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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살린 사람들] 유재룡 호시호 동상곶감 농장 대표

천혜 자연 속 유기농에 첨단 기술로 '명품 곶감' 만들어

유재룡 대표가 완주 동상농협에서 고종시 곶감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desk@jjan.kr)

"2008년에 감나무의 전정(剪定 : 가지치기) 작업을 하다 나무에서 떨어져 벼랑에서 굴러 갈비뼈 5대가 나갔습니다. 2009년엔 감나무에 영양제를 주려고 가다가 차량이 낭떠러지로 미끄러져 몇주간 병원신세를 졌습니다. '동상 곶감'의 명예를 지키려다 죽을 고비까지 몇차례 넘겼지만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완주군 동상면 신월리 용연마을 호시호(好枾虎) 동상곶감농장 유재룡 대표(52)는 곶감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구사일생의 순간을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다른 지역과 달리 동상면에서 곶감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유 대표와 같은 '아찔한 경험'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상 곶감은 운장산·연석산·대부산·위봉산·운암산 등의 심산유곡에 있는 감나무에서 원료인 감을 딴다. 해발 500~800m 깊은 산 계곡에서 수십~수백년간 토엽속에서 자생하는 고엽나무에 '고종시'품종을 접목시켜 감을 수확하는 것이다.

 

'고종시'는 일반적으로 곶감을 만드는 '두레시'와 달리 동상 일대에서만 나오는 씨가 거의 없는 곶감이다. 씨가 거의 없는데다 곶감으로 만들면 찰지고 부드러우며 육즙이 많다. 당도는 최고 수준이어서 동상곶감은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된 명품중의 명품이다.

 

완주군 동상에서 12대째 살고 있는 유 대표는 조상들이 언제부터 곶감을 만들었는 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조선시대부터 곶감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내려오고 있는 동상은 70년대까지 국내 7대 오지의 한 곳이어서 유 대표의 조상들도 '마땅한 소득작목이 없는 지형적 특성상' 곶감을 만들지 않았을까 추측만 할 뿐이다.

 

유 대표는 아버지 유홍섭씨(76)로부터 초등학교 입학전부터 곶감 만들기를 배웠다. 대여섯살 때부터 산에서 지게로 감을 옮기는 일을 했고 감 깎기·매달기·건조 등 곶감 만드는 과정을 도우면서 자연스럽게 전통적인 생산방법을 습득했다.

 

스물세살부터 서른한살까지 고향을 떠나 안해본 일 없이 온갖 잡일을 다해보다 마침내 귀향한 그는 본격적으로 곶감 생산에 뛰어들었다.

 

운장산 자락 굴바위 골짜기 '악산'에서 고종시 감을 수확해 아버지에게 배운 방법대로 곶감을 만들던 그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엘니뇨와 온난화 현상의 영향으로 수확한 감이 빨리 부패하고 감 건조가 어렵게 됐다. 곶감 생산이 날씨에 따라 수량은 물론 품질까지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문제에 부딪친 것이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95년부터 전국의 곶감생산지를 돌아다니며 현대식 생산시스템을 연구하게 됐다.

 

마침내 그는 저온저장 기술의 개발에 성공했고 감 수확 후 기온이 15도 이하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연건조를 시작한다. 60~90일간의 자연건조기간에는 음양과 건습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유황훈증 처리는 하지 않으며 열풍기, 방부제를 전혀 첨가하지 않는다.

 

고산 청정지역에서 오직 깨끗한 공기와 신선한 바람으로 감을 말린다.

 

이러한 기술을 살리기 위해 98년 12농가가 힘을 합쳐 '동상 곶감 작목반'을 설립했고 감 묘목을 더욱 많이 심게 됐다.

 

여기에 만족치 않고 그는 농약과 화학지료를 전혀 쓰지 않는 유기농 인증에 도전, 말못할 고생끝에 완주군에서 1호로 유기농 인증을 획득했다.

 

유기농을 인증받기까지 '돈이 안되니까' 그는 주위에서 "미쳤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1년에 대여섯번씩 산속에 들어가 그 넓은 곳의 풀을 베줘야 한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로 손쉽게 병충해를 예방하고 감나무의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지만 그는 '자연농법'으로 나무를 기르고 감을 수확했다.

 

피나는 노력 끝에 유기농 인증을 받고 첨단화된 기술을 완성시킨 그는 곶감 생산과 관련, 교육과 강의를 수없이 다녔다. 또 인증농산물생산자연합회 전라북도회장을 맡는 등 친환경 농산물 확대에 힘을 쏟았다.

 

고산곶감의 친환경을 향한 집념은 확산돼 지금은 80여명 동상곶감 작목반원중 30여명이 무농약 이상의 등급을 자랑한다.

 

유 대표는 올해 20동(1동 : 1만개)의 곶감을 생산했다. 동상에서 20여동은 '악산'지형을 감안했을 때 다른 곳에서 100동과 비슷한 규모이다.

 

하지만 1개의 감도 소홀히 다루지 않는다. 상처가 생기면 상품성이 없으므로 감을 계란 보다 조심해서 다룬다.

 

20만개의 곶감은 거의 사전 예약판매로 다 팔린다. 대도시의 유명백화점에서 특히 인기다. 그는 "개인적으로 올해 곶감이 수요에 비해 절대 부족, 올 겨울에는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건조과정에서 50~60일이 지나면 저절로 분말(백분)이 형성되는데 이를 소비자들이 첨가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분말이 나와야 전통방법으로 만들어진 곶감"이라면서 "동상의 고종시 원료와 천혜의 자연조건, 농가의 최신시설이 어우러져 우리나라 최고 품질의 곶감을 생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기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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