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잘 해도 덤 준당게"…싱싱한 채소·푸짐한 인심에 손길 절로
"명절 왔는디 내 물건 사야지. 얼마큼 필요헌가?"
"말만 잘하고 단골이면 5000원 짜리도 4000원에 준당게."
모처럼 시장이 시끌벅적했다. 9일 찾은 전주 남부시장에는 평소보다 20% 가량 많은 손님이 몰려들면서 명절 대목을 느끼게 했다. 양손에 장바구니를 든 소비자들이 북적거리고, 상인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묻어났다. 지붕을 설치한 시장 안쪽 상점에서부터 매곡교에 쭉 늘어선 노점까지 물건 가격을 묻고 흥정하는 소리를 배경으로 손님과 자전거·오토바이·차량이 얽혀 돌아가는 풍경이 정겹다.
대형마트의 실내 조명 아래 비닐에 싸인 채 전시된 야채에 익숙한 기자에게 이리저리 속까지 살펴볼 수 있었던 천변 노점의 미나리·시금치·대파 등 야채가 더욱 싱싱해 보였다.
한 손에 올리기가 버겁게 크고 먹음직스러운 두부의 무게를 묻자 상인은 대번에 "1.3㎏!"이라고 외쳤다. 당장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달아보까? 두부보다 쪼매 가벼운 묵이 1㎏인게 이건 1.3㎏쯤 될꺼여"라는 상인의 말과 함께 저울은 정확이 1.3㎏을 가리켰다.
28년 동안 한 자리에서 야채를 판매하는 장순자씨(59)는 "명절이 되면 팔리든 안 팔리든 사람이 몰려 좋다"면서 "여기는 명절 3일 전에 손님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주로 야채·과일을 판매하는 천변을 둘러본 뒤 들른 상가 안쪽 정육점에서는 꼬치용·산적용 등 용도에 따른 손질이 한창이었다. 인근의 생선가게에서도 동태포를 뜨는 상인의 손길이 분주했다.
잡곡·약초를 파는 상점에서는 대부분 원산지를 표시하고 있었다. 일부 나물을 파는 곳에서는 원산지 표시를 일일이 해 놓지 않았지만 질문을 했을 때는 친절히 답을 했다. "요새 국내산 고사리는 구하려고 해도 거의 없어. 대개가 중국산이여."
주부 하영자씨(57·전주시 서신동)는 "대형마트 옆에 살지만 채소는 항상 싱싱한 남부시장에서 산다"면서 "시장은 푸지고 제품을 맘대로 골라서 살 수 있는 점이 좋다. 최근에는 원산지를 물으면 대부분 잘 설명해 준다"고 전했다.
지붕을 얹은 상가를 지나 찾은 곳은 남부시장번영회 사무실 한 켠에 마련된 선물세트 판매장. 전통시장에서도 어디에 내놔도 품질이 빠지지 않는 각종 선물세트를 구입할 수 있다.
장수사과 5㎏ 2만5000원, 표고버섯 2㎏ 2만5000원, 아카시아꿀 2.4㎏ 3만5000원 등 20여가지 선물세트가 소비자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번영회 김태진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최고 품질의 각종 선물세트를 저렴한 가격대에 마련한 만큼 이번 설에는 전통시장에서 선물세트를 구입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