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침 경계' 허무니 댐 용도 '무궁무진'
우리사회에서 댐은 상수원과 결부돼 하나의 성역처럼 여겨지고 있다. 우리가 마실 깨끗한 물의 확보를 위해 댐 주변이 개발제한구역이 되고, 댐에서 발생하는 녹조 등 수질을 위협하는 요소는 커다란 문젯거리로 대두되고 있다. 그만큼 우리사회의 댐은 홍수방지 뿐 아니라 상수원 확보라는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다.
일본의 댐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위치별로 각 댐이 가지고 있는 역할이 다르다. 홍수방지 또는 수력발전에 중점을 맞춘 댐이 있고 상수원 확보와 관련된 댐이 있다. 또 댐의 상당수가 강의 최상류에 위치해 오염원이 많지 않다보니 수질과 관련해 댐이 그다지 성역처럼 취급되지 않는 경향도 있다. 댐 바로 옆에 관광을 위한 증기기관차가 운영되고 댐 안에서는 주민과 관광객들이 카누를 즐기는 곳도 있다. 시즈오카현에 있는 나가시마댐이 이런 경우다.
▲ 시민에게 개방되는 '지역에 열린 댐'
일본 시즈오카현의 일급 하천, 오오강 수계 오이 강의 상류에 설치된 나가시마댐은 1972년 건설에 대한 조사를 시작, 2002년에 완공됐다. 댐 건설 조사부터 완공까지 29년의 세월이 걸린 셈이다.
댐 길이 308m, 높이 109m로 저수용량은 7800만㎥의 다목적댐인 나가시마댐은 홍수 조절, 유수 기능 유지, 관개, 상수도 용수 공업 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 '지역에 열린 댐'으로, 댐 제방 일부 일반 개방과 저수지 주변 시설 설치를 허용하는 등 지역 활성화를 위한 노력도 겸하고 있다.
나가시마댐은 완공 전인 1995년에 '지역에 열린 댐'으로 지정됐다. '지역에 열린 댐'은 지방 도시의 요구에 따라 일반 댐에 비해 보다 유연한 관리를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댐을 지칭한다. 예를 들어, 지방 도시의 적절한 관리를 조건으로, 댐의 제방 부분을 시민에게 상시 개방하고 댐 관리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저수지 주변에 야외 시설의 설치를 허용하는 등 댐 주변 지역이 시민들의 쉼터로 활용될 수 있다.
▲ 증기기관차와 함께 관광 명물로
나가시마댐 바로 밑에는 시키사이공원이 있다. 작은 못과 정자 등 쉼터가 있고, 봄이면 주민들이 심은 벚꽃이 만개하고 4년 전부터는 양잔디를 심어 푸근한 느낌마저 준다. 울긋불긋 단풍이 물드는 가을철에는 그야말로 관광명소. 특히 댐 건설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증기기관차를 철로를 새로 개설해 만들어 놓음으로써 관광명물이 됐다. 차로 20분이면 가는 거리지만 증기기관차로 가면 1시간 30분 코스. 느릿느릿 움직이는 증기기관차 속에서 바라보는 수려한 자연풍광이 연간 수만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또 댐 밑에는 '신비터널'이라는 명칭의 이제는 쓰지 않는, 옛 철로 터널이 있다. 관광객들은 터널을 걸으며 우뚝 선 나가시마댐의 웅장한 모습을 보게 된다.
이같은 관광코스의 개발로 나가시마댐에는 연간 3만여명의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6만여명이 넘을 것이라는 게 댐관리소 관계자의 말이다.
나가시마댐관리소 관계자는 "관광만을 목적으로 하는 댐은 없을 것이다"며 "하지만 나가시마댐은 댐이 가지는 여러 기능에 관광 요소를 부가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카누의 메카로 거듭나다
나가시마댐에서는 7년전부터 전국 카누대회가 열리고 있다. 매년 가을 일본 전국의 카누동호인들이 나가시마댐에 모여 기량을 다투는 것이다. 또 댐이 카누 경기장으로 기능하면서 지역 고등학교에 카누부가 생겼다. 주민들 역시 여가시간에 카누를 즐기며 댐과 호흡하고 있다.
나가시마댐관리소 관계자는 "국토교통성이 댐을 만드는 목적 중 하나는 치수와 지역활성화다"며 "시즈오카의 경우 나가시마 댐이 관광지가 되면서 인구가 늘고 자꾸만 축소되던 지역경제도 활성화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댐이 가지는 이러한 역할을 알기에 댐 건설 초기 주민들이 반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협력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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