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처분 솜방망이
전주시내 A요양병원에 입원한 할머니 병문안을 간 박모씨(24·전주시 평화동).
간호사가 할머니에게 수액을 놓기 위해 팔과 손등에 주사 바늘을 꽂으려다 두차례 실패한 것을 알고 할머니가 아파하니 급한 것 아니면 나중에 맞자고 했다. 그 후 잠시 나갔다 온 박씨는 침대 옆에 매달린 링거에 피 맺힌 바늘이 매달려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놀란 박씨가 "피 묻은 바늘인데 그냥 이렇게 놔둬도 돼요?" 라고 묻자 간호사는 "아까 주사 놓다가 실패해서 그런 거에요"라며 별 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박씨는 기가 막혔지만 따지고들면 혹시라도 할머니에게 피해가 될까 싶어 아무말도 못했다고 했다.
B요양병원에 입원한 아버지를 찾아간 김모씨(50·전주시 효자동) 역시 위생적이지 못한 환자 관리에 기가 막혔다. 간병인이 맨 손으로 호스를 잡고 목에 뚫린 구멍으로 밀어넣으며 석션(suction)을 하고 있었던 것. 소독을 한다고 해도 몸 안에 넣는 의료기기를 위생 장갑도 끼지 않고 밀어넣는 모습을 보면서 세균에 감염될까 걱정됐다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주사바늘처럼 멸균 상태로 사용해야 하는 1회용 의료기기의 경우 재사용하면 바이러스 침투나 감염의 위험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되도록 공기와의 접촉 시간을 줄여 '공기 감염'으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또 석션도 위생 장갑을 끼고 실시해야 하며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교육을 받은 간병인에 한 해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요양병원은 병약한 노인들이 많고 대부분 고령이어서 세균 감염만으로도 치명적일 수 있다. 철저한 위생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그럼에도 일부 요양병원들은 위생 관리의 사각지대였다. 더욱이 식기나 생활 용품들의 세척과 소독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질병 발생 위험을 높이고 있었다.
이로 인한 보호자들의 염려가 커지면서 의료기기 사용과 위생 관리에 대한 철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보건복지가족부 의료정책 관계자는 "현재 의료법에 주사바늘 등 1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하는 행위에 대해 마땅한 처벌 기준이 없어 '비도덕적 의료 행위(의료법 66조)' 위반으로 보고 행정처분 하는 데 그쳤다"며 "처벌조항 신설 등 의료법 개정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행위에 응당한 처벌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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