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프리카' 일본시장 60% 점유…'정직' 원칙·농민 지지로 외환위기 극복 급성장
일본 파프리카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는 김제시 순동의 농산무역㈜. 농산무역의 수장인 조기심 대표(50)는 농업의 규모화·시설화를 통해 파프리카 시장을 개척했다. 사업 초기, 파프리카를 버릴지언정 헐값으로는 국내시장에 내놓지 않았던 신념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소비자와 거래처 중심의 농업과 정직한 기업만이 살아남는다고 역설하는 그의 성공 이야기를 들어봤다.
▲파프리카, 모험 도전
지난 14일 오전 농산무역 건물에 들어서자 알록달록 5가지 색깔의 파프리카 그림이 방문자를 맞이했다. 2층 조 대표의 사무실 벽은 한옥의 창살무늬가 장식하고 있었다. 바쁜 일정으로 인해 수 차례의 인터뷰 요청 끝에 만난 그는 시원시원하고 긍정적인 사고의 경영자였다.
농산무역을 통해 파프리카를 출하하는 영농법인 조합원 농가는 모두 95호. 이들은 지난해 일본에 3207톤을 수출했다. 하지만 조 대표는 올해 이상기후로 작황이 부진해 50% 감소를 전망했다.
평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을 금언으로 삼고 있는 그는 지난 1995년 동생이 고향 김제에 유리 온실을 지으면서 의류 사업을 접고 파프리카 농사에 뛰어들었다.
"온실을 지었는데 작물이 고민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오이·토마토를 많이 했는데 시장은 포화상태였죠. 그때 떠오른 게 파프리카였어요. 의류 사업을 하며 일본을 자주 방문했는데 90년대 초 일본에서는 육질이 두껍고 당도가 높은 파프리카를 과일처럼 먹더라구요."
1996년 일본으로 첫 수출을 했다. 당시 일본에서는 네덜란드산이 3000원~4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한국산은 신선도와 가격에서 우위였다. 문제는 중간 수출업체였다. 그래서 일본 농산물 유통회사인 '돌 저팬(Dole Japan)'과 직접 거래를 시작했다.
▲사업 초기, 파프리카 땅에 묻기도
수출을 시작했지만 문제는 수출량이었다. 초기에는 생산량의 80%를 버렸다. 일본 거래처에서는 수확량의 20%만 구입했지만 국내 시장에는 저가 납품을 하지 않았다.
"당시 국내에서는 파프리카가 생소해 먹는 법이나 요리법이 보급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처음부터 국내에 '파프리카=저가'라는 인식이 심어지면 향후 생산자의 마진이 줄어들기 때문에 남는 물량은 눈물을 흘리며 땅에 묻었어요."
2년 뒤 거래처의 신뢰를 얻어 수출량이 늘었다. 거래처에서 요구하는 조건대로 균등한 품질과 수량을 맞췄다. 특히 교포시장이 아닌 일본 전체를 대상으로 한 만큼 장기간 성장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 2000년 파프리카 바이러스가 창궐해 온실의 파프리카를 모두 뽑아버리기도 했고, 지난 2005년에는 다른 파프리카 수출 농민의 상품에서 농약이 검출돼 한달 반 동안 수출이 모두 중단돼 위기를 맞기도 했다.
▲외환위기, 성장의 발판
외환위기는 농산무역의 규모가 커지는 계기가 됐다. 외환위기 때 환율 상승과 함께 수익도 올랐다. 또한 당시 화훼농가의 줄도산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파프리카로 전환하겠다는 문의가 잇따랐다. 문제는 전환비용이었다. 조 대표는 일본 거래처에 보증을 서고 약 40억원을 빌려 이들에게 담보 없이 저리로 빌려줬다. 일본 거래처는 조 대표를 믿고 자금을 댔고 조 대표도 농민을 믿었다.
하지만 균등한 품질이 문제로 불거졌다. 여러 농가에서 나오는 파프리카의 일정한 품질 유지를 위해 지난 1999년 참여 농민과 공동출자로 현재의 농산무역을 설립, 여러 농가에서 생산하는 파프리카를 선별·출하했다.
"농산무역 설립 뒤 대표를 맡았지만 재배농민인 주주가 저를 지지하고 믿어줘서 성장했습니다. 이익이 생기면 주주와 나누고, 투명성·정직성을 갖춘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어 도내 농업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규모화를 통해 유통 과정에서 생산자의 이익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
"농업인 대부분은 소농입니다. 이들이 뭉쳐서 효율은 높이고 원가를 낮춰야 합니다. 대규모 시설작물로 생산자가 규모화를 이루면 유통업자보다 우위에 설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이 재배하는 제품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생산자 위주가 아닌 소비자의 요구 사항에 발빠르게 대응해야 합니다."
먹을 거리를 제공하는 농업을 해서 행복하다는 조 대표는 앞으로 원가 절감으로 생산량을 늘리고 품질 향상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단일작목이지만 지속적으로 원가를 줄이기 위한 재투자가 이뤄져야 합니다. 시설 보완을 통해 하절기 작황을 늘리고 연중 생산시스템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또한 일본뿐 아니라 중국 등으로 수출 시장 다변화하는 등 유통 경로의 다양화가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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