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억 임실군수 뇌물수수 사건의 핵은 비서실장 김재영씨(41)다. 지역 선거판에서 잔뼈가 굵은 김씨는 지난 2004년에 이어 2006년 5.31지방선거에서 김 군수 선거운동을 한 후 '군수 비서실장'을 꿰찼다. 김군수가 '수족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한 비서실장 김씨. 김군수는 2004년 선거 후에는 챙기지 않았던 김씨를 2006년 선거 후에는 수족처럼 곁에 두고 신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5.31지방선거에서 과연 어떤 공적을 세워 김군수의 절대적 신임을 얻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9월29일 열린 김진억 뇌물수수사건 첫 재판 증인신문 과정에서 나온 발언을 중심으로 임실군 뇌물사건의 실체를 알아본다.
▲ 김씨, 뇌물 적극 요구
김씨는 2006년 4월 김진억 후보를 직접 찾아가 선거를 돕겠다고 말한 뒤 선거 외곽조직에서 일했다. 그는 선거자금 조달이나 선거운동원 감시, 상대방에 대한 정보 등을 다루는 선거캠프의 핵심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김씨는 선거전이 한창인 2006년 5월 오수 농공단지 입주기업 대표인 권씨에게 연락, 선거자금으로 3000만원을 요구해 2000만원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김씨는 이 사실을 김군수에게 보고한 뒤 자신이 선거운동원으로 배치한 M모씨에게 전달했다. 아직 검찰 수사나, 공소장에서 김씨가 선거과정에서 몇차례에 걸쳐 얼마의 선거자금을 받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김씨의 주장이 재판에서 사실로 인정될 경우 김씨가 비서실장을 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아내는 기술이 탁월했기 때문이라는 혐의를 벗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 뇌물제공 업자 더 있다
2006년 군수 비서실장이 된 김씨를 만났다는 한 사업가는 "공사 수주를 미끼로 거액의 돈을 요구받았지만 그자리에서 거절한 뒤 임실에는 발도 들여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말은 김씨의 법정 진술에서 확인됐다. 김씨는 "업자들로부터 10여차례에 걸쳐 1000만원에서 수천만원씩을 받았다. 100만원 단위로 묶은 띠지를 제거하고, 문구점에서 구입한 고무줄로 대신 묶은 뒤 김군수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뇌물을 자주 받았다는 방증인 셈이다. 검찰은 이 부분을 병합해 기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구명자금 1억 제공
김진억 군수가 2007년 '뇌물각서' 사건 1심 재판부에 의해 법정구속된 뒤 지난 2월 출소하기 전 비서실장 김씨는 김군수 구명로비자금 명목으로 업체들로부터 거액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김씨가 교도소에 수감중인 김군수에게 메모로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A사 대표가 김씨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 그러나 김군수가 "메모에 나타난 B사로부터도 1억원을 받지 않았느냐"고 강력 주장, 자금 제공 업자가 더 있을 가능성이 있다.
▲ 보험들기
관청 공사를 원활하게 수주하면 돈을 쉽게 벌 수 있다. 이 사건의 단초가 된 뇌물 7000만원을 김씨에게 전달한 물탱크 제조업자 권씨의 S사는 지난 2006년 당시 4대 보험료도 체납할 만큼 재정상태가 엉망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던 권씨는 김진억 선거캠프에서 힘 좀 쓴다는 김씨가 접근, 선거에서 이기면 사업을 도와주겠다고 미끼를 던지자 덥썩 물었다.
실제로 김씨는 비서실장이 됐고, 권씨는 임실군 발주 14억원 규모의 물탱크 납품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권씨는 계약체결 후 5000만원을 김씨에게 건넸다. '윈-윈'을 한 셈이다.
▲ 누가 유죄인가
검찰은 김씨가 권씨로부터 두차례에 걸쳐 7000만원을 받아 김군수에게 건넨 뇌물수수 부분과 범인도피 등 2가지 혐의로 김군수를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김씨가 2006년 9월 초순 김군수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부분에 대해 김군수측이 "당시 중국 출장 중이었다"고 반박하고, 김씨가 2000만원을 건넸다고 지목한 문모씨 또한 "3000만원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며 검찰 진술을 일부 번복하는 등 재판 과정에서 일부 섞연찮은 진술도 나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 및 정황으로볼 때 비서실장 김씨가 받은 뇌물은 권씨 7000만원, A사 1억원, 10차례에 걸친 1000∼수천만원 등 2억7000∼4억7000만원(수천만원을 평균 3000만원으로 가정)에 달한다. 재판 결과 "한 푼도 받지 않았다"는 김군수의 말이 설령 사실로 확인된다고 해도, 임실군의 핵심부에서 일어난 뇌물수수 사건의 책임까지 면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한편 특가법상 뇌물수수죄가 확정될 경우 뇌물액수가 3000만원 이하일 경우 징역 5년, 5000∼1억원일 경우 징역 7년, 1억원 이상을 경우 징역 10년 이상의 형이 선고된다. 현재 최고 뇌물액수가 5000만원인 김군수의 경우 유죄가 인정될 경우 재판부의 작량감경을 감안해도 3년6개월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3년 이상은 집행유예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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