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무분별 개발 탓 하천 기능 상실 '건천' 계속 늘어
지난 9일 완주군 운주면 구제리 일대에 있는 구룡천. 오랜만에 장맛비가 내렸는데도 불구, 하천 바닥에 물이 전혀 없다. 마치 딴 나라에 온 것으로 착각이 들 만큼 아예 물을 볼 수 없었다. 지구온난화와 무차별한 개발공격으로 인해 자연환경이 죽어가는 현장이다.
▲ 갈수록 사라지는 하천
구룡천은 완주 경천저수지를 휘감는 지방하천이다. 길이 11km, 폭 5m로써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그리 작은 하천도 아니다. 이 하천수는 그동안 운주면 구제리 일대 주민들의 농업용수로 활용돼 왔다. 마을 주민들은 쌀농사에서 고추, 감자, 인삼 등 밭농사를 주로 짓고 있다. 하지만 십 수 년 전부터 하천에 물이 줄어들더니 최근에는 아예 물을 볼 수 었다. "얼마 전까지는 하천에서 물놀이까지 했다"고 마을 주민들은 안타까워했다.
하천이 죽어가는 것은 구룡천에 국한된 게 아니다. 도내에는 현재 총 479개(연장 3252km)의 하천이 있다. 이는 전국 하천 총 3975개(연장 3만162km)의 12%를 차지, 적지 않은 규모이다. 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재까지 용도 폐기된 하천은 전혀 없다. 그러나 하천 수가 없어 사실상 하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건천(乾川)'이 도내 하천의 10∼20%정도를 차지하는 50∼100개정도 달한다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하천사랑운동 김재승 회장은 "이 같은 추세라면 도내 하천 대부분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도심 소류지도 사라진다.
소류지는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데 긴요하게 활용된다. 요즘에는 미관적인 측면에서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이 같이 중요한 구실을 하는 소류지가 전주에서만 2000년대 들어 10여 개가 사라졌다. 안행제와 옥녀제, 서은제, 농소제, 양산제, 화전제, 태평제, 호동제, 방초제, 만수제 등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또 로강제와 엽순제가 곧 매립될 상황이어서 사라지는 소류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는 매립됐고, 일부는 소류지로서 용도 폐지됐기 때문"이라는 게 전주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앞으로 사라질 소류지가 더 있다는 것이 문제다. 지난 2004년 전북대 생물다양성연구소와 전주의제 21 등이 내놓은 '관내 소류지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도시계획 관련 시설로 지정돼 있는 소류지가 모두 20곳이며, 이중 8곳이 이미 용도 폐지됐다. 남은 12개 소류지도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은 물론 체육시설이나 근린공원, 도로개설 등 공공사업이란 미명하에 사라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주의제 21 신진철 사무국장은 "인간들의 이기심에 떠밀려 생태적, 환경적 가치를 지닌 소류지가 무자비하게 사라지게 될 상황에 놓여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 무분별한 개발정책이 문제
주요 하천이나 소류지가 사라지는 것은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무분별한 개발정책이 주 원인이라는 것이 관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구룡천 등 건천이 늘어나는 것은 산과 계곡 등 자연환경이 마구 파괴되기 때문이다. 농업용수 공급이나 홍수조절 등의 기능만 생각, 직강하천으로 만들어놓은 것도 원인이다. 소류지가 사라지는 것도 대부분 도시개발에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농소제와 양산제는 서부신시가지에 편입됐다. 방초제와 호동제, 안행제는 각각 전주공고와 쓰레기매립장, 효정초등학교 부지에 편입됐다. 곧 사라지는 로강제와 엽순제도 혁신도시에 편입, 사리지게 된다. 전북의제 21 조사에서 전주지역 소류지에서는 수십 종의 수생식물과 어류, 곤충 등이 서식하고 있다. 가시연꽃이나 맹꽁이 등 보호종도 일부 발견됨으로써 소류지가 지닌 생태적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금강 습지사업단 김영옥 단장은 "하천이나 소류지 등 자연환경이 갈수록 사라지는 것은 무분별한 개발정책에서 비롯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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