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특근.잔업 중단에 고용 불안 확산
"세계 경제상황이 말이 아니라는 현실을 인정하지만 마음이 답답한 것은 어쩔 수 없어요. IMF 시절보다 더 혹독하네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이 1일부터 주말 특근과 잔업을 중단해 실질적인 감산 체제에 돌입하자 노동자들은 현실을 수용하면서도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급 대형버스 '유니버스'와 중형버스 '카운티' 등 2.5t 이상 상용차를 생산하는 전주공장은 이날 오후부터 주말 특근과 주.야간 2시간씩 이뤄지는 잔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전주공장은 출고해야 할 물량이 지난 10월 8천대에서 지난달말 현재 4천대 수준까지 줄어들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현대차는 앞으로 수출과 내수 경기 상황을 지켜 보며 차종별 생산량을 계속 조절해 나갈 계획이어서 주말 특근과 잔업이 언제부터 재개될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전주공장 버스부 조장으로 일하는 한모(41)씨는 "현 상황이 IMF보다 확실히 안 좋은 것은 사실이다"면서 "직원들이 한달에 한 번 하던 회식도 주저하는 등 추운 날씨만큼이나 몸도 마음도 춥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현재 버스부 직원 1천400여명 가운데 40%가 지난해 입사한 신입사원들"이라며 "이들은 경기가 더 안 좋아지면 1순위로 구조조정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태산이다"고 말했다.
트럭부에서 14년간 일해온 정모(37)씨는 잔업과 특근이 없어져 앞으로는 기본급만 받게 될 처지라며 안타까워했다.
정씨는 "직원 대다수가 현재 상황에 공감하면서도 '나만은 무슨 일이 없겠지'라고 생각하면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며 "이제 초등학교 아이가 둘이나 되는데 어떻게 버텨낼지 걱정이다"고 힘없이 말했다.
버스부에서 일하는 이모(39)씨도 "지금껏 기본급보다 잔업·특근수당으로 버텨왔는데 그것이 끊기면 아파트 대출이자 갚기도 빠듯하다"며 "현재 32평(107㎡)대 아파트에서 평수를 줄여 이사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현대차 전주공장이 감산에 들어가는 바람에 전주공장 산하 100여개 부품업체 대부분도 너나 할 것 없이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
자동차 외장재 납품업체인 A사는 가동률이 평상시의 40%에도 못 미치자 급한 물량만 처리하고 나머지 직원은 휴가를 떠나 썰렁한 분위기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언제까지 물량이 줄 것인지 가늠이 안 돼 더 답답하다"며 "이러다 힘 한번 쓰지 못하고 도산하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하소연했다.
B사도 가동률이 평소 대비 50% 이하로 떨어져 지난달 말부터 전 직원이 5일간 휴가를 내고 조업을 일시 중단했다.
회사 측은 "예전에는 주문량이 많아 생산라인을 100% 돌려야 했는데 지난 9월부터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생산라인을 수리하면서 공백을 메우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발 경제위기의 여파로 불가피하게 주말 특근과 잔업을 중단하게 됐다"면서 "그러나 인력조정은 없다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고 월 차량 생산량을 1천400여대 가량 줄여 노사 공동으로 현 위기를 극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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