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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만은 지키자-생태보고서] 새만금 갯벌의 희망 문포와 화포

친환경 새만금 개발 잠재력 크다

지난 일요일(10월5일),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과 오랜만에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를 찾았다.

 

물이 들어오지 않은 갯벌은 빨간 카펫처럼 깔린 칠면초군락과 아직 진초록이 무성한 갈대밭은 桑田碧海가 무색하다.

 

우리의 개발과 성장의 속도만큼이나 육상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가끔씩 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곳까지 고라니와 너구리의 발자국이 선명하다. 육상 식물에 점령당하는 갯벌에 부자들의 세상에서 잠식당하는 힘없는 민초들의 삶이 겹쳐진다. 정녕 새만금 갯벌은 생명의 끈을 놓아버릴 것인가?

 

▲ 홍부리황새, 새만금 갯벌의 유혹에 끌려

 

주로 유럽에서 번식하고 아프리카에서 월동하는 홍부리황새 두 마리가 지난달 28일 만경강하구 화포 염습지 갯등에서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에 의해 발견됐다.

 

겨울철새인 황새에 비해 몸집이 작고 부리가 붉은 홍부리황새는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을 뿐, 자연 상태에서는 최초 관찰 기록이다.

 

조사단 물새팀장인 오동필(33)씨는 "이동 중 길을 잃었거나 중국의 습지에서 살던 녀석이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온 것" 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부리황새가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왼쪽두번째부터 알락도요, 쇠백로 (desk@jjan.kr)

 

하지만 여러 정황상 전주 동물원에서 지난해 5월 방사한 홍부리황새 암수가 먹이를 찾아 만경강 하구 화포까지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

 

"멀리 가지 않고 근처 오송제 등지에서 먹이활동을 하다가 둥지로 되돌아오는데 지난주엔 통 보이질 않았어요"전주동물원 관계자의 말이다.

 

머지않아 만경강 주변에 둥지를 튼 홍부리황새가 자연에 적응해 번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들에게 이곳은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일 것이다.

 

이 행복이 얼마나 오래 갈지 그들은 모른다. 그들에게 이곳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는 여전히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동진강 하구에 자리 잡은 문포의 갯등은 물이 제법 오고 갔는지 기름지다. 멀리 장돌마을 쪽으로는 초록색 융단이 깔린 것처럼 보이지만 깊은 강이 흐르는 갯골 주변은 갈 곳 잃은 도요물떼새와 겨울 철새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뿅뿅뿅' 바람에 실려 오는 청다리도요의 울음소리와 수면위로 반짝이며 나는 민물도요의 비상, 알락꼬리마도요는 성큼성큼 걸음을 내딛으며 긴부리로 게구멍을 헤집고 다닌다.

 

갯지렁이나 게, 조개 등 갯벌에 서식하는 저서 무척추 동물을 먹이로 하는 도요물떼새는 갯벌생태계의 건강성을 입증하는 지표종이다. 먹이를 섭취할 수 있는 갯벌이 크게 줄어들면서 동진강 하구 문포와 만경강 하구 화포 염습지 갯등이 그나마 먹이를 찾아 헤매는 새들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 저어새 오는 곳에 황새도 와

 

"벌써 가창오리가 만경강 하구에만 3만 마리 정도 온 것 같아요"오 팀장의 설명이다. 겨울철새로는 쇠오리와 가창오리가 부지런을 떨었다. 방조제 물막이 이후 담수화로 인해 민물고기가 늘고 수면이 유지되어서인지 중대백로와 왜가리 수백 마리가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수질 악화나 염도가 높아 폐사한 물고기를 먹이로 하는 괭이갈매기도 수천마리는 돼 보인다. 건너편 갯등엔 천연기념물 205호 저어새 7마리가 바람에 맞서 고개를 파묻고 있고 한 녀석만이 긴 부리로 얕은 갯벌을 휘젓고 다닌다.

 

오 팀장은 "저어새가 오는 곳에 꼭 황새가 찾아와요. 하늘 높이 나는 새들은 넓게 봐서인지 새만금 갯벌 어디에 먹잇감이 많은지 아는가 보다"고 설명한다. 정말 보기 힘든 천연기념물 199호 황새도 새만금 갯벌과 곰소만에서 겨울을 난다.

 

얼마 전 도시계획 국제 석학들이 참여한 새만금 토지이용계획 국제 공모전에 제안된 개발 계획은 공통적으로 습지를 축으로 하는 자연환경을 주요 컨셉으로 잡았다. 새만금이 갖는 생태적 가치는 미래에도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환경공학적 차원에서 수질개선에만 국한되는 친환경개발은 수사나 거짓 포장에 불과하다. 농지대 산업용지의 비율을 7:3으로 조정하는 것에 쏟아 붓는 비용과 관심을 조금만이라도 생태환경을 유지하는데 쓴다면 새만금의 잠재적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그 시험대에 문포와 화포 갯등을 올려야한다.

 

/이정현(NGO객원기자·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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