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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의 전북 시 숨결을 찾아서' 연재를 마치며...

검소하고 개결한 시인들 삶에 절로 숙연

지난 해 9월, 가람 이병기 시인(1925년 '조선문단')부터, 양병호 시인(1992년 '시문학')에 이르기까지, 매주 1회씩 소개해오던 '전북시의 숨결을 찾아서'를 지난 주에 마치게 되었다. 본래의 계획은, 최근 2010년에 등단한 시인들까지 100인의 전북현대 시인을 다루어 보고자했으나, 부득이한 개인 사정으로 50인을 먼저 소개하고, 이후에 등단한 분들은 차후로 미루게 되어 아쉽다.

 

이번 연재는 단순한 문예미학적 논평이나 작품 해설 위주의 감상평에서 벗어나 이 땅의 전북 시인들이 시대의 고난을 어떻게 승화하고 극복해 왔던가, 곧 그들의 정신사적 맥락을. 조명해봄으로써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소중한 정신적 유산으로 삼아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자료의 부족과 제한된 지면과 시간, 그리고 집필을 거듭한 가운데 본의 아니게 누락된 분들이 있어 차후 2차 집필 시 이 분들의 자료를 수집·보완하여 다루고자 한다.

 

등잔 밑이 어둡고, 한 동네 점쟁이 알아주지 않는다더니, 그간 건성으로만 알고 지내던 전북시인들의 작품을 가까이 살피게 되다보니 이제까지 보이지 않았던 그분들의 넓고 깊은 작품 세계가 보다 확연하게 모습을 드러내게 되어, 예부터 우리 전북이 문향이요 예향임을 다시금 절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보다 가까이 다가가 비로소 만나게 되는 전북 시인들의 맑고 드높은 영혼의 정수.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을 뿐, 그 어느 고장 유명한 시인들의 작품에 결코 뒤지 지 않는 정신적 사유, 그러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일상 속에서 삶이 곧 시가 되고 시가 곧 삶이 되는 아름다운 시인들이 적지 않았음을 발견하면서 그때마다 옷깃을 여미곤 하였다.

 

그것은 이제까지 주변의 시인들을 하나의 타자로서만 여겨왔던 선입관에서 벗어나 그들과 한 몸이 되는 접촉에서 만나게 되는 공감이었고,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시각적(視覺的) 관망에서, 그들과 살을 부비고 동거(同居)하면서 듣게 되는 그들의 가쁜 숨결과 그늘에서 움트게 되는 연민과 사랑이었다. 이것이 이번의 연재에서 얻게 되는 나름의 성과가 아니었든가 한다.

 

때마침 금년 가을 전북문학관 개관 1주년 기념식을 한국문인협회 이사장과 전국대표자 문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갖게 되었다. 이 자리에서 '전북이 한국문학의 발상지'임을 천명하고 그 표지석을 세우게 된 것도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우리 전북은 이처럼 예부터 정신문화의 중심지로서 이 땅을 지켜왔던 것이다.

 

백제인의 후예답게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는 검이불루(儉而不陋) 순진무구의 소박한 자연주의 혹은 동양적 전통의 정신세계를 추구한 시인들이 많았다. 순명(順命), 순천(順天)하는 가운데 누가 뭐라해도 순리와 도리에 맞게 자신의 삶을 갈무리해가는 선비의 풍모도 여기에 준하지 않은가 한다.

 

남북분단에서 빚어진 민족의 한(恨)과 뒤이은 독재, 이에 따른 저항과 좌절의 신음소리도 들을 수가 있었다. 남다른 통찰과 직관으로 결핍되고 불의한 현실을 응시하고 이를 승화의 경지로 이끌어 가는 초월과 통합의 세계도 있었고, 형이상학적 탐구미학으로 새로운 정신세계를 추구해가는 분들의 작품도 있었다.

 

일제침략기와 6.25, 그리고 권력과 탄압, 소외의 질곡을 극복하고, 때로는 반면교사로 우리를 일깨워 주면서, 자본과 경쟁에 도구적 존재로 내몰린 오늘의 우리에게 이 분들의 시는 큰 교훈과 감동을 남겨 주었다. 무국적 무정형으로 가볍게 흔들리기 쉬운 우리들에게 이번의 연재가 다소나마 정신적 건강과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게 필자의 바람이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차후 '전북현대시 100년사'를 완성하고자 함도 이런 연유에서이다.

 

그간 불비하고 미거한 '전북시의 숨결을 찾아서'에 많은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신 독자제현 그리고 선뜻 지면을 할애하여 전북인의 정신세계를 메마르지 않게 가꾸어 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전북일보 문화부에 감사를 드린다.

                                                 시인·백제예술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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