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눈병 때문에 한쪽 눈을 가리고 학교에 간 기억이 있다. 한쪽 눈을 가리게 되면 우리의 뇌는 물체를 인식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눈을 통해 입력되는 정보가 한쪽으로만 들어오기 때문에 뇌가 물체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다. 투자의 세계에서도 이렇게 한쪽 눈으로만 보는 경우가 있다. 시장에 각종 정보가 넘쳐나면 투자자는 좋지 못한 정보에만 관심이 쏠려 쉽게 불안의 늪에 빠진다. 한쪽 눈으로만 보고 내리는 판단이 정확할 수 없는 것처럼 부정적인 정보만을 인식한 후의 투자판단은 불 보듯 뻔하다.
최근에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던 요인 중 하나는 외국인들의 자금 이탈이다. 특히, 5월 한 달간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서 이탈한 외국인 자금은 2조 5000억 원 이상이다. 더욱이, 6월로 끝나는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종료는 시장에 유동성 축소라는 불안감을 심어주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주식시장은 연일 신통치 않은 모습이다. 이처럼 한쪽으로만 보면 시장은 어려움만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러나 두 눈으로 시장을 보면 그동안 잘 볼 수 없었던 다른 면도 볼 수 있다. 얼마 전부터는 우리를 두렵게 했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감소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종료에 따른 시장의 유동성 감소 부분도 미국의 경기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쉽게 출구전략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4월에 100년 만에 정례 기자회견을 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벤 버냉키 의장은 6월에 2차 양적완화는 종료될 것이나, 연방기준 금리를 0~0.25%로 유지할 것이라 말했다. 지난 7일에 진행된 회견에서도 미국경기 회복세 때문에 실망스럽지만, 점진적인 회복을 기대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국내의 많은 기업은 어려운 대외 여건에도 견고한 이익을 내고 있어 주식시장의 저평가 매력도는 아직도 유효한 상황이다.
이렇게 세상은 투자자의 심리를 자극하는 다양한 정보들이 공존하는 곳이다. 지나치게 한쪽에만 치우쳐 그때마다 자신의 투자 목표와 계획이 변경된다면 원하는 바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투자의 세계다. 펀드 역사상 최고의 펀드라 일컫는 마젤란 펀드를 운용한 피터린치는 "수익을 내는 우량 회사의 주식을 사서 충분히 타당한 이유가 없다면 팔지 말고 보유하라. 주가 하락은 매도해야 하는 이유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시장에 따라 들쑥날쑥한 행동으로는 승자의 기쁨을 맛볼 수 없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판단할 때 현명한 투자자에겐 기회가 된다.
/ 이환선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투자지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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