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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 청춘]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김용자 어르신

말기 암 환자 편안히 떠날 수 있게 따뜻한 손길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김용자씨가 말기암환자를 돌보고 있다. 박덕열(desk@jjan.kr)

한 세기 절반을 넘긴 지 30년이 훌쩍 지나 '산수(傘壽 : 80세)'다. 손자들도 다 커서 응석을 부리지 않는다. 이제는 집에서 편히 쉬며, 노후를 보내도 될 듯하지만 매주 월~금요일까지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말기 암 환자들의 동행자로의 삶을 사는 노인이 있다.

 

젊은이들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로 노년의 불꽃을 피우는 주인공은 김용자씨(80·전주 인후동). 김씨는 3~6개월 남짓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투병 중인 말기 암 환자들이 자신의 생명을 존귀하게 여기며 편안히 죽음의 길로 갈 수 있도록 돕는다.

 

그뿐만 아니라 말기 암 환자인 남편 또는 아내·아버지·어머니·형제 등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떠나 보내야 하는 가족들의 이별 과정을 돕는다. 환자가 세상을 등진 이후에는 남은 가족들의 아픔도 달래준다.

 

2010년 경인년 새해 첫 월요일인 4일 김용자씨를 만나기 위해 전북대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암 센터 5층에 도착하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가 눈에 들어온다. 암 환자들이 입원하는 암 센터인데다 임종을 얼마 남기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어서인지 분위기가 차분하다 못해 무겁다.

 

기자가 찾아간 센터에는 2개 병실에 8명의 말기 암 환자들이 침대에 누워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들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환자들을 돌보는 호스피스 봉사자들 사이에서 김용자씨를 만날 수 있었다.

 

김씨는 60대 암 환자의 얼굴과 손·발 등을 수건으로 정성스레 닦아주고 있었다. 수건으로 닦아주는 봉사가 끝나자 환자의 팔과 다리를 주무른다. 김씨의 얼굴에 금방 땀이 맺힌다.

 

10여 분 이상의 케어가 진행되는 동안 60대 암 환자와 김씨가 나눈 대화는 "안녕하세요. 잘 계셨어요."가 전부다. 말할 기운도 없는 환자에게 김씨는 억지로 말을 시키지 않았다. 가만히 옆에 앉아 환자를 정성껏 돌봤다. 환자는 투병생활 때문에 앙상해진 얼굴에 미소를 머금는 것으로 감사인사를 대신했다.

 

김씨가 말기 암 환자들을 돌보는 호스피스 봉사활동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7년 전인 2004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병원에 입원해야 할 정도로 천식을 심하게 앓았어요. 너무 힘이 들어 하나님에게 기도했어요. 이 병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평생 아픈 사람들을 돌보며 살 거라고요."

 

김씨의 간절한 기도를 하늘에서 들어주신 것일까. 병원 입원을 반복하던 김씨의 건강 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했고, 김씨는 서울 연세대학교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호스피스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나서 1년 동안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이듬해인 2005년 전주에 내려오고 나서 엠마오사랑병원에서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2008년부터는 전북대병원과 엠마오사랑병원 두 곳에서 일주일 동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힘들지 않으시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씨는 "특별히 힘들거나 어려운 점은 없다"라고 했다. 김씨는 "집에서 병원에 오기 전 기분이 좋지 않았다가도 병원에 와서 환자를 대하게 되면 모든 것을 잃어버려요. 병원에서 말기 암 환자들을 돌볼 때 나는 없다."고 말했다. 오로지 나보다 힘든 사람들을 돕기 위한 봉사자만 있을 뿐이다고 말한다.

 

호스피스 봉사자로 살아온 지난 7년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의 임종을 지켜본 김씨. 이런 김씨에게 그간의 봉사활동 중 잊히지 않는 고인이 한 명 있다. "얼마나 힘들어요"라는 김씨의 질문에 오히려 미소를 건넸던 30대 환자다. 결국 세상을 떠났지만 지금도 그 환자를 돌볼 때의 일은 김씨의 기억에 생생하다.

 

"결혼을 앞둔 총각이었어요. 검진을 받았는데 말기 암이었던거죠. 젊은 사람이 너무 안됐다는 생각에 열심히 기도하고, 케어를 했어요. 그 젊은이가 세상의 좋은 기억만을 안고 세상을 떠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요."

 

김씨는 "젊은이가 세상을 등지고 나서 가족들이 아주 고맙고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어요. 마음은 아팠지만 그래도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하는 내가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남을 돕는 아름다운 사람(호스피스 동료)들과 함께 봉사를 하면서 오히려 생활에 활력을 얻는다는 김용자씨는 "봉사도 건강이 허락하기 때문에 할 수 있다"면서 "몸이 허락하는 한 암으로 세상과 이별을 해야 하는 많은 환자가 고통 없이 세상을 떠날 수 있도록 돕는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계속할 것"이라며 미소지었다.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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