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모임에서 친구로부터 펀드를 환매해 신차구입과 부부의 해외여행을 다녀오는데 나누어 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3년 가량 투자한 펀드 수익률이 꽤 좋았다며 늘어놓는 자랑이 끝이 없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럽기도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볼 여지가 있었다. 비교적 투자기간이 짧지 않았고, 다행이 수익률도 받쳐줘 기쁜 일이었겠지만 정작 본인의 자산관리에는 큰 도움이 됐나 하는 의문이 남았다. 물론 투자목적이 멋진 차를 새로 구입하고 아름다운 해변을 거니는 해외여행이었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막연한 환매로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 만든 목돈을 원래의 의도와 다르게 다 써버렸다면 투자성과를 떠나 실패한 투자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주식형펀드의 환매를 결정할 때 고려할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투자동기와 투자목적 같은 아주 기본적인 사항을 점검하는 일이다. 여기에는 자금의 성격이나 투자기간도 함께 수반된다. 긴 안목으로 신중히 고려해 투자를 결정한 것이 아니고, 수익률과 같은 단기성과나 주변의 권유로 이유 없이 가입했다면 지금이라도 환매하고 다시 가입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자금에 있어서도 여유자금이 아니거나 3년 이상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자금성격이 아니라면 떠나는 것을 고려해도 좋다. 주식형펀드는 주식시장의 장기적인 성장을 믿고, 여러 위험을 분산하여 투자하는 방법인데, 이런 자금이라면 어울리지 않는다.
둘째, 투자자의 투자성향이 위험을 회피하고 안정성만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라면 주식형펀드는 적합하지 않다. 이런 투자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늘 시장상황에 귀를 쫑긋 세우고 민감하게 반응하기 쉽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에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보다 손실을 최소할 수 있는 다른 안전한 금융상품을 찾아보는 것이 본인에게 어울린다.
셋째, 자신의 자산현황을 냉철하게 살펴보는 것이다. 속성이 유사한 주식형펀드에 과도하게 자산이 몰려있지 않은지 따져보고, 그렇다면 일부라도 환매하여 유형이 다른 자산으로 분산시키는 것이 현명하다. 또한 단기적으로 써야 할 돈이 많은 사람이나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사람에게는 자금흐름과 위험 면에서 주식형펀드를 통한 장기투자가 능사만은 아니다.
넷째, 마지막으로 더 매력적인 투자기회가 나타나 돈이 필요할 때이다. 지금보다 확실한 대안이 있다면 환매를 생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결국 환매는 알 수 없는 주식시장에 대한 예측과 전망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다. 환매에 앞서 기본에 충실하게 투자하고 있는지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환매의 유혹을 이기는 현명한 방법이다.
/ 박진성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투자지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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