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영의 풀씨 바람에 날릴라…나뭇가시 꽂아 지킨다
▲ 희망의 풀씨, 보호 작전
우리는 이틀 동안 사장(沙場)을 만들었다. 사장 작업은 강한 바람에 날리는 풀씨와 모래를 붙잡기 위해 작은 나뭇가지를 장벽처럼 꽂는 일이다.
환경연합은 현대자동차의 후원으로 앞으로 5년 동안 알칼리 사막이 돼 버린 이곳 차깐노르 서호 바닥 6611만6000m²에 감모초를 심을 예정이다. 지난 5월 첫 감모초 씨앗을 뿌렸다.
크기만 좀 다를 뿐 우리나라 해안가 염습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문재' 종류다. 몇 년 간 실험을 통해 PH10 정도의 강한 알칼리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것으로 확인됐다.
쩡바웨이씨는 "알칼리 성분이 마른 호수 바닥은 단단하고 메말라서 풀씨가 내려앉아도 자랄 수 없어요. 사장은 바람에 날린 모래를 쌓이게 해 풀씨가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고, 겨울에는 눈을 쌓이게 해 수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연합 박상호 사막화방지팀장은 "풀씨를 심어 초원을 복원하는 사업에 중국 당국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요. 사막화에 예방적 효과가 있을뿐더러 알칼리 사막을 복원하는 맞춤식 사업이며, 자연의 복원력에 기대어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사막화의 또 다른 원인, 초원 문명의 위기
자연의 복원력은 인간이 적절하게 개입했을 때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는 농사를 그만두게 하고 양식과 현금을 지원해 초원을 떠나게 하는 생태이민 정책이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하는데서 알 수 있다.
초원은 저절로 복원되지 않는다. 풀씨심기도 인간의 최소한의 개입이다. 초원의 사막화 문제의 다른 흐름은 바로 초원 문명의 위기다.
'엄마, 왜 우리는 이렇게 떠돌아 다녀야지요', '아가야, 초원은 어머니와 같은데 한 곳만 밟으면 멍이 들어 아플 수 있으니까 골고루 밟아줘야 하지 않겠니' 몽골 옛 이야기의 한 대 목이다.
유목민의 삶을 정처 없이 떠도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말이다. 유목민들은 계절에 따라 풀과 물을 구할 수 있는 곳으로 옮겨 다녔다. 한 곳에 오래 머무를 경우 초원의 퇴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순환을 통한 휴식 기간을 두었다.
가축이 풀을 먹는 순서도 정해져 있다. 먼저 말들이 부드러운 풀을 먹고 난 뒤 소가 지나고 그 뒤를 양과 염소가 뒤 따른다. 이 균형이 깨지면 초원의 환경과 생태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채소를 기르지 않는 것도 초원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당연히 초원은 목축민 모두의 것이자 양과 염소, 소와 말, 낙타의 것이기도 했다. 그 초원에 큰 울타리가 쳐진 것이다.
▲ 울타리, 초원의 균형이 무너뜨리다.
초원의 공유는 사회주의 중국 아래서도 한동안 유지됐다. 하지만 당국은 초원을 보호한다는 이유를 들어 유목민에게 점유권을 불하했다. 1980년대의 불하 시도는 지혜로운 노인들에 의해 거부당했다. 초원에 울타리를 치면 순환하는 목축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1990년대 결국 개인에게 불하됐다. 거칠 것 없던 초원에 울타리가 처진 것이다. 불하된 땅이 넓다고는 하나 가축을 기르기엔 풀이 부족하고 휴식기간을 갖지 못하는 초지는 점차 황폐해져 갔다.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유목이 불가능한 몽골인들은 필요가 없어진 게르 대신 벽돌로 집을 지었다.
게르에 깃든 욕심 없고 소박한 삶을 문명의 이기가 자리를 채운다. 말들도 달릴 수가 없다. 양들은 싱싱한 풀 대신 사료를 먹어야 한다. 임박한 파국, 울타리를 헐어야 멈출 수 있을 것이다.
울타리를 헐어 어디든 달릴 수 있는 초원이야말로 몽골인의 삶을 지켜내고 중국의 사막화도 막을 수 있다. 많은 문명이 자연에 대한 일방적인 태도로 역사 속에서 사라져 갔다. 제발 몽골 초원만큼은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할 것이다.
▲ 나담 체험기
우리는 몽골의 전통 축제인 '나담'을 구경하는 행운을 얻었다. 어디서들 몰려왔는지 트럭을 타고 말을 타고 오토바이를 타고 마을 회관 앞에 모여든 주민들은 하나같이 순박하고 친절했다.
물을 사주기도 하고 같이 사진을 청하고 찍는데 스스럼이 없었다. 양고기를 굽고 전을 부치고 잡화상이 들어서고 왁자지껄 시골 장터처럼 소란스러웠다.
몽골 전통씨름 갑옷을 입고 오색천을 두른 씨름 선수들이 독수리처럼 당당하게 등장하자 축제는 절정에 이른다. 공산당 청년회의 붉은 깃발이 나부끼는 차일 아래로 이장님 마이크 보다 울림이 더 많고 소리가 작은 앰프, 좁은 자리를 꼭 지키고 앉은 모습도 정겹다.
몽골인 모두가 전사의 후예들 이었다. 고기를 먹어서인지 골격이 크고 힘이 장사였다. 구경꾼들도 하나둘씩 씨름판에 끼었다. 시간제한은 없다. 이길 때까지다. 경기에 참여한 선수, 구경 온 여성, 혈기왕성한 젊은이, 어린 아이들 누구에게나 나담은 축제였다.
/이정현(NGO객원기자·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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