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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난치병 환자들의 '삼중고'

초등학교 4학년인 규태(왼쪽)는 전북대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으며 같은 병으로 고통받는 친구를 만났다. (desk@jjan.kr)

 

군산시 해망동에서 수산물을 판매하는 한현옥씨(42, 애리수산)는 질병에 관해 거의 전문의가 다 됐다.

 

7∼8년전부터 눈과 입, 다리, 피부, 외음부 등에 번갈아 가며 질환이 생겨 병원 문이 닳도록 찾으면서다.

 

눈이 아프면 안과를 찾고, 다리가 아프면 정형외과를, 관절이 아프면 내과를 찾아 진료를 받았다.

 

그러다가 3년전 베체트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안과에 가서 다리 아픈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눈과 다리 등이 함께 연계된 질병이라는 것을 당시만 해도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다리에 물이 차 류머티스 관련 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중 우연히 여러 증상들을 이야기 하는 도중에 베체트병임을 알게 됐다. 베체트병이 무엇인지 몰라 병원에서 별로 놀라지 않았던 그는 인터넷을 통해 난치병이라는 사실을 알고 기절초풍했다.

 

초기 증상임에도 가시에 찔리지 않아도 피부가 자주 곪고, 무릎에 근육염이 생기며, 사시사철 입안이 헐어서 겪는 고통을 감수하고 있다.

 

"베체트병에서 여성들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이 음부 궤양증입니다. 소변조차 보기 힘들 정도로 힘듭니다.”

 

투병에 따른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고통도 심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모르는 불투명성에 대한 걱정이 무엇보다 크다.

 

한씨의 말을 빌리면 남편과 딸이 자신을 강가에 노는 아이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증세가 심해지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가족들은 지극 정성으로 한씨를 보살핀다.

 

한씨는 현재는 한 달에 한 번 병원 진료를 받으며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정도의 치료를 받고 있다. 독한 성분의 면역억제제를 매일 두 번씩 먹는 것으로 생명줄을 지켜낸다고 했다.

 

약물 복용에 따른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는 한씨지만, 요즘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의 환우들을 그는 더 걱정했다. 중증 환자들의 경우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치료를 포기하거나, 실명 혹은 폐혈증 등의 환자가 주변에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씨는 같은 질병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끼리 베체트환우회 지역모임을 만들어 서로에게 위로와 힘이 될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

 

자신의 경우 초기여서 의료비 부담이 크지 않지만, 중증 환자들의 경우 중도에 치료를 포기해야 할 만큼 비용이 많이 든다며 의료보험혜택 서명운동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베체트병이 정부 지원 난치병이기는 하지만, 정작 비용이 많이 드는 치료의 경우 의료보험 혜택이 안 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한씨와 같이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들은 병마와 싸우는 고통에다, 주변의 이해 부족 등으로 겪는 심적 고통까지 더해지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장기간 진료가 필요함에도 의보혜택이 충분치 않아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을 안아야 한다.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희귀 난치성 질환 74종에 대해 의료급여 특례를 인정, 본인 부담율을 줄여주고 그중 11개 질환에 대해서는 본인 부담 의료비까지 지원하고는 있으나 한계가 있다.

 

전북도에 따르면 2003년말 현재 의료급여 특례자로 인정된 도내 희귀 난치성 질환자는 3백1명이었다.지난 2001년부터 지원되기 시작한 의료비 지원실적은 역시 연간 3백여명 내외에 10억원 안팎으로, 1인당 평균 3∼4백만원 규모였다.

 

현재 도내에서 희귀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수가 어느 정도인지는 도보건당국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질환 자체의 공개를 꺼리는 경우가 많고, 등록 질환이 11종으로 국한돼 실제 환자 수는 현재 등록된 3백97명의 환자 수(4월말 현재)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만 추산하고 있다.

 

의료비 지원을 통해 본 11종의 도내 환자 수는 만성신부전증 투석환자가 2백67명으로 가장 많고, 혈우병 60명, 근육병 27명, 베체트병 25명, 크론병 11명, 다발성경화증 7명 등으로 나타났다.

 

이외 정부가 지원하는 난치성질환으로는 고셔병, 아밀로이드병, 유전성운동실조증, 부신백질이영양증, 페브리병 등이 더 있다.

 

병의 원인이나 치료방법 등이 질환에 따라 각기 다르기는 하지만, 장기간 치료에다 완치 가능성이 적다는 점에서 희귀 난치성 질환에 대한 각별한 관심가 배려가 필요할 것 같다.

 

김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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