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 해넘기기 일쑤·준공허가도 고통의 길…지역업체 참여 좁은 문
건설업계에 놓인 벽으로는 제도 시행 및 인허가권을 가진 행정, 자금줄을 쥐고 있는 금융, 내부 경쟁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 다시 크게 보면 정책·금융을 뒷받침하는 지원기관과, 생존경쟁을 벌여야 하는 동종업계로 압축될 수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보면, 제도변화와 함께 인식의 전환이 병행돼야 지역경제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건설업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가 사업을 영위하는데 가장 높은 벽으로 다가오는 것은 무엇보다 행정이다. 인허가권과 발주권을 가진 행정이 '갑'이라면, 갑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하는 건설업체는 '을'의 위치를 벗어날 수 없는 구도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건축을 추진하면서 인허가를 받기까지 수개월에서, 많게는 해를 넘기는 사례가 적지 않은가 하면, 진행중인 공사의 관리·감독이나 준공허가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고초'의 정도를 업계의 노하우로 치부한 지는 이미 오래됐다.
도내 A건설사 한 관계자는 "민원이나 법적인 해석에만 매달려 인허가가 지연되면, 업체 입장에서는 금융비용 등으로 수억원 이상의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면서 "지역개발의 큰 틀에서 접근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발주권자로서의 성숙되지 않은 행정도 도마위에 오를 때가 많다. 대표적으로 최근 잇따라 각 업계의 반발을 초래한 입찰공고를 들 수 있다. 실제 김제 지열냉난방공사, LH의 가스시설공사, 남원국도사무소의 포장공사, 군산 근대역사문화 전시시설 등의 경우 설비업계와 전문건설업계의 반발에 부딪히는가 하면, 최근 지역정가에 이슈로 떠오른 보안등 교체사업 역시 전기공사업계의 거센 반발로 파문이 확산됐다.
이들은 대부분 실적 등을 과도하게 제한해 지역업체의 참가 기회를 박탈하면서 업계의 반발을 불러 왔고, 일부는 당초 입찰을 취소하고 정정공고를 통해 지역업체에 참여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당초부터 지역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B건설사 한 관계자는 "설계 당시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아 설계변경이 불가피한 상황도 있다"면서 "하지만 설계변경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당연한 요구를 할 때도 발주기관의 눈치를 봐야 하는 등 결과적으로 건설업체에 책임이 전가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금융기관 역시 '갑'의 위치에서 높은 장벽을 치고 있다. 개별 사업성에 대한 평가보다는 담보나 보증 위주의 자금지원은 말할 것 없이, 유동성 위기에 놓인 기업에게는 지원보다 자금 회수에 나서 자금난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도 허물기 힘든 장벽으로 꼽히고 있다.
"조금만 이상한 징후가 나타나도 흉흉한 소문에 휘말리고 이는 곧바로 자금난으로 연결된다. 지역에서 사업하기 정말 힘들다"는 한 부도업체 관계자의 탄식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지역업계가 생존경쟁에 휘말리다 보니 '상생'이 뒷전으로 밀리는 것도 업계 내부의 장벽으로 작용하는 사례가 많다. 대기업과의 컨소시엄 구성을 위해 치열하게 벌이는 로비전은 결국 업계의 출혈경쟁으로 이어지고, 종합-전문건설업계간 업역다툼은 업계간 갈등 및 소모적 논쟁을 초래하기도 한다. 최근의 새만금 방수제 공사 입찰과 주계약자제도로 발주된 전주 건산천 복원공사 등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재연됐다.
C건설사 관계자는 "도내 업체들의 로비전이 치열하다 보니 대기업들이 도내 업체를 '봉'으로 여길 때가 많다"면서 "도내 업계간 이해를 조율해줄 수 있는 조정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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