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된 부동산 부문 정책들을 놓고 시장에서는 당장 올해 안으로 큰 효과를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집값이 급등하던 시기에 도입된 각종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 전·월세 시장을안정시키겠다는 정책 방향이 대부분 올바르기는 하지만 당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날 발표된 ▲수도권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완화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 완화 ▲수도권 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한 세제지원 요건 완화 ▲소형주택 건설자금 지원 확대 등의 정책들에 대체로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부 방안을 마련해 법을 개정하고 국회를 통과해야 하니까 단기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정책 방향은 잘 잡았다고 본다.
집값 급등을 전제로 만든 규제는 현재 상황에서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도 "분양권 전매제한과 재건축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남아있는 부동산 규제 가운데 풀어줄 만한 것은 다 풀어줬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엿보이지만 실제 정부가 목표한 바를 이루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단지 부동산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것만으로 수렁에 빠진 주택 거래시장을 활성화하고 전세난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총부채상환비율(DTI)과 같은 금융 규제, 금리 인상, 불확실한 경기 등 침체 원인이 복합적인데도 지엽적인 직접 규제만 건드렸다는 주장이다.
박 소장은 "거래침체의 근본적인 원인은 규제가 아니라 복합적인 원인으로 가격상승 기대감이 떨어졌다는 것"이라며 "전세시장이 과열된 것도 사람들이 집을 사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매매와 전세 문제를 연장선상에서 동시에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실장도 "일시적으로 효과는 있겠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해 곧 원상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주거 안정에 큰 도움이 안될 것"이라며 "이번 정책보다는 금리 인상이나 대출 규제의 영향력이 훨씬 강하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비장의 카드로 내놓은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완화에 대해서는 수혜 단지가 많아 침체가 극심한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와 독자적인 파급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교차한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조치가 시행되면 수도권 3만4천854가구가 전매제한 기간 단축의 혜택을 보고, 이 중 2만342가구는 곧바로 분양권이나 아파트를 전매할 수 있게 된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전매제한 기간의 단축으로 광교신도시 등 상대적으로 유망한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의 분양권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며 "분양권의 환금성이 좋아지면서 유망 지역의 신규분양에 청약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도 "신규 분양주택뿐 아니라 이미 입주한 주택에도 전매제한 기간 완화가 소급 적용될 것으로 예상돼 유동성 측면에서 숨통이 트일 전망"이라며 "수도권 시장 침체가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전매제한 완화가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는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데 분양가상한제 폐지안이 국회에서 기약없이 계류 중이어서 이번 정책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김 실장은 "현재 전국의 미분양 주택이 7만가구에 달하고 준공 후 미분양만 5만가구에 가까워 집을 사려면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상황인데 전매제한을 풀어봐야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에 전매제한을 두는 게 일반적이어서 두 가지를 동시에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도 "분양권 전매제한은 분양가상한제와 연동되는 규제인데 이거 하나만 풀어줘서는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투자 수요를 겨냥한 대책으로 보이지만 투자자들이 당장 매력을 느낄지도 미지수다"고 비판했다.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는 상황에서 규제가 하나 풀린다고 해서 당장 투자자들이 몰려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다.
임대주택사업자 육성, 소형주택 전세보증금의 한시적 과세 유예, 소형주택 건설지원 등의 정책은 장기적으로 전세시장 안정에 도움을 주겠지만 당장 하반기 전세난을 방지하기에는 한발 늦은 것으로 관측된다.
박 소장은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풀어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훌륭한 발상"이라면서도 "세제완화가 시장에서 효과를 낼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가을 이사철에서 바로 효과를 나타낼지 의문이다"고 내다봤다.
김 실장은 정부의 소형주택 건설 지원을 지목하면서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은 기본적으로 주택의 대체재에 불과하다. 민간에서 정상적으로 주택을 공급할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한편, 올해 들어 정부가 여러차례 부동산 관련 대책을 발표하는 식으로 '찔끔찔끔' 부동산 규제를 풀어주는 바람에 오히려 실질적인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허 연구위원은 "자꾸 소폭으로 풀어주고 대책을 내놓으니까 시장 반응이 미온적이라는 점이 우려스럽다"며 "상반기에 네 차례나 대책이 나왔는데 차라리 한 번에 이뤄졌다면 효과가 더 크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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