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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장마 뒤집어보기

 

장마다. 비, 어스름, 끈적끈적함, 전염병, 곰팡이 등 대체로 장마는 불쾌지수를 높이는 단어요, 활력을 떨어뜨리는 존재로 다가온다. 특히 시골에 살고 있는 나는 장마로 인해 농작물 피해, 가축피해는 물론이요 바쁜 일과를 챙기는데 있어 흐름을 타지 못해 결국 무기력한 일상에 빠지기도 하는 달갑지 않은 존재로 인식했었다.

 

외출이라도 하는 날이면 흙탕물에 뒤범벅되는 신발이며 옷이며 그 불편함이란 겪어본 분들이라면 다 아실 일이다. 하지만 이런 장마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 시작하더니 이제 제법 장마에 대한 정겨움도 느끼기 시작했다.

 

그것은 세상의 이치나 일반적 생각에 대한 뒤집어 보기와 뒤돌아보기를 시작하면서 생긴 취미요 나아가 특기다.

 

뒤집어보면 장마가 농작물에 피해만 주는 것도 아니다.

 

모내기 후 장마를 거치면 벼의 성장은 유년에서 청소년기로 훌쩍 커버려 짐짓 부모의 손길을 어색해하는 큰아이들 마냥 바람결에 큰소리도 낼 줄 알만큼 성숙해진다. 고구마며, 콩이며, 고추며 대부분의 농작물은 장마에 내리는 빗물에 듬뿍담긴 질소질과 광물질 등 식물에 필요한 영양소를 머금고 자신도 모르게 농부도 모르게 쑥쑥 자라난다. 또한 장마에 내린 엄청난 빗물도 장마 후 찾아드는 폭염과 갈증을 달래는 저수지의 물이며, 산속계곡의 시냇물이다. 그 무더운 한 여름은 장마가 쏟아부은 물이 아니고는 쉬이 견디기 어렵다.

 

이런 장마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요즘 반가운 손님들 덕에 지친 일상을 달래게 되었다. 마을 변두리 개울이며 들녘에서 20여년만에 반딧불이를 보았고 맹꽁이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어떻게 질긴 목숨을 이어 반딧불이가 20여년만에 다시 들녘에 그 모습을 드러냈는지도 신기한 일이지만 심심찮게 들려오는 맹꽁이 소리 역시 정겹기 그지 없다. 장마로 넉넉해진 물 덕분에 서식하고 짝짓기 하는 환경이 좋아진 탓도 있거니와 역설적이지만 수리시설의 발달로 서식환경이 극도로 불량해진 가운데 일부 콘크리트화 되지 않은 웅덩이와 작은 개울들에는 물이 닿아 새로운 서식환경이 조성된 까닭일 것이다.

 

장마의 한가운데 들길을 걷거나 마을 어귀를 오가다 듣는 맹꽁이 소리와 반딧불이의 불안한 부활이 애처럽기는 하나 그래도 이 모진 세파와 오염된 세상속에서 질기게도 버티는 모습이 대견하다.

 

바쁜 일상을 접고 한번쯤 맹꽁이 소리며, 빈딧불이의 날개짓이며, 개구리의 울음소리에 젖어보는 여유도 가져봄직 하지 않은가. 더 나아가 앞만 보고 달리는 이 폭주기관차 같은 광기와 이기심에서 함께 사는 상생의 지혜를 체득하는 우리가 되길 소망하는 것이 지나친 욕심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올여름 장마는 농작물도 쑥쑥 키우고 맹꽁이며 반딧불이며 뭍 생명의 연애질도 무성하게 하는 장마로 남길 바란다.

 

기쁨으로 장마를 맞이하고 보내는 뒤집어보기와 뒤돌아보기를 시작하자.

 

/황만길(지역재단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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