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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예술인지원사업 기획전시 첫 주자, 정유리 개인전 ‘integral’

(재)전주문화재단의 2026년 예술인지원사업 기획전시 첫 번째 전시가 한국전통문화전당 3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25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지역 예술인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시민에게 폭넓은 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추진되는 예술인지원사업 기획전시의 일환으로, 첫 번째 주자로 정유리 작가의 개인전 ‘integral’을 선보인다. 정 작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감정의 흐름과 관계의 장면들을 회화로 표현해 왔다. 특히 작품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구멍’의 이미지는 관계와 소통의 통로를 상징하는 시각적 장치로, 닫힌 공간 속에서도 서로를 향해 열려 있는 가능성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여기에 천이나 랩 등 외부 재료를 더해 시간의 흐름과 외부의 개입 속에서 남겨지는 관계의 흔적을 중첩된 화면으로 표현한다. 전시장에서는 ‘intergal’ 연작 9점, ‘way out’ 연작 6점으로 총 15점의 작품을 통해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감정과 소통의 이야기를 전시 현장에서 관객과 직접 나누고자 한다. 1997년생인 작가는 전주 출신의 청년·여성 작가로, 고등학교 시절부터 공예디자인을 전공하고 미술학과에 진학하는 등 지역을 기반으로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7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탄탄한 전시 경험을 쌓아왔다. 한편 2026년 예술인지원사업 기획전시는 기존 1주 운영에서 2주 운영으로 전시기간을 대폭 확대해 작가와 관람객 모두에게 보가 깊이 있는 전시 경험을 제공한다. 또 올해에는 이달부터 오는 5월까지 총 5회의 기획전시를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는 무료 관람이며, 자세한 사항은 전주문화재단 홍보지원팀(063-281-1562)으로 문의하면 된다. 전현아 기자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6.01.13 17:37

완주 동상곶감의 정체성을 기록하다

미술관 문을 열자마자 주황빛 생명력이 시선을 압도한다. 만경강의 발원지이자 깊은 산세 속에 숨겨진 동상골의 사계절이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완주 동상면에 위치한 연석산 우송미술관(관장 문리)에서 열리고 있는 ‘고종시 동상곶감 프로젝트 특별전’의 풍경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곽풍영‧권은경 두 작가가 1년간 고종시 동상곶감의 생산과정을 밀착 수행하며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한 결과물을 선보인다. 13일 방문한 전시장에서 마주한 작품들은 단순히 곶감을 찍은 사진이 아니었다. 동상곶감이 맑은 물과 바람을 머금고 인간의 노동을 빌려 완성되어가는 ‘시간의 궤적’에 가까웠다. 전시의 핵심은 동상골의 역사성을 증명하는 ‘시조목(始祖木)’에 대한 기록이다. 대부산(貸付山) 웃덟박골 언덕에서 360년 넘는 풍상을 이겨낸 이 나무는 지금도 동상면 68개 농가에서 생산되는 고종시 곶감의 근간이 되고 있다. 씨가 거의 없고 껍질이 얇으며 높은 당도를 자랑하는 고종시 곶감의 특징과 진품임을 증명하는 감 꼭지의 ‘V자 흔적’ 등 세부적인 공정 데이터가 예술적 문법으로 시각화됐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곶감 제조공정을 ‘살림의 미학’으로 해석한 대목은 관람객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떫어서 도저히 먹을 수 없는 감을 정성껏 깎고 말려 곶감으로 만드는 과정이 버려질 위기에 처한 존재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행위와 같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다. 이번 프로젝트에 협업한 호시호동상곶감농장 유재룡 대표는 “감을 말리는 것은 결국 곶감을 다시 살려내는 과정”이라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동상골의 정체성이자 자긍심인 동상곶감의 우수성을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지역의 정체성을 기록한 이번 전시는 농업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문화적 지표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연석산 우송미술관 문리 관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곶감을 단순한 먹거리가 아닌 시간과 노동, 자연과 공동체가 응축된 문화적 결과물로 바라보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농업의 가치를 예술로 아카이빙한 ‘고종시 동상곶감 프로젝트 특별전’은 오는 3월 31일까지 계속된다. 박은 기자

  • 전시·공연
  • 박은
  • 2026.01.13 17:36

봉사의 감동적 순간을 기록하다…'국제로타리 3670지구' 사진전

국제로타리 3670지구가 오는 20일부터 25일까지 청목미술관에서 봉사의 감동적인 순간을 기록한 사진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로타리안의 시선으로 바라본 나눔과 연대의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기획됐다. 출품작은 지난해 8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도내 82개 로타리클럽이 펼친 다양한 봉사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한 사진들로, 공모전을 통해 엄선된 5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올해 사진전은 외부 전문 사진작가협회 심사위원이 참여해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였다. 심사 결과 대상‧금상 각 1점, 은상 2점, 동상 3점, 입상 30점 등 총 37점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수상자에게는 국제로타리 3670지구 총재 표창과 함께 전북자치도지사 표창, 전주시장 표창 및 소정의 상금이 수여될 예정이다. 전시된 작품들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봉사를 바라보는 로타리안의 진정성과 따뜻한 시선을 담아 깊은 위로와 공간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행사는 국제로타리 3670지구가 걸어온 헌신의 발자취를 기록으로 남기는 동시에 지역사회와 봉사의 소중함을 나누는 의미 있는 문화 행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120년 역사를 지닌 세계적 봉사단체인 국제로타리의 일원인 3670지구는 1957년 전주로타리클럽 창립을 시작으로 현재 전북지역에서 82개 클럽, 4100여 명의 회원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은 기자

  • 전시·공연
  • 박은
  • 2026.01.13 14:54

문화체육관광부, 2026년 ‘케이-콘텐츠’ 인재 키운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에 따른 콘텐츠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케이-콘텐츠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2026년 케이-콘텐츠 인재양성사업’을 추진한다. 이번 사업에는 총 43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기술 융합 역량과 분야별 전문성,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재 3400여 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교육 희망자는 연간 일정과 과정을 확인한 뒤 자신의 경력과 진로에 맞춰 지원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생성형 AI 등 제작 환경 변화에 대응해 ‘인공지능(AI) 특화 콘텐츠 아카데미’를 핵심 신규 사업으로 운영한다. 총 192억 원을 투입해 예비·미숙련 인력 900명, 전문·숙련 현업인 100명, 게임 분야 취·창업 희망자 100명 등 총 1200명의 AI 활용 콘텐츠 인재를 양성한다. 예비·미숙련 과정은 AI 도구 이론과 실습 중심 교육으로 기초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숙련 과정은 실전 제작과 사업화를 목표로 한다. 현장 밀착형 교육도 강화된다. 영화 <파묘>의 장재현 감독,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문지원 작가 등을 배출한 ‘창의인재동반사업’에는 약 97억 원이 투입되며, 만 19~34세 예비 창작자 300명을 선발한다. 이 밖에도 OTT 방송영상, 웹툰, 애니메이션, 대중음악 등 산업 수요가 높은 분야별 전문 인력 양성과 콘텐츠 수출 전문인력 교육도 병행한다. 세부 사업별 모집 요강과 일정 등 자세한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에듀코카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현아 기자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6.01.12 17:35

전북민예총 내홍 수습 나선 역대 회장단, 갈등 봉합될까?

속보=차기 이사장 선출 방식을 둘러싸고 정관 해석 공방과 내부 갈등을 겪어온 전북민족예술인총연합(이하 전북민예총)이 사태 수습 국면에 들어섰다.(5일자 4면 보도) 조직의 원로인 역대 회장단이 직접 중재에 나서면서, 이사회 추대 방식 대신 경선을 통한 총회 선출안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밀실 추대와 조직 사유화 의혹이 일었던 선출 절차는 원점에서 재검토될 가능성이 커졌다. 12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북민예총 역대 회장단은 지난 9일 이창선 현 이사장과 긴급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원로들은 이번 사태로 인한 조직의 이미지 실추와 내부 분열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경선 방식을 권고했다. 그간 이창선 이사장과 이사회 측은 추대 방식이 정관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특정 인물 내정설과 조직 사유화 의혹이 증폭되면서 밀실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간담회에 참석한 진창윤 작가(제5대 지회장)는 “관례보다는 회칙에 따른 총회 선출이 옳은 방향”이라며 경선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조직 운영의 중추인 사무처도 쇄신에 나선다. 독단적 운영과 장르 차별 논란이 불거졌던 사무처장을 포함해 실무진 전원이 사퇴하기로 했다. 다만 차기 총회와 이사장 선출 업무의 연속성을 고려해 사퇴 시점은 총회 직후로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향후 장르별 균형 발전을 보장하는 운영원칙을 세워 조직의 결집력을 확보키로 했다. 하지만 정상화까지는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이번에 문제를 공론화했던 김갑련 씨가 경선 절차에 동의하고 참여할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김 씨는 “경선 논의에 앞서 이 사장 추대를 강행하려고 했던 부분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창선 현 이사장의 태도 역시 관건이다. 이창선 이사장은 회장단의 경선 권고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경선 일정이나 후보등록 절차 등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전북일보는 이창선 이사장의 명확한 입장과 향후 계획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전북민예총이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조직의 화합을 이룰지는 현 이사장과 이사회가 제시할 구체적인 로드맵과 대화의지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역의 한 문화예술계 인사는 “지금이 5공 시대도 아니고 정관대로 이사장을 선출하는 게 맞다”면서 “그동안 내부에서도 불만이 많았는데 회원들과 소통해 제자리로 돌려놔야 한다. 초기 설립 목적을 잊고 이익집단으로만 바뀌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박은 기자

  • 문화일반
  • 박은
  • 2026.01.12 17:35

서울을 넘어 지역으로⋯공유공간서 만나는 부조리극 ‘벽’

연극 불모지 지역인 순창에서 지원 및 극장 없이 연극이 가능한 공연을 선보인다. 극단 마삐따의 부조리극 ’벽‘이 오는 24일과 25일 오후 5시 30분, 순창 공유공간 이음줄에서 관객과 만난다. 작품은 지난해 6월 서울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어떠한 공적 지원도 없이 극단 스스로 기획한 자립 공연이다. 서울 중심의 공연 환경과 제도에 질문을 던지며 출발한 이 작품은, 이번 순창 공연을 통해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극장이 아닌 공간에서도 연극이 성립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자 한다. 작품이 순창에서 무대에 오르게 된 배경에는 공연 공간인 ‘공유공간 이음줄’의 존재가 있다. 이음줄은 순창의 여러 단체와 개인들이 힘을 모아 만든 독립 공간으로, 기관 지원금에 의존하지 않고 운영되며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연극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 활동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지역 기반 공간이라는 점에서, 극단 마삐따가 추구하는 자립 공연의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극단 마삐따는 몇 년간 이음줄과 인연을 이어오며 교류를 이어왔고, 이번 공연을 통해 공간을 이용하는 회원들에게는 새로운 공연 예술 경험을, 처음 방문하는 관객들에게는 순창이 지닌 따뜻한 공유공간의 매력을 소개할 계획이다. ‘벽’은 사무엘 베케트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부조리극 형식을 취한다. 명확한 인과 없이 이어지는 장면과 파편적인 대사 속에서, 작품은 ‘벽’이라는 상징을 통해 개인과 개인 사이, 우리와 타인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경계와 장애물을 질문한다. 리아와 장벽이라는 두 인물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벽에 맞서며, 좌절과 분노, 희망이 교차하는 과정을 몸의 움직임으로 풀어낸다. 이번 지역 공연에서는 새로운 인물 ‘MC누’의 등장과 자막 활용 등 초연과는 다른 형식적 실험도 더해진다. 관객의 이해를 돕는 동시에 부조리극 특유의 낯설음을 완화하는 장치로, 작품은 어렵지만 친절한 연극을 지향한다. 작품의 연출을 맡은 남기헌 연출가는 “‘부족해도 괜찮고, 모자라도 괜찮으니까 그냥해보자’라는 이 생각을 실천하는 일은 생각보다 혹독했다”며 “여러 현실을 부수고 넘어가며 ‘벽’을 만들어 왔다. 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몸을 던져 공연을 만든다. 이 공연이 누군가에게는 자극이, 위로가, 감동이 되길 바란다. 저의 몸통박치기가, 배우들의 몸통박치기가 이음줄을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울림이 돼 닿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만 10세 이상부터 관람이 가능한 이번 공연은 전석 유료로 진행되며, 티켓 가격은 전석 3만 원이다. 티켓 예매는 네이버 예약()을 통해 가능하며, 공연 예매 등 자세한 사항은 전화(010-3321-3792)로 할 수 있다. 전현아 기자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6.01.12 17:33

"예술현장에 활력을”…전북문화관광재단, 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공모 시작

2022년부터 4년간 동결됐던 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예산이 올해부터 증액 편성됐다. 오랜 기간 고정됐던 지원 규모가 확대되면서 그간 물가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예술계 현장의 부담이 완화될 전망이다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대표이사 이경윤)은 19억5000만원 규모의 ‘2026 문화예술 육성지원사업’ 공모를 시작한다고 12일 밝혔다. 전년대비 3억원의 예산이 증액된 이번 사업은 개인 에술인의 안정적인 창작기반 마련에 방점을 두고 있다. 접수는 16일부터 30일 오후 5시 59분까지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NCAS)을 통해 하면 된다. 재단은 이번에 증액된 예산을 단순한 사업 규모 확대가 아닌 지원 구조의 실질적인 개선과 창작 기회 확대로 연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증액된 예산은 개인 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보다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편성‧운영해 활동 기반을 강화할 방침이다. 2026 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은 △문학 △시각 △공연 △다원 등 10개 장르를 대상으로 한다. 지원 분야는 △예술창작(개인‧단체) △예술확산 △젊은 예술 등 4개 분야로 구분해 지원된다. 이경윤 대표이사는 “어려운 재정여건 속에서도 증액된 소중한 예산인 만큼,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에 실질적인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늘어난 재원이 예술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으로 이어져 예술인이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사업 운영에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2026년은 재단 설립 10주년을 맞는 해이다. 재단은 지난 10년간 축적해온 문화예술 지원 경험과 사업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안정적이고 책임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박은 기자

  • 문화일반
  • 박은
  • 2026.01.12 15:02

전주 예술가 해방구·쉼터 ‘새벽강’, 10년 만에 기획전시 재개

전주 예술가들의 해방구이자 쉼터였던 ‘새벽강(대표 강은자)’이 2016년 이후 중단했던 기획전시를 10년 만에 다시 시작한다. 새벽강은 지난해 12월 열린 강은자 대표의 소장품전을 계기로 정기기획전인 ‘월간 새벽강, 다시 예술’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한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매달 새로운 미술전시를 통해 일상 속 예술의 확장성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 첫 번째 순서로 열리는 1월 기획전 ‘RESTART’는 새벽강의 전시 재개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번 전시에는 지난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새벽강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던 작가 17명이 참여했다. 참여 작가는 고형숙, 곽승호, 김누리, 김미경, 김범석, 김윤숙, 김춘선, 박홍규, 서용인, 신명덕, 유대수, 이일순, 장근범, 정인수, 조헌, 한숙, 허인석 등이다. 과거 동문사거리에서 다가동으로 이전한 새벽강은 현재 대중에게 ‘노포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원래는 지역 예술인들의 소통공간이자 문화담론을 생산하던 사랑방 역할을 해왔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공간의 역사성을 되살려 예술과 풍류가 공존하는 문화공간으로 다시금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강은자 대표는 “이번 전시는 새벽강이 다시 예술공간으로 재인식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매달 새로운 기획을 통해 예술가와 관람객이 소통하는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진행되며, 이후에도 매달 새로운 작가와 작품들을 선보이는 정기 전시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박은 기자

  • 전시·공연
  • 박은
  • 2026.01.11 08:03

“내 색깔이 당신의 마음에 닿기를”… 소년 작가 박승원의 고백

색채로 세상과 대화하는 청소년 작가 박승원이 2026년 새해의 문을 여는 특별한 전시를 선보인다. 누벨백미술관(관장 최영희)은 오는 14일부터 18일까지 박승원 첫 개인전 ‘마음을 그리는 색’을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전주 용흥중학교 졸업을 앞둔 그가 그동안 캔버스에 꾹꾹 눌러 담아온 내면의 기록이다. 그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밝은색은 기분이 좋을 때의 마음이고 어두운색은 조용해지고 싶은 마음”이라며 그림이 곧 자신의 감정을 투영하는 거울이라고 고백한다. 박승원군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거창한 풍경이 아니다. 일상의 작은 사물과 곁을 지키는 동물, 그리고 기억 속의 찰나이다. 그는 남들이 지나치기 쉬운 작은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색을 입혀 자신만의 서사를 완성한다. 정교한 기교에 매몰되지 않은 솔직한 붓질은 보는 이에게 더 큰 해방감과 위로를 선사한다. 박승원 군의 어머니 황은영 씨는 “혼자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내는 법을 스스로 배워갔고 그 시간들이 지금의 작업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번 전시가 아이에게 한 발, 한 발 더 큰 걸음을 내딛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난 2023년과 2024년 장애청소년 우수작품 초청전에서 가능성을 증명했던 박승원 작가. 그의 이번 개인전은 “나는 나야!”라는 당당한 선언이자,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표현해온 시간의 기록이다. 전시를 기획한 최영희 관장은 “박승원의 작품은 잘 그린 그림을 넘어, 정직하게 마음을 그려온 시간에 대한 기록”이라며 “지역에서 성장하는 작가의 시작을 함께 지켜보고, 예술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지탱해왔는지를 관람객들과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은 기자

  • 전시·공연
  • 박은
  • 2026.01.11 08:02

고개 숙여 섬김을 약속하다⋯천주교 전주교구 새 사제·부제 4명 탄생

“하느님께서는 질그릇 같은 우리 속에 이 보화를 담아주셨습니다.(공동번역 2코린 4,7)” 천주교 전주교구는 8일 익산시 실내체육관에서 사제·부제 서품식(敍品式)을 거행했다. 천주교 전주교구장인 김선태 사도 요한 주교의 주례로 열린 서품식에서는 한재승 요아킴(삼천동)·박민규 요셉(중앙 주교좌) 등 모두 2명이 사제 서품을 받았다. 또 이현수 스테파노(나운동)·송민욱 레오(화산동) 등 2명의 부제가 탄생했다. 이날 사제·부제 서품식은 서품자 호명 및 추천으로 시작해 사제와 부제 직무에 대한 김선태 주교의 훈시와 사제·부제 서품자 직무수락 및 순명 서약, 성인 호칭 기도, 안수와 서품 기도, 제의 착용, 손의 도유, 성찬 전례, 전국 공용 교구사제 특별권한 수여식, 축하식, 새 사제의 첫 강복(降福·미사 등을 마치기 전 사제가 참가자를 위해 복을 비는 것)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사제 서품식은 천주교의 7 성사(세례·성체·견진·고해·병자·혼인·성품) 가운데 하나인 성품 성사로 사제직을 받게 되는 예식이다. 교회의 성스러운 업무를 집행할 수 있는 권한과 성총을 주교로부터 받는 것으로 흔히 신부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서품은 주교와 사제, 부제의 세 품계로 구성돼 있고, 서품된 이들은 다른 사람을 축성(祝聖)할 수 있는 은총과 예식 집행을 통해 공동체를 지도하는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 전현아 기자

  • 종교
  • 전현아
  • 2026.01.08 17:37

동학의 숨결에서 새만금의 물길까지…송만규가 그린 만경강서사

‘섬진강의 화가’ 송만규 화백이 호남평야의 젖줄이자 고난의 역사를 품은 만경강의 물길을 화폭에 담아 서울 나들이에 나선다. 오는 15일부터 2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문화공간 길담에서 열리는 초대전은 동학의 평등정신부터 일제강점기의 수탈, 그리고 새만금으로 이어지는 만경강의 생명과 평화의 서시를 수묵의 깊이로 펼쳐 보인다. ‘만경강, 생명과 평화의 물길’을 주제로 열리는 전시는 완주 밤티마을 발원지에서 시작해 익산과 김제를 거쳐 서해로 향하는 만경강 200리 물길을 따라 얻은 영감의 기록이다. 만경강은 전라도 사람들의 삶과 농토, 계절의 숨결을 가까이에서 받아내며 오늘까지 흘러온 생명의 젖줄이다. 송 화백은 이번 전시에서 만경강이 통과해온 역사의 층위를 세밀하게 보여준다. 특히 만경강은 신분차별 없는 세상을 꿈꿨던 동학농민군들의 평등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비록 그들의 믿음은 시대 앞에 무릎 꿇었지만 강물은 뜨거웠던 기억을 잊지 않고 물의 기억으로 간직해왔다는 점을 주목했다. 문화공간 길담은 초대의 글에서 “섬진강과 만경강, 이름이 크게 불리지 않은 물길들 그 곁에서 피고 지는 작은 꽃들과 풀들, 조용히 숨 쉬는 생명들이 담겨 있다”며 “그의 그림 속 강은 상처를 품고 있으되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잘린 듯 보이는 물길에도 다시 이어질 여백이 있고, 고요한 수면 위에 이미 생명이 돌아올 자리가 남아 있다”라고 밝혔다. 1955년 완주 출생인 송만규 화백은 최근 일본에서 개인전 ‘송만규 민중미술, 나의 진경산수’를 열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외에도 ‘섬진강 서시-삶과 역사에 대한 예찬’, ‘강물은 흘러서 어디로 가나’ 등 매해 개인전을 열었다. 저서로는 <섬진강, 들꽃에게 말을 걸다> <강의사상> <들꽃과 놀다> 등이 있다. 2018년 전북대상, 2024년 여산문화상 등을 받았다. 박은 기자

  • 전시·공연
  • 박은
  • 2026.01.08 17:36

“한옥마을 그 이상을 본다”…전주 관광, 2026년 전략적 전환점 맞나

전주관광재단(대표이사 용선중)이 2026년을 기점으로 한옥마을 중심의 단기체류 구조를 깨고, 전주 전역을 연결하는 데이터 기반 글로벌 관광도시로의 체질 개선에 본격 나선다. 재단은 8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관광콘텐츠 DB 구축 및 전주 관광자원 리브랜딩 △외국인 관광객 수용여건 개선 등 ‘전주관광재단 10대 기획사업’ 추진방향을 공개했다. 기획사업의 핵심은 한옥마을에 고착된 관광지형을 전주시 전역으로 확장하고, 데이터 시스템 구축을 통해 관광객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전략적 패러다임 전환이다. 용선중 대표이사는 이날 “전주 전역의 관광자원을 여행자 관점에서 재분류하고 테마별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왔다”며 “이를 기반으로 반일, 1일, 1박2일 이상의 정교한 체류 코스를 설계해 관광객 동선을 전주시 전역으로 분산시키겠다”고 밝혔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수용환경은 ‘글로벌 표준화’에 초점을 맞췄다. 재단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전주형 숙박브랜드 ‘J-STAY’를 도입해 다국어 안내‧해외결제‧응대 매뉴얼을 표준화한다. 또한 ‘전주 Restaurant Best 5’ 인증제를 운영해 미식관광의 품질을 공공에서 직접 보증하겠다는 구상이다. 막연한 이미지 홍보 대신 실질적인 신뢰 지표를 제공해 외국 관광객들의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마케팅 분야에서도 글로벌 OTA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올 상반기 중으로 마이스뷰로(MICE Bureau)를 팀 단위로 설립해 기업회의와 전시회 유치를 위한 전문 DB를 구축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뒷받침할 예산 확보와 전문 인력 충원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재단이 제시한 사업들은 디지털 전환과 전문 MICE 유치 등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영역을 폭넓게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사업의 우선순위를 선점하지 못하거나, 급격히 늘어난 업무 부하를 감당할 전문 인력이 적기에 보충되지 않으면 사업 계획 실행력이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용선중 대표이사는 “인력채용과 충분한 예산 마련이 쉽지 않은 건 맞다. 정원 15명 가운데 현재 인력이 13명 채워진 상태”라고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관광 환경과 여행방식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전주관광도 전략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머무르고 다시 찾고 싶은 전주가 될 수 있도록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옥마을의 담장을 넘어 전주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관광플랫폼으로 구축하려는 재단의 실험이 실질적인 동력을 확보하며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은 기자

  • 문화일반
  • 박은
  • 2026.01.08 17:13

180년전, 덕진연못의 풍류 19m 두루마리에 되살아나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박경도)과 전주문화원(원장 김진돈)이 전주의 역사적 풍경과 문문(文門)의 정수를 담은 학술총서 <승금정시회화첩(勝金亭詩會畫帖)>을 공동 발간했다. 이번 총서는 고(故)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문화유산인 ‘승금정시회화첩’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그 가치를 대중과 공유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승금정시회화첩’은 1846년 당시 전라감사 이시재가 전주의 명승지인 덕진연못에 ‘승금정’과 ‘취소정’을 건립한 뒤, 고을 수령 및 시인들을 초청해 낙성식과 시회를 열었던 장면을 기록한 두루마리다. 그림 제목으로 시작해 13미터에 달하는 회화 부분과 상량문, 서문 등을 포함해 전체 길이가 무려 19미터에 이르는 대작이다. 이번에 발간된 학술총서에는 화첩의 세부를 정밀하게 살펴볼 수 있는 도판은 물론, 시문과 상량문 등에 대한 전문적인 석문 및 번역문이 수록됐다. 또한 화첩과 지역시회를 다양한 관점에서 고찰한 논문 다섯 편을 함께 실어 학술적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이번 발간은 전북자치도와 전주시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지역 유관기관이 협력하여 이뤄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지역문화 연구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박경도 국립전주박물관장은 “전북의 지역문화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해 향후 상설전시실 내 화첩전시와 실감형 디지털콘텐츠 제작을 준비 중”이라며 “앞으로도 지역 유관기관과 손잡고 전북 문화유산에 대한 학술연구조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은 기자

  • 문화재·학술
  • 박은
  • 2026.01.08 14:00

오창렬 신간 시집 ‘그러니까 나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일까요’ 출간

감각적인 이미지와 낯선 화법으로 독창적인 시 세계를 쌓고 있는 오창렬 시인이 신간 시집 <그러니까 나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일까요>(시인동네)를 펴냈다. 존재와 존재, 현상과 실재가 만나는 다양한 양상과 의미를 군더더기 없는 표현으로 완성한 시집으로 시인은 나 자신에게 영원히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나의 본성을 이야기한다. “저녁이 소를 몰러 갔을 때/ 골짜기에는 침묵 한 마리가 서 있었다/ 말뚝에 묶인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풀을 뜯는 동안 초록의 피도 낭자했을 것이나/ 소란까지 모조리 뜯어먹고 침묵은/ 소처럼 몸집이 컸다//(…중략…)// 숲이 거대한 짐승으로 변하기 직전에야/ 저녁은 겨우 고삐를 수습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침묵 한 마리가 마당에 들어서자/ 집도 우두커니 서서 밤새도록 생각이 깊어졌다”(‘침묵을 몰고오다’ 부분)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주제의 시들은 다소 난해하지만 색다른 시적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시인은 현상과 실재 사이의 간극을 꿰뚫는 눈으로 평면화된 존재들의 뒷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그렇게 완성된 66편의 시에는 스스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여실히 남아 있다. 고민 끝에 시인은 ‘나는 나 자신에게는 영원히 이방인’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문신 시인은 해설에서 “오창렬 시인의 시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응시하고 그 물음에 스스로 응답하려는 침묵의 고행처럼 읽힌다”라며 “시인에게 시쓰기는 부재하는 자기 서술어 찾기의 방편처럼 시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영원한 이방인으로서의 나를 찾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남원 출생인 오창렬 시인은 1999년 <시안>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서로 따뜻하다> <꽃은 자길 봐주는 사람의 눈 속에서만 핀다> 등을 펴냈다. 2008년 짚신문학상, 2018년 불꽃문학상, 2023년 석정촛불시문학상을 받았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6.01.07 18:57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기명숙 작가, 지연 ‘모든 날씨들아 쉬었다 가렴’

『모든 날씨들아 쉬었다 가렴』 언어 수로를 따라가면 지연 시인이 통과했던 시공간이자 시의 원천인 ‘소룡골’이 나타난다. 흘려보내며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빛을 마신 나비”거나 부석작에서 콩대를 태우며 “몇백 년 전 혈육이 식은 심장을 타닥거리며 나에게 무슨 말을 데우고 있”는 것으로 현존한다. 정합적이지 않은 불가역의 세계라고 의심하지만 시인의 감각이 예민하고 구체적이어서 과거와 현재가 조우하는 ‘환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 경이와 떨림이 강력하다고 해서 현재를 부정하거나 멈출 필요가 없다. 다만 급박하게 살아가는 나를 돌려세워 시인이 정성을 다해 모셔 온 ‘사라진 것’들을 반추하면 되는 것이다. 익히 그들은 벼랑 끝이든 환대와 도약이든 우리 삶 속에 잠복해 있다 살아있는 존재들을 떠받치고 있었던 것이었으니. 생명으로 존재하는 것과 죽음으로 존재하는 것은 수평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러한 관습적 사고를 깨뜨리는 지연 시인의 사유(思惟)라고 해도 좋겠고 유한 존재의 열패감을 상쇄, 무한으로 확장하는 것이라 해도 좋겠다. 그것을 가능케 한 지연 시인은 하늘과 땅을 잇는 무(巫) 일종의 샤먼이다. 전라(남)북도 방언과 토속적 시어들을 매개로 시인과 맺어진 인물들 ‘삶의 무늬와 서사’가 입증 근거로 작용한다. 따라서 AI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결코 실패 하지 않고 전진하는 시(詩), 아름답고 따뜻한 곳에 대한 회억(回憶)을 시 독서법과 이질적일듯한 ‘연역적 사고’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모든 날씨들아 쉬었다 가렴』 전반은 단순 과거지향이나 추억의 함몰이 아니다. 시인의 고향이자 ‘설화적 무대’인 임실군 청웅면 소룡골 농촌공동체가 빚은 ‘풍습과 생활 감각’은 압권이다. 그곳에서 대지와 인간, 산 자와 죽은 자는 평면의 범주를 벗어나 신화적 환상과 은유를 방편으로 멸실을 거쳐 순환하고 재탄생한다. 시간의 이격에서 오는 상실을 극복하고 지연 시인 아이덴티티에 도달하는 과정은 눈부시다. 누구에게나 ‘내면의 풍경’ 하나쯤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원초적 풍경이 탈각되고 육화된 현재에 이르러서 그 풍경에 대한 그리움과 아련함을 품고 있다면 이 시집으로 달래볼 일이다. 필자 또한 지연 시인 덕분에 잊고 있었던 ‘소박하고 가난했던 풍경’을 떠올려보았다. 삶과 죽음이 이항 대립이 아닌 것처럼 혈육에 대해 이분법적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미움과 원망, 사랑과 그리움이 범벅이 돼 핏속을 떠돌고 있음이 느껴졌다. 웅숭깊은 미덕과 사랑은 복원되었으며 AI 세상을 능가하는 삶의 방식을 일깨운 소룡골, 그곳이 골육상잔의 무대였거나 약육강식 사슬에서 어쩌지 못할지라도 기꺼이 바쳐지고 동화되고 연대하는 방식의 아름다움이라니! 극에 달한 그리움을 내면화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 감각으로 발산하는 시적 형상화의 유려함은 덤. 긴장과 밀도 높은 경쟁 속, 고립된 존재로서의 외로움에 휩싸여 살고 있다면 서로 연결되고 섞인, 기꺼이 나를 바칠 수 있는 ‘소룡골’로 가 보시라. 소룡골을 찾는 방법을 모르거나 그 기억으로부터 멀리 떠나왔다면 “돌에 스미는 빗물”을 아주 천천히 바라보면 된다. 사무치게 그리운 존재들이 배격되지 않고 여전히 ‘살아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육친의 죽음을 지켜보았던 지연 시인이 죽은 자와 기대고 얽혔기에 죽음은 단절이나 멸망이 아니라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서로를 움직이게 하는 존재들”임을 강조했던 것처럼. 기명숙 작가는 전남 목포 출신이며, 2006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몸 밖의 안부를 묻다>가 있다. 현재 강의와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6.01.07 18:56

교회사 순례의 안내서⋯이춘식 목사, ‘성경과 교회사 강요‘ 발간

진안 배넘실교회 이춘식 목사가 최근 <성경과 교회사 강요>(킹덤북스)를 펴냈다. 이 책은 성경과 교회사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를 통해 한국교회의 정체성과 역할을 짚고, 오늘의 시대적 사명으로 ‘한반도 통일’의 신앙적 당위성을 제시한다. 저자 이 목사는 진안 ‘배넘실교회’를 섬기며 지역에서는 ‘촌장 목사’, ‘배추 목사’로 불린다. 옛 홍수 시대 배가 산을 넘어왔다는 데서 이름 붙여진 배넘실 마을에서 그는 농촌을 살리고 도시민과 함께하는 공동체를 꿈꾸며 선진 농업을 도입해 왔다. 33세 때 1901년 마로덕 선교사가 세운 배넘실교회에 부임한 이후, 용담댐 건설로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놓였던 수몰민들을 돕는 일에도 앞장섰다. 이 목사는 보상조차 받지 못하고 떠나야 했던 주민들을 위해 ‘가나안 나눔터’를 설립하고, 영세 수몰민과 장애인의 권리를 알리는 강연과 운동을 펼쳐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를 이끌었다. 이후에는 스스로 ‘배넘실 마을위원장’이 돼 농업 지식을 전파하고 지자체와 협력해 전통 테마 마을, 향토 산업 마을, 행복 나눔터 등을 조성하며 마을 재생에 힘썼다. 독일·프랑스·일본 등 농업 선진국 연수를 통해 체득한 경험은 배넘실 마을을 ‘대한민국 100대 살기 좋은 농촌 마을’로 이끄는 밑거름이 됐다. 그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비롯해 국무총리상, 농림부 장관상, 진안군민상을 수상했다. 저자의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된 책에서는 한국교회의 시대적 사명을 ‘통일’로 분명히 한다. 목사는 통일은 인간의 힘이나 능력이 아닌 하나님의 역사로 이뤄져야 하며, 회개의 기도와 성령의 인도하심 속에서 준비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정복과 지배가 아닌 섬김과 희생의 길,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정신이 통일의 해법이라는 주장이다. 이 목사의 통일에 대한 고민은 실천으로 이어졌다. 2016년 배넘실 마을 앞 황무지를 개간해 통일의 씨앗을 심고, 해바라기와 유채꽃 축제를 열어 통일을 향한 기도를 공동체의 일상 속에 풀어냈다. 이후 ‘통일을 사모하는 모임’ 등을 통해 성경적 통일 방안을 함께 공부하며 준비의 중요성을 나눠왔다. 추천사도 이어진다. 박성규 총신대 총장은 “성경과 교회사의 핵심을 정리해 통일 이후 북한 교회에도 유익을 줄 책”이라 평가했고, 한윤봉 한국창조과학회 전 회장은 “혼돈과 분열의 시대를 성경적 관점에서 분별하게 하는 안내서”라고 전했다. 전현아 기자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6.01.07 18:56

치의학박사 김동섭 철학서 ‘노자와 니체의 대화’ 출간

2500년 전 동양사상가 노자와 19세기 서양철학가 니체가 탐구한 인간의 삶과 문명은 어떠한 모습일까. 김동섭 치의학 박사가 펴낸 <도덕경을 둘러싼 두 철학자의 81가지 담론 노자와 니체의 대화>(청동출판사)는 이러한 질문에 해답을 제시한다. <노자와 니체의 대화>는 노자의 도덕경 81장을 원전 순서대로 따라가며 각 장의 함의를 니체의 잠언으로 해설한 비교철학서이다. 도덕경을 뼈대로 삼고 각 장에 담긴 형이상학적 화두를 니체의 핵심 사상과 매칭한다. 특히 저자가 묻고 두 철학자가 답하는 대화 형식으로 풀어내 철학적 사상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은 한문원전에 대한 깊이 있는 문해력과 서양 실존 철학의 통찰을 결합하여 철학이 박제된 지식이 아닌 살아있는 생명의 언어임을 확인시켜준다. 은둔의 철학자로 오해받던 노자와 허무주의자로 치부되던 니체를 저자는 현대인의 고단한 삶을 위로하고 해방하는 강력한 생명철학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인공지능과 함께 평생 가슴에 품어온 두 철학자 노자와 니체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며 “이 책은 대화라는 형식을 빌린, 나 자신과의 고요한 독백”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신의 삶에 잠시 그늘이 되어주고 길이 없을 때 길의 기척이 되길 바란다. 도는 당신 삶 속 어딘가에서 이미 조용히 숨 쉬고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했다. 저자 김동섭은 전북대학교 치의학과를 졸업한 후 40년 가까이 치과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6.01.07 18:56

왜 전주를 걸어야 하는가? 길 위에서 찾은 ‘맑은 즐거움’

걷기는 왜 좋을까?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은 걷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보다 행보(行補)가 낫다”고 말이다. 이는 좋은 약과 음식보다도 걷는 것이 더 좋다는 뜻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도 “걷는 것은 청복(淸福), 즉 맑은 즐거움”이라고 극찬했다. “세상은 걸어 볼 만하다”는 전제 아래 2005년 발족한 사단법인 ‘우리땅걷기’에서 길에 얽힌 역사와 문화를 담은 인문서 <발로 걷는 전주 천년고도 옛길 12코스-전주를 걸으면 온전한 도시가 보인다>(상상출판)를 출간했다. 옛 어른들의 가르침을 계승하며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단체는 이번 책에서 전주 도심 속 숲길인 건지산길부터 전주 평화동 학산과 옛길 보광재, 치명자 성지와 동고산성을 따라가는 기린봉길 등 12코스를 소개한다. 특히 전주 천년고도 옛길은 단순한 길이 아니라 조선왕조 오백 년이 이어진 길이다. 단체는 12코스에 얽힌 역사와 문화를 흥미롭게 엮어내 누구나 쉽게 걷고 이해할 수 있는 길로 재탄생시킨다. 우리땅걷기 신정일 이사장은 프롤로그에서 “전주를 찾는 국내외 사람들에게 전주의 길을 안내하고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것이 작은 소망이다”라며 “전주 천년고도 옛길을 시나브로 걸어가리라”라고 밝혔다. 우리땅 걷기에서 펴낸 인문서 <전주를 걸으면 온전한 도시가 보인다>에는 민승기․김경선․김현조․전성수․유재훈․한석희․박수자․유철상․박성기․맹한승․신정일․김종우․신지원 등 13명이 참여했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6.01.0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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