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도심 건물 대형화탓 때 아닌 불청객 해마다 늘어
어느 여름날 귓가에 맴도는 낯선 '윙윙'거림을 들었다면? 어두운 방에서 잠에 취해있을 때 낯선 간지럼을 느꼈다면?
이때부터 여름이 왔다는 생각과 동시에 모기떼의 습격에 대비해야 한다. 적어도 몇 년 전까지 그렇게 모기는 여름 손님이었다. 하지만 요즘 모기는 바퀴벌레 다음으로 도심 곳곳에서 사계절 내내 발견되는 '도시 해충'으로 매일 사람들을 공격하는 '무법충(蟲)'이 됐다.
▲'겨울에 웬 모기?'
가장 귀찮은 방법으로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해충 중에 하나인 '모기'.
한밤의 더위를 피해 돗자리를 들고 야외로 나갈 때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밤송이처럼 부어오르게 만들던 모기들의 여름철 횡포. 하지만 이젠 한 겨울에도 자고 일어나면 모기에 물렸다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로부터 뚜렷한 사계절의 변화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랑이었지만 점차 계절의 특수성이 사라지면서 자연 생태계는 혼란에 휩싸였다. 해충들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전북환경보건연구원에 따르면 도시에는 빨간집모기가, 농촌 지역에는 작은 빨간집모기가 주로 발견되는 데 조사 결과 종과 개체수는 달라도 해마다 겨울철 모기 발생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치 못한 모기들의 겨울철 활동으로 시민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의구심과 함께 환경 파괴의 심각성에 대한 반증이라며 불안해 하고 있다. 계절 감각을 잃은 모기들의 '연중 활동'으로 괴로워하는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지면서 해당 관청·보건소 관계자들도 울상이다. 방역을 해도 끊임없이 발생하는 모기 관련 민원 때문이다.
모기들은 따뜻하고 습한 서식 환경만 맞으면 계절에 상관 없이 활동할 수 있을 만큼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다. 고인 물이 있는 곳을 찾아 한 번에 200~300개 의 알을 낳고 성충이 될 때까지 물 속에 살며 수명은 한 달 안팎이다. 암컷 모기는 흡혈·산란·휴식 과정을 4번 가량 거친 뒤 죽고, 수컷은 흡혈은 하지 않고 3~4번의 교미를 하고 죽는다. 이 주기가 맞으면 대부분 우기가 없는 10월 내에 공식적인(?) 활동은 끝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 주기가 맞지 않아 죽어야 할 모기들이 월동을 하고 산란을 하며 또 활동하고 있어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원인
이론적으로 모기들은 한 달 내에 생을 마감하고 대부분 추운 겨울 전에 죽는다. 이 중 극히 일부는 살아남아 월동을 하는데 추위와 건조함을 피하기 위해 지하로 파고들며 정화조나 난방 시설 내에 산다.
이런 모기들의 특성상 월동 모기는 '지구 온난화'와 '도심 건물의 대형화'에서 기인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들린다. 여름철 모기의 활동이 지나치게 활발하거나 개체수가 많은 때에는 월동 모기의 활동 때문이다.
더욱이 평균 기온 상승으로 모기들의 활동 시기도 길어지고 앞당겨져 전북환경보건연구원의 모기 채집 시기도 5월에서 4월로 무려 한 달 가량 빨라졌다. 지구 온난화로 평균 기온이 높아지면서 모기를 비롯한 많은 해충들이 계속 살아남거나 외려 겨울철에도 개체수를 늘리며 활동하는 등 겨울을 나는 모기 개체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건물들이 계속 지하로 파고들면서 난방 시설도 대형화되고 정화조가 설치되면서 모기들이 서식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고 있다.
이렇게 모기들이 지하 깊숙히 파고들면서 건물 내의 정화조에 대량 산란을 하고 사람 몸에 붙어 가정으로 들어가 흡혈하며 산다. 또 집안을 떠돌며 축축한 화분 안에 알을 낳고 번식하기도 한다.
난방 중인 아파트 보일러실이나 대형 건물과 공동주택 등의 지하실 역시 모기들이 생활하기에 적절한 온도를 보이기 때문에 모기들이 추운 겨울을 보내기에 알맞은 공간이 되는 셈이다.
이렇게 겨울을 보내고 살아남은 모기들이 계속해서 산란하고 번식하면서 여름철 모기 급증의 원인이 되고 있다.
▲사계절 유충 방제 필요
여름철 방제도 중요하지만 온갖 소독에도 살아남은 월동 모기들은 내성이 생겨 쉽게 죽지 않기 때문에 발견 즉시 정확한 방법으로 방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건소 역시 가을·겨울에도 소독을 하고 있지만 집안 구석구석은 스스로 살펴야 한다.
동마다 소독 인원이 배치돼 연무소독·연막소독·분무소독·정화조 소독을 담당하며 현재 보건소에서는 하수구 소독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경유를 약제와 섞어 소독하는 연막소독은 환경 오염을 유발하고 시야를 가려 사고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이 있어 물을 사용하는 연무 소독으로 점차 바꿔 소독하고 있다. 또, 음식물 쓰레기나 쓰레기 수거 장소 등은 분무 소독을 집중 실시하고 있으며 정화조에도 약제를 투척해 모기 방제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가정 내에 숨어 사는 모기까지 죽이기에는 부족하다.
먼저 가정에서는 아파트 지하실이나 개별 난방의 보일러실·벽이나 천장 등 따뜻한 곳에 모기향이나 살충제를 뿌린다. 사무실 같은 건물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모기는 물이 고이고 적당히 따뜻한 곳이면 어디든 살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웅덩이 같은 물이 고이는 곳이 없도록 살핀다. 웅덩이나 늪·정화조 등에서 월동하며 산란하는 모기들을 잡으려면 해당 보건소에 신고해 유충구제 작업을 실시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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