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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힘 2050] 한국편지가족 전북지회

주부편지쓰기대회 입상자들 출발…20~70대 다양한 연령층 참여

지난해 5월 편지글 모음집 「한울타리」13집 출판기념회에서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desk@jjan.kr)

# 1. 새싹이 발바닥을 간지럽히는 게 느껴지는 철원. 이곳에도 아주 자그맣게 봄이 자라나고 있나 봅니다.(…) 건강이 걱정입니다. 입대할 때도 그랬고, 엄마의 건강이 항상 과하다 싶을 정도로 관리하셨으면 합니다. (최 인씨가 쓴 '어머님께' 중에서)

 

# 2. 그곳에도 봄의 기온이 스미고 있다니 다행이구나. 따스한 날 하루도 없이 늘 꽁꽁 얼어붙은 긴장과 고통의 시간만 있을 것 같은 상상은 다소 내려놔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 어떤 경우라도 참 잘해내리라는 믿음, 나름대로 인생을 걸계하고 멋진 삶을 위해 고뇌하며 산다는 믿음. 아무 생각 없이 살지 않는다는 든든한 믿음이 있다. (박갑순씨가 쓴 '사랑하는 아들에게' 중에서)

 

정성들여 쓰는 마음, 답장 받는 기쁨. 손글씨로 꾹꾹 눌러쓰는 편지 대신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가 대신한 지 오래 됐다. 한국편지가족 전북지회(회장 서애옥)는 지난 1993년부터 현재까지 편지쓰기의 향수를 간직해온 모임이다. 이는 우정사업본부 정보통신부 산하 단체로 당시 전국적으로 열렸던 '주부편지쓰기대회' 입상자들의 모임에서 출발됐다. 회원수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지만, 손글씨 쓰는 즐거움을 간직한 주부 60여 명이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20대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가 참여하고 있지만, 대다수가 문인들. 편지로 여는 또 다른 세상을 이어간다.

 

"중·고등학교 때 문학소년·문학소녀를 꿈 꿔보지 않은 이가 있나요? 그런 그리움을 간직한 분들이 편지 가족이 된 거죠."(서애옥 회장)

 

최순용 할머니는 한국편지가족 전북지회 열혈 회원이자 70대 최고령 회원. 캐나다에 있는 막내 아들을 위해 꼬박 꼬박 편지를 쓰는 그는 "편지는 전화 보다 감동이 오래간다"며 "눈이 어두워도 편지 쓰는 일은 즐겁다"고 말했다. 이렇듯 손글씨의 불편함이나 번거로움도 편지를 받는 이에게는 커다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국편지가족 전북지회는 지난해부터 다문화가정, 장애인복지관, 사회복지관을 대상으로 편지쓰기 강좌도 새롭게 열었다. 체계적으로 편지쓰는 법을 가르치기 위한 것. 그렇다고 해서 편지 잘 쓰는 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서 회장은 "솔직한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울컥 비어져 나오는 슬픔도 가감없이 담을 때 그런 글들이 꽂히는 법"이라고 덧붙였다.

 

편지글 모음집 「한울타리」 출간도 올해 14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4월 한국편지가족 전북지회가 주최한 '초등학교 편지쓰기대회'에서 무려 8000여 통이 넘는 편지를 거둬 들여 원고를 추리느라 어려움이 컸다. 회원들은 "투박하고 솔직한 이야기에 많은 감동을 받게 된다"며 "올해도 사랑과 평안을 기도하는 가슴 뭉클한 글들이 많아 골라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회원들은 마음을 담은 편지글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서 회장은"한문이나 영어 보다 한글 쓰기를 강조한다"며 "한글이 없어지지 않는 한 편지쓰기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정의 달, 5월엔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쓰는 날이 됐으면 좋겠다"며 "편지로 인해 자신의 삶을 여물게 하는, 따뜻한 마음의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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