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에서 취미활동 등 기분 전환토록
'好雨之時節, 當春乃發生…'
좋은 비는 때를 알아, 봄이 되니 저절로 내리네.
서민들의 애환을 그리며 주로 어둡고 우울한 시를 썼던 두보도 '춘야희우(春夜喜雨)'에서는 이처럼 봄비를 반기며 생동하는 봄을 표현했었다. 하지만 때를 모르고 벚꽃 위에 내리는 봄날의 눈을 보았다면 두보는 무엇이라고 했을까?
따뜻한 봄을 기대하는 마음과는 달리 여전히 추운 날씨와 전해져오는 우울한 사건 사고들, 연이어 들려오는 중국의 지진소식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한의학 고전의서인 「황제내경」에서 말하길, "춘 삼월은 발진(發陳) 즉, 묵은 것을 털어내는 시기로서 천지에 생명력이 가득하고 만물이 새싹을 피운다"라고 하여 봄은 좋은 기운이 잘 뻗어나갈 수 있는 시기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또다른 의미에서 봄은 오행(五行)으로 따져보자면 간의 기운이 활발해지는 계절이다. 오장육부를 계절에 비추자면 봄에 해당하는 장부가 바로 간이며, 간의 주요 기능이란 소설(疏泄) 즉, 기혈을 온 몸에 고루 퍼지게 하는 것이다. 이렇듯 봄이 오면 오장육부 중에서 간의 기운이 충실해지면서 온 몸에 기혈을 고루고루 막힘없이 펼치게 되어있기 마련인데 안타깝게도 간이 기혈을 온 몸에 제대로 퍼지게 하지 못하고 어딘가 막히게 되어서 제대로 퍼지지 못하면 '간울(肝鬱)' 즉, 간의 기능이 울체되는 증상으로 우울증이 발생하게 된다.
즉 봄이란 생명력이 가득하고 잘 뻗어나가는 간목(肝木)의 기운이 강한 만큼 막히고 울체됨이 쉬운 계절인데, 요즘의 분위기는 그 우울함을 더 조장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우울증의 원인은 매우 많으나 그 중 간에 의한 우울증은 온 몸으로 기혈을 시원하게 돌리지 못하는 탓에 간에 열이 오르게 되어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안정을 하지 못하며, 쉽게 피로하고 입에서 쓴 맛이 돌며 눈이 충혈되는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렇게 간이 피로해져서 발생하는 우울증이 심해진다면 한의학 고서인 「황제내경 사기조신대론(四氣調神大論)」에서 그 답을 찾아볼 수 있다. 머리카락을 강하게 묶거나 핀으로 고정하는 등의 스타일을 피해 머릿결이 바람에 잘 휘날릴 수 있도록 느슨하게 풀도록 하고, 옷은 꽉 끼지 않는 편안하고 활동적인 것을 선택하고 빌딩으로 가득한 답답한 도시나 집에만 있지 말고 마음을 진정시켜 주는 색인 녹색의 풀과 나무가 가득한 자연에 나아가 봄의 기운을 듬뿍 받으며 기분전환을 하라고 되어 있다. 즉, 가벼운 운동이나 야외에서의 취미생활을 즐기면서 옷차림과 전체적인 스타일은 되도록 헐렁하게 하는 게 도움을 준다는 의미이다.
그러고 보니, 봄철 간목의 우울증이라는 것이 너무나 활기차게 시작하고자 하여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다그치는 데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눈이 많이 오고 추운 날이 들쑥날쑥했던 겨울이라 해도 결국 그 끝에는 따듯한 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우울증 역시 아무리 막히고 답답한 증상이 심하다고 해도 그 끝에는 봄의 제 기운과 같은 산뜻함이 분명 기다리고 있으니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춘야희우'의 두보가 되어 봄의 여유를 가져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봄이 되면 자연스럽게 쌉쌀한 새순을 덮은 매운 비빔밥이 생각나는 것도 몸의 요구에 의한 자연스런 반응으로 간의 기운이 막혀있는 것을 풀어주는 좋은 음식 중 하나이니, 비빔밥을 먹으며 새싹과 봄기운을 느껴보자. 우울한 날씨, 뒤숭숭한 사건들이 가슴 아프지만 너무 동요하지 말고 재촉하지 말고 차분하게 봄기운에 대응해 가는 것이 필요한 때란 생각이 든다.
/이은희(우석대학교 한방병원 부인과)
▲ 이은희 교수는
우석대 한의과 대학졸업, 석·박사
우석대 한방병원 한방부인과 전문의
우석대 한방병원 한방부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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