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한지사 제조…2006년 니트산업연구원과 함께 개발 성공
한지 양말, 한지 속옷, 한지 넥타이, 한지 스카프 등 한지의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한 쌍영방적㈜ 김강훈 대표(49). 쌍영방적㈜과 한국니트산업연구원의 한지사(絲) 개발 사례는 250억원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 최근 지식경제부에서 RIS(지역연고산업육성사업) 우수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황사로 인해 하늘이 뿌옇던 지난 20일 익산시 어양동 익산자유무역지역에 위치한 공장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정읍 신태인 출신으로 전북기계공고·전북대를 졸업, 지난 1987년 ㈜쌍방울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뒤 방적 업체의 대표이사까지 된 사례는 업계에서 김 대표가 처음이라고 한다. 한지사의 성공 가능성을 주목하고 산업화를 포기하지 않았던 김 대표로부터 한지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결혼식장에서 얻은 한지사 착상
한지사는 닥나무로 만든 한지를 잘게 자른 뒤 이를 다시 꼬아서 실처럼 만든 제품이다. 이 실로 한지 원단을 짠다. 기능·가격 등을 고려해 한지사와 면·견 등의 다른 실을 섞어 양말·속옷·잠옷·이불 등을 만든다. 쌍영방적㈜은 국내 유일의 한지사 제조 기업으로, 한지사 제조 방법과 기계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8년 20억원, 지난해 3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올해는 50억원으로 급상승할 전망이다.
한지사 개발은 15년 전 결혼식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랑·신부 퇴장 때 터트린 폭죽에서 나온 종이테이프를 무심결에 주워 만지작거리다 꼬았더니 어느새 제 손에서 실이 됐습니다. 지금도 결혼식장에 가면 그 생각이 납니다."
김 대표는 지난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한지 관련 책과 제지 공학을 공부했다. 지난 2006년 '기능성 닥소재 제품 산업 RIS'에 한국니트산업연구원과 참여, 기술 이전을 받고 이를 개선시켰다.
"처음에는 미쳤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한지는 이미 선조들이 흡습성·통기성을 입증한 바 있고, 다만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을 뿐입니다. 한지사는 섬유에 한지를 접목한 융·복합 산업으로 조상의 얼을 계승·발전시킨다는 자부심이 들어 있습니다."
한지 배냇저고리에서 수의까지 활용 영역은 다양하다. 현재 유명 유아복, 속옷 브랜드에 한지사를 납품하고 있다. 김 대표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섬유 중견 기업에 한지사를 판매하며 한지사의 우수성을 알리고 세계적인 패션쇼와 전시회 등에 참가해 한지사를 소개하고 있다"고 판로개척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쌍영방적㈜이 선보인 제품 하나 하나에는 모두 사연이 있다고 전했다. 생산직 여성 직원들이 남는 한지원단을 손바닥만큼 잘라가는 모습을 보고 용도를 추적했다. 속옷 안에 한지 원단을 넣으면 땀 흡수가 잘 된다는 대답을 듣고 만든 제품이 한지 브래지어다.
▲쌍방울에서 분사 뒤 한지사로 홀로서기
쌍영방적㈜은 ㈜쌍방울의 방적사업부에서 출발했다. 지난 1997년 봄 자회사의 부도와 외환위기로 분사하면서 김 대표가 맡았다. 독립했지만 자본금이 없어 십시일반 우리사주로 모회사에서 받은 퇴직위로금을 출자해 회사를 세웠다.
지난 2007년 공장 부지가 매각돼 모든 직원이 자동 해고됐다. "처음 사장을 하면서 많이 고전했습니다. 지난 2007년 여름 휴가를 떠나려 짐을 싸던 날 모회사 소유의 공장 부지가 팔렸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직원에게는 휴가가 끝나고 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루아침에 회사가 통째로 사라지고 500여명이 직장을 잃어 가장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물은 급히 흘러도 달은 흘러가지 않는다(水急不流月)'는 말을 신조로 삼는 김 대표는 2008년 4월 익산시와 전북은행 등의 지원으로 지금의 한지사 전문 제조 공장을 세웠다.
▲한지사 활용 산업 확대
"한지사는 기존 섬유의 대체·경쟁 소재가 아닌 기존 소재와 함께 부가가치를 높이는 소재입니다. 하지만 기존 방적기와는 기기가 달라 아무나 할 수는 없습니다. 선점 효과는 있지만 시장 개척이라는 어려움이 있어 부담을 느낍니다."
김 대표는 현재 한지사의 활용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다양한 제품을 개발, 각 분야의 전문 업체가 이를 활용하도록 유도한다는 것.
그는 "10년 뒤에는 한지사가 내장된 최고급 승용차가 출시된다. 현재 중대형차량의 좌석 시트를 만들려면 소 6마리의 가죽이 필요한데 이를 한지로 바꾸면 친환경적이다"면서 "향후 닥나무 식재 계획을 실행해 농가의 소득 향상을 도모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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