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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엔지니어 정성환씨 "우리소리 제대로 담아내겠다"

인디밴드 활동하다 호주 유학 떠나며 새 길 / 전주정보영상진흥원 음향마스터링 스튜디오 근무 / 뚝심과 성실성, 영화·음악·영상 등 다양한 작업 시도

▲ 사운드 엔지니어 정성환씨가 전주정보영상진흥원 음향마스터링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추성수기자 chss78@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로컬 시네마, 전주'에 초대된 이수유 감독의 '그대에게 가는 먼 길'은 한 편의 시(詩) 같은 영화였다. 김제 화동마을의 바람·햇살·들판을 질료로 중년의 아들과 노모를 통해 삶과 죽음의 실존적 문제를 서정적으로 형상화한 작품. 바람에 서걱대는 소리, 긴 가뭄에도 마를 날 없을 물 소리 등 미세한 울림은 사운드 엔지니어 정성환(36)씨의 손을 거쳤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묵묵히 녹음에 매달린 뚝심과 성실성이 빛났다.

 

소리는 시간예술이다. 시간이 소리를 가두어 언제든 재생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녹음 기술. 그가 하는 사운드 엔지니어링은 현장에서 채집된 소리를 넘겨받아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고 소리를 섞고 편집해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다. 2006년부터 시작한 사운드 엔지니어링은 2년 전 전주정보영상진흥원의 전주 음향마스터링 스튜디오를 통해 독립영화· 인디밴드 음반·디지털 음원·홍보 영상물 녹음 등으로 이어졌다.

 

그는 1998년 인디밴드에서 베이스기타를 치기 시작해 한 번도 음악을 떠난 적이 없었다. 무대에 설 기회가 많았던 것도, 앨범이 많이 팔렸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돈이 안 되는 음반은 인디밴드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이유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반은 뮤지션들의 힘겹지만 꾸준한 행보로 기록됐다.

 

"그런데 음반을 낼 때마다 그 깊이와 질감에 있어서 성에 안찼어요. 이럴 바에야 직접 하는 게 낫겠다 싶었죠. 운이 좋았는지 호주의 사운드 엔지니어 교육기관에 연수를 가게 됐어요. 6개월 간 정말 열심히 익혔습니다. 좀 더 좋은 소리를 담고 싶다는 욕심이 들면서 '듣는다'는 개념이 새롭게 다가왔죠."

 

지역 문화계에서 인디밴드'레이디스 & 젠틀맨'의 기타리스트, 전주국제영화제의 공연 기획자 등으로 잔뼈가 굵은 그는 이런 과정을 통해 '녹음은 그 소리가 태어나는 현장의 날 것을 담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최대한 자연스러움을 살리는 소리라면 다소 거칠더라도 문제될 게 없고, 멋있는 소리 보다는 정확한 소리 전달이 중요하단 걸 깨달았다. 스튜디오라는 인위적인 제약 속에서도 각기 다른 소리가 합쳐져 하나의 진실한 소리로 내놓는 과정의 쾌감은 꽤 쏠쏠했다.

 

부산에서 태어났으나, 학창 시절을 전주에서 보내 '전라도 사람'이 다 된 그는 남들은 '돈이 안 된다'며 쳐다보지 않는 국악에 관심이 많다. 국악의 고장인 전주에서 입이 딱 벌어지게 아름다운 국악 음반을 녹음하는 게 꿈.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 소리들을 알리고 싶어요. 국악계에서도 레코딩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거든요. 사실 이 지역 사람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 아닌가 싶습니다. 국악인들이 해외에 나가면 기립박수를 받고 그러는데, 우리 음반을 들어보면 그런 맛이 안 나거든요. 국악도 제대로 녹음하면 세계가 놀랄 음악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이어 "전주 음향마스터링 스튜디오가 힘든 상황에서도 지역에서 열심히 음악하는 후배들과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영상을 내놓는 독립 영화인들이 소통하는 현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면서 "이곳이 실력 있는 감독·밴드 등이 녹음할 때 도움을 주는 전초기지 같은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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