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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만은 지키자-생태보고서] 람사르 총회 계기로 돌아본 전북습지

수달·가시연꽃 등 천연기념물 서식하는 생태보고

(위에서부터) 정읍소성 도로에서 본 가시연꽃, 하늘이 이고 있는 오리나무 군락, 와룡소 (desk@jjan.kr)

환경올림픽으로 불리는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가 28일부터 경남 창원과 전남 순천에서 '건강한 습지, 건강한 인간'을 주제로 시작됐다. 생태보고서는 람사르 협약 당사국총회를 계기로 그간 본보 지면을 통해 소개된 전북의 습지 현황과 보존 대책을 정리했다.

 

전북의 습지는 연안과 내륙습지로 나뉜다. 연안습지는 금강·만경강·동진강에서 실려 온 토양 침전물이 하구역과 연안에 쌓이면서 만들어진 갯벌이다. 내륙습지는 금강·만경강·동진강과 농업용 저수지, 완주군 운주면 선무봉과 정읍시 산내면 종성리에 위치한 산지 습지가 있다.

 

▲하도습지와 배후습지 발달한 만경강과 동진강

 

만경강과 동진강은 근대농업의 출발점이다. 일제강점기인 1910년대부터 시작된 하천 직강화 제방 공사와 저수지 축조, 농업용 보설치는 하도습지(하중도)와 배후습지가 잘 발달하는 원인이 됐다. 강폭은 넓어지고 유속이 느려지면서 퇴적이 일어나 많은 하중도가 만들어졌고 구불구불 흐르던 강이 반듯하게 펴지면서 옛 물길이 단절돼 생긴 구하도(舊河道) 습지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주요 지류인 원평천, 정읍천, 고산천, 소양천, 전주천등 유역에서 34개의 습지가 확인 됐다. 이중 하도습지는 만경강 본류인 고산에서 삼례 구간에 16개가 집중돼 있다.

 

가시연꽃 (desk@jjan.kr)

고산천과 소양천이 만나는 지점의 신천 1·2습지는 가시연꽃, 흑삼릉 등 약 28개의 식물군락이 확인돼 환경부 습지보전등급이 '상'으로 평가된다. 강바람에 실려 오는 개개비 울음소리와 함께 달뿌리풀과 부들, 줄 군락이 만드는 경관도 뛰어나다.

 

인공적 우각호라 할 수 있는 배후습지. 익산시 춘포면의 화신습지를 비롯해 익산시 석탄동, 춘포면 춘포리, 전주시 조촌동·강흥동, 김제시 백구면에 8개가 있다. 이중 식생이 가장 양호하고 물새를 비롯한 생물다양성이 높은 곳은 전주시 덕진구 강흥동 구담배후습지다.

 

작지만 마름·갈대·줄·자라풀·노랑어리연꽃·털물참새피(귀화식물) 등의 다양한 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주민들이 버린 쓰레기가 쌓이고 이런저런 이유로 조금씩 매립되면서 훼손 면적이 커지고 있다.

 

▲인공 습지, 저수지·수로에 깃든 생명

 

어스름한 해질 녘이면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가 하늘을 뒤덮는 고창 흥덕 동림저수지, 큰고니가 한가로이 겨울을 나는 정읍 신천저수지, 천연기념물 수달과 원앙이 서식하는 대아저수지, 원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가시연꽃이 피는 임실 대정저수지.

 

넓은 들판에 물을 대기 위해 만들어진 저수지는 논병아리, 쇠물닭, 백로, 왜가리, 오리류 등 물새들의 서식처로 줄, 마름, 애기부들, 어리연꽃 등 다양한 수생, 수변 식물이 분포하며 습지와 땅을 오가는 양서류들이 산란을 하는 생태 거점축이다.

 

도내에는 약 2200여개의 농업용 저수지가 있다. 지난 2005년 전주의 한 환경단체가 전주시 64개의 소류지 식생과 이용 현황을 조사한 것을 제외하면 정읍시가 저수지 가시연꽃 분포 조사를 했다는 것 이외에 그 많은 저수지에 어떤 생물자원이 서식하고 분포하는지 체계적인 조사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저수지의 물은 수로를 따라 실핏줄처럼 사방으로 흘러간다. 어린 시절 농수로는 뱀장어, 가물치, 붕어 등 '물 반 고기 반'이었다. 김제시 청하 부근의 농수로는 금개구리의 서식지다.

 

하지만 실개천 같던 수로에 화학비료와 농약 성분이 흘러들어 가고 바닥까지 콘크리트 구조물이 앉혀지면서 습지로서의 기능이 사라져가고 있다. 수자원을 절약하는 것도 좋지만 습지와 생태통로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현명하고 지속가능한 이용을 시도해 볼 때다.

 

군산시 옥서면 비행장 인근 콘크리트 농수로와 휴경지에서 멸종위기야생식물인 매화마름이 발견된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만경강 화포와 동진강 문포

 

만경강과 동진강의 하구 갯벌은 서로 이어져 있으며 밀물과 썰물의 차가 커서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기수역이 넓게 형성돼 있다. 새만금 갯벌로 불리는 이곳은 수많은 갯벌 생물의 서식처이자 물고기들이 알을 낳고 어린 시절을 보내는데 부족함이 없는 풍요의 공간이다.

 

풍요는 풍요를 낳아 사람들의 삶도 넉넉했다. 국제적인 이동 물새인 도요새와 물떼새 40만 마리가 이곳에서 휴식과 먹이 활동을 한 뒤 다시 이동해 번식과 월동을 한다.

 

갯지렁이나 게, 조개 등 갯벌에 서식하는 저서 무척추 동물을 먹이로 하는 도요물떼새는 갯벌생태계의 건강성을 입증하는 지표종이다.

 

그러나 새만금 방조제가 막히고 먹이를 섭취할 수 있는 갯벌이 크게 줄면서 새들도 함께 줄었다. 그나마 동진강 하구 문포와 만경강 하구 화포 염습지 갯등이 갈 길 바쁜 도요물떼새들의 숨통의 틔워주고 있다.

 

▲산지 중층 습지-정읍 산호수 마을과 완주군 선무봉

 

도내에서 볼 수 있는 산지 습지는 진안 운장산과 인접한 완주 선무봉 540m 능선부에 위치한 중층 습지와 정읍시 산내면 종성리의 넓은 분지 두 곳이다.

 

선무봉 습지는 과거 농사를 지은 흔적이 있고 종성리 습지는 얼마 전까지 농사를 지었던 곳이다.

 

아래쪽으로 골짜기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언젠가 사시사철 습한 땅을 개간해 논과 밭을 만들고 마을을 이뤘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전가치가 뛰어나기 때문에 이습지가 갖는 생태학적·지리학적·자연 경관적 가치를 판정하고 생태보전방안의 기초 자료를 얻기 위해 체계적인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정현(NGO객원기자·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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