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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의상 디자이너 박현희씨 "무대 빛내는 의상, 또다른 조연"

디자인 배운 적 없지만 재미로 시작해 11년째 / 무용가 출신…연출가 의도 단박에 알 수 있어

▲ 무대의상 디자이너 박현희씨가 자신이 디자인한 의상을 보여주고 있다. 추성수기자
지난 4일 낮 12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 박현희 씨(38·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 단원)는 오늘도 도시락으로 점심을 뚝딱 해결했다. 7일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단장 문정근)의 창작 무용극'Miss 콩'을 앞두고 무대의상을 점검하느라 시간이 빠듯했다. 콩쥐팥쥐를 원작으로 한 'Miss 콩'은 권선징악(勸善懲惡)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무용극. 여기서 도깨비, 두꺼비, 황소 등 캐릭터 의상을 도맡은 그는 "춤 연습하랴, 의상 제작하랴 신경 쓴 덕분에 4㎏이나 빠졌다."

 

이처럼 무대 위 주인공은 눈부시지만, 무대 아래 디자이너는 눈물겹다. 하루 3~4시간을 자고도 버티는 강한 정신력·체력은 필수조건. 남편이 사업상 어려움을 겪어 무대의상 제작은 때론 당장 맞부딪혀야 하는 생존의 장이 되곤 했다. "사막에 떨어져도 살아남을 사람"이라는 평가 이면에 그의 깡과 끈기는 어쩔 수 없이 훈련된 부분도 있었다.

 

그는 디자인을 전공한 적은 없다. 임신 뒤 우연히 무대의상에 관심을 가진 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가정용 미싱기를 들여놔 재미로 만들기 시작했다"는 그는 지인과 함께 2001년 '날개 무대의상'을 열었다. 전북에선 무대의상을 제작하는 곳은 차승환 의상실과 그의 의상실이 유일하다.

 

"처음엔 무대의상을 제대로 배운 게 아니니까, 전문 디자이너를 뒀어요.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공연만 보면 무용가 의상을 스케치하는 게 습관이 됐거든요. 공연장에 가면 연출가 의도에 맞는 콘셉트를 잡고 캐릭터를 살리는 의상을 고민하는 방식으로 해왔죠."

 

서울에 가면 원단을 만져보고 모르는 건 물어봤다. '원단 삼촌', '패턴 이모'들이 어떻게 자르고 바느질하는지 눈여겨보면서 감을 익히면서, 직접 만들기도 했다. 돈벌이로 만드는 옷이 아닌, 옷을 표현의 도구로 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의 옷은 독특하면서도 대중의 감성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대망상에 빠졌는지, 엄격한지, 어리숙한지 등등 캐릭터에 대한 단서만 주되, 의상을 통해 인물을 창조하는 게 관건. "무대의상은 관객을 이끌고 정보를 주는 데 있다"는 그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가장 적합한 디자인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의상을 제작하기 전에 연출자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는 게 중요해요. 무용을 해봤기 때문에 연출자가 무엇을 의도하는지 이해가 쉬운 편이어서 의상을 제작하는 데 도움을 받는 것 같아요."

 

특히 "틀이 정해져 있는 전통의상보다는 뮤지컬 등과 같은 창작의상에서 표출되는 개성이 매력적"이라고 여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앞두고 뒤늦게 필요한 소품이 생길 때 욕심만큼 반영하지 못하는 게 늘 아쉽다. 지역에선 의상에 필요한 재료 구입이 어려워서다.

 

"이것도 잔재주의 하나"라고 할 정도로 스스로의 평가에 대해선 냉정한 그는 작업에 완벽성을 추구하긴 해도 까다롭진 않다. 한 가지 스타일을 고집하는 대신 무대와 장소에 따라 의상 디자인을 타협할 줄 아는 것도 장점. 끊임없이 다양한 무대에서 그의 옷이 선보이게 되는 또 다른 이유일 것이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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