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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이목윤(李木允)] 헹구고 식혀 다다른 햇살, 눈부시다

▲ 이목윤 시인
완주 소양면에서 출생하여 전주공고를 졸업하고 1956년 육군 보병학교에 입교하여 소위로 임관된 뒤 1960년 군 작전 중 부상으로 3년 간 치료를 받고 공병 대위로 퇴역하였다. 이어 전주대학교 국문과를 졸업(1968년)하고 '문예가족'과 전북문인협회 '표현'동인으로 활동하다가 1990년 '한국시'로 늦게 등단하였다.

 

6.25 동란 직후 군에 입대하여 공병 장교였던 그는 한미연합 합동 작전 중 포탄 폭발로 얼굴에 큰 화상과 신체의 일부를 잃었으나, 좌절하지 않고 종군의 체험을 시화(詩化)하여 일그러진 육신과 영혼을 달래고 위로하는 첫 시집 '바람의 이랑을 넘어'를 발간(1992년)하였다. 이어 5권의 시집과 장편 소설 '소양천 아지랑이'를 펴내면서 문학을 통해 그의 신산한 삶을 극복·승화하는 인간 승리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년 이후에는 불교에 귀의하여 전북불교문학 회장(1998-2000)을 역임하면서 한국예술총연합회장상과 한국전쟁문학상 그리고 전북PEN문학회에서 수여하는 작촌문학상을 받았다.

 

없어진 오른 손의 몫을 일하는

 

왼손 보며

 

잃어버린 다섯 손가락의 연민을 달래는

 

왼 손 보며

 

살아 움직이는 포연의 후유증을 다스리는

 

왼 손 보며

 

그마저 깨어져

 

새로 맞춘 아픔을 신경통으로 앓는

 

왼 손 보며 · - '왼 손'에서

 

포탄에 얼굴이 일그러지고 오른 손마저 잃어버린 후의 처참한 상황, 27번의 대 수술 끝에 겨우 사람의 모양을 갖추었지만, 왼손만으로 생을 지탱해야만 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고통이 절규에 가깝다. 불구가 된 몸으로 군에서 퇴역하여 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야만 하는, 그의 서러운 삶과 설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 그렇게라도 살아 있음을 감사해야 하며 남아 있는 육신과 영혼이나마 달래고 위무해야만 하는 실존에서부터 그의 시는 시작되고 있다. '팔이 없으면 다리로 굴러라 / 다리도 없으면 온몸으로 굴러라 /- / 돌뿌리 채어 멍들면 / 더 구르고...... '가 그것이다.('굴렁쇠'에서)

 

우리 어머니

 

병신자식 볼 때 우시고

 

애면글면 기른 정 자아내며 우시고

 

당신의 팔, 당신의 얼굴

 

날 줄 수 없어 우시고

 

그래도 살았으니

 

혼백이 돌아온 것보다 좋다 우시고

 

....죽어서 다시 만들어지고픈

 

죽을 수도 없는 자화상

 

- '자화상'에서

 

그는 주문처럼 되뇌인다. '팔이 없으면 다리로 구르고 / 다리도 없으면 온몸으로라도 굴러'서라도 살아나야 한다고…, 몇 년에 걸친 대 수술, 그것은 마치 대장간에서 수없는 당금질과 풀무질로 하나의 쇠붙이가 잘리우고 두둘겨 지듯 - 그는 얼굴 반쪽과 팔이 한 쪽 날아간 채 퇴역을 한다. 그런 몸으로 돌아온 그를 붙들고 '당신의 팔, 당신의 얼굴 / 날 줄 수 없어 우신' '어머니의 눈물 속에 갇혀' 죽을래야 '죽을 수도 없는' 굴렁쇠처럼 맨땅에 온 몸을 디디고 생존을 유지해야만 하는 자신의 처지를 거듭 확인하고 있다.

 

그도 어느새 일흔의 바다를 넘었다. '불타던 노을'도 이젠 '한껏 아름답고' '땅거미(도) / 고요로워 포근하구나' 그러니 '뭘 더 바라리….' 흙은 흙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귀한 사람들 살 내음'과 '꽃잎 흔드는 향'이 하나가 되는 '잔칫날 마당'에 '햇살은 부시고' '새의 울음소리도 평화롭구나' (〈꽃바람 앞에서〉)이것이 시인 이목윤이 고희를 넘어 맞이한 정신적 해방 공간, 곧 니르바나의 세계가 아닌가 한다.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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