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한 진공채혈관 생산 공장…52개국 수출…자신 피뽑아 임상실험 꾸준한 연구개발 온 힘
지난 2007년 독일의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의료기기 박람회장. 김제시 순동에서 자동차 부품과 농수산물 플라스틱 상자를 만들던 ㈜I.T.P의 양경식 대표(51)는 2년 동안 밤을 지새며 개발한 플라스틱 진공채혈관을 선보였다. 이후 2008년 6월 진공채혈관 생산을 전담하는 ㈜SPM을 설립, 현재 유럽·중앙아시아·아프리카 등 52개국에 진공채혈관을 수출하고 있다. 휴일 없이 24시간 공장을 가동, 하루 70만개를 생산해도 공급량이 부족해 현재 국내 납품은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올해 25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삼을 만큼 없어서 못 파는 진공채혈관은 중소기업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양 대표의 피땀이 어린 산물이었다. 22일 김제시 순동산업단지에서 양 대표를 만나 사업 이야기를 들어봤다.
◆ 유도선수 그만두고 플라스틱 제조에 빠져
전주가 고향인 양 대표는 상고를 다녔지만 부기·주산에는 영 취미가 없었다. 대신 운동신경이 뛰어나 체육 선생님의 '발탁'으로 유도선수로 활동했다. 대학도 운동으로 진학했지만 운동선수로서 당시 고등학교 선배들이 받는 은행원 월급을 받기에는 실력·노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으로 과감히 운동을 접었다.
군 제대 뒤 우연히 친구와 서울시 독산동의 한 플라스틱 공장에서 여행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열흘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이 경험이 그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당시에는 플라스틱 제조업이 유망산업이었고 공장도 몇 개 없었죠. 제조업을 해야 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전천후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이야 말로 제가 할 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바로 중고 플라스틱 제조기계 1대를 구입해 창업을 했습니다."
그 뒤 양 대표는 공학·화학을 독학으로 공부했다. 양 대표는 "한번 물면 놓지 않는다"고 자신할 정도로 끈기가 강해 궁금하면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답을 찾아야 하는 성격이다. 이런 열정을 바탕으로 기계를 사다 분해·조립을 반복하면서 플라스틱 사출업계에서 탄탄한 기업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 2000년 ㈜I.T.P는 김제 순동산업단지에 입주했다.
◆ 피땀으로 만든 진공채혈관
양 대표는 대기업 납품으로는 이익이 늘지 않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매출의 10%까지 연구개발비에 쏟아 부었다. 여러 가지 제품을 만들었지만 신통치 않았다. 5년전 간호사인 아내에게서 착안해 진공채혈관 개발을 시도했다. 하지만 당시 소재 자체를 구하기 어려워 국내 대기업 연구소를 찾아 대량 생산이 가능한 플라스틱 소재를 공동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산 설비로 생산이 가능한 소재를 만들어 달라고 6개월 이상 대기업을 설득했다.
무수히 반복하는 임상실험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사람의 신선한 피'였다. 함부로 반출될 수 없는 혈액을 구하는 방법은 자가 조달이었다. 양 대표의 팔은 여기저기 주사 바늘 자국이 가득하고 ㈜SPM 직원에게도 채혈은 일상적인 일이다. 유리병을 플라스틱으로 바꾼 것에서 나아가 이제는 플라스틱 안에 여러 시약을 넣어 병원 검사실의 업무를 줄이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
"진공채혈관의 용량이 1㎜~9㎜로 다르고 채혈관 속에 넣는 시약의 종류·농도에 따른 각각의 변화를 살펴야 하는 만큼 그때 그때 필요한 양을 팔에서 뽑아서 쓰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4개국에서만 생산되는 진공채혈관. 양 대표가 내세우는 경쟁력은 기술력과 가격이다.
"적정한 양의 피만 뽑도록 진공값을 설정하는 것과 균일한 진공값, 즉 채혈관의 품질을 일정하게 만드는 게 핵심입니다. 철저한 원가 분석으로 환율이 1000원 밑으로 떨어져도 이익에 영향이 없을 만큼 가격을 설정했습니다. 품질 좋고 싼 물건이면 사지 않을 사람이 없죠."
◆ 강소기업 위해 품질 향상 지속
자동차 부품과 의료기기가 언뜻 어울리지 않다고 의문을 표시하자 양 대표는 기존 사업과 진공채혈관 제조가 별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플라스틱의 쓰임새가 다를 뿐 같은 맥락입니다. 중소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자기가 열정을 가지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여야 합니다. 진공채혈관은 개발할 당시 새로운 시장이었죠. 시장성이 좋은데다 대기업이 뛰어들지 못한 틈새 시장을 노렸던 겁니다."
생산에서 소비까지 추적이 가능한 바코드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좀더 신뢰를 쌓는 서비스 품질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또한 52개국에 수출하는 만큼 이동과정에서 온도에 따른 변성을 예방하는 품질 향상으로 진공채혈관의 유통기한을 22개월까지 늘리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가 생각하는 성공을 물었다.
"아직은 꿈입니다만 지금보다 열 배 이상 생산시설을 늘려 매출 1조원을 달성하면 성공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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