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에 담긴 절경…물줄기에 씻긴 농민 시름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기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어 산을 찾는다. 이런 사람들이 남원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이 지리산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만행산 천황봉(萬行山 天皇峰)을 꼽는다.
조망이 훌륭해 서해 일출을 바라보기 위해 산을 찾는 이들에게 더 잘 알려진 이 산은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 여름이면 시원한 계곡이, 가을이면 형형색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단풍이 장관이다.
만행산 천황봉의 이 같은 장관은 산 아래 중턱에 있는 저수지로 인해 그 아름다움을 더한다. 이 저수지는 때론 위쪽에 있는 보현사의 호수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천혜의 아름다움과 산사의 고즈넉함을 동시에 갖고 있는 이 저수지는 남원시 보절면 도룡리에 있는 용평저수지(龍坪貯水池)다.
저수지 이름은 제당 아래에 형성돼 있는 용평마을에서 따왔다. 고려 말 보현사가 지어지면서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 이 마을은 천황봉 계곡에서 용이 등천했다고 해 당초에는 용등(龍登)이라 불렸다. 6.25 전쟁 이후 난민 정착농원이 생기면서 만들어진 월평과 합쳐져 지난 1972년 행정개편을 통해 용평마을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
▲ 보절면 150ha에 생명수 공급
용평저수지는 장수에 있는 장남저수지와 동화저수지가 장수군 산서면과 남원 보절면 일부를 비롯해 덕과·이백·송동면 등에 물을 공급하지만 두 개 저수지 지류 가운데에 있는 남원 보절면 금다리와 신타리 지역에는 농업용수를 공급하지 못 해 이들 지역에 생명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2001년 착공, 2007년 12월 용평저수지가 준공되기 전까지 보절면 금다리와 신타리 등 4개 지역은 농업용수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빗물에 의존해 농사를 지어야 했고, 상습 한해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러나 저수지 준공 이후 이 곳의 농민들은 더 이상 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는 게 농어촌공사 남원지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용평저수지는 모두 122만 300톤의 생명수를 담수하고 있다. 이렇게 담수된 물은 보절면 4개 법정리 150ha의 옥토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제당의 길이는 256m이고, 높이는 45.8m다. 농어촌공사 남원지사가 관리하는 76개 저수지 중 4~5번째에 해당하는 중규모 저수지다. 용평저수지는 물이 맑기로 유명하다. 만행산의 깊은 골짜기에서 1년 내내 풍부한 수량의 물이 내려온다. 그만큼 마를 염려도 적다.
저수지가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고, 물이 차가워 다양한 종류의 어류가 서식하고 있지는 않다. 저수지 위쪽에 있는 보현사 신도들이 지난해 참붕어 등을 방류했다. 이들 어종이 유일하게 용평저수지에 살고 있다.
용평저수지 주변에서는 천황봉권역 농촌마을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농촌마을개발사업은 지난 2008년 농림부의 농촌마을 경관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선정된 이후 2012년까지 국비와 지방비 등 70억원의 예산을 들여 경관개선과 기초생활 환경정비, 공동소득기반 확충과 지역역량강화를 위한 주민 교육 등이 진행 중이다.
농어촌공사 남원지사 관계자는 "저수지 준공과 함께 상습 한해로 인해 어려움을 겪던 농민들의 소득증대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농촌마을개발사업이 완료되는 2012년 이후에는 용평저수지가 남원 지역의 또 다른 명소라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주변의 가볼만 한 곳
용평저수지 주변에는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다. 그 첫째는 용평저수지를 찾는 사람들이라면 자연스럽게 들리게 되는 남원시 보절면 용평마을과 안평마을에서 시작된다. 이 마을은 정부로부터 추어마을이라는 농촌체험마을 브랜드로 지정돼 있는 곳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일명 '미꾸라지마을'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이 마을에는 42가구 78명이 살고 있다. 이들 주민들은 추어음식을 비롯해 유기농산물 시식체험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방문객들을 맞고 있다.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민박집도 있다. 인터넷(http://chueo.go2vil.org)에 접속하면 언제든지 이 마을에서 생산되는 유기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용평저수지의 발원지인 만행산 천황봉 산행도 빼놓을 수 없는 즐길 거리다. 만행산은 해발 909.6m로 남원 동북부 지역에서 가장 높고 유난히도 뾰족하게 솟구쳐 오른 산이다. 산 정상에 오르면 남쪽으로 지리산 천왕봉에서 노고단까지 이어진 연봉과 정령치, 고남산, 백운산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 북동쪽으로는 덕유산 연봉과 장안산의 아름다운 절경이 눈을 즐겁게 한다.
아울러 만행산 자락에 있는 보현사에 가면 사찰의 고즈넉함을 가슴에 담을 수 있다. 보현사는 고려 충렬왕 32년인 1306년 만항(萬恒)이 짓기 시작해 1314년에 완공됐다. 처음 사찰이 만들어진 이후 6.25 당시를 비롯해 두 번이나 불에 탔다. 이후 1956년 중창된 이후 1973년 법당과 요사채를 지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보현사에 오르면 뒤로는 만행산 정상의 상서바위를, 아래로는 용평저수지를 눈에 담아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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