가치를 이어가기 위해 충실히 준비하고 있다. 초여름 무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영화제의 매력을 관객들에게 온전히 전하겠다”고 밝혔다. 전현아 기자
국립민속국악원이 국악 꿈나무 육성을 목표로 지난 2021년부터 운영해 온 ‘차세대 명인·명창’ 사업이 잠정적으로 운영 중단을 맞았다. 수도권 참여자 비중이 높아 지역 기반 공연으로서의 지속성과 안정적인 운영 한계에 봉착했다는 판단에서다. ‘차세대 명인·명창’ 사업은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국악 인재를 발굴해 발표 무대와 성장 기회를 제공해 온 국악인 양성 프로그램이다. 공연은 통상 2일에 걸쳐 진행됐으며, 하루 평균 3~4명의 어린 소리꾼이 무대에 올라 판소리 다섯 바탕 가운데 한 대목을 약 20분간 선보이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국립민속국악원은 최근 몇 년간 사업 운영 과정에서 구조적인 한계가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13일 국립민속국악원에 따르면 참여자 가운데 서울 등 수도권 거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객석 역시 학생 소리꾼의 지인을 중심으로 채워지는 경향이 강했다. 이로 인해 특정 소리꾼의 공연이 끝난 뒤 관객이 함께 빠져나가는 경우가 반복되면서, 지역 기반 공연으로서의 연속성과 안정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국립민속국악원은 이러한 운영 방식이 기관이 지향해 온 ‘지역성’ 강화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해당 사업을 즉각 폐지하기보다는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에서 올해 운영을 중단하고 구조 재검토에 들어갔다. 내년 재개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향후 사업 방향과 운영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조정을 두고 국악인 육성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지만, 국악원은 다른 양성 사업을 통해 이를 보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국립민속국악원은 국악이 다소 낯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틴틴창극교실’의 참여 인원을 기존보다 5명 늘리는 등 국악인 양성 프로그램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편 국립민속국악원의 대표적인 공연 지원 사업인 ‘소리판’은 계속 운영된다. 소리판은 19세 이상 판소리 전공자를 대상으로하며, 판소리 다섯 바탕 완창 무대를 중심으로 출연자를 공모·선정해 1년간 무대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판소리 계승과 공연 정착에 초점을 두고 있다. 올해 역시 완창 무대를 통해 전통 판소리의 현장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국립민속국악원 관계자는 “공연 중심의 소리판과 창작·과정형 지원 사업은 지속하는 한편, 국악인 양성 사업은 지역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재정비하고 있다”며 “이번 중단은 단기적인 축소가 아니라 구조 개선을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정은 공연 제공과 인재 육성을 병행해 온 국립민속국악원의 국악인 지원 체계를 점검하고, 지역 기반 공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시 짚는 계기로 읽힌다. 향후 재편된 국악인 양성 모델이 어떤 형태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전현아 기자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박복영 시인-장선희 ‘조금조금 초록 벽지’
[설 특집] “뻔한 명절은 거절한다”…벙커에서 보물찾고·국립민속국악원서 풍류 즐기기
계미년 양띠해 띠풀이, 동서양 막론하고 온순한 이미지
“지난해 전북의 각종 사건·사고, 사진 통해 만나다”
클나무 필하모닉 정기연주회…윤승업 지휘자 초청
‘제19회 전주세계소리축제’ 공식 포스터 공개
차가운 세상에 건네는 따뜻한 위로…복효근 산문집 ‘밑불이라는 말이 있다’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황보윤 소설가-황석영 ‘할매’
개정 도서관법 시행..기부 접수 간소화
‘전북 세계유산위원회’ 닻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