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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대기업 대출수요 감당 못해"

일부 대기업 저축銀 기웃..문전박대

글로벌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침체가 지속되자중소기업에 이어 대기업들도 자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기업들은 그동안 직접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왔으나 9월 리먼 브러더스사태 이후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은 연말까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야 하는데다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라는 정부 압박 때문에 대기업 대출 비중을 줄이고 있는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부 대기업들은 한계 상황에 부닥쳤으며 경기둔화가 장기화하면 다른 대기업들의 자금사정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 대기업, 은행 대출 창구에 `북적'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지난달부터 은행 대출 창구로 다투어 몰려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 은행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은행권의 대기업 대출 증가액은 9월 3조2천억원에서 10월 5조 원으로 늘어났다.

 

대기업들이 은행에 손을 벌리는 것은 9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자금시장이경색되면서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발행 여건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무보증 3년 만기 회사채(AA-) 금리는 9월 말 7.76%에서 이달 14일에는 8.83%까지 1.07%포인트나 치솟았고, 91물 CP 금리도 9월 말 6.67%에서 이달 4일 7.39%까지급등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자금 조달처를 은행으로 바꾸고 일종의 마이너스 대출인한도성 대출을 크게 늘렸다.

 

당장 자금이 필요하지 않은 대기업조차 한도성 대출을받아 예금에 넣어두는 방식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10월 들어 신규 대출보다는 기존에 약정했던 한도성 여신사용액이 증가했다"며 "환율 상승으로 외화대출에 대한 원화표시 환산액이 늘어난점도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모 은행 수신 담당자들은 "대기업들이 매출을 올린 뒤 이를 투자에 사용하지 않고 은행으로 들고와 대기업 예금도 함께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은행들, 대기업 대출 조인다하지만 대기업들은 이제 은행에서조차 돈 빌리기가 어려워졌다.

 

은행들이 연말까지 BIS 비율을 개선하기 위해 대기업에 대한 신규 대출을 사실상 중단했기 때문이다.

 

모 은행 관계자는 "CP와 회사채 발행에 의존했던 일부 대기업이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런 곳까지 은행이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중소기업과 건설사, 중소 조선업체에 대한 대출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은행들은 대외채무에 대해 정부의 지급 보증을 받는 대신 중기 대출을45% 이상 유지하겠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정부와 체결했기 때문에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은행 대출 담당자는 "은행들도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중기 대출을 늘리라고 연일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 대출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말했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대기업 대출 증가액은 9월 2천288억 원에서 10월 5천725억원으로 두 배가량 급증했으나 이달 19일 현재 2천190억 원을 머물고 있다.

 

우리은행의 대기업 대출 증가액도 10월 2조7천840억 원에 달했으나 이달 21일 현재 7천960억원으로 증가 폭이 3분의 1로 떨어졌다.

 

◇ 대기업, 저축은행에 `기웃'은행들이 대기업 대출을 조이기 시작하면서 일부 대기업들은 저축은행으로 눈을돌리고 있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대형 건설사들이 대출을 받아갔고, 일부는 대출을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축은행도 위험 관리 차원에서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 일시적인 유동성문제가 있는 우량 기업에만 대출을 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축은행의 경우 자기자본의 20% 이상을 동일인에게 대출하지 못하게 돼 있는데,대형 저축은행도 자기자본이 2천억 원 수준이어서 최대 대출 한도가 400억 원 가량이다.

 

따라서 대기업에 필요한 자금 수요를 저축은행도 감당하지 못한다.

 

저축은행들의 10월 말 기준 총수신은 58조5천억 원으로 9월 말에 비해 1조3천383억 원 늘었지만 총여신은 54조3천억 원으로 같은 기간 6천424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금융권은 아직까지는 대기업들이 일부를 제외하고는 자금 사정이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만큼 상당수 대기업이 자금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우리 경제가 더 어려워진다면 대기업도 자금난에 처할수밖에 없다"며 "우량, 불량 기업을 하루빨리 가려내야 은행이든 기업이든 숨통이트일 수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신동수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이 그동안 벌여놓은 사업이 있는데 운영자금을 구하지 못하면 생산이 줄고 경기가 나빠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며"부실기업 문제가 정상기업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옥석을 가리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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